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올 것이 왔다
2004년, 콘솔 게임과 관련한 최고의 이슈는 말 할 것도 없이 휴대용 플랫폼의 절대 강자 닌텐도에게 던진 라이벌 소니의 도전장-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이하 PSP)-이다. 혜성처럼 나타나 제왕 닌텐도의 성(=가정용 콘솔 플랫폼 시장)을 점령한 도전자 소니가, 이번에는 제왕의 남은 영토(=휴대용 게임기 시장)마저 점령하려 한다.
가정용 콘솔 게임기 시장의 제왕이 된 소니는 어떤 방식으로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까? 이 거친 위협에 맞서는 닌텐도의 대응은? 이것만으로도 게이머들은 후끈 달아올랐다. 상황이 이러니 동경게임쇼, E3 등 유명 게임쇼에서 PSP의 실물이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이 인 것은 새삼 놀랄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닌텐도와의 전쟁(?)이라는 해묵은 소재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PSP는 충분히 세간의 화제 거리가 될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전세계 보급률 1위인 PS2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게임 표현 능력. MP3 포맷을 이용한 음악 재생 기능. 깔끔한 16:9 비율의 동영상 재생 능력. 여기에 무선 네트워크 기능까지. 이 모든 것을 한 손에 들어오는 280g(돼지고기 반근도 안 된다)짜리 기기 하나로 즐길 수 있다!! 그것도 마음 내키는 시간에, 마음 내키는 곳에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PSP 출시는 비단 게임계에만 영향을 주는 사건이 아니다. 각종 영상 사업은 물론, 음악 관련 업종과 인포메이션 테크놀러지(이하 IT) 산업과 반도체, LCD에 이르기까지 PSP는 21세기 첨단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를 관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PSP를 출시한 소니는 전 세계적인 배급망과 생산 체계를 갖춘 초거대 다국적 기업인 것이다.
일이 얼마나 커질지(?)는 모르지만 PSP의 등장이 그 자체로 일대 사건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 PSP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이유로 게임메카에서는 PSP의 실제 모습과 숨겨진 실력(?)을 알아보고 그 미래를 가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디자인
- 좋은 것도 나쁜 것도 "It's a SONY Style"
전면
PSP의 실물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게이머들이
그 외형에 놀랐다. 아니, 반해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업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소니의 디자이너들은 보기만 해도 갖고 싶어지는 디자인으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날렵한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바디 라인, 여기에 고급스러움을
더한 은색과 검은색의 절묘한 조화. 이 정도라면 절대 가지고 다니기에 부끄럽지
않다. 아니, 오히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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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적인 PSP의 겉모습.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게임기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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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의 후면. 로고와 그 글자를 둘러싼 은색 테두리가 새까만 몸체와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
사실 PSP의 부피는 170×23×74mm로 휴대용 기기치고는 적지 않게 큰 편이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속칭 ‘효도폰’(주1)들의 일반적인 수치와 비교해 보면 길이는 약 두 배 가량이고 부피는 3.5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SP는 오히려 전체적으로 ‘크다’기보다 ‘세련된’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소니 스타일 디자인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전면부를 덮고 있는 플라스틱의 재질이다. 큰 사이즈의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사방에서 달려드는 먼지들을 주체할 수 없다!! 게다가 지문 역시 심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묻어난다. 아무 게임이든 5분만 잡고 있으면 먼지와 지문으로 전면부가 더러워지기 때문에 모처럼의 세련된 디자인도 빛을 잃는다. 차후에 다양한 모델들이 출시되면 이런 문제들도 해소되겠지만 초기 모델을 구입한 사람들은 당분간 이 문제로 골치를 앓게 될 것이다.
상단부와 후면
PSP의 상단부에는 USB를 연결할 수
있는 단자(중앙)와 PSP의 매체인 UMD의 삽입구를 열고 닫을 수 있는 OPEN 버튼(가장
오른쪽), 그리고 무선 네트워크용 출력부(가장 왼쪽)와 L, R 트리거가 자리하고 있다.
L, R 트리거는 잠시 후에 설명하기로 하고 다른 부분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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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 상단부. USB 연결단자, USB 삽입구 OPEN 버튼, 무선 네트워크용 출력부가 보인다 |
USB 연결단자는 일반적인 MP3 플레이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형태의 단자에 연결하는 케이블은 일반 컴퓨터 관련 물품 상점에서도 손 쉽게 구입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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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의 USB 단자. 범용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
무선 네트워크 신호 입출력 부분 역시 평범하다. 여담이지만 PSP의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활용한 GPS도 발표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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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의 무선 네트워크 신호 입출력 부분. 평범하다 |
하단부에 위치한 START 버튼이나 SELECT 버튼. 이들은 크기가 작아 사용하기 불편할 것 같지만, 겹쳐서 눌리지 않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두고 퍼져있다. 게다가 하단부 전체가 맵시 있게 솟아나와 있기 때문에 생각 외로 누르기 편하다. 편의성으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PS2보다 뛰어나다고 생각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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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단부의 버튼들. 생각 외로 사용하기 편리하다 |
문제는 우측에 위치한 OPEN 버튼이다. PSP는 과거 MD나 워크맨, CD 플레이어에서 사용했던 것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매체를 삽입하게 되어있다. 즉, 철제 걸쇠로 뚜껑을 잡아두고 버튼을 당겨 이를 풀면 뚜껑이 알아서 열리는 방식인데, 이 같은 방식으로 뚜껑을 여닫는 부품은 물리적인 충격에 매우 약해 고장 나기 쉽다. 이는 기기의 부피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채택된 방식이겠지만 어쨌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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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 버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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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를 연 상태. PSP처럼 뚜껑을 여닫는 기기는 뚜껑을 여는 부분이 고장 나기 쉽다 |
주 1. 효도폰: 기능, 디자인 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저가형 휴대폰. 필수 기능만이 들어있어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장년층, 노년층이 주로 사용한다. ‘효도폰’이라는 별칭은 사용 연령대에 따른 것.
조작 버튼들 #1
자, 전체적인 겉모습을 봤으니 이제
세부적인 것들을 알아보자.
우선, 버튼 배치부터. PSP의 버튼 배치는 같은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인 PS2의 듀얼 쇼크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십자키와 버튼 자체의 조작감 및 감도 역시 거의 마찬가지. 이는 이미 PS2에서 쓰기에 불편하지 않음이 밝혀졌기 때문에 긴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아쉬운 점은 십자키와 버튼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 있어 뭔가 어색하다는 점인데, 다행히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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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키. PS2의 그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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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시리즈 전통의 □△×○ 4 형제. 역시 PS2와 거의 다르지 않다 |
특이한 것은 아날로그 스틱(처음 본 이들 대부분이 스피커로 착각한다)을 본체에 거의 딱 붙은 형태로 제작했다는 점인데, 이게 생각 외로 조작감이 나쁘지 않다. 뭐, 그렇다고 극강의 성능을 자랑하며 캐릭터를 도트 단위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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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체에 딱 붙어있는 아날로그 스틱. 아주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말하자면 중용의 도를 지키는 성능을 보여 준다 |
조작 버튼들 #2
게임기로서의 합격선은 가볍게 넘은
듯한 PSP의 디자인. 그러나 아예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L, R 트리거와 전원 버튼의 배치다. PSP의 전원 버튼은 기기를 잡았을 때 엄지손가락의 뿌리에 정확히 닿는 부분에 위치해 있다. 바로 이점이 R 버튼의 위치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서 생각지도 못한(아마 소니측에서 알면서도 모른 척했을) 문제점을 만들어 낸다. 글로만 읽어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테니 우선 사진부터 봐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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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의 우측면. POWER 버튼의 위치가 절묘하게 좋지 않다 |
이런 형태의 배치라면 게임 도중 R 트리거를 당겨 누를 때 엄지손가락 뿌리가 POWER 버튼을 스치고 만다!! PSP는 순간적으로 POWER 버튼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휴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R 트리거와 몸체를 함께 꼭 쥘 경우 갑자기 디스플레이 장치의 전원이 나가버리는 황당한 꼴을 당해야한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자주 벌어지진 않겠지만, 민감한 게이머라면 게임 도중 간간이 손을 스치는 POWER 버튼의 감촉이 상당히 신경 쓰일 것이다. 확실히 이는 ‘게임기’로서 PSP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것은 좌측면에 위치한 메모리카드 삽입구 개폐 버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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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의 좌측면. POWER 버튼과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
PSP의 전체적인 외형 디자인을 보자면, 뭐랄까…. ‘역시 소니 제품이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생각 이상으로 작아 보이고 모양도 멋지지만, 그 멋진 스타일을 위해 사용자의 편의성 일부를 희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충분하다 못해 넘칠 만큼 멋지고, 언급했던 몇몇 결점들도 제공되는 컨텐츠만 좋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이니 전체적인 디자인은 합격점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능
- 2%로 부족할지도 모른다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통합형 가전제품들이 그렇듯 PSP 역시 지원하는 기능 대부분이 썩 쓸만하지만, 그 품질에 A+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조금 쉽게 말하자면 모두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소리.
기본 기능에 대한 평가
우선 기본 기능을 살펴보자.
경우에 따라서는 PS2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졌다는 기기인 만큼 그래픽 퍼포먼스는
휴대용 기기 최강을 자랑한다. 애초에 탑재된 칩들의 성능이 매우 뛰어난데다, TFT
LCD를 채용해 그 표현력을 극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디스플레이 장치라는 장점 아닌 장점 덕분에 실제에 비해 화질이 선명해 보이는 부가
효과(같은 크기의 이미지를 축소, 확대하면서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화면의 비율도 16:9로 탁 트인 시원한 느낌을 선사한다.
화면의 밝기는 배터리 사용시 180/130/80cd/m2, AC 어댑터 사용시 200/180/130/80cd/m2(주 2)라 밝은 형광등 아래서도 전혀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시야각도가 좌우 160° 가량을 지원하므로 예전 휴대용 기기들을 사용할 때 처럼 시야각을 확보하느라 이리저리 목을 갸웃거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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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 출시와 함께 발매된 ‘모두의 골프 포터블’ 게임 화면. 사진이 아닌 실제 게임 화면은 매우 깨끗하다 |
하지만, 리뷰 도중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발견하고 말았다. 정지 상태의 화상은 매우 뛰어나지만 화면이 재빠르게 바뀔 경우 무시 못 할 정도의 잔상이 눈을 괴롭힌다. 모두의 골프 포터블처럼 비교적 정적인 게임에서는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지만, ‘릿지 레이서’나 ‘진 삼국무쌍’처럼 화면이 빠르게 바뀌는 게임에서는 경우에 따라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 이 같은 잔상 문제는 추후의 개발사들이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안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사운드 퍼포먼스는 대체로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최고 출력이 조금 낮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고막이 찢어질 만큼 대단한 볼륨을 원하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굳이 흠잡을 구석은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장된 스테레오 스피커의 음질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지하철 등 주위의 눈치를 봐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게임 플레이에 지장은 없을 듯 보인다.
이 같은 출력을 뒷받침 해주는 전원은 어떨까? PSP는 별도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을 꽉 채운 상태에서 최대 밝기, 최대 스피커 음을 설정해 놓고, 현재 출시된 게임 중 가장 많은 CPU 연산이 필요하다고 알려진 ‘릿지 레이서’를 구동시켰을 경우 약 3시간 30분 가량 연속으로 구동되었다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 정도면 영화 한 편은 느긋하게 볼 수 있는 정도. 또한 충전을 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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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의 배터리 삽입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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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휴대폰용 배터리와의 크기 비교. 크기가 상당히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별도의 배터리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 만일 여행 등으로 장기간 PSP를 들고 다녀야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전용 어댑터를 함께 가지고 다니자. 참고로 추가 배터리는 현재 일본에서 한화 5만원 가량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주 2. cd/m²: 칸델라. 밝기 측정의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밝다. 하나의 발광체가 초 하나의 밝기가 될 때를 1칸델라라고 한다.
‘게임기’로서
PSP의 기능
확실히 PSP의 ‘성능’은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게임기로서의 ‘기능’까지 뛰어난가 하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UMD라는 소형 대용량 매체(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언급하기로한다)와 부분적으로 PS2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진 그래픽 칩을 탑재한 PSP는 기존 휴대용 기기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총천연색 풀 폴리곤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까지는 좋은데….
도대체 로딩이 너무나 길다!! 기기의 전원을 넣고 스타트 버튼을 누를 수 있을 때까지 10초 가량 기다려야 하는 무지막지한 휴대용 기기는 PSP가 처음이다. 게임 내의 로딩 문제라면 게임 개발사들의 노력으로 어떻게 극복이 될 수 있겠지만 기기 구동에 걸리는 로딩 문제만큼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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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골프 포터블’ 초기 화면. 전원을 넣고 여기까지 오는데 10초 이상 걸린다 |
물론, PSP에는 휴대용 게임기로서 칭찬 받아 마땅한 점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일시적으로 전원을 차단해도 한 동안 게임 상태가 저장되는 기능이다. 잠시 전원을 차단해도 기기를 다시 켜보면 정확히 전원이 차단된 시점에서부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실수로, 혹은 급한 용무로 기기의 전원을 꺼야할 상황이 오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편리한 기능 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어이없는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게임을 즐기고 난 후, 다른 게임이 즐기고 싶어져 디스크를 교체하면 새로 넣은 디스크가 종종 구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아마 전원을 내린 후에도 잠시 시스템상에 대기해 있던 이전 게임의 데이터가 새로운 게임의 데이터와 충돌하기 때문인 듯 보인다. 문제를 방지하는 것은 시스템 상에 남아있는 이전 게임의 데이터가 사라진 후 새 게임을 구동시키는 것 뿐. PSP 게임 디스크를 교체할 때에는 반드시(!!)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교체하자.
여기저기에서 구멍이 보이는 PSP. 그러나 도저히 칭찬해 마지않을 수 없는 기능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기기 하단부에 있는 HOME 버튼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지 PSP의 OS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리셋 기능을 간절히 원해오던 게이머들에게는 축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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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그만두시겠습니까?’ PS2에서는 볼 수 없는 친절함이 눈물겹다 |
멀티미디어
재생 기기로서의 PSP
PSP가 MP3 파일과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그렇다면 그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MP3 재생기능은 대충 합의(오타 아님)할만한 수준.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사용자들로부터 ‘들어주지 못할 만큼의 음질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유명 업체들의 MP3 플레이어에 비해 세부 기능이나 음질 면에서 다소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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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의 MP3 구동화면. 음질은 적절한 수준이지만 세부 기능 등이 아쉽다 |
반면, 동영상 재생 화질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 어차피 화면이 급하게 전환되지만 않는다면 잔상도 보이지 않고 프레임이 떨어지는 현상도 거의 없기 때문에 드라마 등을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지원하는 화질은 최대 786kbps로 해상도로 따지면 480×272에 해당한다. 수치로만 보자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으나 디스플레이 액정 자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PC에서는 깨져 보이는 파일이 오히려 깨끗해 보인다. 현재 UMD 디스크용 영상물은 출시되지 않았지만 메모리 스틱의 데이터도 읽어 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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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로 재생해본 판타지 스타 온라인 동영상 무비의 시작 부분. 화질 열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
또한 부가 기능으로 3배속 감기, 천천히 재생, 다음 파일로 넘어가기 등이 제공된다. 빨리 감기가 3배속까지 밖에 지원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천천히 재생하기의 경우 프레임 단위로 영상을 잡아낼 수 있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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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랩 하이 스쿨’ 동영상에서 천천히 재생하기로 선택한 컷. 연말연시 메시지를 담아봤다. ‘과음주의’ |
하지만 지원하는 포맷이 오직 MP4(주3) 뿐이라는 점이 거슬린다. 다른 형식의 영상물을 PSP에서 보려면 ‘이미지 컨버터 2’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MP4 형식으로 파일을 변환해 줘야 하며,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해당 PC에 MP4 코덱(다운로드)이 설치되어있어야 한다. 프로그램 자체의 사용법은 쉬운 편이지만 고용량의 영상물을 볼 때 데이터 전송 시간 이외에도 파일 포맷 변환을 위한 시간을 추가로 투자해야한다는 것은 역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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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컨버터 2’ 구동화면. 사용법 자체는 쉽지만 데이터 변환을 위한 시간을 따로 투자해야한다 |
동영상과는 다르게 이미지 파일은 크기, 해상도에 상관없이 감상할 수 있다. PSP는 TFT LCD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색감과 표현능력하나 만큼은 발군!! 확대 축소 기능은 물론 세로로 긴 사진을 보기 위한 세로 보기 기능 등도 제공하고 있으니 이미지 뷰어로서의 기능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다만 지원파일의 포맷이 jpeg로 국한되기 때문에 bmp나 gif 등의 파일은 jpeg로 변환할 필요가 있다(하지만 동영상 포맷 변경에 비해 이미지 파일의 변경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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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상의 이미지 한 컷을 PSP를 통해 보았다. 실제로는 화면 사이즈 때문에 PC 모니터보다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
이상에서 보았듯이 멀티미디어로서 PSP의 기능은 대체로 만족할 만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PSP의 정가가 20,790엔(한화 약 21만원 상당)임을 감안 해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이 정도면 중고 휴대폰 가격이다) 일이다. 물론 하이엔드 급 유저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되지 못하겠지만, 이만한 가격의 휴대용 게임기에 하이엔드 급 성능의 멀티미디어 재생능력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주 3. MP4: 클리에 등 소니 디지털 영상 기기와 일부 PDA에서 주로 사용되는 동영상 형식.
PSP의
매체들 - 문제 있음!!
단독으로 게임도 제공하고 음악도 제공하지 않는 이상, PSP는 사용하는 외부 매체들(게임매체, 외부 데이터 저장 매체 등)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PSP의 외부 매체들에 대해 심사숙고 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UMD
일찍이 소니는 CD라는 광학 매체를 이용해 PS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고, DVD의 바람을 타고 PS2를 시장의 패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PSP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외부 매체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용했던
PS, PS2와는 달리 PSP는 스스로가 전에 없던 새로운 외부 매체 시장, 즉 UMD 시장을
개척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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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P가 이끌어 가려는 새로운 외부 매체 UMD |
크기도 작고 1G라는 결코 적지 않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UMD. 일견 플라스틱 케이스에 감싸여 견고함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녀석에게 사실 설계상 중대한 결함이 있다. 정작 가장 보호되어야 할 디스크 후면부가 굉장히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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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MD와 게임 보이용 패키지 비교. UMD의 크기는 생각보다 훨씬 작다 |
MD(Mini Disk) 시절만 해도 렌즈가 디스크로부터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부분에 보호 캡이 있었다. 하지만 UMD에는 그것이 없기 때문에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크고 작은 먼지들이 디스크 내부로 침투하기 쉽다. 그 먼지들이 케이스 안에서 돌기라도 하는 날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하기 싫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UMD의 외형 설계는 그다지 옳지 못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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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방비로 구멍이 뚫려있는 UMD 후면부 |
메모리 스틱
지금까지 그 존재가 희미했지만 PSP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게 된 소니의 메모리 스틱 DUO. PSP의 저장 매체로
쓰이고 있는 이 녀석은 매우 작고 가벼운 것이 장점이지만 전송 속도가 처절하게
느리고, 무엇보다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256M 용량의 메모리 스틱의 시중가는 6만원
정도이므로 영화 한 편을 메모리 스틱에 넣어 놓고 돌아다니면서 감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저 만큼의 추가 비용을 지출할 각오는 해 놓자.
그나마 반가운 사실은 PSP의 USB 단자를 통해 메모리 스틱을 USB 드라이브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USB 단자는 시중에 팔리고 있는 케이블에 대응하므로 사용하기에 불편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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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B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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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B 케이블은 다른 MP3 플레이어의 것을 뽑아 그대로 사용했다 |
단, PSP는 ‘하이 스피드 USB’를 사용하고 있지만, 메모리 스틱 DUO 자체의 전송 속도가 영 시원치 않은 편이라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정용 PC가 ‘하이 스피드 USB’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 PSP에서 하이 스피드 USB가 아닌 일반 USB로 데이터를 전송 할 때의 속도를 측정했다.
PSP의 USB 데이터 관리 속도 측정
파일
분량 : 202 M, 총 파일 개수 : 40개
사용환경: PC 메모리 - 1G DDR RAM, PC
CPU - AMD 2600+, 하드 디스크 - 7200 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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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관리 |
걸린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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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 → PC |
3분 20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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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 PSP |
4분 25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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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의 데이터 삭제 |
3초 |
기기 자체의 가격대 성능비는 매우 뛰어난 수준. 그러나 외부 장치들이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한다. 뭐, 이런 문제점이야 소니 가전제품의 공통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새삼스레 놀라거나 실망하지 말자. 단, UMD는 철저하게 청결한 상태로 관리하고, 메모리 스틱 DUO는 지갑 사정을 잘 고려해서 현명하게 구입해야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마치며
이런저런 편견을 버리고 PSP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라고 한다면 게임기로서는 80점, 차세대 멀티플레이로서는 70점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다. 아쉬운 구멍들이 여럿 눈에 띄지만 20만원 초반대 가격의 물건치고는 꽤 좋은 기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디자인도 멋지고 디스플레이 장치의 시야각이 옆 사람에도 충분히 보일 만큼 넓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영화를 보며 은근히 자기 자랑도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 즉 패션 소품에 가까운 기능에다 주변의 이목을 집중 시킬 수 있다는 것만큼은 다른 휴대용 기기들이 절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다. 비록 280g의 무게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PSP는 그만큼의 부담을 감수하고 들고 다닐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은근히 기분 나쁜 점도 없지 않다. 특히 재생되는 동영상 포맷이 MP4 뿐이라는 점과 게임 데이터를 직접 읽고 쓸 수 있는 매체가 메모리 스틱 DUO 뿐이라는 점 등은 기기를 빌미삼아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다른 제품군을 소비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장인의 고집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소니는 뛰어난 디자인과 기능성을 앞세워 알게 모르게 자신들이 소비자를 리드하려는(혹은 표준 기술을 차지하려는) 시도를 수차례 해왔다. PSP의 UMD와 메모리 스틱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의 흐름이 MP3 위주의 음악 재생기 시장에서 다양한 포맷을 지원하는 영상 재생기 시장으로 옮겨갈 조짐이 보이는 지금, ‘악’ 소리날 만큼 멋진 타이밍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게임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하나만으로 다양한 코덱을 지원하고 수 십 기가의 하드 디스크로 무장한 경쟁자들을 상대해 낼 수 있을까.
PSP를 구입한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PSP를 구입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그들의 소중한 기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어할 것이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융통성 있는 정책과 지속적인 지원(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의)을 바란다.
부디 베타 비디오의 악몽이(주4) 반복되지 않기를….
주 4. ‘베타 비디오’의 악몽: 가정용 비디오 테잎 레코더 시장 초창기의 에피소드. 당시 소니의 ‘베타’ 방식은 경쟁상대인 VHS(현재의 표준 방식)에 비해 화질 재생 성능이나 녹화 품질이 월등히 뛰어났다. 그러나 ‘베타’ 방식은 VHS에 밀려나고 말았다. 소니 측에서 성인물 제작, 유포를 금지시키는 등 영상 제작 업체들을 구속, 제재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기기도 쉽게 고장 났기 때문이다. 결국 ‘베타’ 방식의 기기를 구입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VHS 기기를 다시 구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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