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한 영화잡지에서 눈에 띄는 글귀를 읽었다. 1990년 중반 폐간됐던 평론전문잡지인 영화언어가 복간되는 와중 평론가 문일평 씨가 쓴 ‘영화 평론의 죽음’이라는 글 한자락이었다.
“<색즉시공>에서 임창정의 차력 쇼를 보며 박장대소를 하던 관객은, 영화 평론가가 정색하고 쓴, 영화 속 웃음의 전략에 관한 분석 글을 독해하지 못한다. 요즘의 관객들에게 그 영화 평론가의 분석은 무성 영화 배우의 대사이며, 유령의 언어다. 관객들이 이렇게 난독증에 빠진 것은, 그 글이 난해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들의 귀에 무의미한 언어이며 다른 차원에서 소통되는 언어로 들리기 때문이다”
요즘 여러 게임매체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이런 저런 곳에서 게임시장이 커진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만 이 바닥의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디 가서 명함 한 장 내밀기 힘든 수준의 미천한 경력을 가진 본인이지만 한 때 열렬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즐거울 리가 만무하다.
일부의 매니아들이나 읽고 좋아할만한 해학적인 글과 비판으로 매체를 끌고 나간다는 것은 웬만한 재벌 2세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자신이 정말 증오하는 인간이 있다면 게임이나 영화매체를 만드는 일을 부추겨 보라고. 아무리 고민해서 만들어도 동시접속자가 100명을 밑도는 게임이 되는가하면 2~3주일 뚝딱거려서 나온 게임이 한달에 수십억을 벌어들이기도 하는 것이 이 바닥의 논리다.
그런 와중에 본인은 대한민국의 게임기자로, 거기서도 2~3년전부터나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한 인터넷 웹진에서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동경의 눈으로 우릴 바라보기도 하지만 아직도 친척집에 가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어른이 많다. 일부의 유저에게나 허용된 일종의 매니악한 문화라는 것이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의 다수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공통된 생각이다.
난 야심찬 발걸음으로 이쪽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날카로운 비평과 분석으로 지조(?)를 잃지 않는 기자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매체의 존립근거를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됐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대부분이 하드코어한 유저계층일 것이라는 예상이 금방 빗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깊은 자아도취에 빠져 나만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봤다. 컴퓨터 게이밍 월드(CGW)가 좋은 게임잡지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땅에 게임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교하자면) 무척이나 최근의 일이고 그런 상황에서 전문적인 시각만을 고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된 인원의 욕구만을 충족시켜줄 만큼 우리나라가 큰 땅이 아니니까.
한 줄의 문장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명의 독자는 바꿀 수 있는 것이 기자의 글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바뀐 한명의 독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영화평론가 문일평 씨의 말처럼 독자의 귀에 무의미한 언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반성하며 이제 갓 게임이라는 분야에 발걸음을 디딘 이들의 생각을 바꾸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후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그런 꿈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도 수많은 게임기자들은 카메라를 들고 동분서주한다. 아직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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