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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마스터 K의 TRPG여행: 최종회 -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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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마스터 K Vs. 먼치킨마스터 M

안녕하세요. RPG마스터 K입니다. 'RPG마스터 K의 TRPG여행‘이 연재된지도 1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RPG가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리고 TRPG를 기본으로 해서 RPG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 많은 부분들을 살펴봤습니다. 간혹 독자님들 중에서는 전문적으로 TRPG를 다루는 코너를 만들면 어떨지에 대해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제가 이 코너를 만든 이유는 ’TRPG에 대해 알고 RPG를 하면 더욱 재미있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TRPG 전문 코너를 만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 'RPG마스터 K의 TRPG여행’은 긴 여행의 끝맺음하려 합니다. 물론 앞으로 RPG마스터 K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RPG가 있는 한 RPG 매니아 여러분들 곁에서 궁금증을 해소시켜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자, 그럼 승권 일행의 마지막 모험을 지켜봐 주세요.

주 1: TRPG는 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 주사위와 종이, 펜을 가지고 즐기는 컴퓨터용 RPG의 원조가 되는 D&D, 소드월드, Gurps 등의 게임을 총칭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지난 연재를 참조하세요.

지난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
혜지: 그런데, 여기는 어디죠? 지하인데 어둡지도 않고…. 어디서 좋은 향기도 나는 것 같아요.
셰리; 우리 왕국 성 지하에 이런 곳이 있다고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어. 여긴 어딜까?
찬희: 일단 통로를 빠져나가보죠. 저 앞에 넓은 공간이 있는 것 같아요.
K: 자. 그럼 우리 힘을 내서 가보도록 하죠.
승권: 뭔가 불안해요…. 저 앞엔 뭐가 있는 걸까요?

하프 오크(-_-) 공주님을 구출하기위해 지하 세계로 뛰어든 승권 일행과 대마법사 셀린, 요정전사 셰리는 지상 세계와 다를 바 없는 지하 세계가 존재함을 알고 놀라게 되는데….

1. 먼치킨 랜드에 어서오세요?
승권: 저 앞이 왜 이렇게 밝죠?
찬희: 눈부셔…. 어찌된 일이지?
K: 음,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군. 다들 조심하게. 대마법사의 환각 같은 것일지도 모르니까. 셀린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셀린: 음, 잘 모르겠네요. 내 능력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아요. 마법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혜지: 하지만…. 별로 불안한 기운은 없어요.
셰리: 뭘 그리 걱정해? 자, 앞으로 가보자! 사나이라면!(…그러고보니 난 여자군)

동굴을 빠져나온 승권 일행의 앞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들판에 아름답게 꽃이 피어있었으며, 낮은 언덕 위에 있는 오두막에서는 밥을 짓는 듯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승권: 이게 어찌된 일이야?
K: 음….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군. 우리가 내려온 깊이를 생각해볼 때, 이곳은 지하가 아니고 다른 차원의 세계 같다고 생각되는데….
셀린: 음. 맞아요. 이곳은 우리가 있던 곳과는 다른 플레인(Plane: 간단하게 말해서, D&D세계에서 병렬 차원을 뜻하는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이에요.
혜지: 별로 다른 것은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기분이 생소하네요.
셰리: (언덕위의 오두막을 가리키며)저곳에 민가가 있으니 한번 가서 물어보면 되겠지. 자, 모두 가자!
승권; 어쨌든 모험이 있는 것은 맞죠? 헷헤! 자! 가죠!

일행이 언덕위의 오두막에 다다르자 어떤 중년으로 보이는 농부가 도끼로 장작을 패고 있었다.

K: 저, 실례합니다.
농부: 아, 무슨 일인가?
K: 저희가 길을 잃어서 그럽니다만…. 이곳은 어디입니까?
농부: 이곳은 먼치킨 랜드. 먼치킨마스터 M님의 영토이지.
승권: 먼치킨 랜드?
농부: (언덕 아래쪽의 길을 가리키며)먼치킨 마을은 저 길을 따라 가면 찾을 수 있다네.
셰리: 먼치킨 마을이요?
농부: 아, 무슨 일인가?
일행: ???

농부: 이곳은 먼치킨 랜드. 먼치킨마스터 M님의 영토이지. (언덕 아래쪽의 길을 가리키며)먼치킨 마을은 저 길을 따라 가면 찾을 수 있다네.

찬희: 먼치킨 마스터 M이 누구에요?
농부: 아, 무슨 일인가? 이곳은 먼치킨 랜드. 먼치킨마스터 M님의 영토이지. (언덕 아래쪽의 길을 가리키며)먼치킨 마을은 저 길을 따라 가면 찾을 수 있다네.

일행: ….

승권: 아저씨, 바보에요?
농부: 아, 무슨 일인가?
승권: 왜 묻는 말엔 대답 안하고 계속 같은 말만 해요?
농부: 이곳은 먼치킨 랜드. 먼치킨마스터 M님의 영토이지.
승권: 그래도 또 그러네. 우띠!
농부: (언덕 아래쪽의 길을 가리키며)먼치킨 마을은 저 길을 따라 가면 찾을 수 있다네.
K: 승권군. 잠깐. 이곳은 뭔가 이상한 곳 같네. 우리가 CRPG의 세상에 들어온게 아닌가 의심이 가는데…?
혜지: CRPG?
K: 컴퓨터RPG(CRPG) 세상에서는 NPC들이 상황에 관계없이 같은 대사를 반복하곤 하지. 아마도 이 농부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단 마을에 가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셀린: 음, 한번 가보도록 하죠.

K의 한마디: 먼치킨이란?
먼치킨[먼-치-킨]:

1)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에메랄드 시티의 주민 난장이들.  귀여운척하려고 무척 애를 쓰나, 스머프 또는 이워크 정도의 효과도 못내는 불쌍한 데미휴먼.  
2) TRPG 플레이어 중 전투와 경험치, 아이템 외의 다른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부류를 일컫는 말.
3) 2)의 부류가 사용하는 캐릭터 또는 게임 시스템.

위는 일반적인 먼치킨의 예이고, 제가 생각하는 먼치킨은 보통 두 부류 정도로 생각합니다. 첫째로 강함만을 추구하는 먼치킨이고, 두 번째는 룰만을 중시하는 먼치킨입니다. 전자의 경우야 누구든 한번쯤은 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테고, 두 번째의 경우가 매우 지능적인 먼치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들은 마스터보다도 룰북에 대해 더 잘 꿰뚫고 있으며 룰을 지키는 한 뭐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상식보다는 룰을 중시합니다. 이 두 부류의 공통적인 점이라면 남이야 어떻든 ‘나만 재미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역할연기보다는 전투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겠지요.

2. 먼치킨 마을에서의 하룻밤
승권 일행은 농부 NPC가 말한대로 언덕 아래의 길을 따라 먼치킨 마을로 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녁이 가까워오자 일행은 먼치킨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을은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쌓여있는 모습이었고, 가운데에는 궁성으로 보이는 거대한 성이 있었다.

K: 흠…. 주변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큰 마을이로군. 가운데 성도 엄청난 크기고…. 일단들어가보도록 하지.

성문에 있는 도개교를 건너 성 안으로 들어가려는 승권 일행의 앞을 성의 가드들이 가로 막았다. 가드 중에 지휘관 격으로 보이는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가 K앞에 다가왔다.

기사: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혹시 당신은… RPG마스터 K님 아니십니까?
K: 예, 맞습니다만….
기사: 저는 먼치킨 성의 기사단장입니다. K님과 일행분들을 성주님인 먼치킨마스터 M님께서 만나뵙길 원하십니다.
승권: 오~ 마스터 이곳에서도 유명하네요? 그런데 우리가 오는걸 어떻게 알았지?
기사: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알현하시지요. 궁성 가까운 곳에 여관을 잡아놓았습니다. ‘드래곤의 날개’ 여관에 가셔서 이 증명서를 보여주시면 무료로 숙박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드: 단장님! 큰일났습니다! 그레이트웜(드래곤의 최고 등급) 레드드래곤 10마리가 이곳을 향하고 있다는 전갈입니다!
기사: 음? 어찌된 일인가?
가드: 그들은 ‘드래곤의 날개’ 여관의 특식 ‘핫드래곤윙’ 때문에 잡혀간 드래곤 새끼를 내놓으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승권 일행: …핫드래곤윙?

기사: 드래곤 10마리라…. 겨우 그 정도 숫자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자! 가자! 먼치킨 기사단의 힘을 보여주자!
셀린: (귓말로 K에게) 얘네들은 그레이트웜 드래곤 10마리가 껌인가봐요?
K: (귓말로 셀린에게) 이곳은 먼치킨 랜드니까… 가능하겠죠….
승권: 우와! 멋져! 드래곤 10마리를 처치하는 전사라니!!! 그것도 그레이트웜인데!
혜지: 아, 이 세상은 뭔가 이상해요….

마을 안은 멋진 건물 뿐 아니라 각종 신기한 물품을 파는 장사꾼들로 가득했다. 길을 가고 있는 일행 앞에 갑자기 어떤 전사가 롱소드로 지나가는 사람을 쳐서 쓰러뜨리는 것을 발견했다.

혜지: 꺅!
셰리: 저런! 길거리에서 저런 일을!
전사: ㅋㅋㅋ 허접….

전사는 이상한 말을 내뱉더니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혜지: 죽지 않았을까요? 치료해줘야 할텐데.
셀린: 한번 가보죠.

혜지는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가서 맥을 짚어보았다.

혜지: 이런… 죽어버렸어요.
승권: 아니! 저런 나쁜 놈이 있나! 지나가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다니!
?: 잠깐~~~!!!

소리가 난 곳에서는 죽은 사람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팬티(-.-)만 입은채로 달려오고 있었다.

남자: 에이. 내가 더러워서 빨리 렙업 해야지. PK넘들 땜에 못살아.

남자는 툴툴거리면서 자신의 시체(!)가 입고 있는 옷을 벗겨 입었다. 모든 옷과 장비를 챙기자 남자의 시체는 사라져버렸다. 남자는 그리고는 연신 툴툴대면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일행: … -_-;
승권: 온라인게임 세상도 섞여있는 세계네요. 음…. 뭔가 불안해요.
혜지: 어쨌든 여관에 들어가보죠.

3. 드래곤의 날개
일행은 드래곤의 날개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여관의 벽에는 온통 드래곤의 머리 박제로 가득했다. 일행이 탁자에 앉자 아름다운 엘프 남자 점원이 메뉴판을 들고 왔다.

혜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네요. 역시 먼치킨 랜드?
K: 음. 일단 저녁부터 먹어야겠지. 뭘 먹을까?
점원: 오늘의 특선 요리는 핏피엔드(주: 바테주의 리더격인 몬스터로 데몬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스튜입니다.
혜지: 핏피엔드 스튜…. 맛이 이상할 것 같아.
점원: 그렇다면 핫드래곤윙은 어떠신가요? 새끼 레드드래곤의 날개를 매콤한 양념과 함께 튀겨서 맛이 일품이죠.
승권: 난 핫드래곤윙! 드래곤 고기 맛이나 봐야지. 전 핫드래곤윙이요.
점원: 죄송합니다만… 핫드래곤윙 하나는 8인분입니다. 혼자서 다 못드실껍니다.
승권: 헉! 그… 그렇겠구나.
K: 그…그럼 핫드래곤윙 하나 주십시오. -_-;

점원: 감사합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핫드래곤윙을 주문하시는 분들에게 사은행사로 +5 보팔 블레이드 100자루를 추첨을 통해 드리고 있습니다. (추첨통을 내밀며)자, 한번 뽑아보시죠.

셰리: +5 보팔 블레이드가 사은품이라니…. 내 무기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무기인데….
승권: 어디…(뒤적뒤적) 자, 뽑았어요.

점원: 축하드립니다! 당첨되셨군요. (카운터에 가서 칼 한자루를 갖고 온다)자, 여기 +5 보팔 블레이드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점원이 사라지자 승권은 보팔 블레이드를 쓰다듬으며 기뻐했다.

승권: 우와! 신난다~. +5 보팔블레이드라니!!! 이것이 바로 크리티컬일때 적의 목을 한번에 벨 수 있다는 그 칼이죠? 이런 게 수백자루씩 있는 세계라니~ 헤헷.
셰리: 어머, 이거 진짜 보팔 블레이드네?
K: 이 세상은 뭔가 잘못되어있군. 이런 귀한 검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몬스터의 제왕인 드래곤이 한낮 여관의 저녁 식사로 제공되는 곳이라니.

승권: 하지만 룰에 이런 플레이를 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전 꼭 이런 플레이를 해보고 싶었어요. 드래곤을 껌처럼 가지고 놀고, 멋진 마법 무기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
셀린: 물론 그렇게 파워풀한 플레이도 재미있겠죠. 하지만 롤플레잉의 진정한 의미는 단지 ‘전투’와 ‘레벨’이 아니잖아요?
K: 맞는 말입니다. 셀린님. 역할 연기(Role Play: RP)가 빠진 롤플레잉은 롤플레잉의 진정한 의미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있죠.
승권: 하지만…. 전투도 재미있잖아요. TRPG를 할 때에도 전투 때면 신이 나요.  

혜지: 단지 전투라면… CRPG도 재미있지 않니? TRPG처럼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고 마우스 클릭과 버튼 클릭으로 해낼 수 있는 게임들. 난 CRPG를 많이 안해봐서 모르고 승권이 네가 가르쳐준 것만 좀 해봤어. 다들 나름대로 재미있더라고.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롤플레잉과는 달랐거든. 역할연기가 빠진 게임이니까.

승권: …음…. 그런가요?
찬희: 제 생각은 이래요. 전투의 역동감과 멋진 시나리오를 추구하는 것이 CRPG라면, TRPG는 역할연기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 의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승권: (쳇…. 결정적인 순간에 또 잘난 소리 하는군…. 하지만 저 말엔 나도 공감해…)….

K: 어쨌든 TRPG 세계에서 이런 CRPG 같은 플레이를 추구하는 먼치킨마스터 M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매우 궁금하군.
셀린: 자자, 내일 되면 알 수 있겠죠.
점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래곤의 날개’ 여관이 자랑하는 ‘핫드래곤윙’ 나왔습니다.

일행은 핫드래곤윙으로 배를 채우고 다음 날 먼치킨 마스터 M을 만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4. RPG마스터 Vs. 먼치킨마스터
다음날 날이 밝자 RPG마스터 K 일행은 마을 중앙에 있는 먼치킨마스터 M의 성으로 향했다. 성을 지키고 있던 가드들은 RPG마스터 K 일행을 맞아 그들을 먼마M의 방으로 안내했다.

먼치킨마스터 M은 넓은 방 가운데, 계단위에 위치한 옥좌에서 일어나 K일행을 맞이했다. 그는 RPG마스터 K와 붕어빵처럼 닮아있었지만, 검은 머리색과 검은 옷을 입고 있어 RPG마스터 K와 대조를 이뤘다.

M: 어서오십시오. 여러분.
승권: 헉! RPG마스터 K랑 똑같이 생겼네요? 혹시 저 녀석도 예전의 마인드플레이어?
셀린: 마인드플레이어?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M: 역시나 궁색하군. K.
일행: ?
K: 너… 너는!
M: 그 정도 모험했으면 이제 좀 화려하게 살아볼 때가 아닐까? 게임이란 것은 역시 즐기기 위한 것, 룰만 지킨다면 어떤 일이든 해도 되는 내가 부럽지 않나?
K: 아니다. TRPG의 진정한 의미는 역할 연기에 있는 것이다. 룰에 집착하는 것은 룰에서 벗어날 수 없는 CRPG다운 발상이야.
혜지: 오빠, 아는 사람인가요?
K: 먼치킨마스터 M이라고 해서 처음엔 누군지 몰랐지만, 저 녀석은 나의 사념, 즉 나 자신이기도 해. RP보다는 룰(Rule)을 중시하고, 전투를 통한 재미만을 추구하는 또 다른 RPG마스터 K이지. 내 마음속에서 완전히 밀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을 줄은 몰랐네.
승권: 그래서 M, 당신이 주장하는 바는 뭐죠?

M: 룰만 지키면 뭐든 해도 된다는 거지! RPG세상은 룰로 만들어져 룰로 지탱되고 있어. 룰의 허점을 파고들면 내가 만든 이 ‘먼치킨 랜드’처럼 대단한 일을 펼칠 수도 있지. 즉, 룰만 어기지 않는다면 상식으로 불가능한 것도 해낼 수 있다는 거야! 최강의 천사 솔라도 간단하게 이길 수 있고, 최강의 몬스터 드래곤도 룰의 허점을 이용하면 애완동물로 부리는 것도 간단하지. CRPG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에디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룰에 어긋나지 않는 논리버그를 이용해서 게임을 수월하게 즐길 수도 있지.

K: 당신의 말, 일면 맞는 점도 있기도 해. TRPG든 CRPG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재미’이니까. 하지만 기본적인 룰을 지키면서도 융통성을 지닐 수 있는 것, 그것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즐기는 TRPG의 장점인 것, 모르고 있었나?
승권: 잠깐, 제가 끼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난, 원래 CRPG를 즐기던 게이머였어요. 지금은 TRPG에 빠져있긴 하지만 CRPG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고 지금도 재미있게 즐기고 있어요. 하지만…. 역시 나의 동료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상식이 통용되는 세계라는 것, 이것이 절 TRPG세계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M, 당신처럼 룰만 중요시하고, 전투만 중요시하는 플레이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피해를 입혀요.
M: 그래서 내가 어긴 룰이 무엇이지? 난 철저히 룰에 입각해서 행동하고 있다네.
찬희: 당신은 ‘TRPG는 혼자 즐길 수 없다’는 룰을 어긴 셈이에요.
혜지: RPG는 룰만으로 지탱되지 않아요. 전투가 전부가 아니라구요!
셀린: 우린 이 RPG의 환상속에 사는 주민이지만, 단순히 룰로 지탱되는 세계라면 존재하고 싶지 않아.
셰리: 어디, 당신의 그 잘난 룰로 우리를 상대해보지 그래?
승권: RPG 매니아의 힘을 보여주마! 에잇!
K: 승권군!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네! 조심하게!
M: 후, 후….

승권은 자신의 보팔 블레이드를 들고 M이 있는 옥좌위로 뛰쳐 올라갔다.

승권: 받아랏!!
M: 오호! 용감하군, 과연 RPG매니아의 힘이 어떤지 받아볼까? 후후….

승권의 보팔블레이드는 정확하게 먼치킨마스터 M의 머리를 내리쳤다. 크리티컬 히트! 먼마M의 머리는 보팔블레이드에 잘려 옥좌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M은 그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M: 후후….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이미 나는 수십개의 나의 클론을 만들어두었다. RPG가 있는 한 먼치킨은 존재한다. 그것은 RPG는 룰에 의해 탄생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럼 다음에 볼 때까지 잘 있게나!

목과 몸으로 분리된 먼치킨마스터 M의 몸은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5. 플레이를 마치며
한가한 커피숍에 모여 TRPG플레이를 하고 있던 K, 승권, 찬희, 혜지는 시나리오를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K: 자, 이번 시나리오는 여기까지!
승권: 에이! 이번 플레이는 왜 이렇게 찝찝하게 끝나요? 아직 스토리가 마무리된 것 같지도 않은데….
찬희: 그런데 정말 먼치킨은 RPG가 있는 한 존재할 것 같아요.
혜지: 난 역할 연기는 하지도 않고 있다가 전투만 나오면 눈을 반짝거리는 먼치킨들이 제일 싫더라….  
승권: 헉, 그건 옛날 내 모습….
K: 자자, 그렇다면 이번 플레이의 교훈이 뭘까?
찬희: 저요! ( - -)/ 룰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겠죠?
혜지: 다같이 플레이를 하는 TRPG이니만큼 남을 고려하자!

승권: 전 CRPG를 즐겨하는 입장에서 말해보고 싶어요. D&D에 대해 배우면서 내가 느낀 점은…. 본격적인 RPG의 원류인 TRPG이지만, 꼭 그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음…. 뭐랄까요? 예를 들어보자면 어떤 CRPG에서 산이나 불을 이용하지 않고도 트롤을 그냥 처치할 수 있다고 그 RPG가 엉터리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것 역시 인간의 상상의 산물이니까요.

K: 그런 룰들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다양한 RPG가 탄생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겠지. TRPG는 인간들끼리 즐기는 지적유희라네. 컴퓨터와 상대하는 CRPG와는 다르지. 예를 들어볼까? 최강의 몬스터라는 드래곤이지만, 그레이트웜급 레드드래곤으로도 12레벨 6명 파티에게 못 이기는 마스터가 있는가 하면, 영(Young) 화이트 드래곤으로 12레벨 6명 파티를 전멸시킬 수 있는 마스터도 있다네. 이는 행동패턴이 정해진 CPU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이지. 그렇다고 전자의 마스터가 못한다거나, 후자의 마스터가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네. 플레이어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거니까.

승권: 갈수록 어려워져요…. -_-
K: 간단하게 말해보지. 게임은 즐기라고 있는 것, 룰에 연연하지 말자는 거야. 즐거우면 그걸로 족한 거니까.
승권, 찬희,혜지: 단,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겠죠?
K: 그렇지. ^^
찬희: 그런데, 이번으로 ‘RPG마스터 K의 TRPG여행’은 끝난다면서요?
승권: 헉! 진짜요? 왜요?
혜지: 아아…. 아직 재미있는 모험들이 많이 있을텐데….

K: 다음 기회에 더 재미있는 RPG이야기를 갖고 돌아와야겠지. 자, 파워진 독자여러분께 인사드리자. 하나, 둘!
일동: ‘RPG마스터 K의 TRPG여행’을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셀린, 셰리: 우리도 인사할래!!!
일동: 너희들은 TRPG세상 사람들이잖아! 들어가! -_-+

마치며
드디어 1년에 걸친 TRPG여행이 끝났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RPG마스터 K가 CRPG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코너 ‘RPG마스터 K의 RPG연구실’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글: 이종우 기자 kazer@powerzine.com>
<도움주신 분: 미스트 jeyerd@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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