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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개발자가 한국으로 ‘아주’ 왔다. 블리자드에 한국인 개발자가 있었던가라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어쨌든 레드문, 프리스트로 온라인게임개발사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는 JC엔터테인먼트가 삼고초려 끝에 블리자드의 그래픽 리드 디자이너인 이장우씨를 데려왔단다. 바늘구멍 뚫고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블리자드에서 해외 인지도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JC엔터테인먼트를, 그것도 잘 나가는 리드 아티스트가 선택한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게임메카는 서둘러 JC엔터테인먼트의 비밀 아지트를 찾아가 화제의 인물 이장우 개발이사를 만나보았다.
도대체 한국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라면 지나가는 강아지조차 알아본다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게임개발사인 블리자드. 전 세계 포진한 많은 게임개발자 지망생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터인데… 대체 무슨 이유로, 1억대의 연봉과 블리자드가 제공한 영주권까지 뿌리치고 JC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한 것일까. 혹시 돈 때문에?
‘돈을 많이 주던가요’
라는 다소 무식하고도 직설적인 질문으로 인터뷰의 서문을 열려는 찰나 남대문 뒷골목에서 떨이로 파는 듯한 소박한 티셔츠 차림의 이장우 개발이사가 나타났다. 어라… 아무리 봐도 이사라는 직함에 어울릴만한 행색이 아닌데. 미국에서 오랜 개발경력을 가진 인물이라 약간은 거만한 태도를 기대했던 본 기자의 예상을 깨고 ‘돈’이라는 문제에서 초월한 듯한 모습의 주인공이 나타나자 적잖이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장우 개발이사는 “요즘 꽤 많은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텐데 피곤하지 않느냐”는 접대용 멘트를 날리자 “찾아와주시는 것만 해도 영광이죠”라는 그다지 미국적이지 않은(?) 대답으로 또다시 기대에 어긋나는 반응을 나타냈다. 어쨌든 이 내용이 가장 궁금하지 않겠는가.
“블리자드에서 한국으로 온 이유가 뭐죠?”
유난히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장우 개발이사는 대답을 이어나갔다. “작년 블리자드에 방문한 정통부의 시찰단을 안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JC의 김양신 사장님과 부사장님을 소개받았죠. 굉장히 인상이 좋으셨고 열정이 넘치던 분이었습니다”. 서로 뜻이 맞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37살이라는… 적다면 적은, 많다면 많은 나이에 9살이 된 딸이 있고 현지에서 대학강사로까지 명성을 떨쳤던 그가 한국을 선택할만한 이유로는 적당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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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에 입사한 뒤 이야기입니다. 제 옆방에 근무하던 분이 블리자드 노스의 현 부사장인 빌 로퍼였죠. 한번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리니지를 두고 그다지 좋지 못한 평가를 하던 그의 말을 듣게 됐습니다.” “글쎄요. 당시엔 몰랐지만 점차 한국인으로서의 오기가 생기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무엇을 만들어나가고 싶었던 열정이 저를 다시 고국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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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만능 엔터테이너야~ 경기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단다. 클론의 구준엽과 서로 춤을 가르쳐주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20대엔 흘러간 그 가요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세션을 맡기도 했단다. 다양한 경험이 예술을 낳는 것일까? 어쨌든 그는 대학시절 집 안에 일주일이나 틀어박혀 드래곤볼Z를 즐긴 후 인생의 방향을 ‘게임’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추계예술대를 졸업한 1992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아카데미 오브 아트 칼리지에서 일러스트와 3D 그래픽 분야를 수료했다. 그 후 디즈니 컨셉 디자이너, SNK 미국지사, 3DO를 거쳐 블리자드에 입사해 리드 아티스트로 근무하며 휘황찬란한 이력을 써내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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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비밀을 알려주오
이장우
개발이사가 이렇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한달 전만해도 그의 명함에
찍혀있었을 ‘블리자드’라는 간판 때문일 것이다.
“거기 일은 어땠나요. 혹시 좋지 않은 일로 회사를 옮기신건 아닌지…”
본 기자는 리차드 개리엇과 EA의 불편한 관계를 연상하며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장우 이사는 “절대 아닙니다”라며 박장대소를 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이루어내고픈 열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으로 온다고 했을 때 블리자드에서도 많이 말렸습니다. 들어가기도 힘든 곳이었던만큼 작은 아쉬움은 남지만 결코 미련은 없습니다.”
이장우 이사가 그곳에서 일한건 디아블로 2 출시 후 한창 많은 게이머들이 폐인의 길로 접어들고 있을 무렵이었다. 당시 패치작업을 위해 일부 모델링을 손보는 일을 하다가 신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데… 내 눈이 반짝이는걸 보고 이장우 이사는 약간 당황스러운 얼굴빛을 감추지 못한다. “어떤 프로젝트였던가요? 뭐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라던가 와우와 같은 타이틀인가요?”
“아닙니다. 신규 프로젝트입니다”
“헛…”
현재 블리자드에서는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외에도 2가지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더 꼬치꼬치 캐물어보려고 했지만 재빠른 눈치로 굳게 입을 다문 이장우 이사. 가만있자 이장우 이사가 줄곧 디아블로를 개발해왔던 블리자드 노스에서 근무를 해오고 있었으니… 그곳의 신규 프로젝트는 ‘디아블로 3’ 렸다?
해외와 국내의 개발체계는 무엇이 틀리다고 생각하세요?
그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건 본인이 일하는 방식에 따라서죠.”
"음 그런가요? EA 본사를 방문해보니 개발자와 마케팅 담당자를 막론하고 오후 6시가 되면 사무실의 불이 모두 꺼지고 셔터가 내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대체로 이런 좋은 출퇴근 환경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는지 궁금하군요.“
“EA는 보통 한 프로젝트에 100~130명이 달라붙죠. 게다가 그 개발진의 스케쥴을 관리하는 인원만 30명이 넘습니다.”
개발자들의 스케쥴을 철저히 관리해주는 매니저들이 30명이 넘는단다. 그것도 프로젝트 하나당… “EA는 미국에서도 매우 큰 기업입니다. 미국이라고 다 좋은게 아니죠. 야근도 많이 하고… 개발실정 자체는 국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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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C의 프레스 코너엔 그에 관한 기사들로 가득하다 |
▶ 아직 세팅이 덜된 듯해 보이는 자리지만... |
하지만 그는 한국과 미국의 게임개발체계에서 가장 큰 차이점으로 차기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이 미진한 것을 꼽았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기술력이라든가, 그래픽 등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건 아이디어죠.” 그는 말을 이었다.
“물론 오랜기간의 경험이 축적된 이유겠지만 블리자드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인원만 약 30명정도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6개월간격으로 수많은 기획을 짜서 보고하는 일을 하죠. 만약 기획이 좋다면 곧바로 프로젝트에 착수합니다. 모든 걸 마련해둔 상태로 필요한 인원만 뽑아 기획대로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거죠.”
그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새로운 투자없이 오랜기간동안 현실에만 안주하려고하는 국내의 무사안일형 시스템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의미로 엔씨소프트에서 공개를 앞두고 있는 리니지 2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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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우 개발이사의 몬스터 일러스트 #1 |
▶ 이장우 개발이사의 몬스터 일러스트 #2 |
한국 온라인 게임의 특징. 그는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렇군요. 그렇다면 오픈베타테스트라는 형식의 한국
온라인게임의 서비스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하나의 마케팅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한국에서 잘 소화해낸 형태지만 덜 만든 게임을 오픈한다는 건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이겠죠.”
그는 오픈베타테스트 자체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으로 잘 정착시킨다면 개발사나 유통사에게 큰 득이 될 수 있겠지만 근래 보여주는 것처럼 미완의 작품을 섣불리 공개하는 것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현거래는?
“아이템이 희소가치를 발휘하는 건 분명 온라인게임에서 게이머들을 붙잡아 두는 가장 큰 매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인끼리 그러한 거래를 하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행태는 피해야겠죠.”
국내에서 해외 게임개발사로의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주고 싶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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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블리자드 사에 어느 한국분의 포트폴리오가 도착한 적이 있었습니다. 퀄리티가 매우 뛰어났기에 블리자드에서 저를 불러 따로 연락을 해보라고 했죠.” 그래서 그는 한국쪽에 연락을 했단다. “인터뷰를 하러 블리자드에 방문해주시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중견게임개발사에서 중역으로 근무하던 그는 이 이야기를 곧 블리자드로부터의 러브콜로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회사를 그만둬버렸다고 한다. 너무 성급했던게 아닐까? 그는 직장을 잃은 탓에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인터뷰마저도 무산돼버렸다고… |
“무조건 해외 게임개발사에 입사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준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기본적인 영어 정도는 익혀두는 것이 좋지만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다니며 차근차근 준비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원하는 쪽이 좋겠죠.”
현재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개발자들의 실정에 대해 물어봤다.
“한국인 개발자가 상당히 많은 건 사실입니다만 대부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면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취업비자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영어만 파고든다거나 하는 방식의 준비는 지양하는 편이 좋겠죠. 실력만 좋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친구가 드림웍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영어가 꽤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어느날 그 친구가 기획자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 의도와는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죠. 그러자 드림웍스 측에서 통역자를 고용해 그 친구 옆에 붙여주더군요.”
이장우 이사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력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좋지만 마치 돈을 따라 회사를 옮겨 다닌 듯 짧은 근무기간의 경력사항을 내세우는 건 좋지 않습니다. 게임업계가 이직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실성’을 중요시하는건 국적을 막론한 공통적인 필수요건 중의 하나겠죠.”
끝으로...
현재 JC엔터테인먼트는
이장우 개발이사를 스카웃함과 동시에 대형급 온라인게임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아직은 기획단계에 있는 상황입니다. 개발기간은 2년 정도로 잡고 2005년 완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MMORPG라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현재까지 모든 게임이 답습해온 핵앤슬래쉬 형태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게임이라는 걸 장담드리죠. 7월쯤에 정보를 공개할텐데 너무 놀라지 마세요. ^^”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참신한 인재를 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꿈을 펼치고 싶은 개발자 분이나 지망생 분들은 부담없이 JC엔터테인먼트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똑같은 흥행코드를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우리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야 해외에도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안정된 직장과 명성을 모두 뿌리치고 들어온 이장우 개발 이사의 눈은 한국을 세계적인 게임개발의 산실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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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승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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