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이색기획] 온라인게임 흥행, 쪽박의 법칙 따로있다

/ 2

영화와 게임은 모두 일종의 흥행 사업이라고 말한다. 투자한 만큼 보답이 돌아오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부담과 함께 돌아오는 수익도 크다.

흥행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법. 따라서 맹신도, 미신도, 불신도, 항상 공존한다. 최첨단을 달리는 온라인 게임계에도 오픈베타테스트를 앞두고 돼지머리가 등장하고 고사를 치르는 풍경도 흔하다. 흥행 법칙과 함께 따라 다니는 징크스, 해를 달리하며 모습도 달라지는 그 법칙들을 알아본다.

◆ 반드시 뜬다? 온라인게임 흥행 법칙

첫째, 원작이 만화인 게임은 성공한다. 동종 장르로 플랫폼만 바꾸어 내놓을 수 있는 비디오게임도 있고, 블록버스터 영화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만화’만큼 한국 온라인게임과 궁합이 좋은 컨텐츠도 없었다.

▲ 1992년부터 시작된  김진의 '바람의 나라'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연재 중인 작품이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의 원작은 고구려를 배경으로 유명 만화가 김진이 그린 바람의 나라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역시 널리 알려진 대로 신일숙의 리니지가 바탕이 됐다. 아예 만화가가 원작과 함께 게임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라그나로크’와 ‘열혈강호 온라인’이 있다. 이들은 초대형 대박게임으로 자리를 잡으며, 만화와 게임의 성공적인 합작 사례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이 같은 만화의 온라인게임화 성공사례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만화들이 온라인으로 시도된 바 있다. ‘레드문’, ‘용비불패’, ‘소마신화전기’부터 현재의 ‘레드블러드’, ‘신암행어사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만화의 게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둘째, ‘최초’로 만들면 뜬다. 어느 장르든 최초로 등장한 게임이 떴다. 국내 최초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최초의 캐주얼 골프게임 '팡야'와 캐주얼 농구게임 ‘프리스타일’, 최초의 풀 3D 그래픽 온라인게임 ‘뮤’, 최초로 부분유료화를 도입한 '퀴즈퀴즈, 등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사건으로 이슈를 만든 게임들이 항상 주목을 받았다.

경쟁이 치열한 기존의 ‘레드오션’이 아닌 새로운 장르와 시장을 개척했다는 ‘블루오션’적 자부심이 ‘최초’에 있다. 실제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캐주얼게임의 숫자와 함께 유저 연령층도 확대됐다.

▲국내 최초 풀 3D MMORPG '뮤', 웹젠을 게임업체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시킨 동력이 되었다

이후에도 최초는 꾸준히 시도되었고, 다양한 ‘최초’ 시리즈들이 등장했다. 국내 최초 온라인 야구게임 신야구부터 ‘세계’ 최초 비보이 댄스게임 그루브파티에 이르기까지, 최초는 ‘원조’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면서 놓칠 수 없는 의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최초와 원조의 의미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장르와 컨셉의 게임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에 착수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최초 논란은 무색해졌다. 개발에 착수한 시기, 게임을 처음 대중에게 공개한 시기, 오픈베타테스트 시기 등이 엇비슷해지면서 최초는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셋째, 이름은 다섯 자 이상을 넘지 말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며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라고 목 놓아(?) 외치던 김춘수 시인의 ‘꽃’. 호명에 절실한 것은 한국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같은 영화처럼 난해한 제목은 온라인게임에 적합하지 않다.

호명하기도 쉽고, 검색하기도 쉬운 이름. 그래서 성공한 온라인게임의 이름은 다섯 음절 이상을 넘지 않는다. 만일, 이름이 다섯 자를 넘더라도 2음절로 줄여 부르는 관행이 대세다. 영화계의 ‘짝수’로 끝나면 성공한다는 이름 법칙과 그 맥을 같이한다. (괴물, 왕의 남자, 올드보이, 미녀는 괴로워)

▲ '작명'에 관해서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받아도 모자라지 않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와우~"

대표적인 것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WOW(와우)로, 열혈강호 온라인은 ‘열강’으로 불린다. 다섯 자도 너무 길다며 던전앤파이터는 ‘던파’, 스페셜포스는 ‘스포’, 카트라이더는 ‘카트’가 되었다. 마비노기도 ‘마비’가 되었다.

아예 처음부터 줄여 나오는 경우도 있다. 썬(SUN)과 R2의 경우 각각 Soul of the Ultimate Nation, Reign of Revolution이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불러주는 이는 없다.

물론 특별한 경우는 있다. 액토즈소프트의 ‘서기 2030년 어니스와 프리키’(메카의 필자가 ‘2003년’으로 오타를 내며 “게임이름도 제대로 모르냐”는 수모를 받아야만 했던 게임),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가 떠오르는 이름이다.

이외에도 새로운 흥행법칙으로 등장한 것이 UCC(User Created Contents)를 잡는 온라인게임이 성공한다는 이야기. 드라마, 영화 등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던 합성, 동영상 제작 등이 온라인게임으로 넘어오면서 레이드 동영상, 뮤직비디오 제작 등으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2007년에는 영화처럼 속편 성공의 법칙이 추가될 조짐이다. 리니지 2의 성공 신화를 넘보는 다양한 시리즈 게임들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 ‘라그나로크 2’, ‘프리스톤테일 2’, ‘거상2’, ‘RF온라인2’, ‘프리스타일 2’ 등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속편 흥행 실패의 법칙으로 반전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면, 업계에 정통한 나쁜(?) 전문가들은 한국형 MMORPG의 성공법칙은 따로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그들은 노가다, PK, 공성전 3종세트에 부록으로 오토프로그램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템현금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MMORPG는 한국 유저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혹은 ‘추정’)이다.

◆ 온라인게임 ‘머피의 법칙’이 된 징크스!

웃는 사람이 있으면 우는 사람도 있는 것이 세상사. 일년에 수 백 개의 게임이 등장하면 실제로 클로즈베타테스트를 거쳐 오픈, 정식서비스 단계에서 성공하는 게임은 수십 개를 헤아린다. 이 중 수많은 게임들이 개발 도중이나 서비스 진행 중에 사라졌다. 2006년에도 겜블던, 샤인온라인, 카드왕 믹스마스터 등 많은 게임이 소리 소문 없이 유저들의 곁을 떠났다.

이 같은 실패의 배경에는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의 현격한 입장차이로 인한 ‘결별’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수익’이다. 유저들이 떠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이중고 끝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게임들이 대다수인 상황. 그 징크스와 필패(必敗)의 상황들을 다시 돌아본다.

▲ 유저들의 급격한 몰림현상으로 회원가입이 중단되던 시절도 있었다

첫째, 영자의 전성시대? 목놓아 찾는 운영자. 실패하는 게임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 받는 부분은 운영 미숙이다.

영화의 경우, 개봉 첫 날 관객수는 흥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게임도 클로즈베타테스트나 오픈베타테스트 첫날, 접속하는 사람의 숫자는 게임의 흥행을 가늠한다. 관심이 곧 성공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 시간에 수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서버가용성은 순식간에 한계에 이르고, 유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는 식의 변명이 인기를 증명하는 시절은 지났다.

홈페이지 접속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클라이언트 다운로드에 밤을 새는 사태를 국내 유저들은 너무 자주 겪었다. 여기에 서비스가 시작되고도 잦은 버그, 예고 없는 서버점검, 해킹, 롤백 사태 등이 쉴새 없이 이어지면 유저들은 밤낮 없이 운영자를 찾게 된다.

최근에는 온라인게임 컨텐츠 부족도 실패의 지름길로 통한다. 옛날 어린이들은 전쟁, 호환, 마마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고, 옛날 게이머들은 해킹, 오토마우스, 무분별한 PK가 무서운 재앙이었다. 하지만 요즘 게이머들은 컨텐츠 부족이 온라인게임의 가장 큰 재앙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의 ‘먹성’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컨텐츠 부족은 어느새 한국 MMORPG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았다.

둘째, 외산 온라인게임 징크스다. 세계 3대 온라인게임(?)으로 추앙 받는 ‘울티마 온라인’,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 ‘에버퀘스트’ 등은 한국 유저들을 사로 잡는 데 실패했고, 심지어 국내에서 게임사업을 철수했다. 해외에서는 높은 게임성과 함께 장수만세(!)를 누리는 이들 게임이 유독 한국에서만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원인을 알 수 없는 징크스 때문일까?

그러나 전문가들은 캐릭터의 외모에 유달리 집착하는 한국적 취향의 특수성과 현지화를 가볍게 여긴 서비스업체의 부실한 한글화, 미비한 로컬라이징을 지적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유저들보다 다양한 온라인게임과 서비스 환경에서 살아가는 한국 유저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죄로 싸늘한 반응을 얻어야만 했다.

▲ 최악의 한글화로 비판받았던 에버퀘스트2는 결국 국내서비스를 철수해야만 했다.

최근에는 WOW의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국내에 다시금 외산 온라인게임 열풍이 불어 닥칠 조짐이다. 개발과 동시에 현지화를 점검 중인 스펠본연대기, 헬게이트: 런던 등이 징크스 깨기에 나설 예정이다.

셋째, ‘100억대 투자’, ‘블록버스터’, ‘스타개발자’ 과유불급 징크스.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 옛 성현의 말씀. 얼핏 보면, 게임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처럼 보이나 최근에는 온라인게임의 실패사례를 설명하는 단어들로 더 자주 쓰인다.

2006년까지 WOW의 성공에 자극 받은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들은 너나없이 대작 블록버스터 게임 선언에 나섰다. NHN의 아크로드, 넥슨의 제라, 웹젠의 썬,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까지 대작은 줄을 이었다.

이들 게임들은 일차적인 관심 모으기에는 성공했으나, 유저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100억원 이상을 개발에 투자했다’, ‘제레미 소울 등 세계적인 음악가를 기용해 BGM를 제작했다’,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는 예고편이다’ 등 현란한 선전문구는 유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WOW를 기대하며 대작게임들의 포장을 뜯어낸 유저들은 이내 썰물처럼 게임에서 빠져나갔다.

▲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크로드를 비롯한 국내 온라인게임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며 일침을 놓은 바 있다. 그렇다면 한게임은 플레이엔씨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스타개발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유저들의 기대를 한껏 높였던 김학규, 송재경, 이원술 등 스타개발자들의 도전은 기대 이하의 결과물로 돌아왔다.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실망도 컸을까? 일부에서는 스타개발자라는 호칭 자체에 못마땅함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두 개의 게임에서 성공했다고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증권전문가가 뜬다는 게임은 진다’도 떠오르는 징크스 중 하나. 축구에서 ‘펠레의 저주’가 있듯이 게임계에는 ‘증권가의 저주’가 있다. 2005년, 증권전문가들의 의해 최고의 게임으로 지목 받았던 ‘길드워’, 2006년 애널리스트들이 힘주어 밀어준 이른바 ‘빅3’는 시장에서 차가운 반응에 몸서리 쳐야 했다.

올해도 일찌감치 ‘아이온’, ‘헬게이트: 런던’ 등 대작게임들의 장미빛 전망을 내놓는 상황이다. 특히, 헬게이트는 지난 지스타를 기점으로 증권가의 총애를 받으며 게임이 등장하기도 전에 한빛소프트 주식을 ‘반짝’ 키웠다.

그러나 2007년 기대만큼 대박을 낼 수 있을 지 여부는 여전히 게이머들의 손에 달려있다.

클로즈베타테스트를 경험한 유저들의 냉정한 평가와 달리 단순히 업체의 규모와 이름값, 라인업으로 매겨진 가능성은 곧 현실로 나타난다.

‘모멘텀’, ‘턴어라운드’가 등장하는 기사보다 게이머의 촌철살인 댓글 한마디가 게임의 보다 확실한 전망이 아닐까?

이 외에도 ‘원작이 소설인 게임은 성공하기 어렵다(퇴마록, 드래곤 라자, 묵향)’, ‘게임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 기자가 오면 갑자기 플레이가 안 된다(?)’는 다양한 징크스들이 게임계에는 존재한다.

삼점 역전 홈런과 삼진 아웃 퇴장이 공존하는 게임산업. 모든 경기가 그러하듯이 게임산업에도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있다. 마찬가지로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 게임이다.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징크스는 사전적 의미로는 ‘불길한 징후’,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 등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징크스의 대부분은 심리적인 문제와 콤플렉스 등이 만들어낸 허상에 가깝다. 이것이 우리가 성공의 비결과 함께 실패의 징크스들을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