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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C가 이렇게 유쾌한 곳이었다니, 막내기자의 첫 출장기

비장한 마음보단 쫄리는 마음으로 출장을 준비한 막내기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비장한 마음보단 쫄리는 마음으로 출장을 준비한 막내기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타본 게 정확히 11년 전이다. 가족끼리 일본에 여행갔을 때였는데, 그 이후로 외국을 나가 본적이 없는 셈이다. 요즘처럼 너도 나도 외국 여행을 가고 심지어 살다 오는 것도 어렵지 않은 요즘 같은 시대에 몇 안 되는 실로 유물 같은 남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장독대 마냥 한국땅에 붙어살던 기자에게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가게 될 기회가 찾아왔다. GDC 2019를 취재하라는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GDC 2019'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려있었다. 일단 구글이 중대발표를 한다는 이야기가 몇 개월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고, 이에 질세라 MS는 신작을 대거 대동해 참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언제나 그렇듯 에픽게임즈는 언리얼과 관련된 신기술을 발표하는 건 덤이다. 거기에 GDC를 대표하는 여러 강연들도 취재해야 하는 이 특별하고 중대한 게임쇼를 막내기자 혼자서 담당해야 한다니. 솔직히 어마어마한 부담감에 비행기 타기 전에 잠수를 탈까도 여러 번 생각했다. 

그렇다고 딱히 잠수를 탈 용기도 없었기에, '가서 제대로 못하면 못한다고 욕 먹으면 되는 거지 뭐'라는 가볍고도 안일한 객기에 힘입어 무려 11년 만에 국제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런 중대한 발표가 가는 곳을 나혼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런 중대한 발표가 열리는 곳을 나 혼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샌프란시스코는 가는 과정부터 빡셌다

GDC에 기자로 등록하는 건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일단 2018년에 작성한 기사들 중 'VR/AR'에 대해 작성한 기사와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해서 조망한 기사, 그 밖에 여러 관련 기사들 중 최소 세 개 이상을 명함과 함께 보내야 한다. 물론 직접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발행인의 증명서도 직접 보내야 한다. 한 번에 등록이 안돼서 재차 시도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도 담당자가 메신저 수준으로 빠르게 답변을 보내주기 때문에 답답함은 없는 편이었다. 물론 영어만 잘한다면!

주말에 시간 내서 기사 번역해 메일 보내고, 여권도 부랴부랴 만들어서 갈 준비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여행비자 등록 때 실수가 있었던 것인지 비자 신청을 다시 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그것도 출발 이틀 전 토요일 오전에! 사실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게, 미국 전자 비자 신청은 빠르면 평일 기준 5분~10분, 늦어도 5시간 안에는 허가가 떨어진다. 하지만, 미국에는 오랜만에 가보는 기자는 이마저도 불안해서 재 신청을 넣고 5분 단위로 승인여부를 확인했다.

세관 직원들이 표정이 딱딱해서 그렇지 알고보면 착한 분들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세관 직원들이 표정이 딱딱해서 그렇지 알고보면 착한 분들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차저차 별탈 없이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두 번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입국심사! 사실, 입국심사도 별거 아니다. 성인이 됐으니 입국심사는 자동으로 처리 될 거고, 결국 세관 심사만 어떻게든 넘기면 되는 일이었다. 정말 중학교 영어듣기평가 수준의 대화만 할 줄 알면 되는 아주 쉬운 일이지만, 쫄보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10시간에 달하는 비행 동안 정말로 한 숨도 안자고 4편의 영화와 36편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며 혼자서 머릿속으로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물론 입국 심사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매우 싱겁게 끝났다. 젠장!

도착하자마자 뿜뿜했던 허당끼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짐을 정리한 다음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기고 행사장을 바로 찾아갔다. 일단 프레스카드를 받아야 하니까. 생전 처음 이용해본 우버택시를 탔는데, 내 일생에 이렇게 숨막히는 15분은 없었던 것 같다. 호텔까지 갈 때 탔던 기사는 마실 것도 주고, 이것저것 물어보던데, 행사장 갈 때 불렀던 기사는 간단한 인사는 커녕 시종일관 무서운 인상으로 조용히 운전만 하다가 끝났다. 심지어 도착했을 때도 아무 말 없이 차만 세우고 말았다. 아무 말 없는 택시를 탄다는 것이 이렇게 살벌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대중교통이 매우 잘되어 있는 도시라 택시를 꼭 탈 필요는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대중교통이 매우 잘되어 있는 도시라 택시를 꼭 탈 필요는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행사장 도착하고 나서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회장이 너무 넓고 복잡해서 처음 기자실을 찾는 데만 30분 가량이 소진되고, ID 카드를 달라 그러길래 여권을 주면 되는 걸 깜빡 하고 '내가 지금 그 ID 카드 만들러 온 건데?'라고 대답한 것만 빼면 말이다. 

이거 하나 받는게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거 하나 받는게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허당끼를 잔뜩 뽐낸 이후에는 나중에 가게 될 강연장을 싹다 미리 들러봤다. 굳이 시간을 들여서 동선을 체크한 이유는 여긴 처음 온 사람이 길을 잃기가 너무 쉬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1층 위에 1.5층이 있고, 103호 옆에 104호가 아닌 107호가 있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이 어처구니 없는 회장 구조에서 길을 잃었다간 강연하나 못 듣게 되는 건 일도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피곤을 무릅쓰고 회장을 미리 탐방했다.

모스콘 컨벤션 센터는 크게 사우스홀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모스콘 컨벤션 센터는 크게 사우스홀과 (사진: 게임메카 촬영)

노스홀이 지하로 연결되어있으며, 웨스트 홀이 또! 따로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노스홀이 지하로 연결되어있으며, 웨스트 홀이 또! 따로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미국에서도 유별난 '후리'한 샌프란시스코의 분위기

본격적으로 강연을 듣기 시작한 이튿날부터는 미국다운 '후리'한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GDC하면 글로벌 각지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대학교 수업 못지 않은 어려운 내용들의 강연이 즐비한 엄숙한 행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웬걸? 이것도 엄연한 게임쇼인지라 엄숙하기보단 너무나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강연을 들으러 온 유저들과 개발자들이 서로 대화하고 게임하고 노는데 바빴다. 

회장 바로 옆에는 예르나 부에나 공원이 있는데, 행사 기간 동안 GDC에서 쇼파와 해먹, 돗자리, 보드 게임 등을 이 공원에 배치해둔다. 지나가던 사람이라면 여기 와서 아무데나 드러누워 잠을 청하면 되고, 보드게임이 하고 싶다면 그냥 하면 된다. 자리만 비어있으면 뻘쭘해 할 필요 전혀 없이 그냥 가서 이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옆에 있던 사람이 'Hi, How's it going' 이라고 물으면 "Good, and you?'라고 답해준 다음 쿨하게 자기 할일 하자. 여긴 미국이니까. 참고로 기자는 근처에서 춤을 추며 공연을 하던 사람과 동화돼 잠시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생긴 공원이 바로 옆에 있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생긴 공원이 바로 옆에 있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냥 이렇게 앉아서 아무거나 하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냥 이렇게 앉아서 아무거나 하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구름 한점, 미세먼지 한톨 없는 맑은 공기는 덤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구름 한점, 미세먼지 한톨 없는 맑은 공기는 덤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자실 분위기도 매우 독특하다. 마주보는 좌석과 원형테이블이 놓여져 있어 구조적으로 기자들끼리 마주보면서 기사를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기자실에 비치된 커피나 베이글, 머핀을 우걱우걱 먹는 사람들도 있고(사실 굉장히 많았다) 카페테리아에서 사온 얼굴만한 샌드위치를 한 손에 들고 씹어먹으며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많았다. 딱히 기사를 쓰는 곳이라기보단 그냥 기자들 휴식터 정도의 느낌이랄까?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강연이나 발표 분위기도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분위기를 단적으로 전해주는 강연이 있다면 바로 첫 날 있었던 구글 키노트 발표회. 그야말로 대형 발표를 앞둔 만큼 발표자나 보는 사람들이나 긴장될 법도 할 텐데, 그런 거 전혀 없이 왁자지껄했다. 이렇게 시끄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인사를 건넸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마저도... 기자가 옆자리 앉자마자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5분 만에 사는 곳과 취미, 최근에 재미있게 해본 게임 내일 할 일 등을 모두 상세히 토해내 버렸다. 좌석도 아예 플라스틱 의자가 아니라 쇼파가 마련돼 있었을 정도로 분위기가 매우 편하고 가벼웠다.

강연 시작도 전부터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작은 사인회가 열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연이 끝나자마자 작은 사인회가 열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들의 코스튬이 석양에 붉게 빛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들의 코스튬이 석양에 붉게 빛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연 시작도 전부터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작은 사인회가 열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본격적으로 강연을 듣기 시작했던 3일차 부터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 가속됐다. 강연자가 강연 시작 전에 인스타에 올릴 셀카를 찍는 건 기본이고, 강연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도 샌드위치를 먹는 것도 딱히 문제 삼는 이 없었다. 물론 냄새가 많이 나는 피자나 핫도그는 아무도 먹지 않았다. 자유로운 것과 예의가 없는 것은 별개인지라 굳이 강연 중에 질문을 하거나 돌발행동을 하는 인원은 없었다. 쉽게 말하면 훈훈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강연이 끝난 뒤 유저와의 간담회를 가진 스벤 빅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연이 끝난 뒤 유저와의 간담회를 가진 스벤 빅켄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강연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단적인 사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연 중 환하게 웃으며 V를 하는 강연자, GDC 분위기를 잘 나타내 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강연은 시간이 딱 정해져 있다 보니 매우 빡빡하게 진행되는 편이지만 끝나고 질문하는 건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뤄진다. 준비된 마이크에 가서 줄을 서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된다. 혹여 남은 시간 동안 질문을 못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강연자와 함께 복도에 서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되니까. 3일차에 있었던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제작자의 강연이 그랬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다같이 줄줄이 복도에 나가 원진을 이루고 땅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상 유저와의 만남이 성사된 셈. 같이 앉아서 대화를 들어본 결과 최소 30분은 이런 식으로 토론 아닌 토론이 이어졌다. 
 
아예 인기 개발자의 강연은 강연자만 분위기를 제대로 잡으면 강연이 아니라 팬미팅 현장으로 바뀐다. 4일차인 목요일에 진행된 '데빌 메이 크라이 5'의 제작자 이츠노 히데아키의 강연은 시종일관 'Let's Rock!'이 난무하는 정신 나간 분위기를 자랑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 유저(앞에서 말했다시피 비싼 돈을 내고 직접 강연을 들으러 오는 유저도 굉장히 많다)는 직접 구매한 패키지를 종류별로 들고 와서 끝나자마자 달려나가서 사인을 받겠다고 이야기 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 중 가장 늦은 시간에 끝난 해당 강연은 강연시간보다 오랫동안 사인회를 가져야 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작은 사인회가 열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연이 끝나자마자 작은 사인회가 열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들의 코스튬이 석양에 붉게 빛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들의 코스튬이 석양에 붉게 빛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비싸지만 먹을 거리는 풍부하다

선배 기자님들은 하나같이 미국에 출장을 가면 뭐 먹을지 참 고민된다고 하셨지만, 개인적으로는 뭘 먹을까 고민하기보단 "먹을 수는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미국을 갔다. 사실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게 행사장 내부부터 시작해서 샌프란시스코 전역에 걸쳐 먹거리는 넘쳐났다. 다만, 굉장히 비쌀 뿐.

일단 GDC는 기자에게 약 75달러 정도가 충전되어있는 카드를 준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식장에 있는 매점에서 각종 음식을 사먹을 수 있다. 음식 종류는 피자, 핫도그, 덮밥, 샐러드, 샌드위치 정도로 전형적인 미국 음식들로 구성된 메뉴다. 맛은 그냥 저냥 평범한 미국음식 수준이기 때문에 점심에 시간이 모자란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다. 가격은 절망적이라서 한국 e마트에선 7000원에 6병까지 살 수 있는 버드와이저 병맥주가 한 병에 8000원이 넘는다. 1인용 피자 한 판과 병맥주 한 병이면 2만원 우습게 소진할 수 있다. 

이 카드에 75달러가 들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 카드에 75달러가 들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피자 맥주를 먹는게 제일 효율이 좋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피자 맥주를 먹는게 제일 효율이 좋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운영시간은 한정적인 만큼 저녁은 결국 밖에서 먹어야 하니까 구글 맵스로 이곳 저곳 맛집을 찾아봤다. 잘 보니 이 동네가 맛집은 정말로 많다. 그냥 한 두 블럭만 가면 괜찮은 식당이 있을 정도. 약간 기름진 음식에 익숙하면 먹는데 불편함도 없다. 샌프란시스코가 항구 도시인지라 해산물이 상당히 신선해 고기가 물릴 때쯤 대게나, 생선, 연어 등을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푸짐한 양은 덤이다. 아 참고로 그 푸짐한 양에 미국 내에서도 1,2위를 다투는 물가가 더해지면 한끼 식사에 사용하게 되는 돈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대략 둘이서 한 끼 잘 먹으면 100달러도 우습게 나올 정도랄까?

맛 집 중 하나인 테드의 스테이크 하우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맛 집 중 하나인 테드의 스테이크 하우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슈파 두파 버거도 굉장한 가성비를 자랑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슈파 두파 버거도 굉장한 가성비를 자랑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믹스드 그릴 훌륭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믹스드 그릴도 훌륭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구운 굴은 환상적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구운 굴은 환상적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양도 분위기도 어마어마했던 스테이크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신비로웠던 비 오는 날의 금문교

매일 두 세시간 잠을 자고 출근하는 강행군이었지만, 마지막 날엔 어떻게든 짬을 냈고, 다행히 샌프란시스코에서 봐야 할 것들은 대충 보고 왔다. 다른 행사들과는 달리 폐막이 오후 3시라서 금요일에는 강연 일정도 적고 행사도 짧게 한다. 때문에 굳이 시간을 낸다면 5일차인 금요일이 유일했다. 

일단은 귀엽고 통통한 바다사자를 영접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행사가 폐막하자마자 바다사자가 모여드는 항구인 '피어 39'로 향했다.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수백 마리의 바다사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십 마리의 바다사자가 부표 위에서 푹 쉬고 있더라. 자기들끼리 자리 싸움하다가 한 마리가 밀려서 떨어지면 환호하는 관광객들의 심리가 문득 궁금해지더라.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피어 39'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피어 39'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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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이 넘었다는 회전목마를 지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수많은 인파를 뚫고 바닷가로 나가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수많은 인파를 뚫고 바닷가로 나가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바다사자들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바다사자들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금문교도 들렀는데, 비가 오는 날씨였음에도 금문교의 절경은 굉장했다. 인간의 기술적인 성취에서 전해오는 압도적인 규모에 취했다고 해야 할까? 영화 '미스트'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상됐다. 샌프란시스코 명물인 케이블카는 수시로 탔다. 워낙 언덕이 많은 도시인데다가 대중교통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유니온 스퀘어 가든을 중심으로 도시를 가로질러야 할 때는 아무래도 케이블카를 애용하게 됐다. 승차감은 말 그대로 더럽게 나빴다. 나무 판자에 타고 미끄러지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탈 것 특유의 고풍스런 맛은 남달랐다.

절경이 따로 없던 금문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절경이 따로 없던 금문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낡은 멋이 일품이던 케이블 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낡은 멋이 일품이던 케이블 카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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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가 어마어마했던 백화점 (사진: 게임메카 촬영)

형이 여기서 왜나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형이 여기서 왜나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적이지만 정신 없이 즐거운 게임쇼

결과적으로 약 1주일간 샌프란시스코를 종횡무진하며 종합해본 GDC의 이미지는, 뭐랄까...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형과 술자리에서 나누는 지적 대화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자유롭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두고 나누는 지적인 대화 같은 느낌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그런 게임쇼였다.

▲ 생각보다 GDC는 매우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행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 했지만 막내기자의 첫 출장은 적어도 무사히 끝이 났다. 십 수년 만에 여권을 만들었고 오랜만에 기내식도 (맛은 없었지만) 섭취해봤다. 미세먼지 따위는 없는 샌프란시스코의 맑은 공기에 취해도 봤고, 삼시세끼 고기만 먹어도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발길이 무거운 데에는 취재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만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많이 남기고 왔기 때문일 터! 굳이 다음을 기약하며 기행기 같지 않은 기행기를 마쳐본다.

▲ 안녕 샌프란시스코!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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