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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고 선정적인 공포를 느껴보자 - 판타스마고리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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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감을 조성하는 게임은 크게 동양적 공포와 서양적 공포를 기준으로 나뉘게 된다. 즉 고어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끔찍함을 느끼게 해주는 고어물과 귀신, 원한 등을 스토리삼아 오싹함을 자극하는 전설의 고향 같은 괴담같은 내용이 호러게임의 근본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게이머에게 공포감을 안겨주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판타스마고리아’다. 잔혹한 표현과 성적인 표현은 물론 그 강도에서 엽기게임이라는 포스탈을 전연령등급으로 만들어버릴 게임의 대표적인 시발점이 바로 판타스마고리아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에라의 초 엽기에로틱 서스펜스 게임

금기라는 이름의 열매 1 - 끝을 모르는 잔혹함
판타스마고리아는 95년도에 등장한 게임이지만 지금까지도 그 어떤 게임이 침범하지 못하는 금기의 영역을 담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미국에서 성인용 등급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월마트 등의 판매점을 비롯해 시민단체에서까지 불매운동을 벌였을 정도니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 게임이 넘어선 금기는 크게 2가지다. 바로 잔혹함과 선정적이라는 것. 지금도 목이 잘리고 피범벅이 되어 죽어가는 사람 또는 생물들을 묘사한 게임은 존재하지만 판타스마고리아는 자르는 것도 단순하게 자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난도질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초반 분위기부터 뭔가를 보여준다

사실상 게임에서 보여주는 잔혹함은 초반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어드벤쳐게임이라는 특징상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면서 특유이 복선과 암시를 통해 게임에 몰입시키다 순간 나타나는 잔혹함으로 눈과 심장을 괴롭힌다. 그리고 더욱 공포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단순한 CG가 아닌 실제 배우들이 등장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2편 부터 더욱 리얼해진 모습으로 공포감 조성

이제는 하나의 코드가 되어버린 김성모 화백의 만화중 “뼈와 살을 분리해주겠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가 보는 이로 하여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지는 몰라도 판타스마고리아에서만큼은 뼈와 살이 분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실제 사람을 가지고 말이다.

간단하게 장면을 소개하자면 사람의 머리를 반토막 내고 사람의 입에 삽을 찔러넣으며 두개골과 가죽을 분리해버리는 장면이 계속된다. 문제는 이 게임의 명장면이 바로 이런 장면들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자이크 처리가 안된 생생한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잔혹함은 끝을 모르고 질주한다.

글로 봐서는 모른다. 사람의 내장을 입에 처넣고 질식사 시키는 모습,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전기고문... 9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한 공포감이 밀려온다.

◀ 패키지 그림부터 목이 잘려 나오는데...

금기라는 이름의 열매 2 - 선정성의 극을 보여준다

위에서 소개한 잔혹함이 게임의 중후반부에서 시작하다보니 초반에는 지루하기 십상이다.

이는 초반의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면 게임의 진국(?)을 맛조차 볼 수 없으니 어떻해서든지 게이머의 눈을 처음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된다.

이런 숙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열쇠가 있으니 바로 선정성을 극도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진정한 성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보자는 개발자들의 신념이었을까?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잔혹한 공포를 기대했던 게이머에게는 다소 민망함을 주고 마는 것이 에로틱을 넘어 선정성 시비까지 일으켰던 작품이라는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남성적인 편견으로 가득차 게임내 여성을 모두 바비인형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 할말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게임을 만들기 위해 95년도 당시로서는 거금인 1백만 달러짜리 필름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다는 점도 설마 이게임을 XXX등급의 영화로 만들려 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해보기에 충분하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은 '나오늘 한가해요~' 분위기다

1편에서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새웠지만 서로 사랑하는 젊은 부부라는 설정을 통해 노골적인 부부관계를 묘사했고 2편에서는 아예 주인공을 남성으로 내세워 금발의 미녀들을 가득하게 몰아주는 희대의 행운아로 만들어 버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1편에서 강한 자극을 받은 게이머에게 보다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개발사의 압박감이었을까? 2편에서의 베드신은 그 정도를 넘어서 ‘도대체 왜 게임에 추가되었을까’하는 의문마저 품게 한다.

▲작업에도 순서가 있는 법...

베드신은 일단 넘어가도 여성의 누드와 변태적인 장면까지 포함시켜 가학적인 성적묘사, 즉 SM장면까지 여과 없이 게임상의 고화질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선정성과 잔혹성의 수평고리가 끊어지고 선정성으로 치우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또 하나의 공포스러움 - 극한으로 치달은 용량
판타스마고리아의 또 한 가지 무서움은 당시로서는... 아니 지금도 흔히 볼 수 없는 대용량 게임이라는 것이다. 95년 서서히  CD 드라이브가 보급되는 시기에 등장할 때도 시디 1~2장짜리 게임을 보기 힘들 때 1편은 시디 7장, 2편은 5장이라는 초고용량을 자랑했다.

물론 일반적인 CG가 아닌 실사를 이용했다는 것과 상당량의 게임 스토리가 동영상을 통해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지금처럼 영상압축기술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싶다.

▲시디 7장이에요~

▲눈 돌아가버리겠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플레이타임은 3~4시간 사이에 엔딩까지 진행할 수 있어서 흥미를 못 이기고 게임을 접한 게이머들에게 용량의 공포를 안겨준 게임이기도 한다. 당시 보급형 HDD가 560메가 정도라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그 공포가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판타스마고리아 시리즈의 의미
판타스마고리아는 어드벤쳐 스토리텔링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시에라의 로베르타 윌리엄스가 스토리를 만들었다. 킹스퀘스트처럼 동화적이고 서사시적인 스토리를 만들었던 그녀가 판타스마고리아의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이슈화 되기도 했지만 정작 이 게임이 가지는 의미는 그녀의 변신이 아니다.

▲심장을 파고들고 살을 찢는 아픔을 통해 스스로 밑거름이 된 게임이다

바로 FMV(Full Motion Video)라는 장르를 시에라에서 만들 수 있게 한 기초를 다진 게임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곧바로 등장한 게임이 시에라의 명작중 하나인 가브리엘 나이트 시리즈라는 것을 상기해보자.

제인젠슨이 스토리를 담당하기는 했지만 가브리엘 나이트도 사교(邪敎)를 주제로한 미스테리 공포를 중심으로 FMV라는 장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명작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판타스마고리아에서 게이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FMV를 이용해 게임을 만들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판타스마고리아를 통해 시에라의 FMV의 후속작이 등장했다

판타스마고리아의 스토리 작가이면서 시에라의 CEO였던 로베르타 윌리엄스도 고백한 것처럼 판타스마고리아는 가브리엘나이트 시리즈를 만들기 위핸 시험작이라는 것을 게이머들은 감안하고 즐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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