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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자율심의, 업계와 게임위 정상회담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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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물관리위원회 전경 (사진제공: 게임물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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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나오는 모든 게임은 출시 전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건 법이기 때문에 모든 게임이 지켜야 한다. 원칙은 게임을 관리하는 정부기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게임을 모두 심의하는 게 맞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심의’ 문턱은 점점 낮아졌다.

이를 가장 먼저 느낀 쪽은 모바일게임이다. 2011년부터 모바일게임에 정부가 아닌 업체가 심의해서 게임을 내는 ‘자율심의’가 시작됐다. 한창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하던 때에 국내에 게임을 못내 전전긍긍하던 게임사는 이 제도로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작년에는 ‘심의’ 문턱이 한 번 더 크게 낮아졌다. 모바일게임은 물론 온라인, 콘솔, VR까지 기종을 가리지 않고 업체가 직접 심의해 게임을 낼 수 있게 됐다. 성인 게임만 아니면 정부가 아니라 업체가 스스로 등급을 매겨 내면 된다. 말만 들으면 ‘심의’ 문턱이 아예 사라진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모든 기종에서 ‘자율심의’가 가능한 법이 작년에 시행됐지만 1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국내 업계 중심 중 하나인 온라인게임은 ‘자율심의’를 하는 업체가 단 한 군데도 없다. ‘자율심의’라는 제도는 있지만 그 누구도 쓰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일이 진행이 안 되는 걸까? 이해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자율심의’ 법이 마련된 것은 작년 1월 1일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작된 것은 반 년이 지난 작년 7월부터다. 1월에는 ‘자율심의 한다’는 법만 있었지 그 뒤를 받칠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반 년이라는 시간을 ‘자율심의’를 위해 필요한 내용을 만드는데 쓴 것이다.

결국 게임위가 ‘자율심의’를 맡을 업체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부터다. 하지만 막상 신청이 시작되었으나 한 달이 넘도록 신청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우선 자율심의에는 매년 돈과 인력이 들어간다. 심의에 관련된 일만 하는 인력도 뽑아야 하고, 게임위와 심의 결과를 주고 받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운영해야 된다. 여기에 심의 결과에 대한 민원도 받아서 처리해야 된다. 심의를 하는데 매년 고정적으로 비용이 드는 것이다.


▲ 자율심의를 위해서는 이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비용이 들더라도 ‘심의’ 권한을 갖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하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게임사도 ‘심의 권한’이 필요하지 않은 분위기다. 우선 모바일은 구글하고 애플이 자율심의를 하고 있으니 또 돈을 들여서 스스로 심의할 이유가 없다. 이어서 온라인게임은 출시하는 게임 수가 적다. ‘심의 권한’을 가져도 게임사 한 곳에서 심의를 해서 내보낼 게임 수는 1년에 많아야 4~5개 정도다. 즉, 들이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얻는 게 별로 없다.

그렇다면 게임위는 게임사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왜 이렇게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자율심의’는 권한과 책임이 같이 가기 때문이다. 심의를 했으면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무 업체에게 ‘게임을 심의할 권한’을 줬다가 문제가 터지면 지금 있는 ‘자율심의’도 흔들릴 수 있다. 즉, 게임위도 믿고 맡길만한 업체가 필요하다.

이처럼 ‘자율심의’를 두고 게임업계와 게임위는 서로 입장이 팽팽했다. 게임위는 ‘자율심의’ 결과를 업체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뽑을 수 없고, 게임업체는 한 곳이 떠안기에는 일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당시 나온 대안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게임위가 게임업체 참여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자율심의’를 다듬는 것, 또 하나는 한 곳이 하기 어렵다면 여러 게임업체들이 뭉치는 것이었다.


▲ 이용자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심의'는 중요한 업무다 (사진출처: 게임물관리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반 년이 지나도 팽팽한 의견 대립만

그리고 그로부터 약 반 년이 지난 지금 의견대립은 여전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자율심의’에 신청을 넣은 게임업체는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내부에서 심사 중인 업체가 하나 있으나 게임사는 아니고 플랫폼 사업자다”라고 밝혔다. 작년과 비교하면 진전된 부분은 ‘플랫폼 사업자 1곳 신청과 이에 대한 심사’ 밖에는 없다. 게임업체 중 ‘자율심의’ 신청을 넣은 곳은 물론, 이에 대해 물어보는 곳조차 없었다는 것이 게임위 답변이다. 설상가상으로 게임위는 ‘자율심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게임업계에서도 ‘심의 연합’은 이야기조차 되지 않았다. 여러 게임사들이 모인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도 1년 동안 ‘자율심의’에 대한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 게임위와 ‘자율심의’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도 없고, 내부 회의에서도 ‘자율심의’를 이야기해본 적도 없다. 협회와 게임위가 ‘자율심의’에서 같이 하는 것은 제도를 업체들에게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 하나뿐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자율심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를 빗대서 이야기하면 ‘자율규제는 달리고’ 싶으나 운전사가 없다. 여기에 게임위 말대로라면 지금 심사를 받고 있는 곳도 게임사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이며, 이 사업자는 해외 업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위와 국내 게임업계가 서로 주장만 내세우고 의견을 합치지 못하는 동안 ‘자율심의’는 1년 넘게 멈춰 있다.

물론 ‘자율심의’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은 큰 어려움이 생기지는 않는다. 모바일게임은 문제 없이 나오고 있고, 온라인게임은 1년에 몇 개 안 되어서 기관에 맡기면 된다. 하지만 업계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작년 초에 ‘배틀그라운드’가 전세계 시장에서 히트를 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즉, 언제 또 다시 ‘온라인 열풍’이 불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모바일게임 역시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해외 사업자가 ‘자율심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심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나중에 업계에 어떠한 후폭풍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물론 정부와 업계 모두 많은 이슈를 안고 있다. 올해만해도 ‘게임 질병 코드’라는 거대한 이슈가 생겼고, 소비자들의 무수한 지적을 받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율심의’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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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초심을 잃지 말자. 하나하나 꼼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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