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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헌터 OBT, 낯선 게임에서 익숙한 ‘그 게임’의 향기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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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넥슨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가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랐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12시 50분까지 진행된 임시점검의 소요 시간이 연장된 것이다. 점검시간 연장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은 거꾸로 생각하면 빨리 게임을 하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수 유저의 힘으로 먹고 사는 온라인게임에 많은 관심이란 반가운 일이다.

지난 9일 공개서비스에 돌입한 넷마블의 ‘블러디헌터’는 ‘던전앤파이터’의 성인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흡사한 부분이 많다. 횡스크롤 액션 RPG이며, 처음에 공개된 캐릭터의 클래스도 검사와 격투가, 사격수로 동일하다. 개발자 인터뷰에 따르면 신규 직업으로 여성 마법사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클래스 추가 패턴 역시 비슷한 점이 많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스킬 구성에서도 비슷한 면을 찾기 쉽다.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으로 많은 개발사들이 횡스크롤 액션 RPG에 도전했으나, 아류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잊혀진 게임이 많다. 차별성 문제를 떠나 개중에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도 있으나, 그 재미가 과연 게임 자체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던전앤파이터’로 대표되는 횡스크롤 액션 RPG라는 정형화된 틀 자체가 주는 손맛에서 오는 즐거움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블러디헌터’의 가장 큰 문제점 역시 바로 이것이다. 분명히 재미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흡입력도 확보했으나 게임이 보여주고자 하는 독자적인 색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별적인 요소 중 하나로 잔혹함을 맛볼 수 있는 고어한 연출을 넣었으나, 너무 빈번하게 노출되는 탓에 중반으로 갈수록 무덤덤해질 뿐이다. 이 외에는 여성 캐릭터 ‘보람’의 노출도 높은 의상을 제외하면 ‘성인’적인 코드를 실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섹시함을 강조한 여성 캐릭터들이 트럭째 출연하는 라이브플랙스의 ‘퀸스블레이드’는 과도한 선정성으로 인해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성인’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콘셉 하나는 강렬하게 알렸다. 즉, 게임이 유저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직접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는 물론 잠재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리는데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전직을 하면 분명 ‘난사’가 있겠지? - 처음 하는 캐릭터의 다음 스킬이 보이다

앞서 소개한대로 ‘블러디헌터’는 검을 사용하는 스워드맨 ‘카토’와 너클, 건들렛 등을 주력으로 삼는 격투가 ‘보람’, 총을 쓰는 레인저 ‘파렐’, 이렇게 3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중, 기자는 게임 내 유일한 원거리 공격 캐릭터 ‘파렐’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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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권총을 사용하는 남자, '파렐' 너로 정했다!

‘블러디헌터’는 1레벨부터 다수의 스킬을 주며 전투의 다양성을 살리려는 노력을 꾀하고 있다. 초반부터 화려한 액션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레벨 상승과 동시에 강력한 신규 스킬을 배우며 느끼는 성취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 유저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문제는 주어진 스킬이 ‘던전앤파이터’와 너무도 비슷해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를 키우는 맛이 나지 않는다. 기자가 선택한 ‘파렐’은 특히 이러한 성향이 강하다. 일부 유저는 ‘던전앤파이터’의 ‘거너’를 빼다 박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더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레인저’의 2차 전직 ‘건슬링거’의 상징적인 스킬, ‘난사’와 ‘허리케인 샷’은 ‘던전앤파이터’의 그것과 너무도 똑같다. 이 외에도 뒤로 빠르게 한 발 물러서는 ‘백스탭’, 피격 후 단시간에 다시 일어나는 ‘퀵 스탠딩’ 등 전체적인 사용 기술에서 ‘거너’와의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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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렐'의 대표 공격 스킬,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액션성을 강조한 횡스크롤 MORPG ‘블러디헌터’에 있어서 스킬이란 공격성을 표출하는 도구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스킬에서 고유의 맛이 없다면, 팥소가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사용하는 무기와 스킬, 그리고 평타 패턴과 모션까지 비슷한 두 캐릭터를 플레이한 어떤 유저는 다른 게임에서 같은 캐릭터를 2번 키운 것 같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잔인함을 강조한 연출이 다는 아니랍니다 - 심심한 손맛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서비스 중인 ‘블러디헌터’는 잔혹한 연출과 선혈효과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성인용 액션’이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연출 방식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매우 잔인하다. 몬스터가 쓰러질 때마다 화면에 붉게 물드는 효과와 적의 사지가 분리되는 등, 연출의 방향성이 분명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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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가 튀고, 살과 뼈가 분리되는 잔혹한 현장

그러나 그 빈도가 너무도 잦아 게임을 진행할수록 그 효과가 점점 감소한다. 어린 시절부터 공포 영화를 즐겨 시청해온 사람은 점점 두려움을 느끼는 수위가 높아진다. 그것처럼 초반부터 잔혹한 연출에 노출되어온 유저는 그에 대한 내성이 쌓여 고어한 효과에 반응하는 횟수가 점점 낮아진다.

사용한 스킬 및 컨트롤에 관계 없이 모든 몬스터의 죽음이 잔인하게 처리되는 점은 유저의 성취감을 저해하는 악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만약 잔혹한 연출이 ‘일정 콤보 이상’, ‘일정 대미지 이상’ 등 특정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만 발현이 되었다면, 그것은 또 다른 목표가 되어 고난이도 플레이에 대한 도전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전체적인 모션이 몇 장의 프레임을 일정한 속도로 보여주는 것처럼 동작이 툭툭 끊겨 3D 그래픽 게임다운 부드러운 움직임을 느끼기 어렵다. 만약 ‘블러디헌터’가 2D 그래픽이었다면 중요한 부분만 끊어서 빠르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충분히 타격감을 살릴 수 있었겠으나, 이 게임은 3D게임이다. 즉, 애니메이션을 최대한 활용하여 화려함과 호쾌함을 강조해야 한다.

신선한 ‘래더’ 방식, 그러나 밸런스 붕괴는 어떻게 할텐가? - PVP 시스템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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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저' VS '스위드맨' 그 결과는?

‘블러디헌터’의 또 다른 특징은 유저간의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각 게이머를 실력 별로 구분하여 수준에 맞는 리그의 참가 권한을 주고, 각 리그의 최강자를 가리는 ‘래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총 5회에 걸친 배치리그를 진행하면,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리그에 자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각 던전에 ‘타임어택’ 요소를 넣은 점 역시 기록에 대한 유저의 대결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다.

그러나 현재 유저들 사이에서는 캐릭터 간 밸런스 붕괴가 화두로 떠올라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레인저’, 특히 ‘건슬링거’의 절대적인 약세다. 체력이 낮아 사냥 시에도 적절한 거리 조절이 필요한 ‘레인저’, 그런데 PVP로 넘어와 타 클래스의 유저를 대하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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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던전 '타임어택' 순위권에도 '레인저'는 없다

즉, 계속 도망만 다니며 꾸준히 원거리 공격을 펼치거나 ‘일격필살’을 통한 한방싸움으로는 승산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일부 유저는 CBT 당시에는 ‘한방역전’이 가능했으나, 공개서비스 이후에는 그것마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상대 캐릭터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경직’ 기술이 없어 아쉽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캐릭터로는 격투가 ‘보람’이 손꼽히고 있다. 현존하는 래더 중 가장 상위 리그인 ‘웁실론’의 상위 랭커 대부분이 ‘보람’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강력함을 실감할 수 있다. 캐릭터 간 밸런스 논쟁이 없는 온라인게임은 이 세상에 없으나, 대부분의 유저가 같은 문제를 화두로 삼는다면 개발진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밸런스 패치가 조속히 시행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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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웁실론'의 리더보드...여기서 '레인저'는 씨가 말랐다

PVP 실전에 자신이 없다면 NPC를 상대하며 실력을 키우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다. ‘블러디헌터’에도 이를 위한 ‘연습모드’가 도입되어 있는데, 문제는 지난 15일에 진행된 임시점검 이후 일시적인 오류로 인해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CJ E&M 넷마블 정후석 PM은 “현재 공지사항을 통해 연습모드 플레이를 당분간 자제하길 바란다고 안내해둔 상태다”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겠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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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적인 오류로 원활한 이용이 불가능한 연습모드

‘레전드’를 깨고 싶은데 파티가 없어요 - 던전 및 커뮤니티 시스템

‘블러디헌터’의 던전은 액트 단위로 구분되어 있으며, 상위로 올라갈수록 난이도 상승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따라서 액트3 단계에서는 저절로 ‘파티 플레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유저 간의 커뮤니티가 그리 활발하지 않아 ‘파티 매칭’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의미의 장벽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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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액트로 갈수록 높아지는 난이도가 몸으로 느껴진다

각 던전의 난이도는 노멀, 영웅, 레전드, 이렇게 3단계로 나뉘며, 상위 액트로 넘어가도 노멀까지는 별도의 어려움 없이 깰 수 있다. 그러나 영웅 이상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지며, 이러한 경향은 상위 액트로 올라설수록 가속화된다. 매우 어려워진 만큼, 좋은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늘어나며 최고 난이도 ‘레전드’의 경우 던전 선택 창에 ‘파티 플레이’를 권유하는 문구가 수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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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철마을 하수도'의 보스 '즈루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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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라! 도마뱀 인간아

따라서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상위 액트로 갈수록 ‘파티’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를 예측한 ‘블러디헌터’의 개발진은 게임 내에 ‘파티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사용 빈도가 크게 높지 않아 유저들이 동료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유저는 파티 매칭보다 예상보다 너무 높은 던전의 난이도를 탓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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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던전은 수월하게, 어려운 던전은 하드하게 깨는 것이 게임의 순리이다. 여기에 어려울수록 좋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각 난이도의 수준을 분명하게 조정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각 유저가 게임 내 던전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필요하다면 ‘파티 플레이’도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서비스 초반에 늘 찾아오는 불쾌한 손님, ‘랙’과 ‘오류’가 문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려는 운영진의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서비스 초기인 만큼 ‘블러디 헌터’ 역시 긴급 점검이 진행되는데, 이 경우 재접속한 유저들에게 포상으로 초콜릿 아이템을 지급하는 게임 내 ‘업적’을 설정해두었다. 어떻게 보면 작은 부분이지만 점검으로 인해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점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려는 운영진의 태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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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ORPG
제작사
스튜디오위켓
게임소개
'블러디헌터'는 '피로 쓰는 액션'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MORPG다. '블러디헌터'는 잔혹하고 하드코어한 액션, 다른 게임보다 훨씬 빠른 게임 전개와 캐릭터 성장, 스킬 마스터리에 따라 원하는 캐릭터로 자유롭게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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