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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에서 PS2, X박스, 게임큐브가 모두 성공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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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이 과연 3개의 비디오게임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거대 게임 시장인가
2002년 겨울 한국의 비디오게임기 시장은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울 전망이다. 일찌감치 한국시장에 진출한 SCEK의 PS2는 그리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시장선점의 효과를 지키며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고 크리스마스 직전에 발매될 후발 주자 X박스도 거대 공룡그룹 MS의 후광을 입고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PS2를 추격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반인의 관심을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닌텐도의 게임큐브도 빠뜨릴 수 없다(이 3사를 편의상 게임기 3사라고 부르겠다)

한국이 거대 게임시장이라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근간이 되었던 PC게임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온라인게임시장이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으나 온라인게임도 솔직히 말해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한참 초과한 상태다. 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비디오게임기 시장도 자체 시장만으로는 한국이 그다지 큰 시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천만단위의 해외시장과 십만단위의 한국시장은 단순 수치상으로도 비교가 안된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단기간에 한국에서 비디오게임시장이 급증하리라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처음부터 큰 돈을 벌겠다고 들어온 시장이 아닌 줄은 알지만 PS2도 고작 십몇만대 나간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을 것이고 해외시장의 예로 미루어 볼 때 X박스의 판매도 획기적인 계기가 없는 이상 그다지 신통할 것 같지는 않다. 게임큐브는 사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② 파이는 크게 키워 온가족이 나눠 먹어야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이 먹혔던 곳이니까 비디오게임도 먹히겠지’
설마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잘못 짚은 것이다. 생각해 보자. 컴퓨터는 이제 완전히 생필품이 되었다. 문화생활과 각종 생활정보, 공부 때문이라도 컴퓨터를 안 살 수 없지만 비디오게임기는 어떻게 본다면 있으나 없으나 밥먹고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일종의 ‘사치품’이다. 또 이 ‘사치품’은 대부분의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자녀의 공부를 방해하는 ‘바보상자 2’임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애물이기도 하다.

게임기 3사가 ‘한국내 정식 발매’라는데만 의의를 가지고 있다면 사실 마케팅이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없겠지만 적어도 백만개 이상의 게임기를 판매하고 지속적으로 소프트를 팔면서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자기의 여가생활에 돈을 투자할 수 있고 부모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20대 후반의 직장 남자’를 타겟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정작 눈독을 들여야 할 대상은 엄마의 손을 붙잡고 시장에 나온 초등학생이나 항상 새로운 재미를 찾는 중고생들의 부모님이다.

현재 소니나 MS의 시장 마케팅을 보자. 말로는 “온가족이 함께...” 지만 사실은 “이래도 안할래?” 류의 자극적인 게임선전뿐이다(‘모 해변 배구게임’을 보면 정말 이런 생각밖에 안든다. 그게 꼭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 어느 부모가 수십만원의 돈을 들여 공부에도,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별 도움이 안되는 게임기를 “옜다” 하고 사줄 것인가?

기자는 솔직히 말해서 게임이 학교 공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가족간의 화목에는 절대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기자의 주변에도 기자의 권유로 게임기를 구입해서 저녁마다 온가족들이 즐겁게 지낸다는 가정이 꽤 있다. 게임기 하나를 구입해서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족간에 화목이 온다면 30만원 돈이 아까울 부모는 아마 거의 없으리라고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게임기 3사가 몰라서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돈이 안되거나 귀찮아서 안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이런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서 널리 선전을 하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온가족” 이라면서 실제로 온가족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포스터 한 장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의 PC와 온라인게임도 이런 것에 너무나도 소홀했다. 비디오게임도 비슷한 길을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게임기 3사는 비디오게임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으로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임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일을 해야 한다. 젊은이들만 넘쳐나는 젊음의 거리나 대형쇼핑몰에만 체험관을 만들 것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부터 체험관을 만들어야 한다. SCEK 측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면서 ‘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기’라고 TV 선전 문구를 가다듬을 생각만 하지 말고 정말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기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SCEK측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게임기를 사러 오면 가격을 인하해 준다든가, 게임 소프트를 구입할 때마다 온가족을 회원으로 등록해 같은 명의로 쓸 수 있는 쿠폰을 준다든가 하는 아주 자그마한 ‘가정에 대한 배려’도 본적이 없다(하다못해 동네 중국집도 쿠폰을 준다). 뭐 X박스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겠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게임기 3사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동의’가 없어서는 택도 없는 이야기다. PS2와 X박스 등에 들어있는 DVD 시청 기능은 게임기를 청소년의 방에서 거실로 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능이다. 게임기 3사가 당장 돈이 된다고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임들을 얼굴 마담으로 밀며 “우리 게임기는 이걸로 10만장을 팔았네” “우리 게임기는 이걸로 20만장을 팔았네”라고 자랑을 할 것이 아니다. 지금 게임기 3사가 해야 할일은 게임이 우리 아이들에게 해롭지 않고 가정의 화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게임기 3사 모두 말로는 쉽게 “일단 파이를 크게 키운다”고 이야기들 하는데 지금 파이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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