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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사태의 전모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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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사태에서부터 PC방파문에 이르기까지 넥슨사태의 전말은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사생결단의 의지로 달려드는 인문협과 이유를 불문하고 새 요금제를 관철시키려는 넥슨까지 마치 이종격투기를 방불케하는 두 집단 간의 싸움은 이유를 불문하고 게이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보도로 활화산처럼 타오른 넥슨사태는 점차 그 파장이 커지며 언론은 물론 차후에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는 게임업체도 여론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상생의 길은 사라졌다”며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인문협과 “이미 수많은 PC방이 새 요금제로 가입했다”는 말로 연일 목소리를 높여가는 두 집단의 대립. 이 사건의 진상은 과연 무엇일까?

 ▲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카트라이더

 ▲ 공중파 등 수많은 매체에서도 주목했다

조용한 발표, 불타오르는 여론
사건은 지난 6월 8일 넥슨이 새 요금제를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동접 22만명, 이용료 월매출만 60억이 넘어가는 카트라이더의 성공으로 엔씨소프트의 매출을 코앞까지 추격한 넥슨(2005년 1/4분기 기준)은 ‘아동용게임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자 제라에서부터 워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발표하며 택티컬커맨더스 실패 이후 잃어버린 게임전문개발사로서의 재기를 꿈꾸고 있었다. 즉 넥슨의 기대치를 항상 웃돌았던 캐주얼게임의 성공은 회사로 하여금 새로운 변화를 종용하게 만들었고 요금제 개편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넥슨의 새 요금제는 제라, 워록 등 차기주력타이틀의 매출진전을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인문협의 주장

하지만 이 발표는 PC방 대표들과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의 강렬한 반발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인문협은 "PC방 종량제도입안은 넥슨존 스페셜, 카트존 등의 정액제를 폐지하고 사용시간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요금제로, 카트라이더 등 넥슨게임 사용시간이 많은 대다수의 PC방에게는 ‘사실상의 요금제인상’"이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카트라이더 정액제만을 사용하는 PC방 대표들은 현재 상당수의 게이머들이 카트라이더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달 13만~30만원 나가던 요금에서 2~4배 이상의 요금지불이 불가피한 정량제 발표라는 주장과 함께 양측의 분위기는 점차 격앙되기 시작했다.

▲ PC방 사장들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중 하나인 인플넷의 모습

인문협의 주장에 따르면 이전까지 지급되던 과금은 카트라이더 한 가지만 볼 때 40대 IP에 매월 14만 3,000원만 내면 사용시간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정액제였지만 새롭게 변경된 정량제의 평균 요금인 시간당 240원(부가세포함)에 적용시킨다면

* 월 2000시간 사용하는 업소는 매월 480,000원
* 월 3000시간 사용하는 업소는 매월 720,000원을

지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즉 카트라이더 한 가지 게임만으로 월 14만원 정도의 요금에서 약 200~300% 이상 요금이 인상된다는 것이 PC방 협회의 설명이다. 또 PC방 사장들은 넥슨 공식홈페이지에서 제시한 요금이 부가세요금을 제외하고 신용카드 자동이체시에만 적용되는 10% 할인요금액을 명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넥슨은 일부의 PC방을 제외한 나머지 PC방에는 오히려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요금제라고 주장한다. 통합정량제와 개별 게임에 대한 정량제로 구분돼 있고 IP정액도 함께 실시한다는 넥슨은 PC사용대수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은 PC방에겐 합리적인 요금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PC방의 격양된 반응은 넥슨의 주장을 무색케 한다. 게다가 직원모집에서부터 사내행사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넥슨이 요금제변경과 같은 사안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시행했다는 점 또한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어쨌든 이같은 넥슨의 새 요금제 발표는 인문협으로서도 결속력이 점차 미약해지고 있는 PC방을 다시 융합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이전에도 넥슨불매운동은 있어왔지만 최근 용두사미로 끝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불매문제를 비롯해 아직도 공정위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길드워에 이르기까지 최근 들어 부진한 성적으로 ‘유명무실한 단체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인문협 역시 강경한 움직임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물론 인문협의 1차적 의무는 PC방 권익의 대변이지만 이같은 상황 때문에 김기영 회장에 이어 새롭게 출범한 박광식 회장 주도하의 협회로선 회원사 PC방들과 각 지부에게 보다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야했고 이같은 입장은 넥슨사태와 맞물려 여론을 융합하는데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 일각의 분석이다.

그러나 4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도 결국 양자간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넥슨은 회사차원에서 결정된 요금제를 변경하지 않고 새로운 혜택을 주는 입장을 고수했고 PC방은 개인유료화나 요금제병행을 요구했다.

협상의 결렬은 인문협으로 하여금 2001년 CCR 항의집회 이후 처음으로 물리적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넥슨사태’ 이렇게 진행되었다

2005년 6월 8일: 넥슨 새 요금제 실시안 PC방 홈페이지 통해 공개.
2005년 6월 9일: 인문협 긴급 유료게임대책의원회 회의 소집.
2005년 6월 10일: 인문협. 넥슨으로 항의공문 발송.

2005년 6월 15일: 인문협 새 요금제 관련 1차 항의 넥슨방문(1차 협의 결렬).
2005년 6월 21일: 인문협-넥슨 2차 협의 결렬. 집회 결정.
2005년 6월 23일: PC방 넥슨 본사 앞 집회(500~600여명 집결). 3차 합의 결렬.

2005년 6월 24일: 인문협-넥슨 4차 합의 결렬. 2차 집회 결정
2005년 6월 28일: PC방 넥슨 본사 앞 2차 집회(1,200여명 집결). 이날 넥슨 전
원 휴무결정.
2005년 6월 29일: 인문협 넥슨불매결정 및 대체게임선정 작업 착수. 넥슨이 서비스 중인 워록을 대체하기 위한 게임으로 배틀필드 2 공동구매결정.

2005년 7월 1일: 넥슨 새 요금제 실시.

집회의 성공으로 불붙은 넥슨 사태
PC방과 인문협의 반발은 6월 23일 개최된 1차 집회에 넥슨 본사 앞에서 500명 이상의 PC방 사장들이 참여하며 불붙기 시작했다. 이 집회는 이날 서울시에서 열린 집회 중 가장 큰 규모이기도 했다.

협상단의 넥슨 입회가 이어지고 평화적으로 끝나려던 시위는 일부 격양된 PC방 사장과 또 이를 막으려던 경호업체와의 마찰로 유혈사태를 일으키기에 이른다. 또 이 사태는 한 넥슨 관계자가 인문협에 편향된 언론보도내용과 일부 PC방 사장들의 폭력적인 행동에 반감을 갖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무력충돌은 결코 본질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순 없었다. 인문협 역시 1차 집회 당시 있었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28일 열린 2차 집회에는 흥분한 PC방 사장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2차 집회에서도 역시 의견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넥슨은 휴무를 결정했다. 결국 1,200명이 모인 거대한 집회는 그렇게 PC방 사장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6월 한달을 그렇게 뒤흔들었던 넥슨사태는 별다른 진전 없이 7월로 표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 넥슨사태관련글로 가득한 인문협 사이트

4차 협상까지 결렬된 이후 인문협과 넥슨은 서로 ‘언론플레이’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다. 넥슨의 새 요금제가 실시되는 7월 1일 넥슨의 ARS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자 인문협은 해지신청을 막기 위한 술수라는 주장을 폈고 넥슨은 가입신청이 몰려든 결과라고 맞받아쳤다.

지난 2일에는 PC방 게임순위집계사인 게임트릭스에서 카트라이더의 순위가 3위로 추락하자 인문협은 4,000명 이상의 불매서명운동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자축했으나 넥슨은 93% 이상의 가맹PC방이 재가입한 상태라며 인문협이 강제적으로 가입을 막고 있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한 마디로 진흙탕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 넥슨 남영욱 PC방사업 본부장 “인문협이 정말 PC방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가?”

게임메카: 통합요금체계로 개편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영욱 본부장: 우선, 넥슨의 요금제는 프리미엄정량제(통합 정량, 개별 정량), 프리미엄정액제(통합 정액, 개별 정액) 등으로 선택의 폭이 다양하며 통합 요금제는 일부 요금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부분의 PC방에서는 근본적으로 넥슨게임의 시간제 상품도입을 요구해 온 상태였다. 신규 요금제는 이러한 요구 사항에 부응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기존 요금제에 대해 만족하는 일부고객의 경우에는 다소의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요소를 감수하더라도 전체 고객의 요구를 겸허히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메카: 인문협이 요구하는 협상안은 무엇이 있나?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판단하는가?
남영욱 본부장: 인문협이 요구하는 협상안은 ▶집에서 넥슨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게도 유료화를 하라는 개인 과금 실현 ▶인문협 가맹 PC방에 한해서만 30%할인이라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분유료화 모델은 유저와의 약속이므로 바꿀 수 없고 현재 인문협 가맹 PC방수가 전체 PC방의 과반수도 채 안 되는 현실에서 인문협 할인문제는 형평성 측면에서 더욱 큰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는 문제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넥슨은 요금제 변경에 따라 요금부담이 과중하게 되는 PC방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인문협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협상 결렬선언을 한 인문협에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추진한다면 넥슨에서는 언제든지 협상테이블에 나설 용의가 있다.

게임메카: 6월말 넥슨가맹 PC방 중 90% 이상이 계약을 맺었다는 발표를 두고 인문협이 제기하는 의문에 대한 답변은?
남영욱 본부장: 넥슨에서 발표하는 수치는 실제로 자사에 가입한 DB를 기준으로 발표하는 것이며,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넥슨의 새 요금제 주별 가입추이는 6/7~12: 4.84%, 6/13~19: 20.04%, 6/20~26: 52.54%, 6/27~7/3: 93.49%로 밝혀드릴 수 있다.

오히려 인문협 홈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불매업소 현황의 경우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과 상호/주소/전화번호만 알면 제 3자라고 할지라도 몇 백 개, 몇 천 개 업소라도 등록할 수 있다.

또 가맹은 하였으나 주변 불매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불매매장으로 등록한 가맹점도 상당수 있다는 점, 실제로 자사의 해지율은 미미하다는 점 등 신뢰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된다.

게임메카: 카트라이더의 게임트릭스 순위하락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남영욱 본부장: 기본적으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넥슨가맹PC방의 전환율이 90%라는 것은 나머지 10%의 이탈이 있었다는 것이며 현재 계속되는 가입으로 점유율을 회복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게임트릭스의 표본은 특정 PC방으로 정해져 있기에 해당PC방이 가입하지 않을 경우 점유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으며 새로운 신규 PC방의 가입에 대해서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게임메카: PC방 사장들에 대한 새로운 혜택을 강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었는지 궁금하다.
7월 중순 발표를 앞두고 있다. PC방 사장님들께 실질적으로 혜택이 가는 방향으로 준비중이며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인문협 조광혁 국장 “넥슨이 PC방에서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

게임메카: 넥슨이 제시한 요금제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조광혁 국장: 발표한 요금제만으로도 인상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지만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제라, 워록 등 차기에 나올 라인업을 보고 유리한 방향으로 요금제를 강구한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일언반구도 없이 요금제를 변경한다고 고지한 넥슨의 일방적인 태도에 있다. 넥슨에서는 PC방 사장들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했다고 밝혔지만 근거자료를 요구하자 무조건 대외비라고만 일축했다.

인문협에서는 넥슨이 발표한 프리미엄정량제를 곧바로 시행하긴 어려우니 기존 요금제와 병행하자고 이야기했으나 넥슨의 입장은 강경했다.

게임메카: 넥슨은 새롭게 도입한 요금제가 다수의 PC방엔 오히려 가격인하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는데?
조광혁 국장: 넥슨이 이야기한 가격인하 효과라는 것은 터무니없다. PC보유대수가 매우 적은 PC방에서 카트라이더만 즐길 경우엔 이전과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넥슨이 시행한 정량제요금을 받아들일 경우엔 문제가 다르다. 지금 동네 앞 PC방에 가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PC방의 반응을 잠깐만 살펴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평균적인 PC방을 예로 들어볼 때 넥슨의 어떤 게임을 즐기든 플레이시간이 늘어날수록 과금량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집에선 무료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그냥 어떤 게임을 실행하든 PC방 사장이 지불해야할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워록도 현재 점차 동접이 늘어나는 상황이며 과금이 병행될 경우 PC방의 목줄은 타들어간다. 배틀필드 2를 대체게임으로 내세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넥슨측에서 주장하는 신규요금제도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일선 사업주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요금제도는 한 가지에 국한되도록 교묘히 조정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금제도라고 판단한다.

 ▲ 워록의 대체게임으로 선정된 배틀필드 2와 카트라이더 대체게임으로 거론 중인 콩콩온라인

게임메카: 넥슨은 인문협이 강압적으로 불매를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조광혁 국장: 우린 넥슨만큼 돈이 많지 않아 그럴만한 여력조차 없고 무엇을 근거로 압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단지 각 지부에 있는 지부장들이 PC방에게 넥슨요금에 대한 설명만 할 뿐이다. 불매를 강요한다는 그 사람을 데려와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게임메카: 넥슨 가맹PC방의 93% 가입발표와 인문협이 펼치는 불매서명운동의 인원 4,300여명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서명운동이 실효를 거두리라고 판단하는가?
조광혁 국장: 93% 가입률에 대한 근거를 대보라고 하고 싶다. 우린 협상 때마다 회원사들의 설문조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사자료를 넥슨에게 프린트로 제공했다. 넥슨이 주장하는 자료에 신뢰가 가면 합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자체적인 분석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거듭 되풀이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모든 PC방은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 불매운동에 참여한 상태라고 장담할 수 있다.

게임메카: 향후 인문협이 펼쳐나갈 넥슨불매운동의 방법은? 협상의 여지는 없나?
조광혁 국장: 솔직히 카트라이더는 힘든 상대다. 높은 가입률과 인기도를 가늠해 볼 때 불매운동이 단기적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왜 넥슨이 카트라이더 인기의 시발점이 된 PC방을 이런식으로 배신하는지 모르겠다. 넥슨은 인문협이 협상을 거부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최소한의 협상을 위한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따라서 PC방과 인문협은 넥슨불매운동을 장기적으로 끌고나갈 계획이다. 카트라이더 불매운동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워록이나 제라와 같은 게임을 PC방에서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다. 포트리스사태 이후 PC방 마케팅에 고전을 거듭하는 CCR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넥슨이 다시는 PC방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서로 한 발짝 물러나 관망해야

PC방과 인문협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PC방은 해외의 사이버카페처럼 단순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만을 제공하는 시설대여업의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국내의 인터넷환경은 패키지게임이 일반화된 해외와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왜곡된 형태라 할지라도 말이다.

따라서 과거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만으로도 엄청난 고수익을 벌어들인 PC방에겐 작금의 상황이 서글픈 현실일 수밖에 없다. 수없이 생겨난 PC방들 간의 경쟁이 너무 심화돼 요금을 경쟁적으로 낮춘데다 지금은 고정지출이 되어버린 리니지 등 메이저게임의 IP요금, 그리고 PC업그레이드를 위한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 대부분의 PC방은 본전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다.

 ▲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2만으로 고수익을 거두던 PC방의 모습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CCR의 포트리스2 블루 유료화 파동 당시 그랬던 것처럼 심화된 경쟁으로 인해 너나할 것 없이 게임별 고정지출을 받아들였던 PC방들이 관행화된 요금제를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자율시장 경제체제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을 강제로 컨트롤하려는 것도 타 업종에선 어불성설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너무 표면화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 일부 PC방 사장들의 반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PC방은 이전에도 넥슨존에 적잖은 요금을 지불해왔으며 이해가 가는 한도 내에서 요금을 제시하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인유료를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개도 키워준 주인은 물지 않는다”라는 집회 당시의 인문협 구호는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만 카트라이더 초기런칭 당시 PC방 마케팅에 전력투구하고 또 PC방에서 얻은 효과가 그만큼 컸던 넥슨이 상생의 전략을 펼치지 못한 것은 게임업체 대표로서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 포트리스 2 블루사태로 RF온라인 등 차기게임의 PC방 마케팅에 홍역을 치른 CCR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넥슨이 주장하는 것처럼 적지 않은 숫자의 PC방들이 새 요금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의문이다. CCR은 과거 포트리스2 블루 유료화의 강행으로 RF온라인 PC방 홍보전략에 이미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바 있다. 인문협은 넥슨차단프로그램까지 배포하는 상황이다.

일촉즉발의 위기는 넘겼지만 PC방과 넥슨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모두 한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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