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산업

법원까지 가는 길은 멀다, 국내 게이머 집단 소송 역사

/ 3
여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일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모든 이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집단소송제도’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집단소송 제도를 폭넓은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어 회사와 이용자 간 집단소송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미국에 적을 둔 일부 게임사는 회원 가입 약관에 집단소송 금지 조항이 있을 정도다. 

국내법에도 ‘집단소송제도’가 존재하지만, 주가조작 및 허위공시 등 증권 분야에만 도입돼 있다. 일부 게이머 사이에서도 게임사를 상대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부분 준비 과정에서 흐지부지되거나 실제 법정까지 가더라도 최종 판결까지 못 가거나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가 분야 제한 없이 50인 이상 피해자가 나온 사건에서는 집단소송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지금까지와는 게임사와 유저간 소송이 다른 양상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 최근 법무부에서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사진출처: 법무부 홈페이지)

법원까지 가는 길은 멀고, 승소는 더 멀다

현재 유저들이 게임 운영 문제로 피해를 입어 게임사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면, 일단 피해를 호소하는 유저들끼리 뭉쳐야 한다. 주로 네이버나 다음 카페 등 커뮤니티를 활용해 사람들을 모은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까지 가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게임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은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을 모으는 과정에서 좌초돼 실제 법정다툼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1년 있었던 넥슨의 PC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한 유저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다. 메이플스토리 백업 서버가 해킹돼 전체 회원 1,800만 명 중 1,32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일부 유저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했다.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곳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유저들을 모은 네이버 카페에는 수 백 명 가량이 가입했으나, 결국 법정까지 가지 못한 채 좌초됐다.

실제 법정소송까지 이어지더라도 승소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과거 주요 판례를 보면 법원에서는 대부분 게임사 손을 들어줬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06년 있었던 ‘리니지 명의도용 사태’다.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가 리니지 계정생성에 활용된 정황이 포착됐고, 이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회원 가입 과정에서 게임 운영을 맡은 엔씨소프트가 본인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본 소송의 원고는 1만 676명에 달한다. 당시 ‘인터넷 최대 집단소송’이라 불릴 만큼 많은 이들이 모였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서는 회사측이 명의 도용 관련 직접적 책임이 없고,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정확이 없기에 이러한 판결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졌지만, 지난 2009년 상고 기각으로 마무리됐다.

▲ '인터넷 최대 집단소송'이라 불린 리니지 집단소송 사건 판결문 일부 (사진: 종합법률정보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사례로는 넷마블을 상대로 한 유저들의 집단소송이 있다. 본 소송은 지난 2018년 제기된 것으로, 넷마블이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 과도한 현금 결제를 유도하면서 아무런 제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 사유였다. 수백만 원대부터 억대에 이르기까지 유료 아이템 구매에 많은 돈을 쓴 유저들 208명이 모여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마블 손을 들어줬다. 기업의 이윤 추구 방법으로 용인된 수준이며, 구매 금액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해서 제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키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외에도 뮤 온라인, 리니지 2 등 다른 게임에서도 유저들의 불만이 커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집단소송 움직임이 있었다. 일부는 소송 직전까지 가거나, 실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차의 복잡함과 소송 장기화에 따른 금전적 부담 등으로 대부분 최종 판결에 이르지 못했다.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통과된다면?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과거처럼 게임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다가 번거로운 절차에 막혀 좌초되는 사례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피해자의 주장책임 경감, 피고 측의 자료 제출명령 위반 시 효력 강화, 소송 전 증거조사 절차 등이 도입돼 소송 문턱이 확연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에 대해 “기업의 책임경영 수준이 향상되어 공정한 경제 환경과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 기반이 함께 조성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취지를 게임업계에 적용하면, 게임사에서는 유저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게임 운영에 한층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4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