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온라인 RPG의 발전

/ 2

TRPG는 RPG의 기본이 되는 게임이면서도 왜 대중적인 취미가 되지 못했을까. 그런 의문은 연재를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모두들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바쁜 현대인들이 즐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는 RPG 매니아들을 한자리에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것이 바로 온라인 게임, 그중에서도 RPG를 기본으로 한 온라인 RPG게임이다. 과연 온라인 RPG게임은 어디서부터 시작했으며, 이젠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장르의 원류를 찾아라 : RPG편은 온라인 게임에 대해 알아보고,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바른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서 끝맺으려 한다.

등장인물 

승권
내가 TRPG를 시작한지도 어언 1년… 1레벨로 시작한 나의 도몬은 이제 18레벨의 어엿한 영웅! 이제 세계의 미래를 걸고 사악한 자들과 마지막 한판 승부가 기다리는데…

찬희
사내놈이 여자 목소리를 내는 꼴이란…. 어휴, 닭살. 하지만 파티에 없어서는 안될 치료와 보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찬희의 캐릭터, 레인.

혜지
이젠 엄청나게 강력한 마법으로 수많은 몬스터도 한번에 쓸어버리는 혜지누나의 마법. 멋져∼! 하지만 약한 체력은 역시 최종결전에서 문제가 되는데…. 누나, 누나는 제가 지킬께요!

RPG마스터 K
마스터도 이젠 거의 1년간 플레이를 함께 하면서 정이 들대로 들었지만…. 그래도 나의 연적이란 사실은 변함없지! 그런데 왜 1년 내내 저 옷일까? 옷장에 하얀 옷만 걸려있는거 아냐?

어두컴컴한 거대한 홀, 좌우에 놓여진 거대한 촛대만이 유일한 조명인 그곳에서 한 명의 검사가 인간의 형체를 지닌 거대한 그림자와 대치하고 있다. 한쪽 구석에서는 성직자로 보이는 엘프가 옆에 쓰러져 있는 마법사 차림의 여성에게 필사적으로 회복 주문을 외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방안 구석구석에는 불에 타고 칼에 베인 마물들의 모습들이 보여 방금 전까지의 사투의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포기해라! 네놈에게 승산은 없어. 마법의 도움없이 이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익… 웃기지 마라. 네놈 따위…."
"무모한 짓은 그만두는 게 좋아. 동료들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해볼 셈이냐?"
"…우우…."
"어떠냐. 지금이라도 내 제의를 받아들이는 게. 네 동료도 책임지고 완치시켜 주겠다."
"…으윽…."
"안돼."

가늘지만 강한 의지를 담은 목소리가 한쪽 구석에서 들려왔다.

"도몬, 저 자가 그동안 이땅에 흘린 피를, 그리고 앞으로 흘리게 할 피를… 기억…."
"아직 말하면 안돼."

레인이 다급히 제지하며 그녀에게 다시금 회복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어쩔껀가. 동료의 목숨을 걸고서 도박을 해볼테냐? 두번의 기회는 없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어!"

검사 도몬은 칼을 고쳐잡으며 말했다. 화려한 고대어 부조가 들어가 있는 갑옷은 여기저기가 갈라져 있고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동료와 내 목숨만을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이곳에 오지도 않았어."
"후후… 어리석은! 가능성도 없는 일에 자신과 남의 목숨을 던져 넣겠다는건가!"
"가능성이 없다고 누구 맘대로 결정한거냐!!"

어느 순간 오직 촛불만이 비추이던 홀에 한 줄기씩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칼에 의지해서 간신히 서 있는 전사, 그리고 마찬가지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전사에게 다가서는 성직자와 마법사.

"이…겼군…."
"잘해냈어. 도몬."
"응. 멋진 일격이었어."
"아냐…. 모두의 힘이지. 모두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곳까지 오지 못 했을꺼야."
"응, 확실히."
"어찌됐건 이제 끝난건가…."
"아니…"
"?"
"평범한 말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인거야. 다시금 희망을 잡았으니까…"
"그렇군."

K : 수고들 했네. 모두들.
승권 & 찬희 & 혜지 : 수고하셨습니다.
K :  흐음. 마지막에 크리티컬이 나오지 않았다면 힘들었을꺼야. 고레벨 전사의 크리티컬은 역시 무섭구만. 어찌됐건 근 1년만에 캠페인을 하나 마치니 감개가 무량하군. 음음. 오랜만에 열혈물 마스터를 해봤구만. 후후.
승권 : 열혈물이요?
혜지 : 그러고보니 이번 시나리오에는 복잡한 정치음모나 세력 다툼 같은 건 거의 없었네요.
찬희 : 음 계속 모험만 했던 것 같아.

K : 음. 승권군이 연기를 잘해서 말이야. 열혈물(熱血物), 이른바 전투 중심의 플레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플레이어가 잘 맞춰주지 않으면 재미가 없는 법일세. 초보답지 않게 열심히 플레이도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대사도 씩씩하게 하고 말야. 음. 좋은 플레이어랑 플레이를 하게 되서 참 기쁘군.
혜지 : 맞아. 승권이는 정말 RP(Role Playing : 역할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 같이 해서 참 재밌었어.
승권 : (오옷, 저 혜지 누나의 천사같은 미소! 아아∼ 행복∼)헤헤. 뭘요. 하지만 엔딩을 보니까 기쁜 건지 섭섭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해피 엔딩이지만. 조금 더 도몬이란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기도 하고.
찬희 : 저도요. 1년짜리 캠페인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보통 3-6개월 정도니까.
혜지 : 저도 TR을 꽤 오래했지만, 1레벨부터 18레벨까지 키워보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승권 : 에에? 원래 한 1년 정도 하는거 아니었어?

혼자 할 수 없는 TRPG
마스터 K : 하하. 승권군. 원래 1년 넘게 한 캠페인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네. 아무래도 중간에 멤버들간에 사정이 생길 수도 있고, 또 1년 넘게 계속 플레이를 할 장소를 마련하기도 어렵지.
승권 : 으음 역시 언젠가 마스터 K형이 말했듯이 혼자서 할 수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기는군요.

혜지 : 응… 역시 그래. 매주 토요일마다 이렇게 나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걸. 시간이 빌 때마다 할 수 있는 게임도 아니고, 미리 약속을 정해놓고 그때에 나와야 하고, 멤버 중에 몇 명이 사정이 생기거나 하면 그 주 플레이는 하지 못하고 말야.
찬희 : 아, 정말 사실 저번에 마지막을 볼 수 있었는데 제가 친척집에 가느라고 못했었죠. 지난달엔 친구들이 겜방 놀러가자는 거 다 뿌리치고 오니까 혜지 누나가 아파가지고…. 이렇게 누가 안나와서 못하게 되면 아무래도 화나죠. 왠지 갑자기 RPG가 하고 싶어졌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번 있는 건데….

승권 : 음…. 언제나 내 맘대로 TRPG를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야. 나도 매주 엄마 눈치보고 빠져 나오기 힘들었어.
K : 이런이런, 전부 불만이 많았었나보군.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감안하고도 충분히 즐겁지 않은가? 그리고 전원의 시간이 충분하다고 해도 마스터한테는 시간이 필요하다네. 몬스터도 골라야 하고 시나리오도 짜야 하고. 어차피 게임에 너무 지나친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는 적당한 시간만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하네만.
승권 : 휴, 맞는 말이지만… 헤헤. 아무리 그래도 하고 싶을 때 할 수 없다… 라는 건 아무래도 약점이잖아요. 이런 걸 생각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K : 그런걸 보완해서 ORPG라는 것도 있지. Online RPG란 뜻으로, TRPG를 채팅으로 하는 거라네.
찬희 : 아, 그렇죠. ORPG가 있었어요. 저도 몇번 해봤죠.
승권 : ORPG? 음… 그런 방법도 있겠구나. 하지만… 주사위는 어떻게 굴려?
K : 예전에는 플레이어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ORPG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 게임용 주사위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런 걱정은 덜어졌지.
승권 : 음, 그래도 불편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직접 모여서 하는 것만 못하잖아요?
찬희 : 음 온라인 게임, 그 중에서도 RPG를 기본으로 한 게임들이 그런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게 아닐까?
승권 : 아, 리니지나 드래곤라자 같은 게임 말이지?

온라인 RPG의 시초 :  머드(MUD) 게임
찬희 : 맞아. 그런 게임은 여러 게이머들이 함께 하는 것이니까 TRPG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잖아.
K : 음. 온라인 게임이라… 온라인 게임의 원류라면 일단 머드(MUD)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군.
승권 : 머드요? 머그(MUG)가 아니라요?
K : 오, 머그에 대해서 알고 있나보군.
승권 : 그럼요. 멀티유저 게임(Multi User Game) 의 준말이잖아요. 혼자서 하는게 아니라 여러 명이 하는 게임을 말하는 거죠. 에헴.
K : 음. 하긴 국내에서 서비스중인 것과 개발중인 것을 모두 합하면 100개가 넘을 정도로 요즘은 머그게임이 많이 등장하고 있으니….
혜지 : 100개가 넘어요? 정말 많네요?
K : 어느 정도는 반짝 인기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국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을 그만큼 좋아한다는 것이겠지. 그중에서도 RPG를 기본으로 한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혜지 : 오빠. 그건 그렇고 머드가 뭐죠? 머그랑 머드는 뭐가 틀린거죠?
K : 머드는 멀티유저 던전(Multi User Dungeon)의 약자라네. 처음으로 만들어진 텍스트 기반의 멀티유저 게임이 지하동굴을 탐험하는 형식의 게임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지. 대부분은 미국 대학의 서클이나 연구원들이 교내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만들어서 즐기기 시작한 것이라서 그 시작이 언제인지 명확하게 잡아낼 수는 없다네.

혜지 : 멀티유저 던전이요? 그건 어떤 방식의 게임이었어요?
K : 텍스트(문자) 기반의 게임들이었지. 지금처럼 상호간의 대화를 지원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누군가가 이 동굴에 있는 아이템을 집거나 몬스터를 죽이면 다른 사람이 거기에 갔을 때는 그 아이템이나 몬스터는 이미 없어진 상태가 된다는 정도의 간단한 것으로 시작을 했지. 그 당시에는 네트워크가 그렇게 활발하게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고 일반인들이 네트워크를 사용할 기회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사설 머드들이 계속 만들어지곤 했었지. 텍스쳐 기반의, 그리고 동시접속자 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머드는 제작이 쉽기 때문에 당시 프로그래머들의 손에 의해서 상당히 많은 머드들이 제작되었다네.
찬희 : 흐음… 그랬군요.

상업화된 머그의 시작
K : 하지만 머드나 머그의 상업화는 오히려 국내가 더 빨랐지. 세계 최초의 그래픽 머그인 바람의 나라도 우리나라의 넥슨 사에서 제작된 것이지.
승권 : 예?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만든 건가요? 의외인데요?
K : 그렇다네.  바람의 나라는 잘 알다시피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그래픽 머그이지. 배경도 과거 고구려 지방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 그 외에도 국내에서 상용화되어 있는 그래픽 머드들은 상당히 많은 편이지. 만화나 소설 원작을 배경으로 한 게임도 있고, 오리지널 세계관을 도입한 게임들도 있다네.
승권 : 리니지도 만화 원작이고… 드래곤 라자도 소설이 원작이니까… 정말 그렇네요.
K : 그 외에도 외국에서 나온 머그들도 몇 개 있지.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오리진 사의 울티마 온라인, 소니 베런트의 에버퀘스트,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 사의 에쉬런즈 콜 등이 있지. 전부 다 독자적인 시스템과 세계관들을 가지고 있지.
혜지 : 오빠도 참. 그 게임들을 다 해보신 거에요?
K : 후훗, RPG마스터라고 내세우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온라인 게임을 하다보면 TRPG의 시나리오를 짜는 것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하지. 그리고 이런 온라인 게임들은 TRPG가 궁극적으로 가게 될 길일지도 모르거든. 네트워크 RPG라는 시스템은 말일세. 그러니 나름대로 비교해보고 각 게임이 취하고 있는 시스템의 장점이나 단점을 알아보는 건 꼭 필요한 일이겠지.
혜지 : 여전히 연구 열심이네요.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 바람의 나라

▶ 리니지

▶ 울티마 온라인

▶ 에버퀘스트

온라인 게임 성공의 열쇠
승권 : 에… 그런데요, 온라인 게임은 대부분 RPG를 기본으로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게임들의 게임 시스템 차이가 그렇게 큰가요?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거기서 거기일 것 같은데 전부. 제가 해본 것은 리니지 뿐이라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K : 글쎄. 같이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시스템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네. 나는. 무엇보다도 서로간에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같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려면 공평하고 적절한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네.
혜지 : 적절하고 공평한 시스템이요?
K : 적절한 시스템이라고 말하면 성장이나 전투 밸런스 같은 것이 잘 맞추어져 있는 것을 말하는 거지. TRPG에도 많은 종류의 시스템이 있듯이 시스템은 여러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지. 크게 나눈다면 정해진 직업이라는 형태를 가져서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강해지는 형태의 시스템과, 자신이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 계속적으로 성장하는 방식의 시스템, 그리고 이것을 섞어 쓰는 시스템들이 있겠지.
승권 : 어떤 차이를 가지지요?
K : 흐음…. 난 개인적으로 머그에서는 직업이라는 것을 가지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네. 자신이 많이 사용하는 스킬이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은 자기가 필요한 스킬들을 대부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하지. 서로간의 협력의 의미가 많이 사라지게 된다네. 그런 경우에는. 회복만을 담당하는 마법사라던지. 대부분의 머그들이 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걸 보면 전투에 있어서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네. 남하고 같이 할 필요가 없다면 공동체는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그 두가지를 절충해서 대표적인 온라인 RPG라고 할 수 있는 울티마 온라인에서는 스킬을 쓰면 쓸수록 계속 성장하긴 하지만, 결국 스킬치의 합이 어느 정도 선을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지. 그런 점으로 인해 높은 평을 받고 있기도 하고.

승권 : 웅… 뭔가 어려운 소리를 또 하고 있군요. 마스터.
K : 그럼 이렇게 설명해보지. 남하고 같이 하지 않는 RPG라면 그냥 혼자서 싱글게임으로 즐기는 디아블로 2나 마찬가지라고.
승권 : 음,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걸 가지고… 무슨 소린지는 아까 알았는데… 말이 너무 질질 길어지잖아요. 보고있던 독자들은 딴 페이지 넘겨버려요.
K : -_-;

승권 : 하지만 뭔소리인지는 알겠어요. 남하고 같이 할 필요가 없다면 그냥 혼자 하는 RPG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굳이 여러 사람이 즐기는 게임을 할 필요도 없을테고 또 남에게 아쉬울 게 없으니까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나올 수 있겠군요. 머그라고 하긴 힘들지만, 디아블로 2 같은 경우엔 거의 혼자서 플레이하잖아요.
K : 바로 그걸세. 온라인 게임은 커다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네. 온라인 설비가 갖추어진 컴퓨터만 있다면 언제나 자기가 원할 때 접속을 해서 여러 사람들과 모험을 즐길 수 있지. 서로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원한다면 TRPG처럼 역할 연기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하지만 이러한 환경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온라인 게임은 같이 즐기는 것, 그리고 같이 할 때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지. 같이 할 필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적절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네.

승권 : 음… 전투를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 모르겠네요.
K : 그렇지. 이미 그런 식으로 몬스터를 굉장히 강하게 만들어서 성공한 온라인 게임이 있다네. 파티의 협동 플레이가 다른 어떤 온라인 게임보다도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에버퀘스트가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지.
혜지 : 에버퀘스트라… 웬지 끝없는 모험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멋진걸.
K : 그럼 아까 말한 공평한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이건 모험의 결과로 들어오는 경험치나, 아이템, 돈 등의 분배가 공평하게 나눠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하지. 단순히 수치적으로 골고루 나눠지는 것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전투부분이 아닌 스킬을 올리는데 드는 시간이나 노력이 비슷해야 한다던가, 그 노력으로 나오는 대상의 가격이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지. 단기간에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몇달의 노력을 한번에 이룩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온라인 게임의 큰 재미 중 하나인 '키우는 재미'를 저하시키게 되지.

찬희 : 음… 맞아요. 마치 컨닝을 해서 밤새 공부를 열심히 한 애보다 성적이 높게 나오는 것과 같은 거네요. 승권이처럼.
승권 : 엥? 내가 언제 컨닝했다고 그래! 난 언제나 열심히 공부한다고!(저게 누나 앞에서 무슨 망신을 시키려고!)
찬희 : 후훗. 증거가 없으니 큰소리 칠 수 있겠지. 하지만 난 안다고∼ 영어 시험에 반장 재필이 답안 컨닝한 것, 내가 뒷자리에서 잘 봤지∼
승권 : 아, 아냐! - -+(넌 나의 제거 대상 1호다!)
K : (혜지 목소리로)어머어머, 싸우지마아∼ 싸우면 미워∼.

승권 & 찬희 & 혜지 : 마스터!!! 제발 그건 하지마욧!!!
K : 어허, 세 사람의 눈빛을 보니 온라인 게임에서 또 하나의 큰 문제인 PK도 생각나는군(-_-;;;).

찬희 : PK요? PK가 뭐죠?
승권 : 우훗, PK도 몰라? PK는 플레이어 킬링(Player Killing) 또는 플레이어 킬러(Player Killer)라고 해서 온라인 게임에서 무단으로 다른 캐릭터를 죽이는 걸 말하는 거야.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게 아니고 뒤통수 쳐서 죽이는 거지(으쓱!).
혜지 : 어멋? 왜 남이 곱게 키운 캐릭터를 함부로 죽이니?
승권 : 맞아요. 누나. 그래서 문제죠. 저도 디아블로 2나 리니지하면서 PK 많이 당해보고 또 죽여보기도 했지만, 자기가 할 땐 재미있어도 남한테 당하면 열 받아요. 그래서 요즘은 안하죠(음…사실 어제도 디아 하다가 PK를 하긴 했지만 누나가 싫어할 것 같으니 안한 척 ^^;).
K : 승권이 말이 맞네. PK는 게이머들의 캐릭터 중 누가 강한지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까딱 잘못하면 고레벨 게이머들이 장난 삼아서 막 시작한 게이머들의 캐릭터를 마구 죽여버릴 수도 있지. 서로간의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네. 물론 사실성이라든지, PK 시스템이 가지는 특유의 재미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즐거운 RP(Role Play : 역할 연기)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네. 어디까지나 RP적인 재미를 말하기는 하지만.

승권 : 하지만 서로 실력을 겨루고 싶은 것도 있잖아요. 자기보다 저렙 캐릭터를 괴롭히는 것은 좋지 못해도 PK가 빠지면 재미없어지는 온라인 게임들도 있는 걸요.  
K : 승권군 말이 옳다네. 다른 캐릭터와 전투를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라네. 하지만 그런 건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이니 PK라고 하지 않고 듀얼(Duel : 대결, 결투)이라 해야겠지. 서로 양해를 구하고 실력을 겨루는 듀얼은 장려해도 PK는 권장하지 않는 적절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하겠지.
승권 : 으음, 맞아요. 정정당당하게 싸우다가 죽으면 크게 열 받진 않지만, PK당하면 정말 그 사람이 누군지 찾아가서 그냥…!
K : 이미 각종 온라인 게임에서 PK를 막는 여러가지 시스템을 만들어두곤 있지만, 자신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을 괴롭히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
승권 : 맞아요. 리니지에서도 PK하면 카오가 되는데도 왜 PK를 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온라인 게이머의 바른 자세
K : 사실 플레이어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네. TRPG는 서로 잘 아는 사람들끼리 소수가 모여서 하는 것이니, 많다고 해도 대부분 6∼7명을 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게임이지. 그러니까 다소의 룰을 변환시키는 것도 가능하잖나?
혜지 : 맞아요. 예를 들면 저희도 AD&D를 할 때 3d6으로 결정하는 능력치를 4d6으로 굴린 후 제일 작게 나온 주사위를 빼니까….

K : 좋은 예다. 하지만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어서 같이 게임을 진행시키는 네트워크 게임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하게 되지. 온라인 게임은 세상사와 같아서 잠깐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는 사람들도 있고, 남이 힘들여서 잡아놓은 몬스터에서 나온 아이템을 가로채거나. 상대방에게 욕설을 하거나 한다면 결국 서로간에 협력을 하는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겠지. 모두 통신상에서의 익명성 때문이랄까.
승권 : …(으음… 나도 솔직히 그런 적 많은데…).
혜지 : 응? 승권이 표정이 왜 그러니?
승권 :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예리한 혜지 누나 -_-).
K : 네트워크가 많이 발전되면서 국내에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같이 한다는 인식을 가지지 못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여러 사람의 재미를 망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생각하네. 단순히 온라인 게임만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2 같은 멀티플레이 게임의 경우에도 매너가 좋지 않다라는 이유로 한국인이랑의 대전을 기피하는 외국인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 솔직히 좀 씁쓸한 게 사실이지. 오히려 익명성 아래에서의 인격이 그 사람의 참된 사람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텐데.
승권 :고백하자면, 사실 저도 리니지 같은 걸 하면서 PK를 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일을 하지 않은 건 아닌데요, 마스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부끄러워지네요. 말하자면 게임은 즐기기 위한 것이라지만, 그렇다고 자기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남의 재미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겠죠?

K : 그렇다네. 온라인 게임에 따라 서로 다른 재미들이 있겠지만, 결국 혼자서 하는 RPG가 아닌 이상 서로간에 협력을 하면서 그 안에서 더 큰 재미를 찾는 것이 RPG의 궁극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의미겠지.
승권 : 좋아요. 저도 이제 매너 게이머가 되겠어요! 이젠 남 괴롭히지 말아야지!(이건 진짜!)
K : 승권군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네. 언제나 TRPG를 하는 기분을 잊지 말게나.
K : 그건 그렇고… 다음 캠페인 말인데, 승권군이 마스터를 해보지 않겠나?

승권 : 옛?
K : 승권군 정도의 역할 연기 실력과 RPG에 대한 정열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네. 내가 도와줄테니 어떤가?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마스터링해보는 것은?
승권 : (혜지 누나 목소리로)어머어머 좋아라∼ 오빠, 제가 정말 해도 되는거에요?
찬희 : -_-;;;
혜지 : 어휴! 너도 점점 K 오빠 닮아가는구나!
K : 하하하! 훌륭하군 그래! 승권군은 제 2의 RPG마스터 K가 될 자질이 풍부하군!
혜지 : 승권아. 넌 저런 변태(-_-)오빠처럼 되면 안돼!
승권 : (헉…! 그랬었어…! 혜지 누나도 마스터를 무조건 좋아하는건 아니었구나…)네 알았어요. 여하간, 열심히 해볼께요! (그래. 이제 시작이야! 지금이야말로 RPG 마스터로 도전하는 첫걸음! 두고봐. 혜지 누나의 마음을 얻는 것은 바로 나라구!!)

<글 | 이찬희>
<구성책임 | 이종우 기자 Kazer@powerzin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만평동산
2018~2020
2015~2017
2011~2014
2006~2010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