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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져가는 중국과 한국 롤 e스포츠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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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마레 열린 미드 시즌 컵은 LPL과 LCK의 격차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대회였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2018년은 처음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국내리그인 LCK가 라이벌인 중국 LPL에 비해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해다. 당시만 해도 팬들은 물론 전문가마저 '어쩌다가 발생한 사고', '실수만 없다면 우리가 다시 왕좌를 차지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위기'는 맞지만 클래스만큼은 여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LCK의 국제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LPL은 점차 자신의 왕좌를 굳혀가며 2018년이 해프닝이 아님을 증명해왔다.

그런 와중 지난 5월 28일부터 4일간 개최된 미드 시즌 컵(이하 MSC)은 리프트 라이벌즈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과 달리 LCK가 LPL과 정면으로 맞붙는 대회였던 만큼 두 리그 간 실력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LPL 입장에선 쐐기를 박은 대회라고 할 수 있다. LCK와 LPL의 수준 차이가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말이다.

▲ LPL과 LCK의 격차가 넘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벌어졌다 (사진출처: 각 리그 공식 홈페이지)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전반적인 성장을 이룩한 LPL 

두 리그 사이의 격차를 판단하기 위해선 일단 두 리그의 상황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 우선 LCK의 경우 잘하는 팀, 우승하는 팀이 해가 지나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이번 스프링 시즌 상위 두 팀은 5년 넘게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T1과 젠지다. 반대로 LPL은 리그 최정상을 차지하는 팀이 매년 달라진다. 2019년에는 FPX가 전년도 롤드컵 챔피언인 IG를 꺾고 정상을 차지했으며, 2020년에는 징동게이밍이 스프링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MSC 결승전에서는  심지어 2020 LPL 스프링 준우승을 차지했던 탑 e스포츠가 승리했다.

팀 뿐 아니라 스타 플레이어도 매번 바뀐다. 예전에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면, 지금은 중국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MSC 우승팀인 탑 e스포츠는 대만인인 '카사' 홍아오쉬안을 제외하면 모두가 중국인으로 구성된 팀이다. 물론 LCK도 꾸준히 새로운 스타플레이어 발굴에 집중하고 있지만, LPL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LPL은 매년 최강자의 자리가 바뀌는 험난한 리그다 (사진출처: LPL 공식 트위터)
▲ LPL은 매년 최강자의 자리가 바뀌는 험난한 리그다 (사진출처: LPL 공식 트위터)

미드 시즌 컵의 우승을 차지한 탑 e스포츠는 대만 선수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인으로만 구성돼 있다 (사진출처: LPL 공식 트위터)
▲ 미드 시즌 컵 우승팀 탑 e스포츠는 대만 선수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인으로만 구성돼 있다 (사진출처: LPL 공식 트위터)

이는 LCK에 비해 LPL 내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LCK는 대부분의 팀들이 T1과 젠지를 쫓아가는 형세가 계속되고 있다면, LPL은 팀과 선수 차원에서 지속적인 경쟁 체재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중국의 상위 팀들의 수준이 국내 최상위권을 찍어 누를 수 있을 만큼 리그 전반의 상향 평준화로 이어졌다. 국내 최상위권이라는 T1과 젠지가 MSC에서 별다른 힘을 못 쓰고 완패 당하는 장면에서 LPL 전반 실력이 작년보다도 훨씬 높아졌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규모의 성장으로 질적 성장까지 이뤄낸 LPL 

LCK와 LPL의 격차가 생각보다 더 큰 이유는 이들이 지금까지 구축해온 리그의 규모와 시스템이 굉장히 단단하기 때문이다. LPL은 프랜차이즈를 도입하기 한참 전부터 차근차근 리그 규모를 키워왔으며, 프랜차이즈가 도입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팀 수를 늘려가며 리그 전체 파이를 끊임없이 부풀리고 있다. 과거에 LCK의 성적이 좋을 때 이는 LPL을 조롱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PL은 지속적으로 규모를 불려 나갔다. 참가 팀도 계속 늘려나갔으며, 타국 스타플레이어도 계속 영입했다. 덕분에 세계 최대 규모 롤 e스포츠 리그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 LPL은 롤 e스포츠 최초로 지역 연고제를 도입했다 (사진출처: LPL 공식 트위터)

▲ 참가하는 팀도 17개에 달한다 (사진출처: LPL 공식 홈페이지)

규모의 향상은 곧 질적 향상도 동반했다. 2020년 기준으로 17개나 되는 팀이 매 시즌 경쟁을 펼치며, 최소 480판에서 최대 720판의 경기가 진행될 만큼 경기 수도 굉장히 많다. 팀이 줄곧 많아지는 만큼 수준 낮은 팀도 존재하지만, 이런 팀들이 있기 때문에 상위 팀 벤치 선수가 출전 기회를 얻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경기 수에 힘입어 많은 선수들이 경험과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고, 이것이 국제무대에서 결과로 나온 것이다.

이와 달리 LCK는 규모 면에서 이렇다 할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리그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1부 리그 팀 수와 경기 수는 그대로였으며, 오히려 대기업 팀들이 팀을 매각하거나 금전적인 지원을 줄이는 일이 발생했다. 어떻게 보면 양적으로 축소된 셈이다. 그렇다고 질적으로 성장했냐고 물어본다면 국제무대 성적에서 드러나듯 그것도 아니다. 

▲ LCK는 몇 년째 10개 팀으로 1부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출처: LCK 공식 홈페이지)

넘사벽이지만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

종합해보자면 규모의 성장에 힘입어 규모적으로나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이룬 LPL과 달리 LCK는 현 상화에 안주해왔다. 자본 규모도 크고 그에 걸맞은 시스템을 줄곧 만들어온 LPL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다. 그에 반해, LCK는 이제야 막 프랜차이즈를 도입하며 파이를 키우기 위해 태동하는 사태다.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태동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는 분명히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된다. 4대 리그인 북미, 유럽, 중국, 한국 중에서 프랜차이즈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근 2년간의 국제 성적을 기준으로 보면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분명하다. 다행히도 LCK는 지난 5월 20일 기준, 25개 팀이 투자 의향서를 제출할 만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적어도 규모면에서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은 자명해 보인다.

▲ 프랜차이즈가 도입된다면 규모면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은 확실하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남은 것은 질적 성장이다. LCK와 LPL의 차이는 흔히 말하는 '넘사벽'이라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커졌지만, 여전히 국내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에서 통할 만큼 뛰어나다.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겸허한 자세로 지금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다른 리그와 팀들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LCK가 1부 리그가 되는 날이 조만간 다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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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AOS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
게임소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실시간 전투와 협동을 통한 팀플레이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AOS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100명이 넘는 챔피언 중 한 명을 골라서 다른 유저와 팀을 이루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투 전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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