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산업

본격! 여성부 기준에 맞는 ‘건전한’ 게임 4종 개발

/ 1

sook20121007-030ghey.jpg
▲ 게임이 없으면 재미란 없다는 게임 개발자들의 귀여운 반항
`건전게임 만들기 게임잼`이 종료됐다

 

[관련기사] 개발자들의 즐거운 반항, 건전게임 만들기 게임잼 개최

청소년에게 강박적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며, 경쟁심을 유발하지도 보상을 주지도 않는 아주 `건전한` 게임이 만들어 졌다.

열 네명의 게임 개발자들이 진행한 ‘건전한 게임 만들기 게임잼’(이하 게임잼)이 오늘(7일) 공식적인 행사를 종료했다. 참가자들은 여성부가 제시한 ‘청소년인터넷게임건전이용제도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 제정안’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로 모여, 지난 5일 저녁 8시부터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48시간. 행사 보조(힐러)를 자칭한 권도영 넥슨 인재개발팀장을 제외한 13명의 개발자가 삼삼오오 모여 네 개의 팀이 구성됐고, 마지막 날인 오늘 총 네 종의 게임이 완성됐다.  

게임 평가는 이날 참가한 취재진과 권도영 넥슨 인재개발팀장이 맡았다. 게임물 평가계획표에 따라 각 항목마다 최저점 1점씩을 획득하여 합계 12점에 도달하거나, 가장 근접한 점수를 받은 팀이 1위 팀이 된다.

 120917-risell-yh1.jpg
▲ 여성부의 셧다운제 대상 게임물 평가기준

 

후보 1. 아이엠몬스터(I’m the Monster)

sook20121007-007ghey.jpg
▲ 돈이 있긴 한데 쓸 수 없고, 아이템이 있긴 한데 효과가 없다
호형호부를 금하는 것보다 더한 장애물!

‘아이엠몬스터’는 플레이어가 몬스터가 돼서 유저를 사냥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말이 사냥이지, 몬스터의 공격력은 유저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공격보다 방어, 회피 위주의 전술을 펼치게 된다. 하면 할수록 아이템이 사라지고(사용할 수도 없고), 돈도 잃게 된다. 또한, 마우스를 사용하여 몬스터를 이동시켜야 하는데 마우스 인식이 좋지 않아 몬스터의 위치 위동도 쉽지 않다.

컨트롤 자체를 무시하고 만든 게임이지만, 만에 하나 유저가 신의 스킬을 발휘해서 적 사냥에 성공할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이 죽인 숫자보다 더 많은 적들이 달려들게 구현됐다. 즉, 주인공인 몬스터가 죽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

 sook20121007-009ghey.jpg
▲ 개발자들은 모두 여성부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sook20121007-011ghey.jpg
▲  너무 자주 죽었더니 몬스터 능력이 극악으로 떨어지더니 결국 허수아비가 됐다
이 상태가 되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무! 움직일 수도 없다

후보 2. 클리닝 캣 (Cleaning Cat)

sook20121007-026ghey.jpg
▲ iOS로 즐길 수 있는 퍼즐게임 `클리닝캣`
개발팀은 즉석에서 참석자들의 휴대폰에 게임을 깔아 주기도

‘클리닝 캣’은 점수나 보상이 빠진 퍼즐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고양이를 목표지점까지 도달시키는 행위를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 보상은 없지만, 퍼즐게임의 특징이 잘 살아나 의도치 않게 재미있는 게임이 완성돼, 참가자들로부터 퍼즐게임에는 희망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sook20121007-027ghey.jpg
▲ 하얀색 벽돌을 깔아서 노란색 골인 지점까지 완벽한 길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이 재미있고 도전을 계속 하게 만들어서 감점!

길이 만들어지는 규칙은 클릭한 부분을 기점으로 상하 혹은 좌우의 벽돌이 움직일 때 퍼즐을 조합하는 것으로, 규칙은 스테이지에 따라 랜덤하게 바뀐다.

후보 3. 인생은 시궁쳇바퀴

‘인생은 시궁쳇바퀴’(이하 시궁쳇바퀴)는 룰렛게임으로 사용자에게 엄청난 무기력함을 주는 게임이다. ‘시궁쳇바퀴’는 게임의 주된 재미 요소를 플레이어의 성장으로 보고 여기에 현실성을 가미했다. 현실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돈을 벌지만 잔고는 항상 제자리인 것처럼 현실 속 나의 쳇바퀴 인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룰렛방식을 채택하게 됐다.

sook20121007-013ghey.jpg
▲ 무력감을 만드는 것이 게임의 목표

sook20121007-015ghey.jpg
▲ 룰렛을 돌려서 걸리면 돈을 잃는다

sook20121007-014ghey.jpg
▲ 반복적으로 룰렛을 돌리는 걸 봤더니 정말 무력해졌다

주인공의 목표는 10억을 버는 것. 룰렛에 걸린 항목인 주식 폭락, 꽃뱀에 걸림 등 메뉴에 따라 돈을 잃기도 혹은 얻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잃는다. 또, 판을 돌릴 때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기 때문에 캐릭터의 노화까지 지켜볼 수 있다. 어느 순간에 도달하면 주인공은 죽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가 나타나 룰렛을 이어간다. 소지금이 떨어져도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10억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지만 확률적으로 10억을 모을 확률은 0%에 가깝다. 게임을 진행해도 캐릭터가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게이머가 금방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이런 무력감이 지속되는 것이 핵심.

후보 4. 킬더게임디벨로퍼(Kill the Game Developers)

sook20121007-018ghey.jpg
▲ 유일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은 `킬더디벨로퍼`

이 팀은 여성부 평가기준에 표현에 대한 부분이 없는 것을 착안, 가능한 한 가장 말초적이고 잔인한 게임을 만들었다. ‘킬 더 게임 디벨로퍼’는 여성부가 주인공으로 낫이나 폭탄을 던져 하늘에서 떨어지는 개발자를 맞추는 게임이다.

참가작 중 유일하게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 마이크를 이용한 게임이다. 소리의 크기가 클수록 위력이 강한 무기가 발사된다. 폭탄이 개발자들에게 맞으면 시원하게 터지는 피와 함께 개발자들의 사지가 잘려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아티스트가 없어 개발자들이 아트를 담당하다 보니 자극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데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선혈이 튀는 디자인은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완성도는 높았지만 플레이어가 여성부가 됨에 따라 ‘강하고 멋진 기분이 든다’는 항목에 점수를 받고 말았다.

몇몇 참가자들은 시연을 관람한 후 “여가부 건물에서 개발자들이 단체로 자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씁쓸한 박수를 보내기도.

 sook20121007-019ghey.jpg
▲ 소리의 세기에 따라 낫이 날라가거나, 철퇴 혹은 거대한 폭탄이 던져진다

sook20121007-020ghey.jpg
▲ 보는 개발자들의 등골이 서늘...

 

`인생은 시궁쳇바퀴` 1위는 했는데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게임은 ‘인생은 시궁쳇바퀴’로 모든 부분에서 심사위원에게 적절하단 평가를 받았으나, 확률에 따라 돈을 벌 수도 있기 때문에 추가점을 얻어 심사 평균 14.5점을 받았다.

다음은 ‘아임몬스터’로 평균 16.25점을 받았으며, 3위인 ‘클리닝 캣’은 심사위원의 호불호가 갈려 평균 점수 20.5점을 받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게임은 ‘킬더게임디벨로퍼’로 과반수의 평가의원이 우월감과 경쟁심을 유발한다는 부분에 점수를 높게 주어 20.75점을 받았다.

1위를 차지한 ‘인생은 시궁쳇바퀴’ 팀은 “여성부 평가표에 12점을 받는 영광을 누려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씁쓸하다”며, “이 영광을 참가자와 여성부에 돌린다”는 소감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자칭 힐러로 행사를 서포트한 넥슨의 권도영 인재개발팀장은 “여러 게임잼을 다녀봤지만 가장 독특한 게임잼이었다”며, “재미있는 게임일수록 규정을 지킬 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한, “통제되고 강제되는 게임을 우리가 진실로 놀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며, “뜻깊은 자리에 함께한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sook20121007-028ghey.jpg
▲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박선용 대표 

이번 게임잼을 주최한 박선용 터틀크림 대표는 “우리는 굉장히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규제에도 재미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개발자들은 시궁쳇바퀴 같은 인생에서도 활력을 주는 ‘재미’를 생산하는 사람”이라며, “각자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서도 재미있는 게임을 계속 개발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하며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네 종의 게임은 국내 법에 의거 심의를 받지 못한 게임이다. 따라서 공식적 배포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완성 게임은 각각의 개발팀이 자체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sook20121007-022ghey.jpg
▲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모두 서로의 게임을 시연했다

sook20121007-023ghey.jpg
▲ 앗, 언제 내가 할아버지가 됐지

sook20121007-025ghey.jpg
`킬더디벨로퍼` 팀은 시간이 남아 게임을 하나 더 만들었다

sook20121007-021ghey.jpg
▲ 바로 `글자를 하나라고 클릭하기만 하면 승리하는 게임`


▲ 건전한게임 만들기 게임잼 참가자들이
심사의원이 채점한 평가표를 들고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