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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스타가 달라졌다 ① 관람객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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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스타는 강진으로 인한 수능연기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고도 지난 해 대비 첫날 입장객 수가 6.9%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양적 성장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스타 2017’은 질적으로는 얼마나 성장을 거두었을까? 관람객 입장에서 올해 지스타를 둘러보고 느낀 점을 종합해보았다. 과연 올해 지스타는 어떤 점에서 진일보했고, 어떤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는지 확인해보자.




▲ 아직 게임보다 모델을 앞세운 부스가 많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콘텐츠 부실은 올해도 여전했다. 블루홀의 ‘에어’, 넥슨의 ‘타이탄폴 온라인’, KOG의 ‘커츠펠’ 등 지난 해에 비해 다양한 PC 온라인게임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부스가 게임보다 모델을 앞세워 홍보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몇 부스는 시연공간보다 모델들이 오르는 이벤트 무대를 훨씬 넓게 꾸미고 조명도 집중시켜, 게임 부스인지 모델 부스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e스포츠가 대두되며 생긴 새로운 문제도 있다. e스포츠 특성상 많은 관객이 운집하다 보니, 부스 바깥으로까지 관객들이 늘어서 통로를 동선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특히 액토즈소프트의 WEGL은 '오버워치' 대회 현장에 2,000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관객이 모여 접근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로 인해 부스 인근에서는 동선이 차단되고 지속적으로 이동정체가 발생 했다.



▲ 엔비디아 부스 앞 통로는 한 번에 한 사람도 간신히 통과할 정도였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WEGL 부스 앞에도 수많은 사람이 멈춰 서 동선을 막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굿즈가 부족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게임에 애정 깊은 플레이어라면 자연 게임 속 캐릭터와 관계된 상품에도 관심이 가는 법이다. 그래서 E3, 게임스컴, TGS 등 국제적인 게임행사들은 게임 속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피규어, 스태츄, 의류 등 다양한 소장품을 판매하는 굿즈샵을 운영한다. 그러나 지스타에서는 이렇다 할 굿즈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회장 내에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보통의 피규어 가판대가 하나 있을 따름이었다. 최근 게임뿐 아니라 2차 창작물과 관련 상품들이 중요해지는 세태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회장 내 굿즈샵이라고는 피규어 판매대 하나가 전부였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방문객 편의를 위한 준비는 이전에 비해 조금 나아진 모습이었다. 진행요원들의 체계적인 안내 덕에, 남을 밀치거나 새치기 하는 무분별한 입장도 많이 줄어들었다. 가장 입장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지스타 첫 날에도 입장객들은 진행요원들의 인도 하에 일사불란하게 줄을 서 순서대로 입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입장질서 문제 하나만은 거의 완전히 해소된 듯했다.




▲ 첫 날임에도 질서정연한 입장이 이루어졌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자주 문제점으로 지적된 식사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지스타 2017’에는 역대 지스타 중 최초로 푸드 트럭들이 동원돼, 그 어느 때보다도 방문객에게 다양한 식사 메뉴를 풍부하게 공급했다. 또한 푸드트럭 앞에 간단히 서서 식사할 수 있는 자리와 쓰레기통도 충분히 비치돼, 전에 비해 식사에 따르는 곤란은 많이 줄어들었다.


▲ 입장객을 위한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된 푸드트럭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흡연장은 지난 해에 비해 면적이 축소됐다. ‘지스타 2016’ 당시 흡연공간으로 지정됐던 B2C관 2층 발코니가 올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탓이다. 올해 흡연구역은 B2C관 앞 두 곳, B2B관 앞 한 곳 총 세 곳으로, 외부로 연기가 퍼지지 않도록 밀폐된 흡연실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흡연에 대한 통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흡연실 바깥까지 흡연자들이 나와 담배를 피고, 그 연기가 인근 보행자들에게까지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흡연실 내부로 안내해야 할 진행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 지난 해와 달리 B2C관 2층 테라스는 금연공간으로 지정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쓰레기통은 적절하게 배치됐다. 회장 바깥에는 화장실과 편의시설 앞마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배치됐다. 회장 내부는 쓰레기통 숫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간이카페와 출입구 등 필요한 곳에는 빠짐없이 준비되어있었다. 푸드트럭도 전부 자체적으로 쓰레기봉투를 마련한 덕에, 쓰레기를 들고 음식물 쓰레기 버릴 곳을 찾아 헤맬 일은 없었다.




▲ 회관 곳곳에 적절히 배치된 쓰레기통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요약하면 ‘지스타 2017’은 볼거리는 조금 적어서 아쉬움이 남지만, 방문객 편의는 전에 비해 어느 정도 개선된 행사였다. 다년간의 노하우가 축적된 덕분인지 질서유지, 식사, 위생 등 기본적 편의사항들은 이전에 비해 괄목할 정도로 나아진 모습이다. 특히 올해 처음 등장한 푸드트럭 등장은 이러한 지스타의 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고, 앞으로도 방문객 피드백을 통해서 더욱 편하고 즐거운 행사가 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은 어디까지나 편의시설과 서비스에 한정될 뿐이다. 지스타는 여전히 보여줄 콘텐츠가 다소 부실하게만 느껴진다. 국내외 게이머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깜짝 대작 발표도 다소 부족하다. 그렇다고 개발자와 유저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거나,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소한 굿즈가 판매되는 것도 아니다. e스포츠를 내세울 셈이라면 관객을 유치할 충분한 공간과 좌석을 준비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회장 내 동선 문제도 발생했다.

지스타가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개최된지도 벌써 8년째에 접어들었다. 지스타가 방문객에게 자신 있게 내세울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지스타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부산까지 와 관람하기에는 고객을 끌어당길 확실한 매력이 부족하다.

다만, 올해 지스타는 '에어', '커츠펠', '타이탄폴 온라인', '배틀라이트' 등 전에 비해 PC 대작 발표가 조금 늘었고, 입장객 편의도 다방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스타 2017'은 앞으로 보다 다채로운 신작이 공개되고 편의성도 증진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남긴 셈이다.


▲ 모델뿐 아니라 게임 본연에 충실한 콘텐츠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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