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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사람은 모두 모여라!(시티 오브 히어로즈: 빌런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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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 호랑이가 담배를 배우기도 전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 온갖 게임에 사용되는 고리타분한 스토리로서 적당한 감동과 제작사에서 원하는 심의등급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닌자거북이를 보며 슈레더를 응원하는 사람, 혹은 마루치 아라치를 보면서 악의대왕 팔라팔라의 카리스마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심지어는 모든 동화의 끝에 나오는 ‘그래서 모두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멘트를 보고 질투심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을 법하지 않은가?

▲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라!

그래서 필자가 나섰다! 어차피 현실에서 불가능한 악당이라면 게임 속에서도 충분히 날뛸 수 있도록 말이다! 게다가 마침 시티 오브 히어로에 악당을 표방하는 빌런진영이 업데이트됐다는 소식마저 들려왔다.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리오! 쫄쫄이 입은 히어로를 밟아주기 위해 필자가 간다!


타이즈에 대한 반감과 탈옥?

애초에 캐릭터 생성에 관한 부분을 장황히 설명하려했으나, 이건 도저히 말로 될 것이 아니다. 그냥 고를 수 있는 복장과 커스터마이징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만 알아두자.

▲정말 셀 수도 없이 많다

각설하고, 모든 의욕이 10분안에 사그러드는 다소 편리한(?) 성격을 가진 필자는 ‘히어로를 물리치겠다는 크나큰 포부’도 잊은 채 랜덤버튼을 두어 번 어루만지는 것으로 캐릭터 생성을 마쳤다. 뭐, 베타테스트인데 캐릭터 만들어봐야 얼마나 쓰겠어?

그런데 여긴 어디야? 어딘가 익숙한(?) 창살에 교도관이 널려있는 곳. 교도소가 아닌가! 아직 시작조차 못했는데 벌써 붙잡힌 것인가?

▲겨우 들어온 곳이 교도소라니, 장난해? 아직 시작도 못했다고!!

그러나 그것은 순간적인 기우였을 뿐, 주변을 상세히 둘러보니 이곳은 이미 대공황상태. 오호라 탈출을 하라는 소리겠다? 게다가 필자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다들 교관의 말을 착실히 따르며 탈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필자라고 질소냐!

즉시 앞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나선 필자는! 역시나 탈출 준비를 위해 착실히 교관‘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비굴해 보인다고? 초보가 다 그렇지 뭐 -_-;

▲마약도 가져다 드리고, 폭발물도 설치해 드리고... 탈출만 시켜주십쇼!

아무튼 각고의 노력을 거친 필자는 마침내 빌런의 첫 번째 지역인 ‘자비의 섬’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악당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파티가 열 배는 재미있더라! 그리고 미션은 필수!

당당한 포부로 교도소를 탈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자비의 섬에 오니 어디 아는 사람이 있나, 도와줄 영웅이 있나. 주변에 있는 것은 온통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들뿐이고, 그나마 정보원에게 받은 미션은 혼자서 도전하기엔 버거운 것들뿐이 아닌가!

▲맥도날드가 이런 곳까지 -_-;;

▲맨날 맞고만 다니다니! 이게 어디가 악당이냐!!

그때였다.

신테시스 : 초반부터 같이 하실 파티 구합니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음색이더냐. 바야흐로 악당도 뭉쳐야 산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었을 때 들려오는 ‘파티구함’ 메세지야 말로 자장면집에서 주문하지도 않은 군만두를 서비스로 줄 때와 같은 감동과도 견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차저차한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파티플레이에 꼭 필요한 5명이 뭉쳤다! 왜 하필 5명이냐고? 독수리 5형제부터 후레쉬맨까지 유명한 영웅들은 모두 5명씩 몰려다니며 악당에게 몰매를 놓지 않던가! 고로 우리도 5명이 함께 다녀야 그런 ‘비겁한 수단’에 당하지 않는다, 이 말씀!

▲솔직히 ‘우루루~’ 몰려가서 악당하나 잡고 자랑하는 게 영웅이 할 짓이냐 -_-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해볼까?

슈쿰(필자) : 모두 미션 지역 앞으로 모이세요!

파티원들 : 네~

 

그런데, 지도를 펴보니 왜 다들 다른 곳에 가 있느냔 말이다!

▲같은 미션 입구가 뭐 이리 흩어져 있는거냐!

슈쿰 : 다들 미션 지역으로 가신 거 맞아요?

파티원들 : 네. 맞는데요!

슈쿰 : ...

한참이 지나서 안 거지만 시티 오브 히어로에서는 ‘직업 마다 미션의 시작지점이 다르고, 파티 시에는 그냥 가까운데 가서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럼 저때는 어떻게 했냐고?

별 수 있나. 그냥 모든 미션 입구를 다 들어가 봤지-_-;; 결국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는 거다.

이거 맨날 독사파야? 이제 뱀만 봐도 질린다고!

애당초 필자가 당당히 빌런 진영에 들어온 것은 ‘보기에도 민망한 타이즈 하나만 입고 영웅이랍시고 까불대는’ 히어로들에게 악의(?) 심판을 내려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독사파(몬스터)를 잡고

▲또 독사파를 잡고...

▲독사파 우두머리도 잡고

▲남은 독사파 마저 잡고

이게 무슨 시티 오브 스네이크도 아니고, 하루 종일 뱀만 잡으라니 지금의 필자가 어디를 봐서 악당이란 말인가? 게다가 그놈의 뱀은 뭐 이리 많은지, 연구소에 지하감옥까지 무슨 도시에 뱀만 사는 건가?

 

슈쿰 : 이봐 몽구스(정보원 이름), 이번에도 뱀잡이야? 우리가 무슨 뱀탕집을 차릴 것도 아니고.

몽구스 : 그래? 그럼 마침 은행 강도 미션이 있는데 그거나 해볼래?

파티 일동 : 은행 강도!!

그렇다. 이제 드디어 지긋지긋한 몸보신 미션에서 벗어나 진정한 빌런으로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사실은 그보다, ‘더 이상 뱀소굴에서 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더 기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연유로 필자는 든든한 파티원과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은행 한쪽에 마련된 대기표를 끊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착실하게 줄을 서 있는 필자-_-

멘탈릭마스크 : 저기, 우린 은행 털러 온 거예요(맞고 있음)

슈쿰 : 아차! 모두들 당연히 줄을 서 있기에 그만(같이 맞고 있음)

어쩐지 주변의 경비원이 계속해서 총을 쏘더라. -_-; 아무튼 본업(?)을 자각한 필자는 드디어 본격적인 은행 강도로의 길을 택했다. 뭐, 말이 은행 강도지, 등장하는 경비원이 워낙 약해서 위기 한 번 안 겪고 끝나더라. 이거 너무 싱거운 거 아냐?

▲히어로 복장을 갖추고 오란 말이다!!

▲은행문 폭파! 안에 있는 돈은 못 가져 간다 -_-

아무튼 나름대로 ‘빌런다운 일을 했다’며 뿌듯한 감격에 차 있는 필자와 파티원에게 몽구스는 새로운 지령을 내렸다.

몽구스 : 독사파 우두머리가 있다고 한다 잡아와!

또 다시 시작된 독사파와 함께 첫 날의 테스트는 막을 내렸다. 아악!! 이놈의 독사파는 대체 언제 끝나는 거냐고!!

▲결국 끝까지 독사파와 사투를 벌였다-_-;;

▲첫 번째 테스트가 끝나기 전 ‘호버’를 배운 모습! 밤하늘을 나르는 좀비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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