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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오싹오싹 공포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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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오싹오싹 공포체험 “믿기 힘들지? 하지만 사실이었어!”

예전에 알고 지내던 후배 한 녀석은 종종 귀신을 본다고 했었다. 우리가 항상 모이던 학교 건물 4층 화장실 창문에서 늘 같은 30대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는 거였는데 어느 날 강원도로 엠티를 떠났던 우리는 그가 정원에 우두커니 서서 뭔가를 말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헉!). 우리 눈엔 그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지만 어쨌든 뒷덜미의 솜털이 바짝 곤두선 일행들의 눈초리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런 일들이 단 한번이라도 우리 눈에 들어오기는 힘들지만 자주 귀에 들어오는 건 사실이다. 괴담이란 도처에 널려 있기 마련이고 게임회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무슨 일이든 안그렇겠냐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상하기 힘들법한 기괴한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초 여름밤 으스스한 게임업체의 괴담… 그 흥미롭고 오싹한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우린 귀신과 함께 작업했다?” 화이트데이 괴담편

학생들의 퇴교한 이후의 학교를 상상해보자. 휑한 운동장, 하얀색의 커다란 건물, 너무나도 조용하고 조명도 없는 ‘학교’의 존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배움의 장이라는 것에 앞서 공포라는 코드로 먼저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우리나라 그 수많은 학교에 각각 배치된 이승복귀신과 유관순누나의 귀신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_-). 이를 소재로 한 손노리의 화이트데이는 비록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막연한 학교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킨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며 그만큼 개발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는데…

괴담 워밍업~ 화이트데이에 수위아저씨가 등장한 사연

손노리의 화이트데이 제작진은 ‘밤중에서 혼자 맞닥뜨리는 학교의 공포’를 제대로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소수의인원을 급파,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퇴교 후의 학교를 야밤에 급습(?)하는 작전을 수립한다.

사실 아무도 없는 학교를 거닌다는 것은 제 아무리 멀쩡한 장정들이라도 오금이 저릴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인적이 드문 곳의 깜깜한 밤중이라면… 어쨌든 한밤의 고등학교에서 생생한 자료수집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몰래 잠입한 손노리표 솔리드 스네이크(?)들은 깜깜한 학교를 더듬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뚜벅… 뚜벅…’ 발자국 소리와 함께 어둠 저편에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누군가를 느낀 일행은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복도 저편을 자세히 살펴보던 그들은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수위아저씨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순히 밤의 학교가 담고 있는 모습을 체험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라지만 허락 없이 학교에 들어와 거니는 것은(그것도 야밤에) 무단침입죄를 고스란히 뒤집어 쓸만한 행위지 않겠는가.

▶ 손달수 수위의 정체는…

손노리 제작진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여자화장실로 재빨리 탈출을 감행, 수위아저씨에게 발각되는 것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반쯤 열린 문 틈사이로 보이던 모습은 화장실 이곳저곳을 랜턴으로 비추고 있던 수위아저씨의 험악스러운 얼굴. 이 경험은 결국 화이트데이에서 오금을 저리게 만든 ‘수위아저씨 NPC’를 탄생시킨 중요한 계기가 됐다.

 

 

창문에 비친 그 여자는 누구야?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한여름 밤의 손노리 사무실. 화이트데이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아무래도 공포물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게임인 만큼 누군가 ‘불을 끄고 작업하자!’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모두가 이에 동의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번개가 치고나자 정적이 흐르던 사무실의 사운드 작업팀에서 갑작스럽게 이정웅 팀장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안 그래도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황병기 씨의 음악을 편집하던 도중 유리출입문 앞에 무엇인가가 나타났다는 말과 함께… 번개와 함께 유리에 잠깐 그를 지켜보는 사람실루엣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 아무도 없던 커튼 뒤의 소년.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 촬영 당시 있었던 사건을 연상케 한다

그것이 바로 화이트데이를 즐기며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목매단 귀신’의 정체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창문에 비친 그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 게이머들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머리귀신. 화면 오른쪽 상단을 자세히 보시라

머리귀신의 정체 그리고…

화이트데이를 즐기던 게이머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든 '목 없는 머리귀신'의 등장배경은 기획총괄을 맡고 있던 이은석 씨의 장난에서 비롯됐다. 프로그래머들이 모두 퇴근한 사이에 몰래 소스코드를 수정, 게임 중간 중간에 목 없는 귀신을 등장하도록 만든 그는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테스트하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광경을 보고 박장대소했다고.

화이트데이의 시나리오를 쓰던 이정술 팀장 역시 범상치 않은 일을 주위에서 감지하곤 했다. 당시 손노리 사무실은 개발팀의 수면실과 형광등의 On/Off 버튼이 연결된 형태였는데, 때문에 불을 끄고 작업을 했던 그는 항상 새벽 2시가 되면 개가 바닥을 빠르게 뛰어다니는 소리라든가 고양이가 창문을 긁는 소리에 오싹해지곤 했다고 회고한다.

당시엔 화이트데이의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수백편의 공포영화와 설정집 등을 보던 이정술 팀장은 수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귀신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자꾸 눈앞에 떠오르는 귀신의 형상과 수많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기억 속에서 꿈틀거리는 탓에 집에선 머리까지 서서 감는다는 것이 이 팀장의 서글픈 후일담이다.

“이곳에서 몇 명이 죽어나갔을지 몰라…” 사무실 괴담편

일명 ‘집터가 쎄다’라는 의미는 게임업체에도 다양하게 적용된다.

회사사무실이 위치했던 자리가 무덤터였다든가 우물이 있었던 자리이거나 사람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죽은 것이 아닌 안 좋은 방법으로 죽었던 장소를 일컫는 ‘터’에 대한 이야기는 첨단 IT업총의 총아라고 불리는 게임업체라 한들 무심코 넘어갈 수 없는 풍문이다.

과거 프리스톤테일(현 프리스톤)을 제작한 트라이글로우픽처스는 서초 근방에 사무실이 위치했다.

지리적인 여건으로 보자면 게임업체로는 상당히 좋은 조건의 입지라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 ‘터’에 대한 것이었다.

사무실 벽이 눈부실 정도라 하얀 이 곳은 펄펄 끓는 한 여름의 날씨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돌곤 했고 작업을 하던 인원들도 왠지 모를 오싹한 기운이 느껴졌다고. 결국 직원들이 수소문한 결과 이 건물이 과거 병원건물이었고 개발팀이 위치한 자리가 수술실이었다는 쇼킹한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병원에서, 그것도 수술실이라면 사람이 간혹 죽을 수도 있을 일이었겠지만 이 장소가 자신이 밤새워 일하던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 오싹해질 법한 일이다. 그 이후 트라이글로우픽처스는 예당에 인수되며 사무실을 옮겼지만 또 다른 개발사 게임하이가 그 건물에 입주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무실로 옮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내 옆에 누워있던 넌 누구니?” 게임업체의 영원한 벗 ‘수면실’

최근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경향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임개발업체 대부분은 출퇴근이 일정치 않는 개발자들을 위해 사무실 한켠에 수면실을 마련했다.

어딜 가나 ‘기’가 약하다는 사람들로부터 가위를 눌린다는 이야기는 흔히 나오곤 하지만, 무슨 식스센스도 아니고 평생토록 악몽 한번 안 꾸던 사람들까지 ‘I see dead people'을 부르짖는 것을 보면 무심코 넘길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이소프넷. 이 곳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수면실은 항상 개발자들이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는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이 곳에서 잠을 자던 사람들은 항상 침대 밑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귀신이라든가 배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귀신까지 단순한 ‘가위눌림’으로 치부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체험에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수면실은 폐쇄됐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그 후 이소프넷은 문을 닫고 개발자들 역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지하사운드 녹음실의 그 여자

G개발사는 방음을 위해 사운드제작실이 지하에 위치해 있다. 개발팀은 3층이고 1층에서부터 2층은 임대가 이루어지지 않아 항상 비어 있곤 해서 밤중에 계단을 오갈 때면 여자들은 아예 내려갈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이곳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G개발사의 마케팅팀장은 그날도 3층에서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문한 피자가 도착하자 업무에 여념이 없는 사운드팀을 위해 직접 먹을 것을 가지고 지하 녹음실로 내려갔다. 지하에 내려가자 마케팅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불이 꺼진 채 모니터의 빛만이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전경. 그리고 그는 한쪽 구석 소파에서 왠 여자가 헤드폰을 끼고 손을 내린 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을 목격한다.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는 그는 작업에 여념이 없는 탓이라 생각하고 피자를 놓고 다시 문을 나섰다.

순간 귓가에서 왠 여자의 속삭임이 들렸다는 그. 등골이 오싹해진 마케팅팀장은 문을 닫고 계단을 올라오면서도 등 뒤에서 누군가 노려보는 느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걸음에 3층으로 뛰어올라왔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려버리고 말았다. “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지하엔 왜 갔다 왔어요?”라며 3층에서 멀쩡히 피자를 먹고 있는 사운드팀장을 보면서 말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직원의 정체는?

제우미디어에서 광고영업을 담당하는 김모 씨의 체험담. “한 2달쯤 전이었습니다. 영업회의를 위해 야근을 몇 일째 하던 날이였죠. 밤늦게까지 야근을 할 때면 경비아저씨가 사무실을 제외한 모든 장소의 불을 에너지절약차원에서 끄곤 하죠. 그런데 그날은 희안하게도 여자화장실에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소변을 보러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붉은 빛을 띠고 있는 백열등과 함께 화장실 창문으로 스산한 바람이 불더군요. 등골이 왠지 오싹한 느낌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그냥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 창가를 바라보며 담배 한대를 물었는데. 창문을 보니 뒤에서 왠 여자가 화장실쪽에서 나와 물끄러미 절 쳐다보는 겁니다. 창유리에 비쳤다는 말입니다. 그 때까지 별 생각 없이 담배를 물고 있던 자체가 신기했지만 사무실 방향으로 향하는 여자를 보고 아무개 양이겠거니 했죠.

담배를 피우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이상한 느낌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직원은 다 퇴근했던 겁니다. 그 여자가 화장실에서 나와 창문에 비친 건지 아니면 정말 창문 건너편에서 모습이 보인건지 등골이 오싹해졌죠.

제가 근무하는 곳은 5층이거든요. 창문에 비친 그 여자는 누구였는지… 아니면 정말 창 건너편에서 목격한 장면인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스타타워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저 집은 터가 안 좋아… 들어오는 사람마다 성하게 나가는 법이 없다니까~?”

무슨 미스테리극장에서나 나올법한 이런 이야기가 강남 중심가의 한 빌딩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내용처럼 극단적인 것은 아니지만 강남지역에서 성공한 기업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스타타워’에 입주하는 업체들의 호된 신고식을 보고 있노라면 고개가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스타타워는 삼성동에 위치한 아셈타워와 함께 강남 일대 사무실 가운데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데다 테헤란로밸리의 중심 역삼역사거리에 위치해있어 이 곳에 입주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공신화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CJ의 투자를 받아 한 때 이곳에 입주한 판타그램이 사실상 폐업에 가까운 위기에 봉착하며 사무실을 옮긴 사례나 지난 2003년 인터넷서비스업체 벅스뮤직이 쉴새없는 송사에 휘달렸던 악재는 업체관계자들에게 수없이 회자되는 ‘스타타워’의 대표적인 괴담이다.

2002년 스타타워에 입주한 NHN 역시 일주일만에 음란물을 사이트에 게시했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과 함께 이해진 대표이사 등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한 동안 ‘고초’를 겪었다. 이 밖에 한국엡손이 프린터의 잔여량을 속인다는 민원으로 공정위에게 실태조사를 받고 소프트웨어개발사 그래텍이 음란물구설수에 오르는 등 우연의 일치치고는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다.

“화장실 뒤에 붙어 있던 소녀귀신” 해외출장편 (외전)

익명을 자처한 J사 개발사의 사장. 그는 지난해 가을 그래픽총괄팀장과 함께 계약 및 휴가겸 대만으로 출장을 떠났다.

그래픽팀장도 동행한 겸 일행은 대만지방에서 게임제작에 필요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산근방에 위치한 옛 시대의 목조건물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 건물은 버려진 지도 워낙 오래됐고 또 외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던 곳이라고. 현지 게임업체사람, 그리고 사장과 그래픽팀장은 현지가이드와 수풀을 헤치고 가까스로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스산한 건물을 보며 이곳저곳의 사진을 촬영하고 있던 이 사장. 평소 예감이 잘 들어맞고 꿈도 척척 잘 맞던 이 사장은 어느 날 이곳에서 드디어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는데… 그것은 건물 뒤편 화장실로 보이는 건물에 바싹 붙어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귀신이었다.

그가 그 소녀를 귀신이라고 단정한 이유는 충혈된 눈에 음산하게 자신이 바라보며 웃고 있던 얼굴이 너무나도 소름끼쳤기 때문. 온 몸에 털이 곤두선 채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일행을 데리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닫혀 있던 차문이 다시 열려있는가 하면 자신과 그래픽팀장이 묵는 호텔방 화장실문이 이유도 없이 열려있고 꼭두새벽부터 열지도 않은 창문에서 커텐이 휘날리는 등 등 심한 가위눌림에 스트레스를 받은 이 대표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한국에 돌아와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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