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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어디 무서워서 파티 플레이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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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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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과 역할을 분담해 협동하는 게임 구조’
‘게임을 같이 하는 팀원들과 함께 무엇을 해나가는 뿌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게임 구조’

위 문장을 읽어보면 ‘올바른 게임’ 혹은 ‘잘 만든 게임’이 갖춰야 할 조건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아니랍니다. 이는 여성부가 내세운 셧다운제 적용 평가에 포함된 지표이며, 두 항목은 ‘강박적 상호작용’의 요인을 평가하는 문항이라고 하네요. ‘게임’과 ‘협동’이 만나면 ‘강박적 상호작용’이 된다는 이 훌륭한 논리는 게임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여성부의 게임 몰이해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도 가슴 아프네요.

맞습니다. 이번 주는 TGS 2012나 네오위즈게임즈와 스마일게이트의 갈등까지 다양한 뉴스가 보도됐는데요, 이를 한방에 제치고 여성부가 위 내용을 담아 11일 고시한 ‘청소년 게임물 평가계획안’이 최고 이슈를 일으킨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정도면 무섭네요.

▲ 논란이 된 여성부의 셧다운제 대상 게임물 평가기준


해당 뉴스 보도 이후 ‘여러 명이 힘을 합쳐 보람을 느끼는 구조의 게임’을 즐겨온 우리 독자 분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아니, 반발이라기보다 조롱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네요.

우선 ID 남자의지존님은 “웃음 밖에 안 나온다. 평가 기준이랑 평가 지표 문항이랑 매치가 안돼 이해도 안돼. 역할분담의 협동과 뿌듯함을 느끼는 구조가 왜 강박적 상호 작용이 되는거지? 레이드 뛸 때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는 이해되지만 진짜 이건 그냥 생각나는대로 질문지를 만든건가? 애초에 게임을 목적과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추고 장단점을 기준으로 항목을 나열해서 파악해야 하지 않나? 왜 모든 평가 기준이 부정적인 면으로만 맞춰져 있고 긍정적인 건 배제하고 있지? 이 기준 자체의 기준이 뭔가?”라며 뼈있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번 평가계획안은 여성부가 게임의 기본적인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혹은 않은 채) 구성돼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도 이런 주관적인 시선으로 게임을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현실이지요. 퀘스트나 레벨업, 협력 플레이 등 온라인 게임, 넓게 보면 게임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특성까지 부정적으로 본다면 대체 긍정적인 면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 의문이네요.

이와 함께 ID 간지고테츄 님은 “도대체 어떤 게임을 만들라는 거지”라며, ID 드럼스틱 님은 “여성부는 뭔가 상호소통하는 부분은 없고 언제나 일방통행이야. 도대체 여가부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혹시 일 안하는 거 아냐”라는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이처럼 푸념 섞인 의견이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실제 게이머들도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면 좋을 텐데, 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게임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말이 안 되는 내용만 보이니 답답할 수밖에요. 우스갯소리지만, 해당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게임은 과거 사행성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다이야기’ 정도가 있다고 하네요. IMC 게임즈 김학규 대표는 ‘미연시 게임’이라고 했는데, 네 물론 뭐 우스갯소리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ID 칼스타이너 님은 “더 큰 함정은 평가 기준이 겁나 모호하다는 것. 1번만 해도 어머니에게 점수 주라고 했을 때와 아버지에게 주라고 했을 때, 게임하는 당사자가 점수 매길 때 같은 점수 절대로 안 나옴. 이게 무슨 평가 기준임. 통계학 안 배운 내가 봐도 저건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는 문항이구만. 저 중에 평가 기준 명확한 문항은 단 한 개도 없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넓게 보면 계산방식에 대한 의견인데요, 해당 평가안은 ‘강박적 사고작용’, ‘과도한 보상 구조’, ‘우월한 경쟁심 유발’이라는 세 범주에서 각 문항의 평균값을 내 하나라도 3점 이상한 경우 불건전, 혹은 유해 게임이 되는 방식입니다. 3점이면 평균인데도 말이죠. 또, 이렇게 따지면 전통놀이인 강강술래나 윷놀이도 ‘강박적 상호작용’에서 3점 이상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청소년에게만큼은 유해놀··· 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이처럼 이번 이슈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문화연대를 비롯해 전병헌 의원까지 나서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이로 인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여성부 측도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겠다”면서 한발 물러난 상황입니다. 또, 업계 의견을 별도로 듣는 자리까지 만들어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 알 거 같네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이번 평가에는 셧다운제 적용을 유예 받았던 모바일 플랫폼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유예기간인 만큼 당장 결과가 반영되진 않겠지만, 여성부가 모바일 플랫폼 셧다운제 적용에 강한 의지가 있음을 피력한 건 확실하니까요.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잘 협의해 올바른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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