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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기획] 온라인게임, 新종족에 얽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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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와 함께 新종족에 얽힌 음모를 파해쳐보자

필자는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新종족에 얽힌 이야기'를 본 기사에서 '음모론' 스타일로 꾸며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게임메카 유저들의 의견과 토론, 그리고 날카로운 지적을 기대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음모론의 첫째장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먼저 '종족'에 대해서 살짝 짚고 넘어가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종족이란 무엇인가? 쉽게 접하는 종족으로는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프로토스, 저그가 있으며 푸른하늘 저 멀리에는 샤이어인, 나메크 성인, 깐따삐야 등이 있고 최근에는 설레이는 첫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파릇파릇한 신인들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新종족들이 있다.

이처럼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게임에만 국한하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생긴다. 게임의 '종족'은 우리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 혹은 '진영'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는 것.

이에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에 새로운 종족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플레이했던 게임이 다소 지루해진 게이머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어떤 게임에 평소 관심을 두고 있었으나 직접 플레이해보진 못한 게이머들에게는 그 게임에 '입문'할 수 있는 계기가 新종족이 등장함으로써 마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이머와 개발사, 양측의 입장에서 新종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일까? 개발사에서는 준비중인 新종족에 대한 정보를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면서 공개를 꺼리는 것이 요즘 추세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른손으로 턱을 괴면서 삐딱선에 올라탈 준비를 하곤 했다.

"도대체 왜 新종족은 항상 정보가 '유출'되는가?"

취재하는 기자들의 첩보 능력이 007 제임스 본드의 뺨을 때리고 잠입/취재 능력은 '메탈 기어 솔리드'의 솔리드 스네이크에게 직접 사사받기라도 했단 말인가? 사사받기는커녕 장시간 PC와의 작업에 늘어나는 뱃살을 손가락으로 집어보고 한숨을 내쉬기에 바쁜 경우가 대부분. 이에 정보 유출은 여러 매체의 기자들의 입에서 퍼진 것이 아니라 정체 모를 '관계자'에서부터 유출됐다는 점에 주목하자.

요컨대, 新종족 정보에 대한 유출은 개발사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을까하는 것이 본 음모론의 주제다. 이에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제시해본다.

음모 1

 왜 항상 신종족은 극비리에  보안을 유지한다고 하면서 정보가 유출되는가?

음모 2

 유출 시에는, 정확한 정보보다 진실에 살짝 빗겨난 정보가 공개되진 않았는가?

음모 3

 정말 보안이 유지됐다면, 그 이후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독점 기사' 제공이 아닐까?

이제 그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는 블리자드를 만나러 현장에 길용이... 가 아니라 지난 게임메카 뉴스를 살펴보았다. 한편 노파심에 앞서 밝혀두지만 필자가 이번 음모론을 조사하면서 내린 결론이 다소 당황스럽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新종족 공개’라는 ‘이슈’를 처음 활용한 개발사?

필자가 얘기하려는 ‘이슈’는 종족 공개 자체를 뉴스거리로 활용한 사례를 말한다(최초로 新종족을 등장시킨 게임을 말하려는 게 아님). 게임메카의 지난 뉴스를 검색해본 결과, 최초의 ‘新종족 공개’ 뉴스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역시(?) 블리자드였다. 다음은 2000년 12월 1일자로 보도된 ‘워크래프트 3’ 관련 게임메카 뉴스.

2001.12/ 워크래프트 3, 마지막 종족은 나이트엘프로 최종 결정

‘워크래프트 3’의 마지막 5번째 종족은 오크와 인간, 버닝리전, 언데드에 이어 ‘나이트엘프’로 결정됐다는 내용으로 PC파워진과 기사제휴를 맺고 있던 게임잡지 CGW(Computer Gaming World)가 2001년 1월호 표지로 ‘워크래프트 3’의 미공개 종족인 ‘나이트 엘프’를 싣고, 본문에서는 나이트엘프의 소개를 심도있게 다룬 소식을 보도했었다.

위 뉴스를 처음 접한 필자는 2가지 사실에 매우 놀랐다. 첫 째는 블리자드가 새로운 종족에 관한 정보를 세계적인 게임잡지로 명성을 떨치던 CGW에 ‘특종’으로 제공했었다는 점이다. 이는 블리자드가 2000년도부터 ‘新종족’ 공개에 대한 ‘이슈화’를 활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필자가 놀란 두 번째 이유. 당시에 보도된 뉴스에서는 ‘워크래프트 3’에 등장하는 종족은 오크, 인간, 버닝리전, 언데드, 나이트엘프의 5종족이었다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현재 4개 종족으로 ‘워크래프트 3’를 플레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버닝리전’은 어디로 갔을까? (참고: ‘WOW’의 등장으로 더욱 익숙해진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악의 세력인 ‘불타는 군단’은 2000년 당시에는 대부분 ‘버닝리전’으로 표기했었다. 이후 기사에서는 ‘불타는 군단’으로 통일)

이에 2001년 2월경에 블리자드의 랍팔도(현재는 부사장)는 게임메카와의 인터뷰를 통해 ‘워크래프트 3’에서 유저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종족 중에서 불타는 군단이 빠진 것에 대해 “때로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며 “멀티플레이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부득이 데몬이 빠지게 됐다”는 연유를 밝혔었다.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불타는 군단’이 삭제된 것에 대한 아쉬움, 애초에 블리자드는 4종족으로 ‘워크래프트 3’를 이끌어나가려는 계획이었다는 의견 등이 오고 갔다. 이에 팬싸이트의 의견을 보도한 게임메카의 뉴스를 다시 살펴보자.

2001년 2월/ 블리자드의 종족 수는 2, 3, 4, 5 법칙을 따른다?

‘워크래프트 3’에서 데몬 종족(불타는 군단)이 중도 탈락된 것에 대해 많은 게이머들이 의문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블리자드의 상업적 전략이 2, 3, 4, 5 법칙’이라는 팬사이트의 추측을 보도했다. 이 ‘2, 3, 4, 5 법칙’은 그동안 나왔던 블리자드사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종족수를 말하는 것으로 ‘워크래프트 2’가 2종족, ‘스타크래프트’가 3종족, ‘워크래프트 3’가 4종족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5는 앞으로 나올 블리자드사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5종족이 될 것임을 예측한 것.

다소 황당하지만, 블리자드는 종족 ‘등장’에 관한 끊임없는 논란거리를 2000년도부터 제공했다는 사실은 지금과 변함이 없다. 또 이를 팬싸이트와 유저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결과를 예측해보곤 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계속 블리자드와 관련된 ‘종족에 대한 루머’ 기사들을 계속해서 살펴보자.

  논란의 주인공은 항상 블리자드의 차지? 이후에는 같은 종족(?) 출신으로 판명된 에레달과 드레나이

■ 블리자드와 관련된 '종족' 관련 뉴스

2003년 4월/ WOW, 나엘 종족 추가된다!

소문으로만 들렸던 ‘WOW’의 추가종족이 나이트엘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소식은 EB게임즈가 잡지판매목록에 GMR 매거진 6월호에 나이트엘프 캐릭터 사진이 공개된 것을 계기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또 다시 나이트엘프 독점기사가 GMR 매거진 표지 및 관련내용으로 등장했었다)

2003년 8월/ WOW, 언데드 종족 전격공개!

새롭게 공개된 ‘WOW’의 추가 종족 중의 하나인 언데드의 스크린샷이 등장했다. (중략) 이에 ‘WOW’에 새롭게 추가된 종족은 언데드와 트롤, 놈까지 모두 세 가지 종류로 확정. 한편 배틀넷 포럼을 담당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GFraizer는 “내 글의 리플이 50개가 넘으면 ‘놈’ 종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겠다”라는 등 재치있는(?) 말로 게이머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포럼 담당자까지 재치없는 말로 낚시에 가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05년 10월/ 블러드엘프 종족 추가?

와우그루 회원으로 보이는 한 게이머가 블러드엘프의 모습이라며 올린 두 장의 사진을 두고 이런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낙 극비리에 보안이 유지되고 있는 'WOW' 확장팩 관련 정보들이라 이런 스크린샷이 어떻게 유출될 수 있냐며 게이머들은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 (드디어 시작이다. ‘극비리’에 보안 유출)

2006년 4월 1일/ 만우절에 新종족 ‘위습’ 발표

블리자드 측은 4월 1일 만우절에 '얼라이언스 진영의 새로운 종족은 위습'이라며 거짓정보를 흘렸다. 또 북미의 PC게임잡지 컴퓨터게임즈 역시 지난 2월호에서 ‘WOW’ 확장팩에서 얼라이언스 진영에 추가되는 종족은 ‘드레나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이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부정했다. (블리자드는 만우절에도 멈추지 않는다)

2006년 4월/ E3 2006에 新종족 공개 유력

E3 2006에서 얼라이언스 종족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E3에서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게임은 ‘불타는 성전’ 단 한가지”라며  “단 한 개의 타이틀로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해 신종족 발표와 같은 ‘깜짝 발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를 노렸다)

2006년 5월/ 에레달이냐 드레나이냐?

외신에 묘사된 종족의 외모는 푸르스름한 피부색을 지녔으며 마인드 플라이어(mindflayer)처럼 생긴 촉수를 턱 끝에 달고 있다. 그들은 또한 말 발굽과 커다란 꼬리를 지니고 있다. 블리자드로부터 공식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없다. 한편 현재 북미의 커뮤니티 사이트의 대다수의 유저들은 에레달이 얼라이언스의 일원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측은 사실을 확인시켜주지 않고 있다. (유저들은 드레나이와 에레달 사이에서 논란을 거듭한다)

2006년 E3 / 新종족은 드레나이 확정!

그 동안 많은 와우저들의 관심사였던 얼라이언스의 새로운 종족이 밝혀졌다. 바로 ‘변화되지 않은 드레나이(Unmutated Draenai)’이다. 불타는 군대의 영향으로 타락하게 된 드레나이가 현재 ‘슬픔의 늪’과 ‘저주받은 땅’의 타락한 드레나이들이다. (스무고개와도 같았던 정답이 공개된 순간, 팬들의 반응에 블리자드는 만족했을까?)

 

▲ 만우절에 등장한 新종족  

▲ E3에서는 이런 사진 한장도 소중했다

■ 이제 흥행의 '비밀'이 보이는가?

새로운 종족을 등장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했던 블리자드. 굳이 드레나이와 블러드엘프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블리자드는 꽤 오래 전부터 ‘새로운 종족 공개’ 자체를 유저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게끔 활용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 덕분에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흥미롭게 (스스로) ‘공부’하고 예측할 수밖에 없었던 유저들은 블리자드도 놀랄 만큼의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활성화 등의 부가적인 효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로써 차후에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 2’, ‘워크래프트 4’, ‘WOW의 또 다른 확장팩’, ‘헐리우드에서 제작될 WOW 영화’ 등에서 우리는 블리자드가 선사하는 ‘결과를 예상하는 유저들의 스무고개 넘기’ 놀이를 다시한번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바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국내에서는 새로운 종족의 등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 국내의 경우

앞서 얘기했듯이 국내에서는 ‘新종족’이라는 큰 이슈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보자.

과연 우리는 블리자드의 사례처럼 성공했을까? 쉽게 답할 수 있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사례는 몇 있으나 알다시피 크게 성공한 ‘新종족’ 마케팅은 없다(그렇다. 이것은 거의 마케팅이나 다름 없지 않을까?).

같은 新종족 공개인데, 왜 블리자드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일까. 단순히 게임이 인기가 없어서? 아니다. 당시로서는 충분한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이 新종족을 공개했었다.

이에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등장했던 국내 MMORPG의 ‘新종족 공개’ 관련 뉴스를 살펴보자.

-프리스톤테일, 모라이온 종족 공개

-릴온라인, 아칸 종족 공개

-리니지2, 오크와 드워프 종족 추가

-리니지, 다크엘프 종족 공개

-다크에덴, 아우스터즈 종족 공개

-RF온라인, 벨라토에 이은 코라 종족 공개

-아크로드, 新종족 문엘프 공개

-로한, 新종족 데칸 공개

-리니지2, 新종족 개발여부 공개

-마비노기, 자이언트 종족 공개

굵은 글씨가 비교적 최신 뉴스다. 위 뉴스들의 종족 공개 패턴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종족들이 단발 뉴스로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이어진 개발사의 종족 관련 뉴스는 ‘新종족 레벨업 컨테스트’, ‘新종족 포토제닉상’, '새로운 종족으로 플레이하면 이벤트가 풍성' 등의 기사였다.

게임메카 유저들이 보기에도 너무 정직한 패턴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물론 전부 똑같은 패턴을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유저들의 호응은 ‘리니지의 다크엘프’와 ‘로한의 데칸’, ‘리니지2, 新종족 개발중’ 등이 가장 높은 편이었고, 개인적으로는 '로한'을 개발한 YNK코리아가 가장 효율적으로 새로운 종족을 공개했다고 생각한다.

▲ 로한의 데칸

YNK코리아는 2006년 5월에 개최한 유저간담회서 개발진과 유저들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 새로운 종족인 데칸의 개발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게임 속에서는 암살집단인 단 종족과 데칸이 연합전선을 펼쳤고, YNK코리아에서도 유저들의 흥미를 붙잡기 위해 대대적인 '데칸 캠페인'을 시작했었다. 새로운 종족에 대한 중요성을 철저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행보를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캠페인을 펼칠 당시 YNK코리아 게임사업본부의 최정훈 이사는 “데칸의 등장은 신규 유저 유입 효과는 물론 기존 유저들에게까지 흥미를 줄 것”이라며 “이번 데칸 공개에 맞춰 전국적 규모의 마케팅을 통해 로한을 보다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었다.

위 인터뷰에서 YNK코리아측이 新종족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정확하게 짚었다는 사실을 게임메카 유저들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게임에서 新종족 공개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보도가 다소 기운이 빠진 ‘新종족 공개’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도대체 왜?"

가장 최근에 공개한 '리니지2'를 살펴보자. 게임메카에서 동영상으로 촬영한 인터뷰에서 엔씨소프트 E&G II Live팀 한재혁 과장은 “新종족은, 거인족이 만든 아주 스타일리쉬한 종족”이라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이어진 댓글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예로 'implode' 유저는 "동영상 안에는 새로운 종족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다지만, 아무도 신종족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

이것을 단순히 '리니지2'가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오히려 유저들이 궁금해해도 신종족이 무엇이 될 지, 유추할 수 있는 깊은 세계관이 없기 때문이 아닐는지.

세계관에서 등장하지 않고 흡사 급조한 듯한 설정으로, 기존 세계관에 덧붙여서 등장하는 형식이면 기존의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게임을 모르는 유저들은 더욱 관심을 두지 않기 마련이다.

‘WOW’마저도 드레나이의 등장배경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유저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었다(블리자드의 스토리작가인 크리스맷젠은 일전에 세계관에서 드레나이 종족이 에레달의 한 갈래였다는 내용이 설정의 오류였다는 사실을 인정했었다. 기존 세계관에서 에레달은 전부 악마였기 때문).

하지만 최소한 드레나이와 블러드엘프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워크래프트' 때부터 분명히 존재했던 종족이기에 등장에 대한 명분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세계관이 다소 취약한 국내 MMORPG에서는 새롭게 구성한 종족과 지도, 마을을 ‘덧붙이는’ 형태로 추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 유저들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WOW’는 ‘워크래프트’라는 걸출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있었기에 ‘종족 공개’ 자체를 이슈화시킬 수 있었던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도 원론적으로 말하면 세계관이 탄탄했기에 가능했다).

이래서는 유저들의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세계관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종족이 추가된들, 유저들은 등장 배경과 정체에 대한 궁금증, 新종족을 추리해보는 놀이에 대해 얘기할 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즉 보안유지를 해서 신비로움으로 무장하려고 한들, 유저들에게 딱히 상상의 여지를 만들어줄 세계관이 없으므로 블리자드와 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조차 없다는 얘기다.

개발사에서 그저 '새로운 종족을 준비했으니, 유저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플레이하라'는 것이 전부라면 어떠한 기대감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新종족에 얽힌 음모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국내 MMORPG의 현실이 아닐까?

■ 유저들은 원한다.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기를

자, 각종 음모론 얘기로 시작한 기사가 결국 MMORPG의 세계관 얘기까지 흘러 오게 되었다(앞서 결과가 다소 당혹스럽다는 얘기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즉 온라인 게임의 세계관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이유를 '블리자드가 너무나 잘 써먹고 있는 진실 감추기'에 빗대어 풀이해본 것이다.

세계관이 탄탄하면 그 이후에 펼칠 수 있는 게임 관련 마케팅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우리의 MMORPG들이 세계관이 취약하다는 사실은 게임메카 유저들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래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WOW'을 보라. 확장팩 오프닝 동영상 공개에 유저들은 감동을 받고 있다. 일리단이 등장하고, (등장하지 않은) 아서스가 프로스트 모운을 들고 노스랜드를 지배하고 있다. 마치 유저들의 머릿 속에서는 관련 세계관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는 듯하다. 이게 다 세계관에 얽힌 얘기가 아니던가.

이렇게 'WOW'는 인기를 끌고 있고, 한편으로 국내 유저들은 여전히 대한민국 개발자들의 손에서 탄생한 ‘명품 RPG’를 만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답은 역시 세계관에서부터 찾아야한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방대한 세계관, 치밀한 인물설정에서 RPG는 시작되야 한다. 언제까지 ‘WOW’여야만 하는가? 세계관서부터 상대가 되질 않으니, 新종족 공개서부터 관련 사업,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단 한 분야에서도 ‘WOW’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에 필자는 끝으로 2007, 2008년에는 유저들이 세계관을 두고 뜨거운 설전을 벌이도록 조장하는 국내 개발사의 '음모론'과 마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며 글을 마칠까 한다.

▲ `Games for Windows: The Official Magazine`에 게재되기로 했으나 인쇄본을 '미리 본 사람'들에 의해 정보가 유출된 'C&C3' 新종족 '에어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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