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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게임시장, 현장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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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미소녀게임 전성기
미소녀게임 기획으로 이번에는 게임메카가 직접 일본의 미소녀게임 시장을 점검하고 왔다. 다들 아시다시피 일본 PC게임시장은 이미 미소녀게임이 주류가 된지 오래다. 특히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미소녀게임 전문 매장들은 한국미소녀게임 매니아들에게는 그야말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 일본 PC게임 시장의 80% 이상은 미소녀게임이 점유하고 있다

일본의 게임유저는 크게 콘솔게임과 미소녀게임 유저로 나뉜다. 과거 콘솔게임의 주된 고객층은 어린이와 청소년이고, 미소녀게임은 18세 이상의 성인이 고객이었다. 이는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으나 최근에는 콘솔게임 쪽에 성인유저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게임유저의 연령층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미소녀게임 시장, 1년에 500억엔 규모

미소녀게임은 이미 오래 전에 일본의 PC 게임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해 왔다.

나머지 20%정도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어린이들의 교육용 콘텐츠가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같은 기능을 하는 민간기구인 ‘소프트윤리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미소녀게임 전문 업체만 400여 개에 이르고 이들 개발사에서 출시하는 게임만 매월 40~50개다.

여름방학이나 설 등의 특수시즌에 더 많은 게임이 쏟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에 출시되는 타이틀만 500여개에 달한다.

시장전체로 따지자면 년 500억 엔대의 시장규모다.

또 메이저급 타이틀의 경우 초도물량은 3만개를 기본으로 하고, 발매 1주일 만에 초도물량이 80%이상이 소진된다고 한다.

▲아키하바라 게임상가

미소녀 게임유저는 시장이 생긴 이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다가 7~8년 전에 약 100만 명 정도로 정점에 달한 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꾸준히 게임을 구입하는 유저는 약 30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메이저급 제작사의 경우 소정의 연회비를 내고 가입한 회원이 약 3만 명 정도이며, 유통사는 이들 회원들의 수를 파악해 초도물량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미소녀 게임 유통구조
일본의 미소녀 게임시장은 이미 그 역사가 15년이 넘는 만큼 개발사와 패키지 제작사, 유통사의 삼박자가 어우러지면서 안정적인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개발사는 먼저 게임의 마스터 데이터를 완성하고, 이와 관련된 박스 및 매뉴얼, 전단지 등의 인쇄물 디자인 데이터를 만든다. 그 다음 제작사는 이 데이터를 넘겨받아서 CD프레싱에서 프로텍트, 어셈블 등 게임 CD제작에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담당한다. 또 이 시점에서 유통사에게 제품안내 및 발매일에 맞춘 물류과정을 지시한다.

▲ 매장에는 이와같이 플레이스테이션 용 중고제품도 취급하고 있다

유통사는 제작사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매장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고 각 소매점으로부터 초기 예약수량을 받는다. 그리고 유통사는 정한 기일까지 초기수량에 대한 주문서를 작성해 개발사에 전달한다.

제작사는 받은 주문에 대해 발매일 며칠 전에 주문 수량만큼의 상품을 미소녀게임 전문매장에 보낸다. 제작사는 타이틀 제작에 관한 모든 공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 유통사는 상품을 얼마나 많이 팔 것인가를 기본으로 매장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전체적으로 일본 미소녀게임 시장의 유통구조는 철저한 주문제 생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 소매점은 유저들로 부터 사전 예약을 받는다. 예약금은 100엔부터이고 발매일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물론 제작사는 이 데이타를 기반으로 초도물량을 결정한다

제작사는 크게 나누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블록단위로 일부만 담당하는 하청업자, 또 하나는 개발, 제작, 유통을 모두 겸하는 대형 제작사가 있다. 대형 제작사는 미소녀 게임시장의 상위 5개 업체정도다.

유통사는 크고 작은 회사들이 15개사 정도 된다. 이 중에서 미소녀 게임시장이 생겨난 이후로 지속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곳은 5~6개사 정도로, 나머지는 예약된 분량의 초기물량을 주문하는 정도다.

▲ 닌텐도 NDS용 타이틀도 전시되어 있다

게임관련 상품은 소매점에서 직접 제작
한편 소매점들은 다른 매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전화카드나 열쇠고리 등의 특전품을 별도로 주문하는데, 이때 제작사는 요청받은 특전의 디자인 소재만을 제공할 뿐 제작비용은 매장이 직접 부담한다.

게임유저는 게임 구입 시 수많은 매장 중에서 게임은 물론이고 부수적인 특전품을 목적으로 매장을 선택한다. 어느 한 게임에 대해 6개의 매장이 각각 다른 디자인의 전화카드를 제공하며, 심지어 전화카드 수집을 위해 6개를 구입하는 유저도 있다. 이 점이 미소녀게임이 피규어나 다른 관련 상품시장으로 확산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일본 미소녀게임 소매점은 같은 게임을 판매해도 관련 상품에서 차별화를 꾀해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 한달에 40~50개 쏟아지는 신작들. 매장에 한 달 이상 진열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또 예정된 발매일이 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국적으로 동시에 판매가 개시된다. 발매일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과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동시에 손에 넣을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게임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발매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기대심리를 일으켜 미소녀게임의 시장 확대에 일조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소녀 게임 전문 매장을 둘러보자

아키하바라에 있는 한 미소녀게임 매장을 찾아갔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은 작품 타이틀과 발매일 예약카드가 놓여있는 코너였다.

유저는 이 카드를 이용해서 예약금을 걸고 오프라인에서도 직접예약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정에 인터넷 망이 없거나 쓸 줄 모르는 유저들도 직접 찾아와 제품을 예약할 수 있다.

발매일에는 매장이 문을 열기도 전에 매장 앞에서 줄을 서고 있는 풍경도 자주 연출된다.

현재 일본의 게임 오프라인의 매장은 10,000개에서 15,000개 정도로 파악된다.

이중에서 미소녀게임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매장은 5000개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 일본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거리..평일이라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GBA, PS2, XBOX 등의 전체 콘솔게임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미소녀게임이 대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각종 관련 상품으로의 파생효과가 큰 미소녀게임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 미소녀 게임 전문 매장. 19세미만 출입불가.겉보기엔 똑같지만 매장앞의 포스터가 미소녀게임 매장임을 말해준다

미성년자는 매장출입부터 규제
미소녀 게임 전문매장이 존재하다보니 이곳에 자연스럽게 출입하는 사람들 또한 성인유저들이 많다. 미성년자는 매장 출입부터가 철저히 거부되고 있다. 매장관계자에 의하면 “외모만으로는 성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신분증을 요구 한다”고 말한다.

▲ 월 40~50개씩 쏟아지는 게임 중에서 자신에 맞는 게임을 선택하기 위해 전단지와 데모 등은 필수이다. 데모는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쉽게 성인인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의료보험증이나 운전면허증으로 확인한다. 최근에는 온라인쇼핑몰도 미소녀게임을 주요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의 성인인증방법은 의료보험카드나 운전면허증을 팩스로 받아서 성명과 연령을 확인한다.

이 정도라면 18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구입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무엇보다 일본 내에서도 ‘18금 미소녀 게임은 미성년자가 해서는 안 될 게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까다로운 성인인증 절차에도 큰 반발 없이 따르고 있다.

▲ 무엇을 고를지 심각하게 고민된다. 천장까지 빼곡히 메운 포스터들이 인상적이다

볼거리가 많은 미소녀게임 매장
일본 미소녀게임 매장은 단순히 게임판매뿐만 아니라 게임시연회나 코스튬플레이 등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도 쓰인다. 매장 한쪽에는 게임 전단지와 데모CD 등이 놓여있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지만, 게임을 구입하는 동시에 다른 게임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유저들은 주로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한다.

▲ 매장 2층에 위치한 이벤트홀. 이곳에서 미소녀 게임에 관한 각종 이벤트 및 판촉행사가 벌어진다

정가는 8,800엔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품의 판단기준으로서 각 매장의 경쟁과 노력에 의해서 판매가는 6,800엔~7,800엔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더 좋은 관련상품을 제공한다면 그만큼 가격을 비싸게 매겨도 잘 팔린다.

매장의 2층에는 이런 이벤트 홀이 있는 곳이 많다. 이곳에서 포스터 전시는 물론 게임 시연이나, 코스튬플레이 등도 개최한다. 비용은 모두 소매점이 부담한다. 온라인 쇼핑몰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유저만큼은 아직도 오프라인 소매점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 조금만 발품을 팔면 언제든지 기대작의 데모를 구할 수 있다. 게임에 대한 선택기준은 데모를 플레이해 본다음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데모하나 받기위해 줄까지 서는 일본 게이머
아키하바라에 방문한 그날, 마침 발매를 이주일 앞두고 있는 작품의 데모 배포 이벤트가 열렸다. 보통 예약판매 기간은 한달 정도. 때문에 이 사이에 소매점과 유통사는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데모를 배포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

▲ 발매예정 작품의 데모를 배포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사면 사고, 말면 말라”는 식의 국내 게임매장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특히 기대작 같은 경우 데모 하나를 받기 위해 줄까지 설 정도로 일본 게임머의 게임에 대한 열의는 뜨겁다. 이렇게 늘어선 줄을 보고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시 여기는 시장 풍토가 부럽기만 하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유저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제작사의 노력과, 수익을 올리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이벤트를 개최하는 소매점의 노력이 놀랍게만 느껴진다. 이 광경은 비단 미소녀게임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콘솔게임 역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 데모디스크를 받기 위해 줄까지 서있는 유저들의 행렬. 게임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오프라인 매장, 아직 건재하다
일본 게임매장은 온라인시장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소매점 위주로 철저한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개발사나 유통사보다 소매점이 중심이 되어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통사와 개발사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단순히 가판대 앞에서 물건이나 파는 한국의 오프라인 매장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제작사와 유통사, 제조회사가 협력해 미소녀게임 시장을 확대해 왔고, 그 노력은 지금도 부단히 이어지고 있다.

▲ 상가 곳곳에서 이런 코스프레 행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구경거리가 많다는 것이 일본 게임매장의 특징

미소녀게임 시장은 또 하나의 돌파구다
과연 우리나라의 게임유저들은 온라인게임만을 선호한다고 할 수 있을까? 국내 PC게임업체들이 유저들을 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현재 국내 게임시장은 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니 ‘전멸’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용산, 국제전자상가 등에 위치한 대부분의 게임매장들도 지금은 핸드폰, 카메라 매장으로 업종전환한지 오래다.

▲ 일본 아키하바라의 현재모습. 온라인 시장에 잠식된 국내시장과는 달리 일본의 오프라인 시장은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PC라는 매체를 이용한 보다 다양한 장르의 개발과, 부수적인 가치창출 등 고객본위의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소녀게임 시장은 꺼져가는 국내 PC게임시장의 ‘돌파구’를 제시해 줄만한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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