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이기 때문에 직장에서 도태된다는 건 이제 옛말이죠”
현직 게임업계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는 아줌마들은 이렇게 말했다.
게임 직종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남자. 특히 게임 자체가 남자들의 놀이 문화였기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들이 게임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게임업체의 많은 부서에는 여성인력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싱 걸, 나레이터 모델’ 등 내적인 성숙함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미를 강조하며 아직까지는 사회적 통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야에서 기혼여성들이 당당하게 활약하자 최근 게임업계에도 이에 뒤질세라 아줌마 열풍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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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 레이싱 걸이 나올정도로 사회전반에 아줌마 열풍이 대단하다. 사진은 최근 유부녀 레이싱 걸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강민정 씨와 장가현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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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아줌마들이 활약하고 있는 분야가 주로 대외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야 하는 홍보, 마케팅 분야여서 더 눈에 띠고 있다.
홍보, 마케팅 분야에는 기혼여성보다 예쁜 외모를 가진 미혼여성이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가정을 버리고(?) 게임과 일을 선택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편을 잘 만나 가능했던 일
결혼 후에도 게임업계, 특히 대외적인 업무를 주로 처리해야 하며 여성보다는 남성을 자주 만나야 하는 홍보파트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누구의 힘이 가장 컸는가에 대한 질문에 인터뷰에 응했던 대부분의 게임업계 아줌마들은 한결같이 ‘남편’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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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기혼녀로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라는 말. 게다가 대부분 게임업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근무를 하고 있는 남편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남편은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고 있다고 한다. 이제 막 신혼살림을 시작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김유정 팀장은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기 때문에 게임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본인을 잘 이해해 주고 있다”며 “지금은 다른 업계에서 근무해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얼굴조차 볼 겨를도 없지만 불만 없이 잘 지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
이런 남편의 아내사랑은 전혀 상대를 모르고 소개팅을 통해 만나 결혼에 골인한 네오위즈 박경제 대리의 케이스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김유정 팀장과 달리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상대를 만나 결혼하게 된 박경제 대리는 서로 너무나 다른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을 잘 이해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업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남편의 외조 때문에 직장생활이 더 수월해졌다고….
▲유부녀에 대한 편견이 없는 업계
이들이 이렇게 결혼 후에도 무난하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의 사회생활을 이해해주는 남편들의 외조도 큰 보탬이 됐지만 회사의 적극적인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이란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특성화돼 있기 때문에 각 분야별 인력보강이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기혼여성에 대한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엠게임 김수향 대리는 “개발과 관련된 파트에는 남성직원들이 많긴 하지만 성차별에 대한 것은 느낄 수 없고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는 여성직원들이 많이 활동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콤한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는 김유정 팀장과 박경제 대리는 출산휴가를 다녀온 다른 동료들을 예로 들며 “현재는 2세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신혼이지만 회사의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편이라 결혼한다해도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줌마라고
해도 남자만 가득한 게임회사라면 홍일점이라는게 그녀들의 설명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도 금기시 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개발자와의 사내연애.
네오위즈 등 사내연애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업체가 생겨날 정도로 게임업계도 과거에 비하면 사내연애에 대해 많이 개방된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 어여쁜 홍보담당자들 때문에 능력 있는 핵심개발자를 다수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몇 몇 업체는 사내연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개발자와 사내연애를 통해 결혼에 골인한 락소프트 임주현 팀장은 게임업계에서 사내연애를 통해 얻은 ‘유부녀’라는 수식어는 훈장과 같은 것이라며 사내연애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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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업계에서는 기혼여성에 대한 제도는커녕 사내연애에 대한 것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개발자와는 더더욱 안됐죠. ICQ로 대화하고 퇴근 후 데이트는 007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각본에 의해서 진행됐습니다. 회사에서 최대한 먼 곳에서 만나서 신촌이나 대학로 등으로 이동하곤 했죠. 사내연애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서로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딩크족이라는 임 팀장은 뚜렷한 2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출산, 육아와 관련된 회사의 복지정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기혼여성에 대한 복지혜택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게임업계도 점점 선진화돼 가는 것을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
▲주부로서 불량도 90%, 가정은 나몰라라~
사회와 가정이 일하는 아줌마에 대해 관대해서일까?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현재 자신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만족도가 높은 탓에 삶의 동반자로서 자신에 대한 평가는 80점정도지만 주부로서는 10점에도 못 미칠 정도로 턱 없이 낮은 점수를 매겼다. 그만큼 집안일은 회사일 만큼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는 말.
게임전문기자와 결혼해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김유진(가명) 씨는 “주말에 집안 청소하는 것을 제외하면 평일에는 퇴근 후에 저녁 차리는 것이 고작”이라며 “사실 피곤할 때는 나 몰라라하고 자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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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남편과 가정을 못 챙겨 항상 가슴에 응어리를 품고 있다는 위메이드 김유정 팀장은 “사실 출근시간이 달라서 결혼 후에 제대로 남편 아침식사를 챙겨준 것이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가져야할 근성을 길러서 혼자서도 잘 챙겨먹는 강한 남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홍보, 마케팅 분야도 어떻게 보면 게임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업 분야와 비슷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스케줄이 소속된 업체가 서비스하는 게임에 맞춰지게 된다. 때문에 출근은 항상 일정하지만 퇴근은 일정하지 않은 편. 특히 요즘처럼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클로즈베타테스트나 오픈베타테스트에 접어들 때는 새벽이 되서야 퇴근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철야도 불사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기껏해야 6시간이 채 못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줌마는 “결혼 이후에도 쭉 게임과 일 때문에 마냥 하숙생처럼 생활하며 집안일에 소홀한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마음 아픈 부분”이라며 “하지만 수면시간까지 쪼개가면서 집안일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주부로서 일과 가사의 병행에 대한 어려운 점을 성토했다. |
▲자신을 양보하면 해답이 보여…
하지만 게임업계 6년 차, 결혼 4년 차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아줌마로서의 생활이 몸에 익은 락소프트 임주현 팀장의 의견은 좀 다르다.
요즘같이 야근이 많은 때는 집안일은 고사하고 잠을 자고 나오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부인을 남편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이 주부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처녀였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활하고 있는 아줌마들에게도 문제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과 가사에서 아줌마들이 느끼는 이런 딜레마는 남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가사일을 분담해주느냐에 따라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임 팀장는 설명했다.
임 팀장은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서투르더라도 남편이 가사일을 도울 때 이것저것 잘 가르치다 보면 자주 가르쳐야만 나중에 조금이나마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개발사를 운영하는 가운데서도 틈틈이 가사일을 돕는 남편 때문에 50%정도는 주부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남편을 내조하는 것은 아내의 몫이지만 맞벌이라면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게임업계 아줌마들은 외친다
하지만 남편이 도와주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이 산더미 같은 위메이드 김유정 팀장은 남편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뒷정리에 여념이 없다.
김 팀장은 “남편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남편의 가사능력”이라며 “돕는다고 나서지만 사실 더 어지럽혀 놓는 남편이 가끔은 미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일이 아닌 게임삼매경에 빠져 가사일에 소홀한 아줌마는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동종업계에서 근무하는 반려자를 만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도 처음에는 마누라가 게임에 빠져 남편 끼니 챙겨주기는커녕 집안일에 소홀하면 어떡하나 고민했을 정도로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마니아이기 때문이다.
5월 10일 요구르팅 오픈베타테스트 일정이 정해지면서 요구르팅 플레이에 여념이 없는 네오위즈 박경제 대리는 주말에 시간이 나면 게임플레이 대신에 남편의 취미를 같이 한다고 한다.
“자연스레 가사일을 분담하기 시작해 결혼 9개월째에 접어드는 지금은 남편이 거의 주부가 다 됐어요. 기특하기도 하고 제가 사회생활하는데 도움이 돼 주기도 해서 틈틈이 남편과 함께 등산을 다녀요. 결혼하고 태백산, 소백산 등 6~7곳의 산을 다녀온 것 같아요”
이와는 반대로 남편에 게임에 빠져 고민인 게임업계 아줌마도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개인사정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J 씨는 “최근 남편이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개발한 온라인게임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자신을 이해해주기 위한 차원에서 가르쳐줬던 게임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J 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의례 컴퓨터를 켜는 남편 때문에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PC방으로 외도할까 두려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남편이 원하면 뒷바라지는 OK
이렇게 일에 가사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아줌마들이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자신들을 잘 이해해주는 것은 남편과 가족뿐이라며 원하면 자신이 희생해서라도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게임이라고 하면 오락실을 떠올리며 좋지 않은 문화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이런 업계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그녀들을 가족들은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뀐 지금은 게임업계에 대해 누구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소위 잘 나가고 있는 게임업계에서 홍보업무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남편과 가족들이 매우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아침을 챙겨주지 못하고 와이셔츠를 잘 다려주지는 못해도 부인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하기 위해 같이 캐주얼게임도 해보고 검색사이트를 통해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서 챙겨 봐주는 남편에게 늘 감사함을 느낀다는 게임업계 아줌마들.
“만일 남편이 실직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결혼해서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아줌마의 배짱이 생긴 것”이라고 대답한 네오위즈 박경제 대리는 “내가 돈을 계속 벌 의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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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실직한다면 도서관이나 취업박람회로 보내서 재활교육을 시키겠다고 게임업계 아줌마들은 자신있게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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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남편이 집에서 놀고 있는 건 못보겠다”며 “공부를 하거나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혼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뀐 지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라 연륜 있는 주부보다는 오히려 달콤한 신혼을 만끽하고 있는 초보주부가 더 많은 게임업계. 이 때문인지 인터뷰에 응해준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드라마 ‘불량주부’에 나오는 배우 신애라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직은 주부라는 수식어보다 열심히 일에 매진하는 커리어우먼이란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그녀들과 함께 5년의 시간을 보낸 엠게임 김수향 대리는 아줌마로 살아가는 그녀들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유부녀는 연륜이 주는 지혜로움, 안정된 생활이 주는 자신감이 아줌마라는 털털한 성격과 맞물려 직장생활에 매우 적합한 일꾼이다”
혼자 사는 생활이 편안해지고 익숙해지면 남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맞추면서 사는 것에 인색해지고 모든 일에 자기 방어적인 태도가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는 싱글보다는 결혼이란 터널을 통해 인간적 성숙을 이뤄낸 아줌마가 어떻게 보면 게임업계에 더 잘 어울린다고 설명하는 김수향 대리.
지금보다 더 주부생활이 불량해 지더라도 게임과 일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라면 결혼과 함께 회사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싱글족들의 걱정을 없애고 그들에게 ‘당당한 아줌마로 게임업계에 오래 근무해도 되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처럼 게임업계 불량주부들, 앞으로도 열심히 활약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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