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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영화화, 실패와 성공의 법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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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인기 게임이 가지는 흡인력을 이용, 스크린에서도 ‘잭팟’을 터뜨리려는 영화제작사의 노력 덕분으로 영화화된 게임이 스크린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제작사 측에서는 일반관객뿐만 아니라 게임의 팬까지 자연스럽게 영화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끌리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으며 성공한다면 TV시리즈나 만화 등으로도 활용이 용이하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는 매우 높다. 때문에 헐리우드에서도 많은 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허나 장밋빛 청사진과는 다르게 영화화 된 게임치고 성공한 예는 드물다.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 ‘사일런트 힐’ 등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져 간 것이 사실.

▲  대표적 성공사례,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 ‘사일런트 힐’

‘슈퍼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 ‘모탈컴뱃’,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얼론 인 더 다크’, ‘파이널판타지’, 둠 등이 게임의 영화화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DOA’도 개봉했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눈에 띌 만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가 눈 여겨 볼 점은 비록 영화는 실패했지만 원작은 게임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들어 봤음직한 매우 성공한 게임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원본텍스트는 매우 훌륭(?)했으나 그 가공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지금껏 나온 많은 게임소재 영화 중에 성공한 영화는 손으로 꼽을 만큼이지만 이 영화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위에 언급한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사일런트 힐’ 등 을 살펴보자면 이 영화들은 오리지널 게임의 캐릭터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실패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오리지널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배우라던지 원작과 동떨어진 분위기나 연관성이 없는 스토리 등으로 원작의 팬들을 실망시켰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요컨대 게임소재 영화의 성공여부는 ‘캐릭터’와 ‘분위기’가 좌우한다는 말.

이 글에서는 캐릭터와 분위기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한 영화와 실패한 영화의 대표작을 비교해보고 게임소재 영화가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기대를 안했다면 기대이상의 영화

먼저 캐릭터라는 측면에서 비교할 영화는 ‘툼레이더’‘스트리트 파이터’이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의 캐릭터를 보자면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본격적인 비교에 앞서 잠시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툼레이더의 주인공 ‘라라 크로포드’는 탄생 10주년을 맞이한 전세계적인 지지기반을 가진 여성캐릭터이다.

쌍권총을 들고 쉴새 없이 유적을 탐험하거나 악당을 때려눕히는 그녀는 게임 내에서 구조만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위치에 있던 여성의 위치를 적극적&능동적인 모험가 스타일로 바꾼 섹시하면서도 강한 여전사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출시된 지 벌써 20년이나 되어가는 게임이지만 후속작들이 여전히 발매가 되고 있고 류와 켄, 춘리 등 주축 캐릭터들의 인기는 지금도 매우 높은 편이다. 다만 대전 액션게임이었던 관계로 라라 혼자 독식하는 ‘툼레이더’에 비한다면 캐릭터 별 비중은 좀 작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시간 건재하는 주축 캐릭터들의 인기와 인지도는 한 명의 캐릭터에만 기대는 툼레이더의 라라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한다고 하겠다.

▲ 능동형 여전사 라라

▲ 수많은 청춘들의 마음을 불태웠던 스트리트 파이터

자 그럼 이제부터 영화를 비교해보도록 하자. 성공한 영화 는 주인공 캐릭터인 ‘라라 크로포드’ 역에 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캐스팅했는데 ‘졸리’와 ‘라라’는 ‘툼레이더’시종일관 90%이상의 싱크로율을 유지해가며 멋진 일체감을 보여준다. 그 결과 관객은 몰입이 가능하였고 졸리와 라라를 동일시하며 후한 점수를 주었다.

툼레이더는 게임 소재 영화에서 캐릭터를 잘 살린다는 것이 얼마나 크며 중요한 문제인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거기에다 졸리의 매력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게임 ‘툼레이더’의 설정을 영화속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구현해낸 결과 흥행에 성공, 게임소재영화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영화가 되었다.

▲ 싱크로율 99.7%

다음은  ‘스트리트 파이터’의 사례를 보자.

‘스트리트 파이터’는 B급 영화의 히어로 장클로드 반담이 ‘가일’로 분하여 악당 바이슨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잔뜩 힘준 머리의 가일의 캐릭터와 스포츠 머리 장클로드 반담은 영화 초반부에는 맞는듯 안 맞는듯한 애매한 싱크로율을 보여주지만 후반부로 가면 나름 괜찮은 싱크로율이 나온다. 하지만 가일을 제외하면 나머지 캐릭터들은 그저 구색 맞추기 수준에다 특유의 매력도 느낄 수 없다. 마치 가일 혼자 원맨쇼를 벌이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

수많은 캐릭터 중 가일과 바이슨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듯한 수준으로 캐릭터들의 매력을 발산해내는데 실패했다. 대전액션이라는 특성상 분위기보다는 캐릭터로서 승부를 냈어야 할 영화인데 캐릭터의 매력어필이 부재하였으니 흥행에 실패한 것도 납득이 된다. 스토리상으로는 독특하다는 느낌은 있으나 재밌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고 완성도면에서도 부족함이 눈에 띄던 영화. 전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춘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후속편을 제작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어떨지 지켜볼 일이다.

캐릭터면에서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분위기 면에서 살펴 볼 차례. 분위기라 함은 어떤 사물이 지닌 독특한 느낌을 일컫는 말인데 게임이 가지는 분위기를 잘 살려내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내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영화내에서 구현해내지 않는다면 게임의 팬들은 영화에 대해 친밀한 느낌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곧바로 흥행참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례로 ‘슈퍼마리오’의 사례를 들자면 동명의 게임은 밝고 경쾌하며 명랑함을 그 바탕에 깔고 있는데 반해 영화에서는 심각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위주로 스토리를 전개시켰다. 그 결과 영화 ‘슈퍼마리오’는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원작의 분위기나 느낌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게임의 대표격으로는 ‘레지던트 이블’을 들 수 있다. 물론 최근 개봉한 ‘사일런트 힐’ 역시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영화지만 그 뿌리는 ‘레지던트 이블’에 있다.(제작자 사무엘 하디드는 레지던트 이블의 성공 이후 사일런트 힐을 제작함)

▲ ‘레지던트 이블’의 토양 위에서 꽃을 피운 ‘사일런트 힐’

‘레지던트 이블’은 원작인 ‘바이오하자드’의 배경을 바탕으로 깔았지만 게임과는 다른 스토리와 캐릭터로 게임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독립된 스토리를 지향했다. 게임 스토리의 답습은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며 기껏 만든 영화가 게임에 종속되기만 하는 결과만을 낳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작과 전혀 다른 소리를 하며 게임의 팬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으며 원작게임과 연관성이 있는 소재를 제공함으로써 게임의 팬들까지 자연스레 흡수하였다.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바탕으로 하되 새로이 창조한 캐릭터와 흥미있는 스토리의 삽입, 비주얼적으로 훌륭한 액션씬 등은 오리지널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게임소재영화가 나아가야 할 길의 역할모델을 제시해주었다.

반대로 원작의 모티브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영화로는 ‘파이널판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개봉전부터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완성된 고퀄리티 영상이 화제가 되며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뛰어난 그래픽의 보람도 없이 실패한 영화반열에 이름을 올리고야 말았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원작의 환상적이면서도 장대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사실 파이널판타지는 시리즈물이긴 하지만 매회 주인공과 스토리가 바뀌므로 어느 한편을 지정해서 만들지 않는 이상은 그 분위기를 살려내기는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시리즈를 관통하는 특유의 느낌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영화 ‘파이널판타지’에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그런 느낌을 찾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영화 파이널 판타지’는 애초부터 게임과는 상관없는 스토리와 캐릭터로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이 것은 원작과 연결되는 끈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영화가 공중에 붕뜨는 느낌을 준다. 어느 정도는 게임과 연관성을 가지게 할 장치를 둘 법도 한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영화 제목이 왜 ‘파이널 판타지’일까 하는 의구심까지 자아냈을 정도. 결정적으로 영화 ‘파이널판타지’는 게임 ‘파이널판타지’가 보여주었던 감동적인 스토리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듯 서둘러서 대충 봉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다.

이러한 이유들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그래픽을 제외하고는 남는 게 없다는 혹평을 받은 채 쓸쓸히 퇴장. ‘파이널판타지’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차라리 ‘반지의 제왕’처럼 3편정도로 나누어서 스토리를 서서히 펼쳐나갔더라면 저런 비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 매우 미려했던 그래픽, 하지만 미흡했던 스토리

▲ '파이널판타지7 어드밴스칠드런', ‘파판7'의 뒷 이야기라는 확실한 주제로 어필한 후속작

 

느낌갖고 호흡갖고 삘 충만할 때 그 때 제작하란 말야~

게임이라는 소재는 영화제작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덥썩 영화화한다는 것은 분명 말리고 싶은 일이다.(‘하우스 오브 데드’의 감독 우웨볼처럼) 그런 의미에서 ‘사일런트 힐’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강스의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새는 게임소재 영화들이 예전처럼 끔찍한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진보하고 있다는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더욱이 ‘헤일로’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초대작게임들이 메이저 영화사에 의해 줄줄이 영화화 되고 있다는 사실은 게이머들에게 큰 기대감마저도 품게한다.

돌이켜 보면 ‘슈퍼마리오’에서 ‘하우스 오브 데드’에 이르기 까지 비극에 가까웠던 영화들도 게임소재 영화들이 나오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그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꽤나 긍정적인 결과를 남긴 셈이다. 결국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결론으로 귀결되지만 필자는 그 '어머니'를 좀 그만 뵈었으면 좋겠다.

▲ '하우스오브데드', 성공의 어머니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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