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이 열리면 인류는 망하게 될까? 2038년 미래의 런던에 지옥의 문이 열렸다. 생물 병기도 핵무기도 써 보았지만 악마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어둠이 뒤덮인 런던에서 사람들은 지하 사원으로 숨어들었다. 다행히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2007년의 서울에도 헬게이트가 열렸나 보다. 악마의 노트 ‘데스 노트’가 인기를 끌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제목은 또 몇 번이나 들었는지...
악마는 영어로 ‘satan’과 ‘demon’으로 쓴다. 타락한 천사인 루시퍼를 말할 때 사탄이라고 하고,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유일신이 아닌 다른 신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일 때 데몬이라고 한다. 소문자로 쓸 때와 대문자로 쓸 때 차이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악마는 기독교적인 관점에 이런 오컬트와 판타지의 설정들이 뒤섞여 있어 정확히 기독교적인 개념이라고 하기엔 난감한 것이 많다.
특히 게임은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악마는 물리쳐야 할 신과 인간의 ‘적’. 특히 괴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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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리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악마
악마는 용사의 최종 면접관?
악마가 메인으로 등장하는 게임의 유래를 찾는다면 고전게임 ‘악마성 드라큐라 시리즈’와 ‘마계촌 시리즈’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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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플한 화면! 원색적인 색감!
제목도 무시무시한 '악마성 드라큐라'. 추가로 붙는 시리즈 제목도 '월하의 야상곡', '갤러리 오브 라비린스', '효월의 원무곡' 등 하나같이 멋지고 고고하다. 주인공은 뱀파이어 킬러이고 물리쳐야 할 악의 세력으로 악마 ‘드라큐라’가 등장한다.
악마가 들러리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게임인 '마계촌'도 있다. 이 게임은 RPG 고유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악마에게 잡혀간 공주 구하기’를 충실히 보여준다. 3D로 리메이크되기도 하면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 오로지 전진하는 주인공 ‘아더’의 순정과 함께 ‘악마 같은 난이도’가 인기의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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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를 구하려면 그냥 앞으로 전진이다
악마성 드라큐라나 극마계촌등의 게임은 악마가 메인으로 등장하는 게임이라기보다 공포, 호러게임의 성격이 강했다. 고전게임에서 악마는 감정이입의 대상이 아니라 용사가 물리쳐야 할 하나의 난관으로 등장했다.
용사는 취업준비생처럼 열심히 레벨을 올리고 기술을 갈고 닦아서 마왕에게 면접을 보러간다. 면접장(주로 마왕성이나 지하 동굴)에서 마왕을 물리치면 순식간에 왕궁입사결정. 보물도 얻고, 사장 딸(공주)과 결혼도 할 수 있다. 이런 면접은 한번이 아니라 마왕이 업그레이드 하면서 두 번, 세 번씩 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엔딩을 보았을 때 용사의 성취감을 강하게 해주었다.
Diablo 현세에 부활한 악마!
온라인 게임의 악마형 몹 중 유명한 것으로 바포메트가 있다. 두발로 일어선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바포메트는 온라인게임에서는 보통 센 몬스터 중 하나로 등장한다. 옛날, 그리스도시대 이후 다른 신은 모두 악마로 취급하는 생각 때문에 제물로 흔하게 바쳐지던 염소는 악마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염소와 닮은 악마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바포메트는 원래 악마라기보다 괴물에 가까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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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전혀 다르게 그려지는 바포메트의 모습
세상의 혼란은 항상 악마의 부활에서 시작된다. 게임에서는 몬스터에게 악마의 이름과 무시무시한 모습을 주었다. 원래 사탄은 타락한 천사이고 모습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용사가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RPG에서 최종보스인 마왕은 촉수와 괴성을 겸비한 괴물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악마다운 모습이라고 여겨졌다.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악마가 ‘디아블로’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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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 세계에선 잘생긴 얼굴일까?
'Diablo'는 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이다. 게임의 내용은 원작 소설이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 디아블로는 PC게임 시절부터 온라인 서비스까지 가장 정통적인 악마의 이미지를 살려온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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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는 디아블로도 추위는 못 참는다
메피스토(증오의 군주), 바알(파괴의 군주), 디아블로(공포의 군주)의 세 명의 악마가 전쟁을 하다 봉인이 되고, 부활해서 인간계를 차지하려는 복잡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타락한 천사가 악마가 되고, 선과 악이 인간계를 사이에 두고 전쟁을 벌이는 등 디아블로의 설정은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인간과 신의 ‘적’인 악마의 모습은 RPG나 판타지 소설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 디아블로는 그 분위기와 게임성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세상을 차지하려는 악마의 전쟁과 그에 대항하는 고전적인 영웅의 이야기가 유저를 사로잡은 것이다.
디아블로의 제작진은 ‘헬게이트 : 런던’으로 이어져, 더 사실적인 3D 그래픽으로 끝나지 않은 인간과 악마의 전쟁을 그렸다.
두 게임은 같은 인간과 악마의 전쟁이다. 헬게이트 런던이 디아블로의 후속판 격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악마의 이름을 떨친 게임 ‘디아블로’는 정통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 고대의 악마와 그에 대항하는 인간 및 여러 종족의 모습을 그린 지극히 전통적인 악마에 대한 게임이었다.
반면 '헬게이트 : 런던'의 악마들은 지옥에서 오긴 했는데, 악마라기보다 세련된 괴물 같은 느낌을 준다. 헬게이트 : 런던의 세계관인 ‘근 미래의 폐허도시’라는 분위기가 반영된 탓도 있다.
게임 속에 수없이 등장한 악마는 이제 ‘고전적인 괴물의 모습’ 보다, 우주생명체에 가까운 모습을 가진, 과학이 통하지 않는 ‘미지의 존재’로 표현되는 것이 더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익숙하지 않은 악마의 존재가 더 두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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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리언의 친구 같은 악마. 고전적인 갑옷에 사이보그의 이미지를 부여한 멋진 디자인
악마는 소시민?
고전적인 악마관 ‘악마는 나쁘다.’ ‘악마는 물리쳐야 할 ‘절대악’이다.’ 이런 유서 깊은 관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악마 나라에 용사가 쳐들어 왔다!’ 라는 획기적인 발상과 ‘알고 보면 악마도 다 살려고 그러는 것 뿐’ 이라는 유쾌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 던전 키퍼 시리즈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영웅이 아니라 악마의 입장에서 플레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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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부러진 영웅들의 시체
이 게임에서 유저는 어떻게든 인간세계에서 살아 보려는 악마가 된다. 개미집을 짓듯이 한 칸 한 칸 던전을 짓다보면, 이대로 귀여운 부하 악마들과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짠한 마음이 가슴 한 편에서 고개를 든다.
부하 악마 중에는 용사를 보면 어리버리 겁부터 내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일을 시키면 농땡이를 부리는 녀석도 있다. 여가 시간에 부하 악마들이 카지노에서 뭘 하고 노는지 지긋이 지켜보는 것도 재미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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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개 몬스터가 되어 돌아다닐 수도 있다 ▲ 악마의 카지노. 의외로 평범하다
드디어 유저는 악마에게 감정이입하는 달콤한 재미를 알게 된다. 무시무시한 절대 악에서 친근한 이웃집 악마가 된 것이다.
이제 악마는 동료로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악마라는 키워드를 100% 살린 게임으로 ‘여신전생 시리즈’가 있다. 여신전생은 외전을 포함해 수많은 시리즈가 나와 있다. 스토리는 시리즈와 외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전부 같은 세계관을 잇는, 연결된 스토리이다. 여신전생 시리즈는 멸망을 앞둔 암울하고 세기말적인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악마와 공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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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와 인간의 공존
'여신 전생'은 악마를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악마들은 그리스도시대 이후 ‘적’으로 규정된 사탄(Satan)이나 데빌(Devil)만을 말하는 게 아닌 세계 각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이 포함되어 있다. 악마 전서에는 선한 신, 악한 신, 그리고 요정이나 정령으로 분류되는 신들도 포함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서양의 요정이나 우리나라의 도깨비도 악마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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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마스코트 얼음의 정령 ‘잭 프로스트’ ▲ 뱀을 감고 있는 최초의 여성 ‘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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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기본은 마이페이스 ▲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도 악마로 등장한다
악마를 동료로 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말로 살살 구슬리기도 하고, 돈으로 유혹하기도 하고, 힘으로 제압하기도 한다. 악마와 악마를 합체시켜 새로운 악마를 만들어 보는 것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물론 악마를 동료로 맞이하는 길은 험난하다. 독특한 전투 시스템으로 무장한 괴악한 난이도에 수많은 유저들은 악마 전서를 100% 모으기 위해서 뚫어져라 공략을 바라보며 로드로 밤을 지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어서 매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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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탄에서는 마계의 황태자 ▲ 이탄에서는 마왕의 외동딸
동료도 아쉽다. 이제 유저는 아예 악마가 된다. 엽기발랄 마계RPG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의 주인공. 마계의 황태자 라하르는 자신있게 ‘아하하하하’ 소리 높여 웃으며 라하르 찬미가까지 만들어 부른다. 이 노래의 가사는 구구절절 디스가이아의 악마관을 잘 보여주는데 길기 때문에 살짝 맛만 보자면 다음과 같다.
‘모두가 동경해 마지않는 악의 엘리트 / 볼 일 보고도 손을 씻지 않는 극악무도의 표본 / 불장난! 거만한 웃음 밤새 놀기가 그 취미네 / 그~ 이~름~은~ 프린~스 라하르’
‘어둠의 저 길을 당당하고 힘차게 / 모든 것을 짓밟고 남김없이 빼앗아 그것이 악마의 길 / 어둠에 물들라 이 세상의 모든 것 / 누구도 그 뜻을 막을 수 없어 /
내일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고 / 정의의 용사를 무자비하고 처절하게 짓밟는 / 악마의 카리~스~마 / 진정한 / 대 / 마 / 왕’
아버지인 마왕은 마계만두를 먹다가 목에 걸려서 죽었고, 아들인 라하르는 반란으로 술렁이는 마계를 평정해 왕위를 되찾아야 하지만 ‘마계는 당연히 내 것이니 문제없다’ 며 코웃음 친다. “왕자님 극악 무도” 라고 하면 “쑥스럽게 칭찬하지 마”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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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인 것도 서러운데 심지어 마계용사가 되어버린 지구 용사
'디스가이아'에는 마왕의 아들인 라하르 뿐 아니라 자칭 마계제일 미소녀인 에트나, 약간 멍해 보이는 천사 프론 등 귀여운 조연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지구를 구하는 ‘캡틴 고든’이라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마왕을 쓰러뜨리고 왕궁입사의 꿈을 다지던 팔팔한 미청년이던 용사가 한물 간 아저씨로 나오는 모습은 역전된 영웅과 악마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 같다.
악마는 귀엽게도 보이지만 쿨하고 스타일리쉬한 카리스마를 풍기기도 한다. 악마와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섹스어필’과 ‘욕심’이기 때문일까? 명품이 어울리는 악마. 말이 필요 없는 스타일리쉬의 표본. 데빌 메이 크라이의 악마 사냥꾼 ‘단테’는 악마의 또 다른 매력인 ‘스타일리쉬’를 극한까지 끌어낸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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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멋진 모습 ▲ 뒤에 있는 해골 악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단테가 악마 사냥꾼인 이유는 자신이 세계정복을 하기 위해서이다. 생각을 바꿔보면 단테가 반드시 악마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세상에 인간을 넘어선 존재는 많다. 초능력자 단테나 엑스맨 단테라고 해도 좋았고, 천사 단테나 요정 단테도 좋을 것 같다.
악마라는 설정은 단테에게 세기말적이고, 섹시하며, 암울한 미래의 이미지를 준다. 맑고 밝은 ‘요정 단테’가 아니라 사악한 ‘악마 단테’이기 때문에 그는 더 멋있고 더 쿨 하게 보이는 것이다. 단테에게는 ‘악마’라는 설정이 프라다라는 ‘브랜드’와 같다.
그래도 악마는 악마다!
그렇다. 악마는 악마다. 악마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도 단순히 금지된 것에 대한 반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에서 보여 지는 악마는 종교나 도덕적인 의미보다는 단순히 옳지 못한 것, 처치해야 할 대상, 두려움의 대상을 전부 모은 부정을 대표하는 캐릭터와 같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악마가 ‘절대 악’도 되고 단지 생각이 다른 하나의 ‘종족’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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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와 붉은 색은 떨어질 수 없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다는 악마의 유혹, 커피. 이 광고 문구는 커피를 가장 매혹적으로 나타낸 문구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즐기는 할로윈 파티도 사실은 악령이 살아나는 죽은 자의 축제 일 뿐이다. 2002년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던 붉은 뿔, 축구 서포터즈 ‘붉은 악마’도 역동적이고 힘찬, 악마의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따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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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두려움의 대상이고 괴물과 같이 흉측했던 악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미지 변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악마는 금기시되던 존재. 무시무시한 대상에서 귀엽고 섹시한 대상으로 바뀌었다. 어두운 사악함이 스타일리쉬 한 섹스어필로, 멸망의 이미지는 탐미적인 허무함으로 포장된 것이다.
악마의 캐릭터는 진화하고 있다. 종교적인 시각을 접어 두고 보면, 게임 안에서 악마라는 캐릭터는 금기를 넘어서, 카리스마와 멋을 겸비한 강한 힘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악마의 불길은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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