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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닌텐도와 소니, 뿌리가 다른 게임계 두 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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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와 소니. 이 둘은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기업이다. 말하자면 동종업계 종사자들이다. 좁게 보면 라이벌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넓게 보면 동업자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기업은 엎치락뒤치락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저마다 각자의 콘솔과 독점 타이틀을 가지고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두 기업의 방식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 토사구팽의 상징이자 PS의 아버지 쿠다리기 켄과 별다른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 닌텐도의 사장 이와타 사루토

닌텐도, 8~90년대를 뒤흔든 게임계 거목

닌텐도는 역사가 매우 오래된 기업이다. 원래는 화투장이나 트럼프 카드를 만들던 기업이었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식품사업, 여관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 눈을 돌리다가 전자오락계에 입문, 일약 시장을 선도하는 넘버원 기업으로 우뚝 선다.

닌텐도가 게임업계에 발을 담근 이후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은 가히 '닌텐도 천하'라 불릴만큼 황금기였다.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은 콘솔업계 부동의 1위를 굳건히 지켰고 ‘슈퍼마리오’라 하면 모르는 꼬맹이가 없었을 정도였다. TV만화로도 방영되었던 덕분에 부모님세대에서도 꽤나 통했다.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 역시 꼬마들이 받고 싶은 선물 랭킹 1,2위를 다투는 아이템이었다. 한 마디로 닌텐도가 구축한 철옹성은 난공불락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철옹성이라고 해서 적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리는 없다. 라이벌 관계였던 세가에서도 ‘메가드라이브’라는 콘솔과 ‘소닉’이라는 캐릭터로 ‘슈퍼패미컴’과 ‘마리오’에 맞섰다. 빠른 연산속도의 ‘메가드라이브’와 쾌속을 자랑하는 ‘소닉’의 궁합은 잘 맞았지만 결국 닌텐도의 아성에는 당하지 못했다. 이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의해 철옹성이 함락될 때까지 닌텐도의 영광은 계속 되었다.

▲ ‘슈퍼패미컴’ 국내명 슈퍼컴보이, 이걸 사면 슈퍼마리오 월드 팩 하나가 들어있었다

소니, 가전제품으로 쌓아온 풍부한 기술력

소니는 모두가 다 알다시피 가전제품의 명가로 유명한 기업이다. 지금은 ‘플레이스테이션’의 제작사로, 게임업체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소니가 처음부터 게임을 제작한 것은 아니었다. 소니는 ‘워크맨신화’로 일약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일어났으며 이후 가전제품을 연속 히트시키며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기업으로 아무도 소니가 게임업계에 발을 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업계에 화려한 데뷔를 한다.

당시 닌텐도와 세가의 경험에 밀릴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소니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3D’의 구현으로 닌텐도와 세가를 차례로 격파하며 왕자의 자리에 등극을 한다. RPG의 양대산맥인 스퀘어와 에닉스(지금은 한 회사이지만 당시에는 각기 독립된 회사였음)를 포섭하고 액션의 거목 남코를 영입하면서 ‘PS신화’는 가속도를 더하게 된다.

▲ 플레이 스테이션, 세가와 닌텐도를 쓰러뜨린 당대의 거인

이후 소니의 야심작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가 출시되면서 시장은 완전히 소니의 독과점 형태로 변하게 된다.

물론 그 동안 세가나 닌텐도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가는 ‘드림캐스트’와 ‘새턴’, 닌텐도는 ‘닌텐도 64’와 ‘게임큐브’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PS2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세가는 콘솔제작에서는 손을 떼게 되었으며 닌텐도는 콘솔보다는 휴대용 게임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PS2의 장기집권도 그 수명이 다할 때는 왔고 시장은 다시 닌텐도와 소니, MS가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이 되고 있다.

간략하게 두 기업의 이력을 기술해보았는데 이 과정에서 닌텐도와 소니가 보여준 행동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니의 방향을 살펴보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성능의 기기를 개발하고 단순히 게임기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가정의 거실을 장악하겠다는 욕심을 보여준다.

▲ 닌텐도64, 드림캐스트, 소니에게 밀린 비운의 게임기들

[소니편 1] 고가, 고성능 하이레벨 기기의 정수

소니가 처음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을 출시했을 때는 3D가 막 게임에 도입되려는 때였다. 세가와 닌텐도가 조금씩 3D를 구현하기 시작할 때 소니는 3D에 관한한 최고라는 ‘실리콘 그래픽스’와 손을 잡고 개발한 ‘3D 가속칩’을 탑재한 PS를 출시한다. 이후 철권, 파이널판타지7, 바이오하자드 같은 초대작 3D 게임을 연속으로 출시하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버린다.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력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S의 성공에서 소니는 <콘솔의 막강한 성능=성공>이라는 공식을 세웠는지도 모른다. 이 공식은 PS2에서도 적용되는데 역시나 큰 성공을 거둔다. 아직까지 PS2의 성능을 100% 발휘한 게임은 없다고 하니 새삼 감탄할 뿐이다.

두 차례의 성공에서 배웠을까, PS3 역시 초고성능의 스펙을 자랑한다. 지금 보면 “아니 이걸 다 어디다 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일단은 두고 볼 일이다. 필자 개인적 의견으로는 3년정도의 기간을 두고 지켜보면 소니의 선택이 옳았는지 글렀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 플레이스테이션3는 엄청난 성능으로 무장했다

[소니편 2] 게임기 이상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에 대한 욕심

'PS'시절까지는 아니었지만 ‘PS2'부터 소니의 욕심은 더욱 커진다. DVD 재생기능을 도입함으로써 단순한 게임기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CD플레이어 기능 포함) 비싼 DVD 플레이어를 대체할 값싼 시청각 겸용 기기로서 거실에 침투할 여지는 더 커진 것이다. 이후 노래방 기능을 탑재한 타이틀을 출시하는 등 소니의 종합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야심은 더욱 잘 드러난다.

PSP는 PMP와 게임기능을 합친 모델로서 게임기 이상을 꿈꾼다. PSP는 소니가 추구하는 길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PS3에서는 인터넷 기능과 블루레이 플레이어까지 탑재함으로써 컴퓨터의 위치까지 넘보고 있다. PS2이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방향을 종합 홈 엔터테인먼트로 잡은 것이 확실하며 그 방향을 수정할 계획은 없어보인다. 혹 PS3가 대실패를 한다면 모를까.

▲ PSP는 좋은 기기임에는 확실하나 로딩이 너무 길다는 단점이 있다

[닌텐도 편 1] 게임기는 게임기일 뿐

닌텐도는 소니와는 상반된 모습을 지닌다. 소니가 양의 성질이라면 닌텐도는 음이랄까, 자석의 N극과 S극과도 같은 양상이다.

닌텐도의 방향은 속된 말로 ‘안전빵’이다. 지금까지의 닌텐도의 스타일을 살펴보자면 닌텐도는 모험을 즐기지 않는다. 이미 검증되어 있는 방식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 예는 ‘닌텐도 64’의 실패에서 보여줬던 모습에서 드러난다. 당시 경쟁사인 세가와 소니에서는 저장매체로 CD를 사용했는데 닌텐도는 여전히 카트리지방식, 즉 롬팩을 고집하고 만다. 로딩이 없고 별도의 저장장치가 필요 없다는 점은 좋았지만 가격이 높은데다 용량도 적어서 당시의 트렌드였던 고급스런 영상을 담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이하 NDS)' 역시 PSP와는 달리 카트리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첨단을 추구하는 소니의 방식과는 달리 검증되어 있는 확실한 안전책만을 써오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기기인 ‘Wii’ 역시 안전을 추구했다는 혐의를 벗기는 어렵다. 물론 ‘위모트’라는 혁명적인 컨트롤러를 선보였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클래식 컨트롤러&게임큐브용 게임패드도 대응한다는 보험을 들어놓았다. 거기다 새로운 저장 매체라는 블루레이 방식이나 하이디브이디는 관심밖이다. 이미 잘 돌아가는 DVD가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Wii 이후의 기기도 블루레이와 하이디브이디 둘 중 하나로 결정이 난 후에야 그 방식을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 매체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면 DVD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 싸고 안전하고 기발한 것. 이 것이 닌텐도의 방식이다.

▲ ‘Wii’ 닌텐도의 스타일이 집약된 기기

 

[닌텐도 편 2] 저사양 저가격 정책

PS3는 압도적인 고사양을 바탕으로 화려한 그래픽을 여봐란 듯이 과시한다. 그 엄청난 그래픽 앞에 많은 게이머들은 연신 감탄하지만 정작 구입은 부담스럽다. 그 이유는 바로 높은 가격. 닌텐도는 이런 면에선 소비자의 편이다. 기기나 소프트의 가격 면에서 소니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닌텐도의 게임은 고화질의 CG로 넋을 빼거나 연신 감탄이 터져나오는 그래픽은 아니다. 그보다는 게임 자체의 재미(이하 게임성)와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그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해보자면,

‘그래픽=반찬, 게임성=밥’ 이라는 공식이 나온다. 뛰어난 그래픽은 보기 좋다. 즉 맛있는 고기반찬에 해당된다. 하지만 반찬은 어디까지나 부식이지 주식이 될 수는 없다. 제육볶음이 아무리 맛있다한들 밥과의 관계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게이머들은 게임성을 느끼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지 화려한 그래픽을 보려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닌텐도는 밥(게임성)을 무기로 유저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NDS과 Wii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 NDS 기초에 충실한 게임기

물론 눈이 높아진 요즘 게이머들을 상대하는데 그래픽이 뒤떨어졌다는 것은 분명 약점이다. 하지만 위모트라는 새로운 조작방식과 듀얼&터치스크린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닌텐도의 노력은 매우 신선하고 효과적이지만 정확한 결과는 역시 3년 정도 지난 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PS3와의 그래픽 격차가 현격하지는 않지만 2~3년이 지나면 PS3는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그래픽을 보여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어도 여전히 ‘Wii'가 강한 영향력을 보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닌텐도의 게임기는 말 그대로 게임기이다. 이런저런 기능을 추가해서 차세대 매체시장을 이끌 계획은 없다. 즉 게임기 이상의 무엇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기능 한, 두개 추가하려다 어정쩡해지느니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 낫다. 기능의 추가는 필연적으로 비용의 추가를 전제하므로 닌텐도의 기기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이러한 특징은 비용의 절감을 가져와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기기 출시를 가능하게 한다.

PS3는 팔 때마다 손해가 발생하지만 닌텐도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가 콘솔만 사고 소프트를 사지 않으면 소니로서는 답답한 일이지만 닌텐도는 기기만 팔아도 이익이 나오므로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소니는 콘솔에서 보는 손해를 소프트로 보충해야하기 때문에 소프트 가격이 비싸질수 밖에 없으나 닌텐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도 싸질 수 있다. 닌텐도 전략의 핵심은 바로 이 점이다.

안전과 첨단, 미래의 소비자를 잡을 주인공은 누구인가      

닌텐도는 회사의 노선을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잡지 않았다. 기존의 시장은 그들에게 맡겨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선봉에는 'NDS'가 나섰다. 그 동안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중장년층을 공략해서 닌텐도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과 ‘영어삼매경’은 중장년층을 공략함은 물론 자녀들을 위한 선물로도 부모님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상당수의 어르신들은 NDS이 학습보조기구인지 안다.) 닌텐도의 이런 시도는 시장의 전체 크기를 키운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이미지가 ‘노땅’ 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건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 닌텐도는 장동건을 앞세워 전방위 타겟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게임에 대한 인식은 옛날의 그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옛날의 게임기는 단순히 애들이나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오늘날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은 찾기 드물다. 그만큼 옛날의 게임기와 지금의 게임기는 그 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첨단기술의 집약체로서 차세대 매체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소니의 정책은 의미를 가진다. 과거 PS2때는 매체(DVD)가 기기(PS2)를 이끌었지만 PS3는 기기(PS3)가 매체(블루레이)를 이끄려고 한다는 점에서 어느덧 게임산업이 이 정도의 위치까지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그 배경의도에는 소니 픽쳐스 등이 관련되어 있겠지만 게임산업의 발전이 없었다면 그런 시도조차 되지 않았을 일이다. 소니와 MS가 벌이는 기술력 경쟁에 한걸음 물러서서 독야청청하는 닌텐도의 삼강구도는 꽤나 볼만한 일이다.

시대의 첨단을 달리며 변화를 추구하는 소니와 안전과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닌텐도. 둘의 대결이 어떻게 진행될지 매우 기대가 된다. MS란 존재가 누구에게 득이 되며 실이 될지 지켜보는 일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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