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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장의 폭풍 예감, GPANG vs GXG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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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컨텐츠를 팔고 싶다면 소비자 편의성을 고려하라

국내 최대의 이동 통신 기업 SKT와 KTF가 본격적으로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KTF는 GPANG이라는 이름으로, SKT는 GXG라는 이름으로 저마다 ‘기존 모바일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 서비스를 주창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자세한 것은 지난 1회 기사 참조).

국민 전체 인구수보다 사용되는 휴대폰 수가 더 많은 대한민국이니만큼 SKT와 KTF의 게임시장 진입은 심상치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미 지난 2회 기사에서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대한민국의 게이머들은 게임시장 전체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지도 모르는 역사적인 순간을 살고 있다.

…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이들 두 기업이, 아니 두 기업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대박’을 쳐주지 않으면 모바일 게임시장을 둘러싼 KTF와 SKT의 불꽃 튀는 대결은 가끔 술자리에서나 끄집어내는 안주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 뻔하다. 돈 많은 바보들의 어리석은 실패담으로서 말이다.

2005년 7월 현재, 게임은 어디까지나 ‘작품’이 아닌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것이 KTF가 됐든 SKT가 됐든 술안주거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면 유저들이 게임성을 인정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서 일단 게임을 많이 팔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KTF와 SKT의 ‘상품’ 판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해보자.

관련기사 보러가기

1회: 3D 모바일게임시장,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법
2회:
3D 모바일게임시장, 컨텐츠를 잡아라!
4회: GPANG과 GXG, 승부를 떠난 그들의 과제

2005년 7월 현재, 게임은 어디까지나 ‘작품’이 아닌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것이 KTF가 됐든 SKT가 됐든 술안주거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면 유저들이 게임성을 인정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서 일단 게임을 많이 팔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KTF와 SKT의 ‘상품’ 판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해보자.

아직까지 패키지 형태의 상품이 없는 만큼(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모바일게임은 휴대폰을 통한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된다. 말하자면 고객이 들고 있는 휴대폰 자체가 하나의 ‘작은 게임샵’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작은 게임샵’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질에도 문제가 있지만(자세한 이야기는 지난 2회 기사를 참고하시라), ‘점원’에 해당하는 다운로드 시스템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휴대폰은 이미 하나의 작은 게임샵이 되었다

휴대폰의 강점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통신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급한 일을 보는 중에도 당신이 SKT의 GPANG, 혹은 SKT의 GXG 휴대폰만 들고 있다면 게임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 일반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화장실이나 버스, 지하철 등에서 남는 시간을 이용해 GPANG 혹은 GXG 게임을 무선으로 구입하는 것은 ‘꽤나 부담’스럽다. 휴대폰 자체의 전송 속도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휴대폰’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지난 20세기 말을 풍미했던 ‘모뎀’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참고로 사족을 달자면 20세기 말에 모뎀을 사용하던 게이머들은 신작게임의 ‘체험판’도 아닌 20M 안팎의 오프닝 하나를 다운받기 위해 1~2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GPANG 서비스건 GXG 서비스건 그들이 자랑하는 ‘고품질 3D 게임’을 다운로드받아 즐기려면 최소 10분에서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 일반 전화 회선을 사용하는 모뎀. 비록 20세기에는 많은 PC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21세기 기준으로 그 전송 속도는 처참한 수준이다

또 언제 울릴지 모르는 전화벨 때문에 초조해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에 따르는 추가 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휴대폰으로 열심히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동안 소비자들은 시간당 통화료를 에누리 없이 지불해야 한다.

SKT와 KTF 모두 ‘데이터 통신 월정액제’ 등의 구미 당기는 제안들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 때 사용되는 통화료는 정액요금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계산된다. 당신이 휴대폰으로 고용량 게임을 다운받기로 결심했다면, 서비스 제공자가 제시하는 게임 가격에 10%~100%에 해당하는 추가금액을 지출해야할 각오를 해야 한다.

자, 그럼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자. 다행히 GPANG과 GXG 서비스 둘 다 PC에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전송 시키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구입 장소나 시간 등은 상당히 제한된다. 그래도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해 빠르게 그리고 추가 금액 없이 즉석에서 게임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아직 PC에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옮기는 문제가 남아있다.

PC에서 외부 장치를 이용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해야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 하물며 휴대폰을 PC에 연결하는데 프로그램 하나 정도 설치해 주는 것은 예의(?)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다행히 GPANG 서비스의 경우 프로그램 설치 과정은 비교적 친절한 편이라 사용하는 휴대폰의 기종만 선택해 주면 프로그램을 금방 설치할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크지 않다. 그런데 GXG 서비스의 경우 프로그램 설치 과정이 그리 녹녹치 않다.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 최소 15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삼성의 GCH-G100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과정은 두 배로 불어난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서 설치 완료하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만 해도 대략 30분 가량.

▲ GPANG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전송 프로그램. 설치는 간단한 편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설치 마지막 단계에서 오류를 일으켜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거나 기껏 프로그램을 설치해놔도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한 것. 특히 윈도 XP 사용자의 경우 OS 및 PC와 프로그램의 상성에 따라 아예 PC에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전송하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는 GPANG와 GXG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포함된 휴대폰의 드라이버 파일과 관련된 문제다. 해당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전송 프로그램은 윈도 XP 서비스 팩 2 전용이라 윈도 XP 서비스 팩 1을 사용하는 경우 GPANG과 GXG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최신 드라이버가 아닌 과거 버전 드라이버를 구해서 따로 설치해야만 한다.

이런 문제점들이 한두 기종의 게임폰에만 해당한다면 사업 진행상에 흔히 일어나는 단순한 오류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모든 기종의 게임폰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 심각성이 더하다. 단순한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크다는 말이다.

국내 PC 사용자의 절대 다수가 윈도 XP 서비스 팩 1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어째서 서비스 제공자는 서비스 팩 1 버전과 서비스 팩 2 버전을 따로 제공하거나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측에 두 가지 서비스 팩에 모두 대응되는 추가 드라이버를 요청하지 않았을까?

이상의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GPANG이든 GXG든 데이터 전송 프로그램이 급조되었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 특히 GXG 측의 데이터 전송 프로그램의 경우 드라이버 설치 진행도를 나타내는 게이지바 등이 전혀 없는데다 메시지에 오타까지 있어 이러한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 GXG 측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전송 프로그램의 설치 메시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설치 진행도를 알 수 없어 설치 도중 오류 발생 여부를 체크하기 힘들다

무선으로 구입하자니 자금과 시간의 압박으로 쉽게 손이 가지 않고, PC로 다운받자니 다운로드 프로그램이 말썽. 열광적인 게임 팬이나 호기심이 매우 강한 이용자가 아니라면 굳이 GPANG이나 GXG 게임을 이용하려 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의 편의 향상과 권익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정으로 KTF와 SKT가 게임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게임 구입 방법에 대한 개선책들을 제공해야 한다. 하다못해 드라이버 파일에 대한 안내문 정도는 제대로 제공해 줘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제품의 직접적인 판매와 연관되는 다운로드 방식이 이처럼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면 GPANG과 GXG 서비스가 주창하는 ‘고품질 모바일게임’은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 뻔하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게임폰 구입을 후회하는 게시물들마저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다.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업은 매우 민감하다. 조그마한 일에도 큰 타격을 받기 쉽다. KTF와 SKT는 부디 이 점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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