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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소원’, 역사탐방과 방탈출 게임의 성공적 결합

한국사 모바일 AR게임 '작전명, 소원'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한국사 모바일 AR게임 '작전명, 소원'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한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다. 분명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식전달에만 치중한 나머지 재미를 놓친다는 점이다. 때문에 야심차게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게임들이 많다. 

지난 5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AR 어드벤처 게임 ‘작전명, 소원’이 출시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전공자로서 ‘작전명, 소원’이 어떤 게임일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서울 정동으로 나가 게임을 플레이 해봤다. 마침 한동안 쌀쌀했던 날씨도 풀려 완연한 봄이 찾아왔고, 벚꽃도 만개해 나들이를 즐기기 안성맞춤이었다.

▲ '작전명, 소원'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유니크굿컴퍼니 공식 유튜브 채널)

생생하게 느끼는 100년 전 독립운동가의 삶

‘작전명, 소원’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리얼월드’ 어플을 설치해야 한다. 어플을 시행하면 게임 배경스토리와 진행방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게임진행은 약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방문장소들 중 6시 이전에 문을 닫는 곳이 많으니, 4시 이전에는 시작해야 한다. 월요일은 문화재 휴관일임으로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다. 스마트폰은 필수적으로 지참해야 하며, 필기도구가 있다면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진행방식과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을 시작하면 진행방식과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혼자 게임을 즐기기보다 둘 이상이 함께하길 추천한다. 기자는 혼자 게임을 진행했는데, 스마트폰과 필기도구, 안내지도, 지령서 등을 지참해야 하다 보니 불편함이 있었다. 소요시간도 2시간을 훌쩍 넘겼다. 덕분에 5시 30분에 문을 닫는 덕수궁 중명전은 밖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 주변에 벚꽃 구경을 온 커플들이 많으니 절대 혼자서는 가지 말자.

독립운동은 혼자 하는 것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독립운동은 혼자 하는 것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은 일제 조선총독부 감시를 피해 독립운동 자금을 안전하게 이송해 달라는 요청을 가상의 인물인 광무회 요원 명선으로부터 받으며 시작된다. 간단한 암호를 풀어 믿을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지령서를 수령하게 된다. 지령서를 수령하면 본격적으로 주요 근대사 관련 문화재들을 돌며 문제를 풀게 된다. 

지령서 겉면에도 암호가 있다. 무슨 의미일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지령서 겉면에도 암호가 있다. 무슨 의미일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령서를 수령하면 일단 외국인 선교사와 접선해야 한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다. 이 곳은 1922년 건축을 시작한 곳으로 경내에 조선 말 왕족과 고관자제들의 교육기관인 경운궁 양이재가 위치해 있다. 또한 87년 6월 항쟁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는 독립자금 인출을 위한 증서를 확인하게 되는데, 마침 미사가 진행 중이어서 성당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스마트폰을 통해 암호풀이가 가능하니 참고하자.

게임 진행 도중 특정 장소에 출입이 어려울 경우 다른 방법이 제시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진행 도중 특정 장소에 출입이 어려울 경우 다른 방법이 제시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문제를 해결해 증서를 확인하면, 다음으로 가야 할 장소는 AR을 통해 안내된다. 만약 AR인식이 안 된다면 별도의 암호를 풀어야 한다. 참고로 일부 장소의 경우 소액의 요금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입장권 역시 앞으로 제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열쇠이니만큼 소중히 간직하자. 

게임을 하다 보면 덕수궁에 도착하는데, 이 곳에서는 건물과 조형물들을 힌트로 한 수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자는 태생적으로 숫자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난감한 장소였다.

문제를 다 해결하고 나면 전화번호가 완성된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꽤 놀랄만한 인물이 다음 장소를 알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한다. 단서 제공 방식에도 나름 공을 기울인 것 같아 신선했던 부분이었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는 대한제국 시기 미국대사관 건물이자 현 미국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도 지나치게 돼 근대사 구경은 원 없이 하게 된다.

수수께끼를 풀면 전화번호를 완성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수수께끼를 풀면 전화번호를 완성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독립자금 인출 증서에 날인을 찍고 나면 긴 여정도 막바지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들에 관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장소들이 등장한다. 약 15분 정도 걸으며 1930년대 지어진 구 신아일보사 별관 건물, 정동극장, 예원학교, 이화여고, 500살이 훌쩍 넘은 회화나무 등을 지나 암호를 해독하면 마지막 목적지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다. 길치와 방향치를 동시에 겸비한 기자는 이 마지막 장소를 지도를 보면서도 찾기 어려웠다. 약 15분 정도 주변을 빙빙 돌며 헤맸는데, 난이도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화학당으로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이화여고. 마침 건물 외부 벽면에 항일독립운동을 기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화학당으로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이화여고. 마침 건물 외부 벽면에 항일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인터랙티브 시스템은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플레이어가 직접 참여하는 요소들이 단조롭다면 금새 지루해진다. 그러나 ‘작전명, 소원’은 단순한 지도, 지형, 구조물 등으로 이루어진 아날로그 키트와 AR을 비롯한 디지털 시스템까지 망라하고 있다. 특정 장소에서 독립운동자금 증서에 날인을 하거나, 전화통화도 하고, AR을 이용한 암호풀이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작전명, 소원’을 제작한 유니크굿컴퍼니는 리얼월드 게임 전문 플랫폼 ‘리얼월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전에도 ‘김창수를 살려라’, ‘태양단의 비밀’ 등 한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은 물론 ‘대탈출 시즌2 제 7의 멤버에 도전하라’ 등 오롯하게 재미를 목적으로 한 리얼월드 게임을 제작해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런 개발경험 덕분인지 ‘작전명, 소원’은 매우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미흡한 홍보는 다소 아쉽다

이처럼 ‘작전명, 소원’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미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시 소식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기사화됐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방문하게 되는 역사적 장소들에서는 게임에 대한 홍보 포스터도 하나 없었다. 기자가 직접 게임을 진행하면서 주변을 둘러봐도 ‘작전명, 소원’을 즐기는 이들은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출시 초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최소한 문화재 고객정보센터에서만이라도 홍보물을 부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최소한 문화재 고객정보센터에서만이라도 홍보물을 부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가상의 설정이라고는 하나 배경 이야기에서 보이는 기초적인 역사왜곡은 게임을 즐기는데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망국 직전까지 전제군주제를 고집했던 대한제국 황실이 갑자기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언급한다거나, 시간적으로 맞지 않음에도 억지스럽게 짜맞춰진 사건과 인물들은 게임에 집중하는데 방해됐다. 게임이니만큼 실제 역사와 다른 부분이 많다는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게임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그 인물'은 해방 이후에나 이 장소에서 거주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그 인물'은 해방 이후에나 이 장소에서 거주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와 같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제외하면 ‘작전명, 소원’은 매우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특히 가족,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즐겁고 뜻 깊은 나들이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해보길 추천한다. 최근에는 근대의복을 대여해주는 곳들도 많으니 근대의복을 착용하고 게임을 플레이 하면 더욱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6월 10일까지 플레이 가능하며,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직접 체험해보고 그분들의 노고를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이러한 게임들이 기간 한정으로 제공되는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역사적 장소들을 조합해 상시 프로그램화 하고, 외국어 버전도 개발해 외국인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면 뜻 깊은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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