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게임메카와 이야인터렉티브는 ‘귀환병이야기’ ‘쿠베린’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판타지 소설 작가 이수영씨의 ‘루나 연대기’를 매주 월/목요일 주 2회 연재합니다. 소설 ‘루나 연대기’는 ‘루나온라인’의 기본 세계관인 블루랜드를 배경으로 한 왕자의 모험담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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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건방진 자식아! 나를 내려놓아라! 이 무례하기 짝이 없는 놈! 네 놈은 대체 어디서 온 촌뜨기이길래 이처럼 나에게 함부로 구느냐!”
새빨간 얼굴로 소리를 질러대는 그를 관찰하듯이 지켜 보며 키안은 빙그레 웃었다.
“귀엽구나.”
“무에야?”
당장이라도 졸도할 듯이 기겁한 루기오는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키안의 얼굴을 보며 새파랗게 질렸다.
“네, 네 놈도 그런 속셈이더냐!”
“속셈?”
“인간들 중에 작은 애만 보면 덤벼드는 놈들이 있다 들었다! 네가 바로 그런 부류냐?”
키안은 이 동그란 얼굴의 하플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딘가 겁을 먹었는지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그게 너무나 희한해서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웃다가 화내다가 겁내다가 이리저리 감정변화가 빠른 <난쟁이>를 보니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루기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다니, 그런 단어를 쓴 게 얼마만의 일일까.
“걱정마라. 나는 큰 사냥감이 아니면 잡지 않는다.”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고 루기오는 또 바락 소리를 지르려다 참았다. 이렇게 이상한 인간은그로서도 처음이었다.
키안은 달랑달랑 흔들리는 루기오를 가게 한 구석에 놓여진 의자에 내려놓았다. 나무의자가 끼이익 소리를 냈다. 루기오는 화를 내는 대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어쨌거나 상대는 악의는 없는 모양이다. 그는 다혈질이기도 하지만 나름 호탕한 하플링이기도 했다.
“그래, 무슨 일로 온 건가?”
그의 말투가 또 변하자 키안은 신기한 기분으로 루기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이 온통 바뀌어서 기분이 나빴는데 이 동그란 하플링을 보니 바뀐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그가 어둠의 숲에서 헤매는 동안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나보다. 허기야 인간은 항상 배신만 하는 종자들. 차라리 생김새가 괴상해도 이종족이 더 낫다. 그는 냉소했다.
“하플링은 다 그대같이 생겼나?”
루기오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말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체 이 인간은 어디에서
왔기에 이렇게나 묘한 말투를 쓰는 걸까.
“이봐,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할 일 없으면 꺼져라. 나는 한가하지 않아!”
루기오는 애써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소리쳤지만 키안은 오히려 가게 바닥에 주저앉아서 팔짱을 끼었다. 의자에 앉으려 했지만 의자가 너무 작았다.
“돈을 구하러 왔다.”
그는 담배를 말아 불을 붙였다. 푸우 하고 연기를 내뿜자 담배 연기가 독하게 가게 안을 채웠다.
“어, 어디서 그런 이상한 걸 피우는 거야? 속이 다 메슥거린다!”
루기오가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서자 키안은 웃으며 말했다. 웃었다고 해도 입가가 비틀어진 것과 같아 오히려 위협적이었다.
“잡화점에서 돈을 바꾸려고 온 것뿐이야. 하지만 하플링이 하는 가게라서 좀 놀랐고. 해칠 의사는 없다.”
“순순히 나도 당하진 않아.”
빗자루를 꽉 쥔 채 말하는 그를 보면서 키안은 허리춤에 매단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피로 얼룩져 시커먼 색깔을 가진 그 가죽 주머니를 보고 루기오는 흠칫했다. 매캐한 악취가 풍기는 주머니였다. 재질이 모호한 그 가죽을 보자, 하플링다운 호기심이 솟구쳤다.
“뭔데?”
키안은 신중하게 물건을 골랐다. 그가 꺼낸 것은 수정처럼 보이는 결정 몇 개였다. 그는 잠시 손바닥에 올려놓은 그것들을 살피다가 새파란 물빛을 띈 손가락만한 결정을 세 개 꺼내어 루기오에게 내밀었다.
“이게 대체 뭐지?”
보기엔 수정 막대처럼 생겼는데 만지니 묘하게 온기가 돈다. 꼭 살아 있는 것처럼 은은한 분홍빛을 띠고 깜빡이기까지 했다. 오각형의 형태도 기이하기 짝이 없다.
“광물도 아닌 거 같고...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이지?”
루기오의 질문에 키안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사냥하다가 건진 거라.”
“어디서 얻은 건데? 이런 건 난생처음 봐.”
은은하고 화사한 색을 뿌리는 결정체는 보기에 좋았다. 살짝 손톱으로 눌러 보아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 유리 결정치고는 색채가 탁하고 단순히 수정이라기엔 색깔이 너무 특이하다. 루기오는 커다란 돋보기를 꺼내 일일이 살폈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건 마법사들에게 팔면 딱 좋았다. 정체불명의 결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광분하며 사들일 게 분명했다. 루기오의 눈이 반짝반짝 노골적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미 이 난폭한 이방인에 대한 분노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게 여러 개 있나?”
“일단은 그것만 팔 거야.”
키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전시된 물품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무기들은 투박해 보였지만 어딘가 묘하게 가벼워보였고 낯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아까 보았던 보석류도 평범한 것은 아닐 듯싶어 탐이 났지만 전사인 그에게 보석은 필요하지 않았다. 약을 살까 생각도 해 봤지만 어지간해서는 상처가 나지도 않으니 그것도 별로.
한참동안 고민하던 그는 담뱃대 하나를 골랐다. 섬세한 세공이 돋보이는 물건이었는데 손바닥만한 길이라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아 기품 있어 보인다.
“이거, 얼마?”
“아? 네가 고른 건 마법 물품이야.”
“마법?”
같잖지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키안을 노려보면서 루기오는 점점 치미는 성질을 억누르느라 힘이 들 지경이었다. 무식한 주제에 의심도 많았다.
“부싯돌이 필요 없는 담뱃대지.”
“호오?”
“담배를 넣고 <불>하면 불이 붙어. 담배가 다 떨어지면 불이 꺼지고.”
다 믿지는 않았지만 신기한 마음에 키안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구겨 넣었다.
“불.”
팟하고 담뱃대에 불이 붙었다. 연기가 일어나는 것을 보며 그는 눈을 크게 뜨며 담뱃대를 빨았다. 진짜로 불이 붙는다.
말은 안 했지만 그의 태도에서 분명히 기뻐하는 것을 읽어낸 루기오는 머리를 굴렸다. 이 희한하게 생긴 결정을 얼마에 사면 될까. 특이한 물건이니 부르는 게 값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들이 많은 알케르에서나 그렇고 마법사가 없는 지역에서는 돌멩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터였다.
“흐음. 50 골드?”
그가 가격을 가늠하는 동안 키안은 담뱃대를 입에 문 채 가게 안을 구경했다. 이상하게 생긴 가방이 있는가 하면 정체불명의 약병들도 줄지어 있다. 특이한 형태의 신발도 놓여 있는 것이 꽤 괜찮아 보인다. 심지어 사탕으로 보이는 것까지 있다.
“저건 뭐야?”
“사탕. 레몬맛과 딸기맛 사탕이야. 럽럽 시럽을 고아 만든 최상품이지.”
럽럽시럽이 뭔지는 몰랐지만 사탕은 키안도 알고 있었다. 사탕이란 건 귀하기 짝이 없는 음식이다. 그의 눈이 번쩍 빛나자 루기오는 벌벌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레몬 맛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홀랑 받아먹은 키안은 기분 좋은 얼굴로 입안에서 사탕을 굴렸다. 험악한 인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태도 덕분에 성격 좋은 하플링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맛있냐?”
“그래.”
결국 루기오는 사탕이 스무 개 들어 있는 유리 병을 하나 그에게 팔았다. 기분 좋게 사탕 병을 피투성이 가죽 주머니에 담는 것을 보고 루기오는 이 결정을 50골드에 사기로 결정했다. 이 무식한 작자는 아마 험지의 사냥꾼이거나 던전 헌터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이 물건도 범상한 것은 아닐 터였다.
하플링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동안 키안은 잡화점 안에서 필요한 물건을 살폈다.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사탕은 둘째 치고 당장 걸칠 옷이나 신발도 없다.
“부츠는 얼마?”
전시된 투박한 갈색 부츠를 가리키며 그가 물어보자 가게 주인의 얼굴을 한 루기오가 답했다.
“2골드만 받지.”
그는 당장에 너덜너덜한 신발을 벗어 던지고 부츠를 잡아 신었다.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신어보니 적당했다. 발을 온전히 감싸는 감촉이 마음에 들어서 그는 몇 번 발을 굴렀다.
“그보다 네가 두른 그 망토, 재질이 뭐지? 가죽 같긴 한데...”
루기오가 막 키안의 망토를 만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시커먼 망토가 휘익 하고 휘감기더니 커다란 야수의 얼굴을 하고는 아가리를 벌렸다.
크르르르르―
“꽤액!”
비명을 지르며 루기오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건들지 마. 켈로이는 남이 만지는 건 싫어해.”
“그, 그거 살아 있는 거야?”
바람도 없이 흔들리는 검은 망토를 보며 루기오는 벌벌 떨었다. 무리도 아니다. 방금 전 그의 팔뚝을 물어뜯을 듯 덤벼들었던 야수는 머리통만 해도 그보다 컸다.
“그보다 옷가지를 좀 사고 싶은데.”
셔츠 두 벌과 바지 한 벌을 고른 그가 손짓하자 루기오는 퍼렇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보여준 그 결정은 모두 150 골드로 하지. 부츠는 2골드, 담뱃대가 5골드, 셔츠와 바지가 모두 6골드. 사탕이 10골드다. 나머지는 돈으로 줄게.”
시커먼 켈로이가 무서웠는지 루기오는 빠른 말투로 말했다. 얼른 가게를 나가달라는 말투여서 키안은 쓴 웃음을 머금고 말았다. 귀엽게 생긴 하플링은 생김새처럼 겁이 많은 모양이었다.
돈을 받아 밖으로 나선 키안은 심호흡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색이 묘하다. 흐린 날 같지도 않은데 회색도 파란 색도 아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걷기 시작했다. 시커먼 망토를 휘날리며 걷는 그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보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되도록 벽에 붙어 걸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는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 소름이 끼쳤다.
코 끝에 고소한 냄새가 스쳤다. 문득 돌아보니 노점에서 빵을 팔고 있었다. 갓 구웠는지 고소한 냄새가 뱃속을 자극했다.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키안은 빵집 앞으로 다가섰다. 빵을 한 아름 사서 짊어진 그는 잠시 거리를 돌아보았다.
‘어디로 가야 할까?’
고소한 호두 냄새를 풍기는 빵을 씹어 삼키면서 그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무기를 찬 자들이 태반이었지만 묘하게도 귀족으로 보이는 자들은 없었다. 이런 분위기가 자유도시라는 걸까. 키안은 예전에 배웠던 상식을 열심히 떠올려 보았지만 이 거리에 어울리는 명칭은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거리 여기저기에서 돌아다니는 이종족이 이질감을 더하고만 있었다.
일단 고국의 소식을 듣는 게 먼저일까. 그도 아니면 고국과 떨어지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할까. 그는 손바닥만한 빵을 다 먹어 치우고 입가를 털었다.
낯선 모습을 한 자들로 가득한 거리에는 그가 알던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빌어먹을.’
완전히 이방인이다. 그는 씁쓸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봐.”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불렀다.
돌아보니 서 있는 것은 예쁘장한 얼굴을 한 소녀였다. 눈이 크고 통통한데 손에는 바구니 하나를 들고 있었다. 아직 어려서 15, 6세가량으로 보였다. 지나치게 도도한 표정이 어딘가 우습기도 해서 그는 물끄러미 통통한 뺨을 가진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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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진 그 망토, 얼마야?”
난데없는 소리에 키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거 얼마냐고? 재질은 뭐지? 사자나 뭐 그런 동물 같은데 뭘로 만든 거야? 평범한 건 아니지?”
커다란 눈이 번쩍번쩍 빛을 발하고 있는 소녀의 말에 그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 상대하기도 귀찮다.
“이봐!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내 말 좀 들어봐!”
마구 쫓아오면서 소리 지르는 통에 주변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리기 시작했다. 키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빵을 한 보따리 쥔 채 걷는 덩치 큰 남자의 뒤를 쫓아가는 작은 소녀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워낙 다리 길이가 차이가 나기 때문인지 소녀는 거의 달리다시피해서 그의 뒤를 쫓았다.
“야! 사람 말이 안 들려?”
화가 났는지 빨개진 얼굴을 한 소녀가 마침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두 팔을 벌리고 막은 소녀는 사납게 대들었다.
“부르면 응답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바락 외치는 그 소녀의 뺨을 후려치지 않은 것은 그나마 이 소녀가 작기 때문이었다. 키안은 냉담한 시선으로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디로 보나 평범한 평민 계집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보다는 감히 다짜고짜 하대하는 그 모습이 기분 나빴다.
“너 같은 천한 것에게 응할 가치는 없다.”
그 차가운 어투에 소녀의 얼굴이 확 굳었다.
“뭐, 뭐어?”
“길을 비켜라.”
“이, 이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천한 것이라니! 지금 날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바락 소리를 지른 소녀가 막 대들려는 찰나, 바로 뒤에서 제지하는 음성이 들렸다.
“그만. 그만해라. 루이루아.”
서 있는 것은 은빛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제지한 것은 검은 머리칼을 한 단정한 외모의 여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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