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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스토킹 – 하나의 단체를 이끌고 있는 자들,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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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리더쉽’이 각광받는다. 올바른 길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능력, 즉 ‘리더쉽’이 있는 지도자가 있어야 역경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쉽’을 갖춘 훌륭한 지도자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지도자들은 어떨까? 지금부터 게임 속의 지도자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위대한 지도자 세종대왕, 필자는 세종대왕님을 좋아한다. 물론 만 원짜리도 좋아한다

넓은 범위에서 보자면 모든 RPG의 주인공들은 일종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지도자란 ‘어떤 집단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그 집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파티를 이끄는 주인공은 모두 작은 집단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렇게 구분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큰 조직 혹은 집단의 지도자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다.

지도자 맞니? 너희는 그저 NPC일 뿐이지!!

▲ 늙은 촌장보다는 여신님이 몇만 배 낫다

게이머가 게임 속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지도자는 마을의 ‘촌장’이다. 그러나 촌장에게서 지도자적인 면모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부분 노인인 이들은 스토리상으로도 역할이 거의 없고 단지 ‘설정상 지도자’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하는 역할은 ‘이스’에서 초반에 주인공 아돌에게 ‘은방울을 찾아달라’고 의뢰를 하는 것처럼 주인공에게 일을 맡기거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 정도다. 심지어 마을을 장식하기 위해 존재할 뿐, 몇 가지 대사만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촌장보다는 촌장의 손녀딸이 얼마나 예쁜가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의 비중은 별 볼일 없다. 가끔 주인공의 라이벌이자 마을을 지키는 자경단의 대장으로 등장하는 청년들이 몇 명 있지만 지도력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주인공에게 미래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나이도 잊은 듯한 근육으로 연주하는 악기

가끔 ‘영웅전설5’에 등장하는 괴력의 마을 노인 같은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지도자적 측면에서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즉, RPG에 등장하는 소규모 집단의 지도자 중에서 뛰어난 지도자가 나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자네 그러고도 지도자라고 할 수 있나?

그럼 이제 좀 더 넓은 범위의 집단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이들은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촌장보다는 나은 위치에 있는 캐릭터들이지만 대체로 지도자다운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 좋아 계획대로!

‘프린세스 메이커2’의 왕을 살펴보도록 하자. 게임의 프롤로그에서 왕은 국가를 방탕하게 운영하다가 그 벌로 마왕의 침공을 받는다. 이 상황만 봐도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용사가 없었으면 이미 국가는 망하고 왕도 삼도천을 건넜을 것이다. 마왕침공 사건 이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것으로 보이지만 엔딩에 따라 여전히 어이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왕 엔딩에서는 딸이 18세가 되면 뜬금 없이 궁성으로 불러 왕위를 몰려주는 어이 없는 행동을 보여준다. 물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감사한 상황이지만 지도자로서는 실격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 국왕은 인상 좋은 시골 영주나 하는 것이 어울린다..

▲ 이분은 개그맨

‘C&C : 레드얼럿2’에서 등장하는 소련군의 총수 ‘로마노프’는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위세등등하게 전쟁을 일으킨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초반의 위세는 사라지고 개그 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3편에서는 욱일군의 천황이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상징적인 존재일 뿐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 거만하게 앉아있는 오딘

신 중에서도 이렇게 무늬만 지도자인 캐릭터가 있다. 바로 ‘발키리 프로파일1’의 주신으로 등장하는 ‘오딘’이다. ‘오딘’은 게임 내내 거만하게 하늘 위에서 명령만 내린다. 게임 내에서 ‘오딘’이 강하다는 사실은 자주 등장하고, 캐릭터의 원형이 되는 신화의 ‘오딘’도 상당한 신으로 묘사되지만, 게임 내에서는 아티팩트를 빼앗기고 싸움에서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의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게임 내내 앉아만 있다가 죽어버리는 ‘오딘’의 모습은 ‘신들의 왕’이라고 하는 직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 사제님은 중요하지 않다

한편 이들과 비슷한 위치의 지도자로 ‘종교 지도자’가 있다. 종교 지도자의 대표적인 예는 PS2 게임 ‘아르 토네리코’에 등장하는 ‘팔스’ 사제가 있다. ‘팔스’ 사제는 72세의 노인으로 ‘엘 에레미아’ 교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성인이라고 불리며 15년 만에 교회 조직의 톱이 되어 ‘에레미아 삼구신(三謳神)’의 군림을 목적으로 삼고 사람들을 행복으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민중을 돕는것보다 신의 광림(光臨)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라돌프’와는 자주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팔스’ 사제는 종교적 사명에 충실한 전형적인 종교 지도자다. 그러나 ‘팔스’ 사제는 무난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인정할만한 지도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행동파 지도자들

이번에는 말만 늘어 놓는(예 : 國K-1) 한심한 지도자들과는 달리 몸으로 직접 뛰는 행동파 지도자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센스만점의 중년남이지만 나라를 잃었다

중년의 멋(?)을 한껏 풍기는 이 아저씨는 악튜러스에 등장하는 ‘텐지’ 왕이다. ‘텐지’ 왕은 능력 있고 성격도 좋은 등 여러모로 좋은 사람이지만, 그가 다스리던 제국은 반란으로 몰락하고 만다.

▲ 세상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으나 결국…

‘창세기전’ 시리즈의 일명 ‘삽가면’으로 불리는 ‘철가면 클라우제비츠’도 행동하는 지도자 중 하나다. 직접 가면을 쓰고 세상의 구하려고 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하지만 ‘텐지’ 왕과 마찬가지로 그가 뛰어다니는 동안 나라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결국 그의 행동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 한 몸 하시는 시장님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 뿐만 아니라 시장도 직접 몸으로 뛰어다닌다. ‘파이널 파이트’의 메트로 시티 시장인 ‘해거’는 어느 날 깡패들이 메트로 시티를 점령하고 ‘해거’의 딸 ‘제시카’를 납치하자, ‘제시카’의 약혼자 ‘코디’, ‘코디’의 친구 ‘가이’와 함께 딸인 ‘제시카’를 직접 구하러 간다.

위의 예에서 봤듯이 지도자가 직접 몸으로 뛰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반대로 지도자들이 직접 몸으로 뛰어다니는 데만 치중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나라나 조직의 쇠퇴를 초래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인망있는 지도자들

이제는 좀 제대로 된 지도자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 예언자의 말을 듣는 쓰랄. 자고로 영웅에게는 예언자가 필요하다

‘워크래프트3’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지도자적 측면에서 보면 전부 낙제급이다. 그래도 이들 중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오크의 지도자 ‘쓰랄’이다. ‘쓰랄’은 노예 오크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성장하여 ‘호드’의 영웅이자 ‘호드’의 재건을 이끄는 존재로 성장한다.

▲ 이 분만 깨어나면 전쟁이 끝난다는 말이 있는데….

‘워해머’에 등장하는 황제 또한 대단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이상의 초월적인 존재로 지도자같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캐릭터이며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다. 하지만 자식 농사를 잘못 지었다는 것이 한 가지 단점이다.

이제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왜 이렇게 훌륭한 지도자들이 적은 것일까?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하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태평성대에는 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게임 시나리오 작가들은 어리석거나 별볼 일 없는 지도자를 내세우고, 멀쩡한 지도자가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제거해버린다. 훌륭한 지도자의 부재나 기존 지도자의 어리석음은 혼란을 불러오고, 이러한 혼란은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한 좋은 무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악의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들

게임 속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이 아닌 캐릭터들이 빛을 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을 맡는 것이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 캐릭터들이 매력적일 수록 플레이어의 게임 몰입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악역을 맡는 지도자들은 대체적으로 괜찮은 면모와 개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 황제다운 느낌

SRPG 게임의 고전이자 명작, ‘랑그릿사2’를 살펴보자.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왠지 무게감이 없는 자칭 어둠의 왕자 ‘보젤’과는 달리 2편의 제국의 황제를 받은 ‘베른하르트’는 게임 내에서 비록 악역을 맡았지만 카리스마와 리더쉽을 보여줌으로써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찌보면 주인공 ‘엘윈’보다도 더 인상깊은 캐릭터다. 사실 ‘베른하르트’는 추구하는 이상이 일반적인 사람과 좀 달랐고 주인공을 적대했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딱히 ‘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 이런 영주 밑에 있다면 고생

스케일이 작은 악역으로는 '트러스티 벨’의 영주를 들 수 있다. 기본 설정은 악덕 영주(?)에다가 수상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데다가 성격조차 더러운 전형적인 악역 지도자이다.

▲ 악의 축!

한편 악의 조직의 보스만이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로 어필하는 캐릭터도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2’에서 등장한 ‘베가’는 범죄조직 '샤도루'의 보스로 마약밀매, 인간개조, 세뇌 등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 ‘베가’는 스승에게 싸이코 파워를 전수 받은 뒤 스승을 살해하고 세계정복을 목표로 범죄조직 샤도루를 만들어서 소녀들을 유괴해 육체를 강화, 세뇌하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등 매우 비정하고 잔혹한 모습을 보여준다.

▲ C&C시리즈의 상징

‘C&C’의 ‘케인’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슈퍼 무기인 ‘이온 캐논’을 맞고도 살아남는 엄청난 생명력의 ‘케인’은 GDI에 대항하는 NOD라는 집단을 이끌고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C&C’하면 ‘케인’이 떠오를 정도로 ‘케인’은 유명한 캐릭터이다.

이렇게 악의 조직들을 이끄는 캐릭터들은 그들만의 카리스마와 개성을 가지고 게임 내에 등장한다. 물론 이들과 같은 악역이 많은 것은 아니다. 악당 캐릭터들은 대부분 초라하고 비열하면서 최후에는 비참한 모습으로 죽어간다.

남자만 지도자일 이유는 없다! 여성 지도자들

아직 현실에서도 여성 지도자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인데 과연 게임 속에서는 어떠할까?

▲ 시리즈 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다.

첫째로 ‘스펙트럴 포스’ 시리즈의 간판 히로인이자 마왕의 딸로 등장하는 ‘히로’가 있다. ‘히로’는  신생마왕군을 결성하고 이끌어가지만 ‘히로’는 사실 ‘지도자’라기 보다는 ‘전사’에 가깝다. 사실 남성 지도자 캐릭터 중에도 전투력보다 지도력으로 부각되는 캐릭터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 그야말로 여걸이다.

좀 더 지도자적 면모를 여성 지도자로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크리스티나’를 들 수 있다. 그녀는 ‘창세기전3’에서 창세전쟁 이후 무너졌던 ‘게이시르’ 제국을 부흥시켜 하나의 제국으로 재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백설공주의 악역 모티브가 원인인지 여왕 캐릭터들 중에는 악역을 맡는 경우가 있는데 그 예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1’에 등장하는 엘프의 여왕 ‘브륌힐트’와 ‘영웅전설3 : 하얀 마녀’의 ‘이자벨’ 여왕이 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1’의 ‘브륌힐트’ 여왕은 자신의 종족 엘프를 위해 노력하다가 광기에 빠져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고 만다.

▲ 사실 여왕 같은 건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또한, ‘영웅전설 3 : 하얀 마녀’에 등장하는 ‘이자벨’ 여왕도 ‘브륌힐트’에 못지 않은 악역을 맡고 있다. 여왕은 ‘레바스’라는 인물과 공모하여 세계를 위험에 빠뜨린다. 물론 자신이 있던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지만 자신의 세계를 위해 다른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것은 처음 이자벨을 거둬준 국왕 입장에서 보면 ‘여자 한번 잘못 주워서 세계를 말어먹을 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긴 하지만 ‘여왕’이라는 직위를 망각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괴로움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지도자로는 실격이라고 할 수 있다.

▲ 말괄량이 성장기?!

한편, 바람직한 여성 지도자도 있는데 ‘그녀의 기사단’ 에 등장하는 ‘그녀’다. 여기서 '그녀'는 카미암의 공주 ‘레미앙 드 그레이스폰드’로, 결혼식 날 도망치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훌륭하고 성숙한 여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게임 역시 현실과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여성 지도자 캐릭터가 많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여성의 특성을 발휘해서 선역이든 악역이든 남성 지도자들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게임 속에서도 다양한 지도자가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 캐릭터의 강함이나 특이 능력이 캐릭터의 속성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워해머’의 황제는 지도력이 아닌 그의 사기적인 능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캐릭터에 매력을 부여하기 용이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만 지도자로서의 매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결과 진짜 지도자다운 캐릭터는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현실에서도 보기 힘든 현명한 지도자가 마찬가지로 게임 속에서도 보기 힘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는 지도자다운 모습을 갖춘 지도자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해서 게임의 스토리를 더욱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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