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인,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
동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과 닮아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차 밑에 숨은 고양이도 찾아내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양이만 보면 재수 없다고 돌을 던진다. 동인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동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취하는 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동인’이라는 단어는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넷 상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모두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동인(同人)에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 모여서 활동하는 것’이라는 사전적인 뜻은 있지만 아직 자세한 정리는 되어 있지 않고, 포괄하는 영역이 넓어 앞으로도 정리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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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현재 가장 널리 고정된 동인의 이미지는 대략 이런 느낌 -_-; |
물 건너 일본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중간쯤에 위치한 특별한 게임시장이 존재한다. ‘동인 소프트(이하 동인 게임)’라고 불리는 아마추어 게임은 일본 내에 확실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개인 혹은 팀(지인 몇 명)단위로 게임을 만들고, 무료로 배포하거나 직접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아마추어 게임은 메이저 게임보다 저가에 판매되고 있고, 게임이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친숙한 게임성과 빛나는 아이디어로 메이저 게임이 주지 못하는 재미를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 만화와 동인 게임의 달콤한 관계
동인 게임은 오리지널도 존재하지만 일본의 경우 대부분 기존 작품의 캐릭터를 이용한 재창조가 많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메이저 회사에 의해 종종 콘솔 게임으로 만들어지지만 동인 게임은 그 성격이 다르다. 가볍고 부담 없이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팬에게는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있고, 제작자 또한 한명의 팬이기 때문에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동인 게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게임은 양쪽의 팬에게 환영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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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만화 속 히로인을 대상으로 한 동인 게임들 |
캐릭터 뿐 아니라 기존의 유명한 게임 시스템을 패러디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독특한 게임 성을 가진 역전재판이 있다. 나루호도의 통쾌한 외침 ‘이의있소!(異意あり!)’를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외치는 것을 보고 싶다. 이런 단순한 바람만으로도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동인 게임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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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대질의 쾌감, 말꼬리 잡기의 희열. 케로로중사도 패러디하는 GBA의 명작, 역전재판 |
역전재판의 경우 법정물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범인과의 재판 과정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오리지널 스토리가 있다면 무엇을 넣어도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다.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라는 만화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마리아님이 역전’과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라는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역전’ 이 두 게임을 보면 역전재판의 형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오리지널 스토리를 더해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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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님이 역전!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만화의 특징을 장미 포인트로 표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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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세한 부분까지 흡사하지만 전혀 다른 재미를 주는 것이 동인게임의 매력이다 |
당연하겠지만 인기가 많은 만화일수록 같은 캐릭터로 다양한 게임이 만들어진다. 인기 만화 아즈망가대왕의 경우 작품 내에 등장하는 눈싸움을 게임화 한 것에서 슈팅, 비치발리볼, 레이싱, 대전 격투 등 수많은 장르를 넘나들며 게임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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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요아빠와 일대일 맞짱 뜰 자신이 있는가! |
어떤 캐릭터를 어떤 시스템에 접목할 것인가? 의외의 조합에서 참신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같은 작품의 캐릭터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그림체의 개성적인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동인 게임의 묘미이다.
◆ 싸우는 소녀와 동인 게임의 야릇한 관계
동인 게임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대전격투게임이다. 가장 유명한 동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퀸 오브 하트(이하 퀸오하) 시리즈는 유명한 격투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의 패러디물이지만 완성도 높은 게임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창 인기가 있을 때에는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품인양 불법 복사본 패키지가 나돌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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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하트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 그것도 성인용 비주얼노벨 게임 속의 미소녀 캐릭터들이다. 격투 게임에 미소녀 캐릭터라는 것은 독특한 설정이 아니지만, 이 게임의 특이한 점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히로인을 주인공으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격투라는 장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성상 몰입해서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에게 그녀들은 이미 평범한 캐릭터 이상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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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정이 깊을수록 전의도 불타오른다 |
유저들은 자신이 한 때 데이트를 꿈꾸며 공략하던 어여쁜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여 피 튀기는 대전을 벌인다는 발상의 전환을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얼굴을 붉히던 가녀린 소녀들이 콤보를 날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남성 팬을 열광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완성도가 높았다. 메이저 격투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시스템과 무시무시한 콤보. 개성적인 필살기로 격투게임의 재미를 충실히 구현했기에 비주얼 노벨을 플레이 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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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비주얼 노벨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터널 파이트 제로와 FatalFake |
퀸오하 시리즈는 2:2대전, 네트워크 대전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에게 오락실에서 친구들과 게임 하던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결국 이 시리즈는 대회가 열릴 정도로 많은 팬을 사로잡았고, 이후 멜티 블러드 시리즈, 이터널 파이터 제로 등으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게임의 히로인이 첨가되었다. 특히 멜티 블러드 시리즈는 현재 PS2용으로 이식되어 메이저 게임 속으로 당당히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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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속작인 멜티 블러드 시리즈. 스토리와 격투가 잘 어우러진 화려한 게임이다 |
대전격투 이외에 난투도 있다. 난투는 둘 이상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서로 싸우는 것인데, 대전 액션과 달리 이름대로 아무 하고나 잡히는 대로 싸우는 것이 매력이다. 난투 역시 미소녀 캐릭터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카논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대난투 카노에어 스매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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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나는 소녀와 동인 게임의 깜찍한 관계
동방프로젝트라는 유명한 동인 게임이 있다. 매 시리즈마다 다양한 캐릭터와 다른 방식을 도입. 동방이라는 환상의 세계관 속에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진 화려한 탄막으로 슈팅의 재미를 잘 살린 수작이다. 이 게임은 도스 시절부터 제작되어 동방요요몽, 동방홍마향, 동방영야초 등 현재까지 수많은 시리즈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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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탄막(총알로 만든 막) |
▲ 아깝게 죽었다 싶으면, 이제 잠은 다 잔거다. |
동방시리즈는 슈팅이 기본이다. 하지만 인기를 얻으면서 탄막을 격투에 적용한 독특한 발상의 대전 액션 게임 ‘동방췌몽상’. 기자인 캐릭터가 적의 탄막을 피하면서 사진을 찍어 공격하는 ‘동방문화첩’등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이전의 게임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첨가해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동인 게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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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알 덕분에 더욱 화려한 대전 |
▲ 가까이 파고들어 셔터 찬스를 노려라! |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카프라를 주인공으로 한 횡스크롤 슈팅게임 카프라W. 라그나로크 유저라면 누구나 만나봤을 카프라 중에서 ‘더블류’라는 캐릭터의 실수를 시작으로 하는 이 게임은 각 스테이지의 보스로 검사나 힐러 등 라그나로크의 직업 캐릭터가 나온다. 익숙한 배경과 음악에 라그나로크의 기술을 슈팅에 잘 적용했고, 포링등 깜찍한 몹의 표현도 원작에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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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라의 무기는 동물 인형들 |
▲ 창고비, 공간이동비의 원한서린 검사의 일격! |
Air, 카논등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슈팅 버전 에어그레이드 역시 횡스크롤 슈팅이다. 게임 속의 미소녀들을 귀여운 SD로 표현하고 각 히로인이 스테이지 보스로 등장 하는 등 동인게임의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깔끔한 그래픽과 귀여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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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워 보이겠지만, 쉽지만은 않다. |
▲ 붕어빵 격침! |
이외에도 동방시리즈와 비슷하지만 속성에 따라 탄을 흡수해 공격 할 수 있는 ‘엑시드 뱀파이어’, 만화 스즈미야 하루히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슈팅’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슈팅게임이 있다. 이런 게임은 슈팅이라 해도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린 스토리 모드와 음성 지원이 충실해 팬들에게 두 가지 재미를 준다.
◆ 메이저 게임과 동인 게임의 기묘한 관계
기존의 게임 캐릭터를 가져와 장르를 바꿔 재미를 주는 경우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레이스테이션 용 RPG '발키리프로파일'의 경우 많은 캐릭터와 개성적인 기술 때문에 유저라면 한번쯤 대전액션으로 나오길 바랄 법한 게임이다. 두 명의 캐릭터를 골라 태그 방식으로 싸우는 이 게임은 기술의 구현이 잘 되어 있고 충실한 모드를 가지고 있다. 발키리 프로파일 2가 나온 지금, 발키리파이트태그 2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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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시리즈 주인공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테일즈 시리즈 중 판타지아와 데스티니의 캐릭터가 대전을 벌인다는 설정의 ‘판타지아vs데스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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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나온 게임이기 때문에 크게 재미있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기술이 볼만하다 |
마리사라는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와 슈퍼마리오를 접목시킨 ‘슈퍼 마리사 월드’,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를 택틱스 방식으로 재구성한 ‘라그나로크 온라인 택틱스’ 등의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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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을 먹으면 귀여운 2등신에서 우훗~한 8등신으로 자라는 눈빛작살 마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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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게임이라고 동인의 손길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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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퀘어의 ‘듀프리즘’. 말괄량이 공주님 민트가 주인공인 듀오 프린세스도 빼놓을 수 없다 |
이외의 장르 게임으로는 카논의 보드 게임 버전인 ‘스고 카논’이나 비주얼 노벨 게임 월희 시리즈의 캐릭터가 나오는 ‘네트워크 타이핑 게임 월희 온라인’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게임들이 있다.
◆ 동인 게임의 진실, 게이머의 왼쪽 심장에 물어라
물론 동인 게임 중에는 격투의 탈을 쓴 속옷 도촬 게임이나 일단 벗고 보자는 엽기적 발상의 게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즐기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존의 캐릭터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해석한 작품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 것까지 싸잡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와타나베 제작소라는 일본 동인 집단에서 만들어진 ‘라그나로크 배틀 오프라인’이 우리나라에서 패키지로 정식 발매된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신선한 아이디어가 게임 발전의 저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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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벤트 장면을 위해 주사위를 굴린다 |
▲ 월희온라인. 타이핑 온라인 대전이 가능하다 |
이제까지의 스샷을 보고 혹 눈치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동인 게임은 그 대부분이 남성 취향에 쏠려 있다. 여기에서 동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시작된다. 주인공이 되는 캐릭터는 대부분 남성게이머가 좋아하는 여성상(귀엽거나 섹시하거나)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남성 게이머를 노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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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별 캐릭터가 등장하는 별별 게임이 다 있다 |
여성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동인 게임도 있지만, 쏟아지는 남성 취향의 게임들에 비하면 극히 미약한 수에 그치고 있다. 귀여운 것을 보고 귀엽다고 느끼는 것은 남녀의 구분이 없겠지만, 여성 게이머는 여성캐릭터에 몰입(소위 말하는 모에)하지 않는 법이다. 메이저 게임보다 입지가 불안한 동인 게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메이저 게임보다 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길 뿐이었을까?
동인 게임은 왜 오해와 비난에 굴하지 않고 더 야하게 혹은 더 귀엽게(모에 하게)만 제작되는 것일까? 이 질문을 ‘카우보이 비밥’을 추천한다면서 ‘카드캡터 사쿠라’만 돌려보는 남성 게이머에게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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