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락실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게임'이 이제는 영화산업을 능가하며 엔터테인먼트의 총아로 자리잡았다. 불과 25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뤄낸 성과다.
80년대 초 오락실을 통해 대중화에 나섰던 게임산업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의 유행에 힘입어 PC게임이 오락실 아케이드게임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서울 용산이 PC게임의 메카로 떠오른 것도 이 당시다.
|
|
|
|
▶ 추억의 단면들 |
|
이후 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머드/머그게임 등 온라인게임이 국내에서 태동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에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정용게임기를 정식으로 출시하면서 잠깐이나마 비디오게임 전성기를 맞는다.
지난해부터는 휴대폰의 진화와 모바일게임 업체들의 기술발전으로 3D 모바일게임, 네트워크 모바일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게임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보다 대중들 사이로 깊숙이 침투하면서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게임은 이제 중장년층까지 흡수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두 세대를 거쳐 오면서 게임환경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게임메카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용산, PC방, 오락실, 중년게이머, 엄지족 등 5회 걸쳐 ‘현장을 가다’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글 싣는 순서>
1.
2005년의 용산, 그 모습은?
2. PC방 풍경 어떻게
바뀌었나
3. 재래식 오락실 VS 신개념 오락실
4. 아저씨 게이머의 하루
5.
모바일게임 신풍속도
1. 2005년의 용산, 그 모습은?
2005년의
용산, 그 모습은?게임을 좀 했다던 사람이라면, PC를 약간 만졌다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용산은 즐거운 공기가 흐르던 곳으로 기억된다.
|
|
용산역 개찰구에서 표를 끊고 나올 때면 마주치는 직거래를 위해 서성거리는 수많은 사람들, 좌우측의 매장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게임의 오프닝장면, “학생 싸게 해줄게 구경만 하고가”라며 일부 얌체상인을 일컫는 용팔이(?)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두 용산을 만들어나가는 추억의 단면이다.
|
|
신용산역에서 용산전자상가 방향으로 빠져나와 굴다리 앞에 이르면 늘상 눈에 띄던 명물 용산개 ‘땡비’도 있었다. 굴다리 아래 살색으로 가득한 비디오시디 패키지를 리어카에 진열해놓고 아저씨들의 호주머니를 털던 ‘야동업자’, 뒷골목 으슥한 곳에서 삥을 뜯던 깡패까지 누군가에게는 웃음이 떠오르는 기억을, 누군가에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용산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기자는 용산을 다시 들렸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용돈을 흩뿌리며 매장을 두리번거리던 추억도 되살릴겸 용산에 나설 때면 느껴지는 특유의 향취를 다시금 느껴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2005년의 용산. 그곳은 정말 많이 변해있었다. |
|
|
|
▶ 한 때 엄청난 번영과 신화적 덤탱이(?) 기술을 보여줬던 터미널 전자상가 |
더
이상 용팔이는 없다
원효대로의 소음에서 벗어나 터미널상가로
들어설 때쯤 고등학생 두 명이 설레는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의
생각엔 무엇을 구입하려기보다는 아이쇼핑 중이었던 이들. 궁금한 마음에 냉큼 다가가
쌩뚱맞게 쳐다보는 학생들과 마주쳤다.
“뭐 사러 오셨어요?”
|
|
“(당황한 듯 쳐다보며) 그냥 MP3플레이어나 새로 나온 게임 좀 보려고요” “게임은 할만한 게 좀 보여요?” “다 옛날 것 밖에 없네요” 과거 터미널상가는 용산의 얼굴이자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가장 목 좋은 장소로 정평이 난 곳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복합상가 스페이스나인(Space9)이 생기고 용산역사의 위치까지 옮겨간 지금 이곳은 과거의 생기 넘치던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
진열대의 물건을 학생들이 구경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터미널상가에는 매장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간혹 손님이 지나갈 때면 ‘구경 좀 하고 가세요’라고 건성의 말을 건넬 뿐 그 옛날 옷자락까지 붙들어가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
|
▶ 과거 개찰구가 있었던 자리. 수많은 인파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이곳은 을씨년한 기운만 감돌 뿐이다 |
“장사가 좀 되요?”라는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는 한 매장직원. 그는 과거에 끗발 날리던 일명 ‘용팔이’로 일컬어지던 장사꾼들은 이미 매장을 정리하고 떠난 지 오래라고 말한다.
“에휴 역사가 옮겨간 건 둘째 치고 찾는 사람 자체가 있어야 말이죠. 여기 말고도 (다른 지방에) 많은 매장이 생겼고 뭐 쇼핑몰도 잘된다하니 특별히 용산을 찾을 이유가 없죠. 옛날 워크맨 밀수하던 시대도 아니고…”
|
|
옛날만큼 남는 장사가 안된다는 말인지 무슨 뜻인지는 모를 뉘앙스였지만 어쨌든 대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얼굴을 돌려 MSN 채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은 물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눈에 불을 켜던 과거와 사뭇 다른 용산의 일면을 엿보게 했다. 오늘은 토요일. 터미널 1층을 내려가자 더욱 황당한 모습이 연출된다. 과거 토요일이면 터미널 1층이나 선인상가 앞쪽은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부품 벼룩시장이 열리며 더할나위없는 성황을 이루곤 했다. 하지만 그곳에 펼쳐져 있는 벼룩시장은 전자상가라는 이름과 무색한 창고대방출 겨울파카 바겐세일이었다. |
“새롭게 찾을 만한 아이템도 없거니와 지금 시대에 무슨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건덕지나 있겠습니까. 저렇게 창고대방출이라는 포스터나 붙여놓고 옷이라도 팔리면 다행이죠”
한 PC용품 판매점의 직원이 팔짱을 끼고 중얼거리는 이야기. 마치 동대문 패션빌딩에서 램과 CPU를 파는 장면과 진배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기자는 2층으로 다시 올라가 일명 ‘좌 (전자)랜드, 우 선인(상가)’으로 불리는 용산 사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
|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린 게임매장
뚜꺼비상가라고
불리우는 지하의 매장이 형성된 것도 따지고 보자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19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 신호등을 나란히 한 채 나진상가 지하와 통로에 만들어진
이곳은 용산의 게임전문판매점을 자처하며 호황을 누려왔다. 먼저 선인상가 방향의
매장을 둘러보기로 한 기자.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하기 이를 데 없는 매장들 사이에서 몇몇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니터로 틀어놓은 ‘유니 뮤직비디오’를 감상 중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0년전 ‘둠(Doom)' 데모시연장면을 지켜보며 탄성을 내지르던 사람들의 모습과 매우 대조적인 광경이었다.
|
|
두꺼비상가 구석 한 끄트머리에 있는 PC게임 전문판매점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게임이라곤 2~3년전에 나온 쥬얼과 일반패키지가 나뒹굴 뿐 신작 하나 찾아보기 힘든 매장의 진열대는 PC패키지게임사업이 사실상 전멸한 국내시장을 엿보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매장 전면에 배치된 게임은 미스 3, 코만도스 3, 심지어는 아미맨과 삼국지 8에 이르기까지 마치 재고정리를 위해 창고를 개방한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아닌 척 넌지시 매장직원에게 말 한마디를 건네봤다.
|
|
“요즘 나온 신작 좀 있어요?” “음… 글쎄요” 머뭇거리던 매장직원은 액션게임 좋아하냐며 언뜻 건네주는 게임이 카오스레기온이다. 1년전에 발매된 게임이다. 이미 해본 게임이라며 고개를 흔들자 콜 오브 듀티 오리지날버전을 들고 어색하게 웃는다. 정말 재고처리를 하려는 걸까. 직원의 의중은 알 수 없지만 PC게임타이틀 전문판매점이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을 지속해나가는 것 자체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과거 PC게임 전문매장을 표방하던 곳들도 대부분 DVD가 전면에 진열된 사실상의 ‘전업’이 이루어진 상태. 건너편의 비디오게임 전문 매장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래도 비디오게임판매점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금은 핸드폰 매장으로 변해버린 나진상가 골목에서 자리를 옮긴 이곳은 특유의 호객이 여전했지만 옛날처럼 패드를 붙잡고 게임을 즐기던 아이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
|
또 다수의 매장이 진열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중고 게임타이틀을 앞세워 놓은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중고품판매와 교환은 과거의 용산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진 매매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매장이 하나같이 중고품을 일선으로 내놓고 있는 연유는 과연 무엇일까.
“솔직히 말해 정식발매가 이루어진 후 타이틀이나 하드웨어 판매에서 마진율이 크게 떨어진 게 사실입니다. 뭐 이전에 받은 가격이 정당했다고 볼 순 없지만 정식발매가 되면 그만큼 많은 제품이 팔려야 인지상정인데 판매되는 건 이전보다 적으니 그나마 마진율이 높은 중고품이라도 팔아보자는 심산이죠”
|
|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위닝일레븐 8을 플레이하던 매장직원은 드래곤퀘스트 8 등 큰 이슈를 불러일으킬만한 신작이 한국보다 일본에서 선행발매될 때를 제외하곤 직수입 판매 또한 과거에 비해 비율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한다.
|
|
“일명 ‘용산 아줌마’라고 하죠? 일본과 한국을 매주 오가는 보따리 상인인데 옛날에 비하면 정말 일감이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부 단골고객이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게임이나 엉뚱한 물건(?)을 주문할 때 빼곤 옛날처럼 물건을 대량으로 들여올 일이 없기 때문이라네요” 1990년 후반부터 형성된 전자랜드의 비디오게임매장 역시 한산한 분위기는 마찬가지. “새로 생긴 스페이스나인으로 점포를 옮겨보시지 그러셨어요” |
기자의 말에 매장직원은 웃고 만다. “한번 가보시고 그런 말씀 하시죠? 임대료도 장난이 아닌데다 지금은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죠”
그 말이 정말일까. 다시 터미널을 거쳐 스페이스나인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언뜻 든 생각이지만 동선이 참으로 애매하다. 옛날처럼 지하철역사에서 나와 터미널, 나진상가, 전자랜드 혹은 선인상가로 움직이던 동선은 마치 칼로 무우를 벤 듯 스페이스나인과 그 외의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어디부터 들려야할지 애매했고 어떻게 가야할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애매한 위치가 아닐 수 없다.
|
|
기왕 스페이스나인으로 가는 김에 그 옛날 유명했던 용산개 땡비가 살던 근처도 들려봤다. 역시나 리어카 가득 여러 시디를 담아 팔던 상인들은 온데간데없고 노숙자들만 즐비한 굴다리 아래의 모습. 왠지 대형마트가 생길 때마다 사라져가는 화개장터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
▶ 아직도 빈 점포가 상당한 숫자를 차지하고 있던 스페이스나인 |
|
스페이스나인은 정말 거대한 복합쇼핑몰이다. 강남 코엑스 두 개를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스페이스나인은 콘서트홀을 연상시키는 이벤트홀과 거대한 극장, 전자제품과 푸드코트, 전자제품매장을 총망라한 원스톱 쇼핑몰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외형에서 느껴지는 것과 달리 스페이스나인은 용산 특유의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 장소다. 특히 공급과잉의 심화로 기존 6개상가 5,000여점포 중 빈점포 비율이 10~20%로 상가조성이래 최대라는 한 매장관계자의 이야기는 매장을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
|
|
▶ 주말엔 차도를 막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항상 붐비는 아키하바라 |
사실 세계적 전자상가인 일본의 아키하바라(秋葉原)도 90년대 가전양판점에 밀려 고전했었다. 그러나 아키하바라는 90년대 초 컴퓨터 전문상가로, 90년대 말에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 컨텐츠상가로 특화해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환경도, 문화도 다른 한국이라지만 아키하바라가 이룩한 성공사례를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
|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질 무렵 매장 한켠에서 초등학교 5~6학년생으로 보이는 아이 손을 끌고 ‘잭앤덱스터’를 플레이하는 한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해서 얼마라구요?” “이 정도 가격에서 더 못 빼드리는데…”
한창 매장직원과 가격실랑이를 벌이던 아버지는 다른 매장을 둘러보려는 심산인 듯 아쉬운 눈빛이 역력한 직원을 뒤로 한 채 아이의 손을 붙잡고 나온다. 무심결에 말을 걸었다.
“왜요? 가격이 잘 안 맞으세요?”
호객을 하려는 매장직원으로 착각해서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아버지는 취재를 나왔다는 말에 카메라를 보며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고 한다.
|
|
“차라리 비디오게임기가 나을 성 싶어서요. 메이플스토리에 미쳐 정신 못 차리는 아들녀석한테 차라리 비디오게임기를 사주는게 낫다고 생각해 한번 나와 봤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그렇게 만만한 것도 아닌걸요(웃음)” 비디오게임이 아니라도 PC를 이용해 할 수 있는 게임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하지만 재밌는 팩을 친구들과 돌려가며 즐기고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게임팩 교환을 위해 용산을 나서곤 했던 옛날과는 너무나 틀린 ‘게임즐기기 일변도’다. |
“자제를 할 수 있으면 좋은데. 학원까지 빼먹고 PC방을 가질 않나… 비디오게임기에라도 맛을 들여 좀 절제하면서 게임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 아이는 정말 비디오게임기에는 흥미가 없는 듯 집에 가자며 짜증만 낼 뿐이었다.
비디오게임기를 사주려는 부모의 모습도 이색적이었던, 게임기를 마다하고 짜증만 내고 있는 아이의 모습도 이색적이었던 2005년 용산의 흥미롭기 이를데없는 풍경이 ‘용산의 위기’를 다시금 증명한다.
- "약속 위반" 엔씨, 아이온2 P2W 상품 논란 일자 철회
- 타르코프 스팀판 환불하니, 기존 계정까지 차단 당했다?
- 몬길 PD와 사업부장, 프란시스와 린 코스프레 약속
- 최대 96%, 다이렉트 게임즈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시작
- 게임 과금에 '배송 실패'가 웬 말? 아이온2의 미숙한 오픈
- 출시 2일 만에 PvP ‘뉴비 제초’ 문제 터진 아이온2
- 콘코드 팬 복원 프로젝트, SIE에 의해 중지
- [순정남] '대책 없는 쓰레기'지만, 평가는 좋은 악당 TOP 5
- 국산 서브컬처의 희망, 육성 RPG '스타세이비어'
- 모바일 '불가능'·PC '실망', 두 마리 모두 놓친 아이온2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