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는 사서(四書)라고 불리는 책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보았을 그 책들은 동양정신사상의 정수로 불리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사서(四書)를 배울 때는 흔히 대학(大學)을 가장 먼저 떼고 논어(論語), 맹자(孟子)를 차례대로 익힌다. 그리고 나서 가장 마지막으로 중용(中庸)을 배우게 된다. 그만큼 중용이란 어느 정도의 소양이 쌓인 이후에나 가능한 어려운 일이란 말이며 중용을 지키기란 힘든 일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책뿐만이 아니다. 모든 일에서 중용을 지키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물며 게임제작에 있어서 중용을 지키기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필자의 기준으로 다소 중용을 벗어났다고 보는 게임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자 한다.
먼저 필자는 어떤 끔찍한 사건(예: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언론에서 ‘범인이 평소 무슨 게임을 즐겨했다는 등으로 보도하는 방식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마치 게임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며 게이머들을 잠재적 범죄인처럼 매도하는 방식의 보도는 21세기판 마녀사냥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미녀사냥’을 해도 모자랄 판에 ‘마녀사냥’을 당한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게임이 한 사람의 정서나 가치관 등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따라서 반사회적인 내용이 담긴 게임이라면 일단 청소년으로부터는 철저히 격리시켜 성인만 즐길 수 있도록 하되 그 내용이 도를 지나친 경우에는 성인도 즐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번 종횡무진에서는 필자의 기준에 따라 너무 심하다고 싶은 게임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해보겠다.
그렇다고 게임에 대해 획일화된 잣대나 기준을 들이대어 개발의욕을 막자는 것은 필자의 의도가 더더욱 아니다. 본 기사에서는 과거 지나친 잣대를 들이댄 예 또한 들어 그 중용의 길을 꾀할 것이다. 모처럼 어렵고도 의미 있는 길을 택한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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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디 어려운 중용의 길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맨헌트
흔히 ‘그랜드쉬프트오토(GTA)’로 대표되는 범죄액션게임의 비도덕성 문제는 여러 차례 불거진 문제다. 허나 ‘GTA’보다 더 큰 문제를 가진 게임이 있으니 바로 ‘맨헌트’이다. 사람을 무차별로 죽이는 이 게임. 스샷 조차 어린이는 물론이거니와 성인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게임이다. 그러나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살짝 보여드리기는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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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A의 반사회성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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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헌트2, 다음 장면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게임의 스토리상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보이는 사람이란 사람은 모조리 죽이는 것으로 모자라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게 죽일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이 게임이야 말로 도를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판매금지 처분되기도 했었다.
이 게임은 총, 칼, 몽둥이 뿐 아니라 비닐봉지, 주사기, 만년필, 전화기 등 다양한 무기로 사람을 보다 잔인하게 죽이면서 죽이는 재미(?)를 맛보게 된다. 칼로 찌르고 도끼로 내려치는데다 불로 태워 죽이는 등 그 살인방법이 매우 악랄하고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어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할 만한 범죄행동들을 게임플레이란 이름으로 여과 없이 행할 수가 있다. 적을 살해하러 가는 동안의 긴장감과 스릴을 경험한 게이머가 실제로 현실에서 그러한 짓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 ‘맨헌트’로 인해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2004년 영국에서 17세 소년이 자신의 친구를 살해함. 살해동기는 락스타 게임즈의 ‘맨헌트’로 판명)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다. ‘맨헌트 살인’사건의 경우는 게임이 (극단적인 경우) 비극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우리나라에 ‘맨헌트’ 시리즈가 수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한국인들이 아니기에 이미 많은 유저가 즐기고 있다. 그 중에 청소년이나 아직 개념확립이 덜된 일부 몰지각한 성인들이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문제’라는 판에 박힌 변명(?)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게임이니까 성폭행도 괜찮아?
한국에서 가장 터부시 되는 소재를 골라보라고 하면 단연 성(性)일 것이다. 한국사회는 폭력에는 어느 정도 관대한 면을 보이는 대신 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몰래 몰래 즐기는 왜곡된 성관련 게임은 청소년의 성의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흔히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이하 미연시라 칭함)’이라는 장르로 구별되는 ‘일부’ 게임에서 성관계나 성적인 행동이 다수 등장하고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만드는 왜곡된 플레이 방법은 성(性)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성인이 아닌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나 예전 9시뉴스에도 보도된 바가 있었던 일루전 사의 ‘미행’시리즈는 ‘성폭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타 ‘미연시’물과 구별이 될 만하다. 물론 여타 ‘미연시’물이 모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녀간의 성적인 행동이 서로 간의 합의를 전제하고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와 도덕적 선을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미행’에서는 애초부터 애정없는 ‘성관계’만을 목적으로 여성의 뒤를 밟아 자신의 육욕을 채우는 파렴치한 행위가 게임의 주목적인 만큼 그 게임 자체가 매우 반사회적이라고 이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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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행3,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하지 말자
실제로 필자의 선배가 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데 필자의 선배는 이 게임을 할 때 매우 심취해서 “이번엔 반드시 XX고 말겠다.” 등의 비도덕적인 언사를 행하곤 했었다. 물론 당시의 필자도 선배도 성인이었다. 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단순히 필자의 선배가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게임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걸까?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긴다.
정말 못된 게임? 아니면 언론의 호들갑?
위에 언급한 2개의 게임은 필자의 기준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나온 것은 하는 수 없고, 사람들이 되도록 플레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임이었다. 이러한 게임이 나오면 언론에서는 일제히 우려를 나타내고 여러 단체에서는 각자의 목소리로 게임의 유해성을 성토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데도 상황에맞지 않게 오버하며 게임을 비행청소년의 필수아이템이자 아이들을 망가뜨리는 요소의 하나로 여기게 만드는 일도 없지는 않다. 그 대표적인 예로 캡콤사의 ‘사립 저스티스 학원’사태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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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에서 ‘사립저스티스’를 가지고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는 게임이자 학원폭력을 조장하는 악질폐륜게임이라면서 대대적으로 보도를 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여러 단체에서(특히 Y로 시작하는 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몇 안 되는 게임이기도 하다. 위에 언급한 살인·강간게임과는 구별되는 대전액션이라는 장르로 운동부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에 맞는 방식으로 격투를 하는 게임이었는데 방송에서는 “심지어 학생이 야구방망이로 선생님을 때리기 조차 합니다.” 식으로 일방적인 매도를 당한 게임이기도 했다.
‘사립저스티스’는 정작 학생들은 전혀 신경조차 안 쓰는데 언론이 나서서 오히려 의식하게 만든 게임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사립저스티스’를 통해 선생님을 때리는 것으로 푸는 학생은 적어도 필자주변에는 없었다. 아마 대전액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몰이해했던 미디어의 오버였으리라.
이런 식으로 따 지자면 ‘킹오브파이터’의 쿄는 “학생이 십 수년째 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싸움만 하고 다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거기다 사람을 태우는 기술까지 자주 쓰고 있어 당국의 대책이 시급합니다.”식으로 보도가 되도 이미 20번은 났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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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쟤 또 불장난해요!
위에서 보았듯이 중용의 길이란 쉽지 않다. 극한의 재미와 자유도를 추구하는 게임의 세계에서 어느 선을 넘으면 거기에 쏟아지는 관심은 매우 크다. 그러한 면에서 폭력과 섹스는 아주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줄 필요가 분명히 있다. 게임개발은 자유이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제작사는 게임이라는 최첨단 산업의 기수로서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인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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