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RPG마스터 K의 TRPG 여행: 마법편 (1)

/ 2

RPG를 대표하는 두가지를 들어보라고 하면 여러분은 무엇을 들겠습니까? 검, 마법, 드래곤…. 이중에서도 검과 마법은 RPG의 영웅들이 험난한 모험의 세상에서 살아나가는 데에 정말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마법의 존재는 RPG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중세 시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보통의 RPG 세계관은 마법이 등장함으로서 비로소 판타지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나 할까요? 이번 저와 함께하는 TRPG 여행에서는 D&D의 마법 세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 1: TRPG는 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 주사위와 종이, 펜을 가지고 즐기는 컴퓨터용 RPG의 원조가 되는 D&D, 소드월드, Gurps 등의 게임을 총칭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지난 연재를 참조하세요.

주 2: 본 기사에 나오는 설정들은 AD&D와 D&D 3rd(써드)의 설정에 나오는 것입니다. 모든 RPG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 아님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삽화는 D&D 3rd의 설정이므로 AD&D와는 다른 점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랜만에 등장인물 소개!

RPG마스터 K
직업: RPG마스터/ 마법사 레벨 9
나이: 불명
유래: 만화 ‘원고 마스터 J’의 패러디 인물.

정체불명의 RPG마스터. 일견 진지하고 신중한 성격인 듯하지만, 그것은 단지 페인트일 뿐…. RPG에 대해서는 TRPG든 CRPG든 뭐든 도통했다.

승권
직업: 중학 3학년/ 전사 레벨 3
나이: 16세
유래: 필자의 옆에 앉았던 기자 아돌의 이름을 아무 생각없이 따옴.

RPG를 좋아하는 학생으로 CRPG를 즐기다가 찬희의 소개로 TRPG에 입문했다. 전사 캐릭터를 주로 플레이했지만 이제는 마법사가 되어보려고 하는데….

 

찬희
직업: 중학 3학년/ 로그(Rogue) 레벨 4
나이: 16세
유래: 이 연재를 쓰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필자의 이름을 따왔다.

승권을 TRPG의 길로 인도한 같은 반 친구. 공부벌레로 평소에도 책 읽기를 즐긴다. 본 연재 중에 가장 존재감이 희미한 수준.

혜지
직업: 대학 1학년/ 성직자 레벨 3
나이: 20세
유래: 아무 생각없이 여자 이름 생각해낸 것. 가끔 실존 인물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승권이의 짝사랑 대상이지만 존재감은 이미 희박해지고 있다. -_-; 가끔 공주병이 있지만 그래도 다음에 소개할 셀린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대마법사 셀린
직업: 마법사 레벨 20
나이: 500살(추정)
유래: 필자의 디아블로 2의 소서리스 이름. 현재 레벨 87로 레벨업을 중단하고 앵벌이만 하고 있다.

엘프라서 그런 건지 마력의 힘인지 500살의 나이에도 탱탱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대마법사이자 이번 플레이에서 K의 스승. 심각한 공주병에 여왕기질, 표독함을 모두 갖고 있다.

지난 이야기
RPG마스터 K의 괴상한 취미 덕에 고생만 죽도록 한 승권, 찬희, 혜지 일행. 승권은 메테오 한방으로 다크엘프떼를 한번에 처치해버린 대마법사 엘민스터를 보고 감동하여 마법사의 길을 걸을 것을 결심하는데….

1. 마법이 최고!
K 일행, 즉 승권, 혜지, 찬희와 RPG 마스터 K는 지난 모험을 회상하며 숲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승권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승권: 역시 마법이 최고야~! 그 엄청난 위력이라니! 디아 2에서도 소서리스가 최강을 달리고 있잖아? 나도 엘민스터님 같은 최강의 마법사가 될 테야!
혜지: 그렇다고 엘민스터같이 강해지는 걸 마스터가 가만히 놔둘까…?
찬희: 어쨌든 디아블로에서도 바바리안밖에 모르던 승권이 녀석이 마법사를 하겠다니, 한번 시켜보는게 어때요?
K: 음…. 좋아. 마침 근처에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스승님이 계시니 그곳에 찾아가서 전직해보도록 하자.
승권: 만세! 빨리 가요! 아쟈!

승권 일행은 자그마한 언덕 위에 있는 K의 스승이 산다는 탑에 도착했다. 겉보기엔 굉장히 낡은 석조 탑이었다.

승권: 여긴가요? 이 낡은 탑에 마스터의 스승님이?
K: 그렇다네. 계실지 모르겠군…. 스승님! 계십니까?
K는 탑의 낡아빠진 문을 두들겼다. 똑똑…. 순간!

펑!!!!!!

큰 굉음과 함께 문 안에서 엄청난 연기가 새어나왔다. K와 일행은 순간 놀라서 문을 박차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승권: 쿨럭쿨럭! 무슨 일이지?
K: 스승님!
?: 쿨럭쿨럭!

탑 안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K: 괜찮으십니까?
?: 아아, K군? 난 괜찮으니 걱정말아요. 새로운 마법을 실험하다가 이렇게 되었지 뭐에요. 아, 그런데 이 사람들은? K 당신의 동료들인가요?
혜지: 어멋!
승권: 앗!
찬희: 헉!
승권 일행이 K의 스승을 보고 놀란 까닭은 무엇일까? K의 스승은 아름답고 젊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승권 일행이 K의 스승을 보고 놀란 까닭은 무엇일까? K의 스승은 아름답고 젊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 오호호호! 나의 미모를 보고 다들 놀랐나 보네요? 호호호~
승권: 아…! 누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대마법사라고 하셔서 할아버지 모습을 생각했는데….
찬희: 쩍(입 벌어지는 소리)
혜지: …(하여간 남자들이란…. 그래도 내가 봐도 이쁘네 -_-)
K: 자, 소개하겠네. 이쪽은 나의 스승님, 대마법사 셀린님이시라네. 셀린님. 이쪽은 저의 동료들입니다. 여기 있는 승권군이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스승님께 데리고 왔습니다.
승권: 그런데 스승님은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한 20살도 안돼 보이시는데… 대마법사라니….
셀린: 아아, 숙녀의 나이를 묻는건 실례가 아닐까요?
K: 핫핫. 다들 겉모습과 말투에 속으면 안된단다. 셀린님께서는 무려 500….

대마법사 셀린이 K를 째려보며 손가락을 까딱하자 K는…

K: 우읍!
셀린: K. 당신이 요즘 저한테 혼나지 않아서 그러는가 보네요…. 아우터플레인(Outer Plane)에서 핏피엔드(Pit Fiend)한테 혼나보겠어요? 숙녀의 나이는 함부로 말하는게 아니란 걸 가르쳐주도록 하죠.
K: 우읍~! 웁웁~
혜지: 마스터? 왜 말을 못해요?
셀린: 그저 간단한 ‘파워 워드: 사일런스(Powerword: Silence)’ 마법을 걸었을 뿐이에요. 호호호~ 자, 승권군이라고 했죠?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요?
승권: (갑자기 오싹해지는걸 -_-)네!
셀린: 마법사가 되는 길은 어려운 길이랍니다. 모든 수행과정을 참고 견디면 마법사로 전직할 수 있도록 해드리지요. 그럼… 기초부터 시작해볼까요? 일단 마법이란 무엇일까부터 알려드리죠. 승권군은 마법이 뭐라고 생각해요?
승권: …글쎄요? 그냥 RPG에 등장하는… 신비한 힘?
셀린: 자세히 설명할테니 잘 들어보세요.

셀린의 마법 강좌 1. 마법의 근원은?

대부분의 세계가 그러하듯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는 ‘마나’라는 마력의 근본이 되는 원소가 나타난답니다. 이러한 ‘마나’의 존재 유무에 따라 그 세계에 마법이 풍부한지, 아니면 마법적인 존재가 드문지를 판단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에요. 대부분의 경우 마법은 아주 어려운 고등 ‘학문’이며 마치 물리학자처럼 마나의 흐름에 대해서 연구하고 그 마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행사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존재들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RPG에 등장하는 마법사들이랍니다. 반대로 믿음에 의해서 ‘기적(마법)’을 행사하는 자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신관(성직자)들이죠.

D&D의 경우 많은 신들이 존재하며 각각의 신들은 자기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지요. 생명의 신, 전쟁의 신, 사랑의 신, 죽음의 신, 질서의 신 등… 이러한 신들은 자신을 믿는 신관에게 자신의 영역에 해당하는 ‘기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신이 강대한 존재일수록 신이 자신의 성직자에게 베풀어주는 ‘기적’의 영역도 넓어지게 되고, 신이 약하다면 그 반대가 되겠죠?

2. 마법의 기초
혜지: 아하~! 그렇군요? 전 성직자지만 제가 어떻게 성직자 마법을 쓸 수 있는 줄도 몰랐어요~!
승권: (꾸벅꾸벅)음냐~
셀린: -_-+ 감히 자다니! (중얼중얼)
승권: 앗 따가!

졸던 승권의 이마 앞에 순간 바늘이 나타나 승권의 이마를 찔렀다.  

셀린: 졸지 말도록 하세요! 전 아름다운 외모(-_-)지만 수업은 확실하게 한답니다.
K: 우읍~! 웁!(버둥버둥)
셀린: 어머~ K군~! 그렇게 온 몸으로 나의 미모를 칭송해주니 고마워~.
일행은 순간 5레벨 스펠 콘 오브 콜드(Cone of Cold)를 맞은 듯 얼어버렸다.

승권: (예쁜건 부정 않겠는데… 공주 또는 여왕 기질이 농후하군-_-)
찬희: 그럼 마나의 흐름을 알 수 있다면 마법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요?
셀린: 성격이 급하네요, 찬희군.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3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답니다.
승권: 그게 뭐죠?
셀린: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마나의 흐름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마법은 다음의 세가지 요소를 통해 발동돼요. 버벌, 소메틱, 매터리얼이 바로 그 세가지죠.
승권: 무슨 소리에요~?
셀린: 간단하게 말해서 언어로 하는 발동어(Verbal), 즉 주문이라고 하는 것과, 손짓을 이용하는 동작(Sometic) 그리고 마법의 매개체가 되는 재료가 필요하죠.
승권: 마법의 재료요? 그런 건 처음 들어봤는데….
셀린: 아아…. 물론, 재료가 필요하지 않은 마법도 많아요. 그러나 강력한 주문의 경우에는 특정한 재료가 필요하답니다. 예를 들어 ‘월 오브 포스(Wall of Force)’라는 보호마법은 대부분의 물리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마법이죠. 하지만 이걸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무려 5,000GP 상당의 보석(다이아몬드)가 필요해요.
찬희: 5…천…GP!!!
혜지: 에또… 1GP면 현실세계로 약 10만원 정도니까… 5,000 X 100,000…

승권: 5억원~~~~~~~!!
셀린: 흑흑… 그래서 제가 이런 낡은 탑에서 살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마법 실험 때문에 재료 구하느라 얼마나~ 힘든지~. 하루 10시간 마법학교 강의에, 몬스터 퇴치 의뢰에…. 시간 날 때마다 메피스토 앵벌이에…. 아, 착각. 이건 디아블로 2구나 -_-.
승권: -_-;;; 어쨌든 보통 CRPG(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그런 게 없어서 몰랐어요.
셀린: 컴퓨터 게임에서는 물론 실제 TRPG를 할 때도 그런 요소들이 게임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까봐 삭제하곤 하죠. 하지만 몇몇 게임에서는 그런 요소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더군요? 가장 대표적으로 울티마 시리즈를 들 수 있겠죠. 울티마에서는 마법 사용시 특정 재료가 꼭 있어야 발동이 되죠. 이 외에 에버퀘스트에서도 사용자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버프(Buff) 계의 마법을 사용할 때, 고위 주문이면 보석이나 돈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찬희: 그러면 마나의 흐름을 알고 마법의 세가지 요소를 알면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는 건가요?
셀린: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랍니다. 마법이 흔한 D&D 세계이지만 아무래도 마법사란 존재는 비밀스러운 존재지요. 마법사나 성직자, 모두 기적을 행하는 존재들이니까요. 그럼 다음을 볼까요?

셀린의 마법 강좌 2. D&D 세계의 마법 사용자들

D&D 세계는 마법이 비교적 흔한 세계라 생각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나 신관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현실 세계로 예를 든다면, 아주 기초적인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저레벨의 마법사라 하더라도 지금으로 따지면 대학원을 졸업한 석사, 박사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 할까요? 그만큼 마법사는 신비한 존재이며(석사, 박사가 신비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마법을 감춰야 한답니다. 마법은 다수의 적을 상대할 수 있고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지만, 마법사는 체력적으로 전사와 비교가 되지 않죠.

근접전이 벌어진다면 아무리 고레벨의 마법사라 하더라도 고레벨의 전사를 이길 수 없답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을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은 그것을 알고 있는 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 스펠을 발동시키지 못하도록 방해받는 경우가 많겠죠? 그러니 자신이 지닌 마법의 힘은 철저히 숨겨야 합니다. 마법을 시전하는 행동을 방해받게 된다면 간단한 스펠조차 실패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3rd에서 추가된 마법사의 한 종류인 소서러의 경우는 보통의 마법사와 약간 달라요. 이들은 마법을 학습하지 않고 자연히 깨우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마법사보다는 한번에 많은 마법을 시전할 수 있지만, 대신 익힐 수 있는 스펠의 갯수가 마법사보다는 적죠. 이들은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이라 마법을 자연히 깨우친다고들 하지만, 이는 속설일 뿐 아무런 근거가 없답니다.

혜지: 그런데요, 저같은 성직자처럼 마법과 비슷한 힘을 이용하는 직업들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성직자뿐 아니라 바드라든지…. 드루이드라든지…. 이들은 어떻게 마법을 익히고 사용하죠?
셀린: 좋은 질문이네요. 바드(Bard: 시인) 역시 마법을 사용한답니다. 하지만 이들의 마법은 ‘마음’을 통해서 나타나는 존재로서 마법을 학습에 의해서 익히지 않아요. 예전에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따라 익힌다고 생각했지만(AD&D 2nd의 설정), 지금은 소서러처럼 자연히 깨우친다고 알려져 있어요(D&D 3rd의 설정). 성직자의 경우에는 매일 아침 기도를 해서 신께 마법의 능력을 받아야 해요.

특히 ‘생명’을 주관하는 신들의 경우 그들의 고위 신관은 ‘부활’ 주문을 사용할 수 있죠. 단 이러한 신관이 행사하는 마법은 자신의 신에 대한 ‘신앙’에 기초한 것이므로 신관의 욕망에 따라 자유롭게 행사할 수는 없어요. 물론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는 신이 신관에게 속는다기보다는 인간의 일은 인간에게 맡기려는 신의 의지가 적용되는 경우라고 봐야겠지요.

승권: …zzZZzzzzZZZ
셀린: 승권군은 조금만 말이 길어져도 잠자는군요? 그렇다면…. 폴리모프 아더!(Polymorph Other)

펑~ 연기와 함께 승권은 아기돼지로 변해버렸다.

셀린: 오호호호호호! 제 강의를 잘 듣지 않은 벌이에요. 그 모습 그대로 하루종일 있을래요?
승권돼지: (도리도리)
셀린: 그럼 풀어주도록 하죠. 이제 앞으로 잘 듣도록 해요~! 중얼중얼~(펑)
승권: 휴우 -_-

3. CRPG의 마법, TRPG의 마법
셀린의 외모와는 사뭇 다른 표독함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승권과 찬희는 셀린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인공의 자리(-_-)를 뺏긴 RPG마스터 K는 사일런스 마법에 걸려 말 한마디 못하고 있었다.

승권: (손을 들며) 선생님! 궁금한게 있습니다!
셀린: 네~ 승권 학생 말해보세요~(생글생글).
승권: (섬!)우리가 쉽게 접하는 CRPG의 마법과 TRPG의 마법의 다른 점을 한번 알고 싶습니다!(왜 아름다운 저 미소에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일까…)
셀린: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CRPG에서든 TRPG에서든, 마법이 등장하는 게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마법은 뭐가 있을까요?

일행: …(조용)
셀린: 아무도 내 수업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군요! -_-+
승권, 찬희, 혜지: 아뇨 아뇨! 선생님! 제가 답할께요!
셀린: 네, 거기 찬희 학생이 말해볼래요?
찬희: 파이어볼이 가장 유명한 것 같습니다!(열심히 수업을 듣지 않으면 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_-)
셀린: 네. 맞아요. 그럼 파이어볼은 어떤 마법이죠? 강력한 화염의 공을 적에게 발사해 폭발시키는 마법이랍니다. 영향 범위는 직경 6미터 정도가 되죠. 그런데 보통의 CRPG에서 파이어볼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지요? 파이어볼의 영향범위 내에 아군이 있어도 아군은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물리적 데미지를 주는 마법이 아군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리 없죠. 파이어볼 같은 마법은 아주~ 주의를 해서 사용해야 하는 마법이지만 보통 CRPG중에서는 아군이 영향을 안받는 경우가 많죠.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이나 클라우드 킬(Cloud Kill)같은 유명한 범위 마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랍니다.

승권: 그러고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동굴 속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메테오(Meteor) 같은 마법은 원래 쓸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셀린: 맞아요. 하늘이 보이는 곳에서만 쓸 수 있는 마법이죠. 아무리 신비한 마법이지만, 어느 정도는 이치를 따져 발동된답니다.

셀린의 마법 강좌 3

CRPG는 표현상의 문제 때문에 마법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무문이 잠겨있는데도 파이어볼로 파괴할 수 없다거나 하는 일들이죠. 이러한 주문의 ‘응용도’ 부족은 제작자의 지식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게이머들이 좀 더 가볍고 쉽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런 것은 애교로 봐줘야겠죠?

4. 마법의 제약
찬희: 그런데요, 왜 마법을 쓰기 전에는 꼭 자기가 쓸 마법을 정하고 잠을 자야만 하죠?
셀린: 좋은 질문이에요. 이것은 마법을 한번 배워보면 손쉽게 알 수 있죠. 우리같은 마법사들은 마법을 쓰기 전에 꼭 잠을 자고, 그 후에 마법을 외워야 한답니다. 잔다고 마법이 생긴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에요. K. 설명해보도록 해요. 중얼중얼…
K: (사일런스 마법에서 풀려났다)헉…헉… 스승님 너무하십니다. 제가 이 코너의 주인공인데 이제 와서 한마디 할 수 있게 되다니….
셀린: 그래서, 불만 있나요? -_-+ 자꾸 제게 거역한다면 ‘아름답고 현명하고 글래머러스한  대마법사 셀린 누님과 함께하는 TRPG 여행’ 코너로 바뀌는 수가 있어요~!

K: (-_-)아, 아닙니다. 그럼 설명을 하죠. 흠흠. 마법은 외우기 전에 마음을 맑게 해야 한다네. 그러기 위해 일정 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해야 하지. 그 후 자신이 그날 쓰기로 한 마법을 외워야 한다네. 외운다는 것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지. 자신의 머리 안에 일정한 주문의 도식을 만들어놓고, 필요한 경우에 필요한 룬어, 동작 그리고 재료를 이용해 그것을 촉발시켜 마법의 힘을 발동시키는 것일세. 이것은 AD&D 2nd까지의 규칙이고, D&D 3rd의 경우 소서러나 바드는 이러한 수순을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마법을 선택할 수 있지.
혜지: 그건 우리같은 성직자도 마찬가지에요. 자고 난 후 맑은 정신으로 신에게 기도를 해서 사용할 기적 승권: 그러면, 그렇게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 룬어나 동작, 재료만 알면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럼 간단하네요. 뭐. 그냥 시험공부하듯 암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셀린: 제가 설명하도록 하죠. 마법은 그 룬어의 의미, 동작으로 마나의 흐름을 어떻게 하는가 등을 완전히 이해해야만 해요.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가 어려운 것이죠. K, 할말 있나요?

K: 보통의 CRPG에서는 레벨이 오른다든가, 주문서를 사는 것만으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지. 그것은 단지 게임의 편의를 위한 것이겠지. AD&D류의 게임, 즉 발더스 게이트 등에서도 마법서를 산 후 마법책에 옮겨 적으면 되도록 하고 있지만, 지능(Intelligence)에 의해 성공 확률이 정해져 있지.  
셀린: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마법사는 비밀스러운 직업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같은 마법사들은 마법의 지식을 아무에게나 전수해주지 않아요. CRPG처럼 돈을 내고 주문서를 산다고 손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죠. 하지만 보통 TRPG에서도 그런 과정은 플레이상 번거롭기 때문에 생략하는 경우가 많죠.

셀린의 마법 강좌 4.

정리해서 설명할께요. 마법사가 새로운 마법을 ‘습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마법은 마법사의 가장 큰 힘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전수를 해주지 않으며, 마법을 습득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대부분의 CRPG처럼 레벨이 올라가면 저절로 마법을 습득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지요. 단 소서러나 바드는 마법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3rd의 규칙). 하지만 익힐 수 있는 스펠 개수 제한이 일반적인 마법사보다 크죠.

 

5. 마법사의 장점과 단점
승권: 그런데요, 마법사는 정말 강력한 직업 아닌가요? 엘민스터님을 보니 정말 수많은 다크엘프들을 한번에 보내버리더라구요. 이렇게 강하면 게임의 밸런스가 깨지는 것 아닐까요?
셀린: 승권군. 전사의 HD(Hit Dice)는 몇면체를 굴리죠?
승권: 에? 아…. 10면체를 굴리죠. 그러니까 레벨 1에 최대로 체력 10 + 체력 보너스니까…. 체력이 18일 경우 최대로 14의 체력이죠.
셀린: 저같은 연약한 ㅠ.ㅠ 마법사들은 HD는 4, 체력 보너스는 +2까지밖에 받을 수 없어요. 최대 6, 최소 3이죠. 빗맞아도 한방이라고나 할까?

찬희: 에이, 승권아. 넌 CRPG를 많이 해봤으면서도 그걸 모르냐? 마법사는 언제나 후방에서 전사의 보호를 받아야 하잖아.
셀린: 맞아요. D&D에서는 비단 낮은 체력뿐 아니라 적과 근접해 있을 경우 마법을 발동하기 전에 공격받으면 주문이 100% 깨지고 말죠.
승권: 아하! 그래서 발더스 게이트 1에서 활로 마법사를 공격하면 꼼짝도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군요? 그런데 2에서는 마법사가 정말 강했어요. 보호마법으로 몸을 감싸면 그 약점을 알기 전까지는 정말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거든요. 하지만 보호마법을 풀어버리면! 그냥 뭐 전사로 두들겨 잡을 수 있죠(괜히 주먹을 휘두른다).
셀린: 음… 그렇다면 한번 테스트를 해볼까요? 승권군. 한번 저를 공격해보도록 하세요. 있는 힘껏 공격해도 좋아요. 중얼중얼…

셀린이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몸에 순간 이상한 광채가 돌기 시작한다.

승권: 제가 아무리 레벨이 낮아도 꽤 아플 텐데요…?
K: 걱정 말게나 승권군. 한번 공격해보게. 셀린님이 아무런 대비없이 공격하라고 할 것 같은가?
승권: 자, 그럼 안심하고 공격할께요. 갑니다!

승권은 셀린에게 뛰어들어 그녀의 몸을 향해 자신의 투핸디드 소드를 휘둘렀다.

팅~!
승권: (눈 질끈 감고)팅? …칼로 베는데 팅 소리가 나나?
셀린: 후후….
승권: 헉!!

있는 힘껏 휘두른 승권의 투핸디드 소드는 분명 셀린의 몸에 닿았지만 셀린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셀린: 승권군. 제가 지금 어떤 보호마법을 걸었는지 알 수 있나요?
승권: 아… 아뇨? 어찌된 일이죠?

셀린: 일반 무기로부터의 보호(Protection from Normal Weapon)을 걸었어요. 마법 무기가 아니면 피해를 전혀 입히지 못하게 하는 보호마법이죠. 마법사를 상대할 때 전사는 어느 정도 마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싸울 수 있어요. 이것이 마법사가 가진 장점이지만, 게임상에서는 그런 것이 구현되어있지 않죠. 그러니 어떤 보호마법을 걸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고, 그 마법의 약점을 골라 공격할 수 있죠. 이렇게 마법사는 신비한 마법의 힘을 남에게 보이지 않음으로서 얻는 장점이 많답니다. 또 마법사가 지닌 장점과 단점에 대해 말해볼 사람?

혜지: 음…. 마법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는 것이 단점인 것 같아요.
셀린: 잘 말했어요. 이 사용횟수 제한은 CRPG의 MP나 마나의 개념으로 작용해, 마법사들이 무한히 마법을 사용하게 하는 것을 막아주죠. 물론 이런 횟수의 제한이 있어도 전투에서는 충분히 강한 마법사들이지만, 지속되는 전투에서는 쉬어주지 않으면 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죠. 또 말해볼 사람?

찬희: 장비를 마음껏 장착할 수 없다는 것도 단점이죠.
셀린: 맞아요. 대표적으로 갑옷을 입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죠. 그렇다면 왜 마법사는 갑옷을 입지 못할까요?
K: 그건 갑옷이 마법사의 소메틱(동작)을 제한하기 때문이지. 단 3rd에서는 갑옷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Feat)를 익히면 갑옷을 입을 수 있게 하지만 이 경우에도 마스터에 따라서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導體)의 갑옷을 입고 있다면 전기계열 마법을 못쓴다든지 하는 제약을 준다네.

셀린: K군이 잘 설명했죠? 이제 이 정도면 마법의 개요에 대해 대강 가르친 것 같네요. 마법사가 되려는 승권군 외에도 혜지양, 찬희군도 열심히 수업을 들어줘서 선생님은 너무~~~~기뻐요. 자, 그럼 본격적인 마법 수업으로 들어가 볼까요?

직관적인 CRPG의 마법, 직관적으로는 알 수 없는 TRPG의 마법
CRPG는 일반적으로 PC의 능력을 강화시키는 강화계, 적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저주계,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공격계, 아군의 HP나 상태 이상을 회복시키는 회복계, 주로 이 4가지 계열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스펠은 이러한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지요(예외적으로는 바로 순간이동주문이 있습니다만… ^^;). 위 스펠의 공통적인 특징은 하나, 바로 ‘전투’에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CRPG는 TRPG만큼 다양한 상황에 다양하게 대처하도록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직접적인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이러한 마법들이 주로 사용되는 거지요.

TRPG에서는 때로는 저러한 전투 스펠보다 보조계 스펠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곤 합니다. 단순히 데미지를 주는 거라면 전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부글부글 끓는 용암 절벽 사이를 건너가야 한다거나, 모습을 완전히 투명화 시켜서 경비병이 있는 성문을 몰래 통과한다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의뢰자에게 의뢰 상태를 보고해야 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주문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해내기 힘든 일입니다. 언젠가 CRPG가 발전을 거듭하다보면 저런 다양한 스펠의 이용도를 완벽하게 살려낼 수 있는 게임도 언젠가 나올 수 있겠지요.

셀린은 일행을 이끌고 탑의 계단을 따라 어두운 지하 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승권: 그런데 셀린 선생님. 어디로 가시는거죠? 왜 자꾸 지하로….
셀린: 오호호호! 알고 싶나요? 제 특별 마법 수련장에 가고 있답니다. 이곳에서 수련하면 단기간에 강력한 마법을 많이 배울 수 있게 되죠. K의 일행이라 특별히 이곳을 공개하는 거랍니다.
찬희: 왠지 불안한 걸….
K: 조심해야 할껄세…. 셀린님의 수업은 아주 혹독하니까….
혜지: 무서워요… 마스터.
K: (소근소근)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셀린: K, K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마법을 익혀보겠어요? 내가 개발한 마법인데….
K: 아, 아니 사양하겠습니다. 전 아직 더 많이 세상에서 공부를 해야…(뒤돌아 올라가려 한다).
셀린: 어딜 도망가는거죠? -_-+
K: …하… 하… 따라가도록 하죠 ㅠ.ㅠ

과연 승권은 무서운 셀린 선생님을 모시고 마법사가 될 수 있을까요? RPG마스터 K는 셀린의 마법 수업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그럼 다음 RPG마스터 K의 TRPG여행에서는 D&D를 원조로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유명한 마법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글: 이종우 기자 kazer@powerzine.com>
<도움주신 분: 이찬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