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노린 총탄이 가슴에 품고 있던 십자가에 대신 맞아서 목숨을 건지는 일은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클리셰다. 그런데 이런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두꺼운 ‘엘더스크롤 앤솔로지’가 게이머의 목숨을 구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8일, 해외 이미지 호스팅 웹사이트 이머저(Imgur)에 이용자인 velorok은 “지난 밤 엘더스크롤이 문자 그대로 내 목숨을 구했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여러 증명 사진과 함께 게시된 글 내용은 이러하다. 밤에 베데스다의 신작 게임 ‘프레이’를 하던 velorok은 갑작스러운 충격음과 무언가 깨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전구가 깨진 것인 줄로 알았지만, 곧 모니터 바로 옆의 벽면에 작은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총알 구멍이었다.

그렇다면 벽을 뚫고 들어온 총알은 어디로 갔을까? 불안함에 총알을 찾던 velorok은 자기 바로 옆에 있었던 ‘엘더스크롤 앤솔로지’에서 그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엘더스크롤 앤솔로지’는 ‘엘더스크롤 1 아레나’부터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 이르는 모든 시리즈의 CD와 설정집이 동봉된 80달러(한화 9만원)짜리 수집용 합본이다. 그런데 총알은 바로 이 앤솔로지를 뚫고 들어가 중간에 박혀 있었다. 두꺼운 앤솔로지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던 총알을 막아준 셈이다.

하지만 velorok 대신 총알을 맞아준 앤솔로지는 심하게 훼손됐다. 각 시리즈의 소개와 일러스트 등을 담은 책자는 크게 찢겨 알아볼 수 없게 됐고,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 시리즈 CD는 산산이 조각났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그 외의 CD들은 모두 무사했다. Velorok의 신고를 받고 곧 도착한 경찰은 총탄을 증거물로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앤솔로지가 사람의 목숨을 구한 소식이 이머저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지자 하루 만에 베데스다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베데스다는 velorok이 겪은 황당한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새 앤솔로지를 선물로 보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velorok은 이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였으며, 베데스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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