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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게임시장 조사 - PC 패키지게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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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게임시장 조사 - PC 패키지게임 편

시장규모 1039억으로 사상 최초 마이너스 성장, 실제론 500~600억 불과

200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게임을 즐긴다’는 것이 일부 매니아들의 단순 취미활동에서 벗어나 전국민적인 여가활동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게임을 즐기는 저변층이 넓어지게 되고 저변층이 넓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이익창출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용산과 ‘나까마’ 등으로 대표되던 게임유통시장은 굵직굵직한 외국의 배급사들이 속속 직배체재를 갖추면서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의 각축장이 되었고 해외 유수의 게임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 게이머들이 좋아할만한 방향으로 그들의 게임을 수정하기도 한 것도 2000년 이후의 일이다. 2002년은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2와 X박스 등 대표 콘솔게임기가 정식으로 국내에 선보인 해이기도 했으며 PC패키지 시장의 끝없는 추락과 욱일승천하는 온라인시장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진 한 해이기도 했다.

게임메카에서는 2002년 우리나라 게임시장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시장상황을 전망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PC와 비디오, 온라인게임 등 각 분야별 게임사들의 2002년의 게임시장 실적은 어떠했는지,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좋은 자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 모든 자료는 각 업체 담당자들과의 직접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 E-메일을 통한 서면 답변을 통해 조사되었으며 일부 업체는 코스닥 공정공시 규정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는데 난색을 표시해와 부득이하게 게임출시 편수와 매출액을 근거로 추산하였음을 밝힌다.

* 설문조사 업체의 매출액은 2002년 1월 1일부터 2002년 12월 31일까지 발생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았고 회계시기가 다른 극소수의 외국계 직배 유통사는 부득이하게 동일 회기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1. 바닥이 보이지 않는 PC 패키지시장

2002년 PC 패키지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無底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양적으로도 2001년에 비해 출시편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며 시장을 주도해 나갈만한 이렇다할 빅히트작도 나오지 않아 질적으로도 예전에 비해서 많은 퇴보가 있었다고 할만한 해였다. 특히 예전이라면 일정량의 판매가 보장되었던 작품들도 거의 예외없이 시장에서 찬서리를 맞아 업계의 어깨를 무겁게 한 해였다.

2002년에 국내에 PC 패키지게임을 출시한 업체는 총 15개 업체로 메가엔터프라이즈, 비스코, 소프트맥스, 손오공, 써니YNK, 엠드림, 위자드소프트, 인포그램즈코리아, 조이온, 지앤씨인터렉티브, 코에이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후지쯔, 한빛소프트, EA코리아(가나다 순) 등이었다. 이외에도 용산과 할인매장을 중심으로 아동용게임을 1~2편 출시한 회사도 있었으나 매출액 규모를 잡기 힘들고 규모가 영세해 조사대상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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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PC 패키지게임 출시편수



코에이코리아
2
지앤씨인터렉티브
13
조이온
13
인포그램즈코리아
30
위자드소프트
7
엠드림
6
써니YNK
3
손오공
7
메가엔터프라이즈
6
한빛소프트
6
한국후지쯔
3
EA코리아
20
비스코
8
소프트맥스
2
한국마이크로소프트
8
합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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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보듯이 지난 2002년 우리나라 주요유통사들이 출시한 패키지게임은 약 130여 타이틀이다. 2001년의 200 타이틀 이상 출시된 것에 비하면 출시편수만 해도 약 35% 정도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실제적인 구매력 하락까지 겹치면 거의 50% 이상 전년대비 시장이 위축되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삼성전자, 세고엔터테인먼트, 이소프넷, DDS 등 패키지게임을 출시해왔던 유통사들이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패키지게임 시장에서 전면 철수함에 따라 그나마 자금력을 갖춘 유통사들의 수도 줄어들게 되었고 외국 퍼블리셔와 라이센스 계약이 끝난 타이틀마저도 국내에 출시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같이 유통사들이 패키지게임 출시를 꺼리는 이유는 물론 아무리 패키지게임을 출시해도 판매가 안된다는데 있다. 유통사들은 “이윤은 둘째치고 패키지 제작비용만 뽑을 수 있어도 패키지게임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게임을 출시해도 패키지제작비용도 안나오는 판국에 손해를 볼 줄 뻔히 알면서도 무리하게 타이틀을 출시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구입은 하지 않지만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PC 패키지게임 판매 부진의 근본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자만 업계관계자들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불법복제로 인한 구매욕구 저하가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는 그대로 불법복제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A 업체의 ㄱ 관계자에 따르면 “시중에 출시한 타이틀의 판매량은 고작 2~3천장에 머무르고 있는데 홈페이지나 인터넷 자료실에서 게임의 업그레이드패치를 받아가는 사용자의 수는 10~20만건을 웃도는 경우도 많다. 중복되는 다운로드를 감안한다고 해도 실제 판매량의 수십배에서 수백배 정도가 불법복제로 플레이되고 있다고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해서 게임을 구입하지는 않지만 그런다고 패키지게임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말은 PC패키지게임이 게이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게 되었을 뿐’이라는 뜻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있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대규모 불법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구루구루나 당나귀 등 무료 파일공유 서비스뿐만 아니라 팝 폴더 등 유료 파일공유 서비스의 공유 폴더에 가면 최근에 해외에서 출시하고 국내에서 미출시된 게임들이 ‘널려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외국에 비해서 1~2달 늦게 출시되는 국내 현실을 볼 때 애당초 패키지게임을 팔아서는 이익이 남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불법복제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묘책은 없다는 것이다. 개발사와 유통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패키지 게임의 몰락과 함께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 업체는 급성장을 했다.

PC 패키지시장 규모는 1/2로 줄어

그렇다면 작년에 PC게임 시장의 전체적인 매출액 규모는 전년에 비해서 어느 정도의 성장세를 기록했을까? 게임이 점점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보았을 때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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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업체별 PC 패키지게임 매출 현황

* 이 매출 수치는 업계에서 밝힌 매출액에서 PC 패키지게임(번들과 주얼 제외)의 매출만을 따로 집계한 것이다. 업체에 따라서는 PC게임의 매출액만을 따로 산정집계하는 곳도 있었지만 많은 업체가 PC게임과 비디오매출을 통틀어 발표하고 구체적인 PC 패키지게임의 매출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업체들은 부득이하게 회사 매출액에서 PC 패키지게임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추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몇몇 비상장 업체는 패키지 타이틀 출시 편수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판매수량에 비해 턱없이 높은 매출액을 발표해 진위여부가 의심스러웠지만 업체의 발표를 존중해 가감없이 싣기로 했다.


메가엔터프라이즈
25
비스코
35
써니YNK
10
소프트맥스
9
손오공
38
엠드림
8
위자드소프트
56
인포그램즈코리아
80
조이온
45
지앤씨인터렉티브
17
코에이코리아
10
한국마이크로소프트
76
한국후지쯔
20
한빛소프트
430
EA코리아
180
총계
1039

단위 억원,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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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보듯이 2002년 우리나라 PC 패키지게임 관련 업계 매출총액은 약 1,000억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했던 대로 매출의 상위 5개 업체는 한빛소프트, EA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인포그램즈코리아, 위자드소프트의 순이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아동용 게임 ‘탑블레이드 시리즈’로 백화점과 할인매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손오공이 기존의 업체를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손오공의 사례는 불법복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아동용 게임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동용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EA의 해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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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패키지 게임업체 총매출액 년간 변동상황


1997년
345억원
1998년
330억원
1999년
589억원
2000년
1,049억원
2001년
1,500억원
2002년
1,039억원

* 2001년까지 누적 자료제공 PC POWER 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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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2000년을 시작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2001년 1500억원을 정점으로 2002년에는 2000년의 시장보다 오히려 매출액이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장의 매출액 변동은 ‘킬러 타이틀’, 이른바 대박의 부재가 시장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2000년, 2001년은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2의 판매량이 정점에 올라왔던 시기였다. 2001년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2를 유통한 한빛소프트의 경우 전체 매출액이 827억원으로 거의 시장의 60% 정도의 매출액을 떠받치고 있었다. 하지만 2002년에 출시된 워크래프트 3의 판매량은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PC 패키지게임 시장의 매출액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특히 출시되는 게임마다 기본적인 판매량을 보장해 주었던 삼국지 시리즈나 피파 시리즈, 창세기전 시리즈 등 이른바 중박 타이틀도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지 못하며 그냥 묻혀버리게 되는 상황에서 대박 타이틀에만 의지해서는 시장이 지탱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대박 타이틀 한두개보다는 꾸준한 판매를 보이는 중박 타이틀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장구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박 타이틀에 의존해야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시장을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워크래프트3

일부에서는 스타와 디아블로를 제외하면 지금의 시장상황이 PC게임의 초창기인 92년도 당시와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은 주얼게임 시장과 비디오게임 시장, 온라인게임 시장 등 신규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따라서 막연하게 시장규모가 커졌을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는 것뿐이지 실제적인 시장 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패키지게임 시장의 규모가 1,000억원이 넘어섰다고 해도 A사의 게임을 B사가 넘겨 받아 다시 유통하는 방식으로 유통과정에서 중복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이런 거품을 제외하면 실제적인 시장 규모는 500~600억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본다면 실제의 시장 규모는 일반적으로 게임업계가 생각하고 있는 규모의 1/2 수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장규모에 대한 이견이 있더라도 지금의 시장상황은 2000년 2001년에 비교해서 확실히 축소된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등의 게임매장에 가봐도 예전에 비해 PC 패키지게임을 구매하는 인원이 방학중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시장을 이끌어 가는 타이틀 수의 절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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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유통사별 주요 출시 타이틀별 판매량


메가엔터프라이즈: 메탈 슬러그 4
4만장
비스코: 하얀마음백구 업그레이드
2만장
써니YNK: 하프라이프 블루쉬프트
3만장
소프트맥스: 마그나 카르타
5만장
손오공: 탑블레이드
7만장
엠드림: 삼국조자룡전
5천장
위자드소프트: 코코룩
4만장
인포그램즈코리아: 네버윈터나이츠
5만장
조이온: 임진록 2: 조선의 반격
2만장
지앤씨인터렉티브: 코만도스 2
2만 5천장
코에이코리아: 삼국지 8 PK
1만 5천장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5만장
한국후지쯔: 보아 인더 월드
2만 5천장
한빛소프트: 워크래프트 3
50만장
EA코리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30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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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보듯이 2002년에 가장 많이 팔린 타이틀은 한빛소프트의 워크래프트 3로 약 50만장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통 타이틀이라면 50만장이라는 판매가 어마어마한 판매량이지만 한빛소프트가 비벤디에 지불한 로열티와 개런티를 감안한다면 50만장의 판매량은 엄청난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저조한 판매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PC방 문화의 창달과 업그레이드 붐을 일으켰던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와 비교하면 1/5 정도에 해당하는 ‘저조한’ 판매실적이다. 워크래프트 3의 이러한 판매저조는 자금난으로 업그레이드를 꺼린 PC방 업계와 이미 스타크래프트 하나에만 익숙해져버린 국내 게이머들의 편향된 취향에도 그 원인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시장을 이끌어 가리라고 기대했던 최고의 빅 타이틀 워크래프트 3가 당초 예상보다는 적게 팔리는 바람에 전체 시장을 주도해나갈 힘을 잃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빛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가 2002년 한해만도 약 35만장 정도가 팔려나가 워크래프트 3의 판매부진을 크게 메꾸어주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지주회사로서의 위치는 견고하게 다진 한해이기도 했다.

그 외의 타이틀이 3~5천장을 팔기에도 버거워 하는 현실에서 기본적으로 2만장을 넘긴 타이틀들은 나름대로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마케팅 비용 등 제반비용을 제외한 후에 실익을 평가해야겠지만 적어도 그 게임을 돈주고 구입한 게이머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당장 해당게임뿐만 아니라 이후 타이틀의 판매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2위를 기록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나 3위를 기록한 탑블레이드 등은 전형적인 아동용 게임으로 게임 플레이어의 저연령화에 가장 큰 도움을 받은 타이틀이다. 특히 해리포터와 탑블레이드는 용산이나 테크노마트의 게임소매점보다 양판점과 백화점, 할인매장 등지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해리포터와 탑블레이드, 보아 인더 월드 등은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상품으로서 게임성과는 상관없이 우수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게임판매에도 동반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절망의 늪에 빠져든 국산게임개발사들

2002년은 국내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암흑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소프트맥스, 손노리 등 국산 PC게임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개발사들이 모두 PC게임시장을 포기하고 콘솔과 온라인으로 러시를 한 해이도 하고 대박은커녕 중박 타이틀도 거의 나오지 않아 판매량 면에서도 최악을 기록했던 한해였다.

1월에 마그나 카르타를 시작으로 나르실리온,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 에이스 사가 등 나름대로 의욕을 가지고 만든 타이틀들이 전혀 시장에서 힘을 못 쓰면서 재정적인 면과 함께 개발의욕까지도 모두 앗아가 버린 한 해였다. 특히 실질적인 판매량이 1만장 이하에 머무르면서 막대한 개발비용을 전혀 충당할 수 없게 되자 많은 개발사와 유통사들이 온라인게임 제작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현재 국산 PC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회사는 조이온 등 4~5개 업체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아동용 타이틀을 제외하고 정통 롤플레잉이나 전략시뮬레이션 등을 제작하는 회사는 1~2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2002년 국내개발 PC 패키지게임의 몰락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2003년도, 2004년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갈수록 줄어들 패키지게임 유통사. 원하는 게임을 구할 수 없게 된다

위에서 예시한 삼성전자, 세고엔터테인먼트, 이소프넷 뿐만 아니라 많은 패키지게임 유통사들이 2003년 현재 패키지게임 사업을 공식적으로 접거나 아니면 실질적으로 접은 상태다. 위의 매출액 조사대상에 포함된 많은 업체들이 “2003년 이후에는 대작 타이틀 위주로 패키지 타이틀을 공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결국 어느 정도 이윤이 보장되거나 아니면 주얼시장에 넘겼을 때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대작이 아니면 유통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장이 이런 상황으로 흘러가게 되면 사용자들은 다양한 패키지게임을 접할 수 없게 되고 대작 타이틀에 몰리게 되든가 아니면 불법복제로 게임을 구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게 된다. 유통사들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유통사들이 2002년부터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게임이 아니면 소량 수입 유통 체제로 타이틀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서 게임이 출시되면 패키징 과정을 거친 후 국내에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심의만 받고 외국에서 패키지를 그대로 수입해서 심의번호 스티커만 붙인 채 국내에 극소량으로 유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판매되는 타이틀은 보통 많게는 100여장, 적게는 수십장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매체와 업계에 PR용으로 배포되는 수량을 제외한다면 게임 소매점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고 일반 게이머들은 거의 정상적인 경로로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앞으로 해외 직배사를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우수한 타이틀의 국내 출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노 원 리브즈 포에버 2’나 ‘모로윈드’ 등의 타이틀은 얼마 되지 않는 라이센스 비용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소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내 출시가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이 게임들은 용산에 있는 수입게임 매장에서 소량구매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되자 일부 게임매니아들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싼 값을 주고 원하는 게임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상적으로 출시되었다면 3~4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게임을 환율과 배송비, 관세를 포함해 10여만원을 주고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불법복제의 피해를 엉뚱한 정품 사용자가 보고 있는 상황이다.

B 유통사의 ㄴ관계자는 “해외에서 유통되는 게임중 특히 시리즈의 원작을 유통했을 경우 후속작을 출시해 달라는 게이머들의 요구가 많지만 특수 매니아층만 보고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이 많던 PC게임 유통사들은 패키지게임을 접고 어떤 사업을 펼쳐나갈 것인가?
대부분의 유통사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콘솔게임 유통과 온라인게임 제작, 퍼블리싱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PS2와 온라인게임은 불법복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잘만하면 지속적인 고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누적 적자에 시달려온 유통사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뒤에 2002년 비디오게임 시장과 온라인게임 시장 현황에서 다시 한번 다루도록 하겠다.


패키지게임 시장을 살리자

시장상황이 이렇게 최악으로까지 간 데에는 불법복제 풍조가 만연된 게이머들에게 물론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사실은 유통사와 게이머, 그 사이를 이어주는 매체 등 모두의 책임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불법복제만 없어지면 과연 패키지게임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도 패키지시장을 누가 다시 살려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결국에는 유통사들의 피나는 자구 노력만이 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많은 게이머들이 불법복제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게임은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라는 이유 외에도 “정품게임을 구입해도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이유가 많았다. 돈이 없으니 복사해서라도 한다는 논리는 워낙 상식밖이니 넘어간다고 쳐도 정품사용자에 대한 사후지원 문제는 우리나라 유통사들이 간과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다.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전파로 게임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 받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P2P 서버를 이용한 게임 전송이나 팝폴더 등 다운로드 서비스에 의해서 자행되는 불법복제도 외국서버를 제외하면 국내의 실정법으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데 정부가 팔짱을 끼고 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사들도 협력단체를 조직해 패키지게임을 구입하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나 할인권 등을 공동으로 발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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