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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개념충만! 가상게임열전 군용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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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예전에 가상게임시나리오 ‘매일매일 DS 개념트레이닝’의 시나리오를 선보인 바 있다. 상당한 호평도 있었고 악평도 있었지만 언젠가 세월이 흐름에 따르다 보면 군인 전용 게임이 나오고야 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구나 요즘의 청년들과 청소년들은 게임에 매우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군사학 및 사격술, 생존술 등을 게임으로 교육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교보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주국방 및 정예강병 육성을 위한 몇 개의 가상게임시나리오를 준비해보았다.

첫 번째 ‘총검술 트레이닝’

총검술은 도저히 총을 쏠 환경이 되지 않을 경우 착검이 된 총을 무기삼아 적을 격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전투기술로 베기, 찌르기, 때리기 등의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창격술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을 실제로 보면 그다지 쓸모는 있어 보이지 않지만 절도있고 패기 있어 보이기에 오와 열을 잘 맞춰서 단체로 시연해보면 꽤나 멋지다. 그 때문에 신병들이 가장 흥미있어 하고 열심히 하는 훈련도 바로 이 총검술 훈련이다.(좀 지나면 달라진다.)

그러나 총이 없으면 연습 자체가 불가하며 자신의 총검술 훈련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 이 훈련의 아쉬운 점이다. 이 아쉬운 점을 한방에 없애 줄 프로그램. 바로 총검술 트레이닝이 되겠다. 현재 나와있는 콘솔 중에서는 닌텐도 Wii 가 개발상 가장 유력하다고 볼 수 있겠다.

▲ 자세보다 중요한 건 하박과 총 사이에서 발생하는 ‘착’ 소리

이 게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K-2' 모양의 컨트롤러이다. 대한민국 군대에 다녀온 남자라면 총번을 외웠던 기억(필자는 210XXX), ‘꼬질대’로 총기 스윕(정확히는 총기손질이라고 한다)을 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다녀오지 않은 남자라도 누구나 이름만은 들어봤음직한 총기다. 애인처럼 없어질까 사라질까 애지중지 아껴주고 돌봐줬던 가스조절밸브를 비롯하여 잘 접혀주던 개머리판, 조립할 때 깜빡 잊고 안 끼우던 노리쇠 등 거의 모든 부분이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꼼꼼하게 마감되어 있어 사병들의 훈련용으로는 제격. 물론 총신의 길이나 무게 등도 실제와 유사하다. 다만 게임컨트롤러 라는 것을 감안하여 실제 총과는 다르게 색깔을 입힌 디자인으로 나올 듯 하다.

 ▲ ‘k-2' 무선컨트롤러 방식으로 자유로운 총검술 운용을 가능케 하면 좋겠다.

이제 병사들은 TV 모니터 앞에 서서 화면에서 지시하는 내용대로 총검술을 해내면 된다. 단순히 연무 16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적들이 달려드는 상황에 걸 맞는 응용동작을 해내야 한다. 처음에는 ‘막아’, ‘때려’, ‘돌려쳐’, ‘좌베어’, ‘우베어’ 같은 쉬운 동작 명이 화면에 뜨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그러나 단계가 올라가면 ‘비켜 우로 베고 때려’, ‘좌로 막고 차고 돌려쳐’, ‘좌 제치고 베고 찔러’, ‘비켜 좌로 제치고 돌려쳐’ 같은 조금 어려운 동작이 나온다. 여기서도 무사히 성공한다면 마지막 스테이지는 명령이 나오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상황에 맞는 동작을 취해야 한다.

▲  막고차고돌려쳐. 막고 찼으니 마지막은 돌려치자

모든 동작이 FM대로 들어가면 마지막은 대망의 엔딩. 바로 정훈교육 동영상이다. 플레이어는 당연히 앞에총 자세를 취한 후 숙연한 마음가짐으로 정훈교육 동영상을 경청한다. 정훈교육 동영상이 끝나면 이번엔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위문공연 동영상이다.

이효리, 아이비, 채연, 씨야,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LPG, 소녀시대, 원더걸즈 등 다양한 여가수들이 준비되어있지만 1회 클리어시마다 1팀의 동영상만을 볼 수 있다는 것은 2회차, 3회차 플레이에 대한 열의를 불태울 것이다. 총검술 훈련 최우수 부대에는 부상으로 ‘핑클도 아는 국군의 주적’ 단행본이 내무실 수만큼 지급될 것이라는 기쁘고도 안타까운 소식.

▲ 핑클도 아는 국군의 주적, 정작 핑클은 이 만화 봤을지 심히 의문

두 번째 사격술 트레이닝

K-2 컨트롤러의 쓰임의 그뿐만이 아니다. 그 것의 용도가 겨우 총검술 뿐 만이라면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 당연히 사격훈련이 포함된다.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 이라는 사격장의 금과옥조를 가슴 깊이 새기며 모니터 앞에 엎드리자. 하지만 단숨에 100사로 볼 생각은 하지 말도록.

영점사격부터 시작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K-2 컨트롤러는 반동기능이 들어있어 실제 사격의 스릴을 그대로 느끼게 해줄 것이다. 실제 총탄을 낭비하지 않고도 이 같은 훈련을 실내에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이런 문명의 혜택을 받고도 낙방하는 병사들에게는 바둑알을 총 위에 올려놓고 PRI훈련하는 전근대적 방법이 동원될 수 밖에 없음을 미리 고지하는 바이다.

▲ 영점사격, 옆 전우에게 지원사격을 받은 당신의 탄착군

영점사격에 합격했다면 이제 사격장 훈련이다. 100사로 200사로 250사로 모두 모니터 안에 존재하고 있으며 멀가중멀가중멀중가중 의 순서대로 쏘면 된다. 지금까지 사격훈련을 충실히 이행해온 병사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온라인 FPS처럼 대충 크로스헤어에 걸치고 쏘면 맞는 것이 아니라 탄도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조교가 알려준 대로 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격훈련의 게임화의 의의를 누군가 물어본다면 대외적 이유로는 인명의 피해없이 안전한 사격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을 첫손에 꼽겠으나 대내적 이유로는 탄피를 잃어버려서 훈련을 접고 전대원 탄피수색하던 고유의 미풍양속이 이제 단절될 것이라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 탄피.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그림같은 풍경은 이제 그만

 

좀 더 기술력이 받쳐준다면 ‘메달오브아너’, ‘콜오브듀티’ 같은 명작 FPS게임을 이 K-2 컨트롤러로 즐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게임을 통한 재미있고 효율적인 훈련은 자연스럽게 은폐, 엄폐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즉각대응능력을 크게 키워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게임을 통한 훈련은 훈련장 간 이동에 걸리는 시간과 각종 장비 및 식사의 추진 등에 드는 비용과 노력을 크게 절감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훈련을 할 때는 심적부담이 있지만 게임은 가볍게 접할 수 있고 자발적이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접하게 되므로 그 효용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 굳이 나가지 않아도 비가 오는 날의 전투에 대해 절로 알 수 있다

세 번째 야삽술 트레이닝

사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다 알겠지만 총보다는 삽을 더 많이 잡는 것이 군인의 현실이다. 봄 가을로 따라붙는 진지공사 및 각종 이런 저런 사역과 작업에서 삽은 필수불가결의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역시 국방부 공인 ‘삽 모양 컨트롤러’ 가 필요하다.

▲ 야삽 당연하게도 접이식 컨트롤러이다

역시 초반 스테이지에서는 삽의 기본용도인 진지공사 위주의 삽질이 전개된다. 야삽컨트롤러는 미세진동과 땅에 걸리는 효과를 구현하였기에 매우 리얼한 손맛이 느껴질 것은 당연지사. 봄가을의 하이라이트 진지공사 스테이지를 모두 마친 후에는 응용 모드로 들어간다.

곡괭이 없는 상황에서 땅을 팔 때, 못을 쳐야하는데 망치가 없을 때, 제설작업용 장비가 부족할 때, 낙엽 쓰는데 빗자루가 없을 때, (후임이 말을 듣지 않을 때)등의 다양한 스테이지가 등장해서 야삽의 부가적인용도를 친절히 알려주고 작업의 동반자로 삼게 한다.

궁극의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는 총검술을 응용한 야삽전투술의 사용을 알려준다. 실제로 야삽으로도 전투가 가능하다고 여러 영화(서부전선 이상없다 등)에서 널리 광고한 만큼 우리의 ‘Ssaper’출신 한국군인들에겐 최고의 근접전투술이 아닐 수 없다. 연대장과 호형호제하며 사단장과 술자리를 자주 하신다던 만렙 경지에 오르신 주임원사급께서는 지상최강의 경공이라 일컬어지는 흡연보행술을 시전하면서도 단 3삽 만에 적들의 머리를 날려버린다는 공포의 전투기술이다.

▲ 갈린 날, 여기에 걸리면 다 죽는겨!

지금까지 국방부 전용의 가상 게임시나리오 전투력 향상 게임 열전을 서술해보았다. 물론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 세대가 게임에 매우 익숙한 세대이며 군도 역시 점점 최첨단화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게임을 통한 훈련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향후 20년내로 군대에 이런 게임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보는 건 너무 무리한 생각일까.

모쪼록 우리 후배군인들은 보다 편하고 안전한 군생활 무사히 마치기를 빌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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