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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헤이븐, 시벌리보다 마영전 RvR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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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신작 워헤이븐은 일전에 프로젝트HP(이하 HP)라는 이름으로 발표돼 한 차례 테스트를 치른 바 있다. 시벌리와 모드하우 등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게임성은 국산 게임으로서는 상당히 독특했고 개성도 있었지만, 대중성 면에서는 살짝 고개가 갸우뚱했었다. 위에서 예로 든 게임들은 심리전이 깊게 반영된 전투 시스템과 사실적이지만 조금은 답답한 느린 템포를 지니고 있다. 익숙해지면 엄청나게 재미있지만 입문 난이도가 높아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마니아틱한 취급을 받고 있다. 이를 따라간 HP 역시 마니아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이를 대중화 시키겠다는 기획 의도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들었다.

그랬던 HP가 워헤이븐으로 정식 명칭을 확정짓고, 스팀 입점 후 첫 테스트를 열었다. 14개월 만에 만나본 워헤이븐은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캐릭터나 공성전 시스템, 중세와 판타지가 섞인 듯한 세계관 등은 그대로였지만, 상세 시스템은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알던 그 HP가 맞나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과연 워헤이븐의 바뀐 방향성은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워헤이븐으로 새롭게 출격한 HP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워헤이븐으로 새롭게 출격한 HP (사진: 게임메카 촬영)

내가 알던 HP가 아니다, 아예 다른 게임이다

HP는 3인칭 고정 시점에 시벌리 2와 포 아너를 섞은 듯한 느낌이었다. 캐릭터 별로 독특한 스킬이 한두개 씩은 있었지만, 스킬이라기 보다는 공격이나 방어의 약간 특이한 형태에 가까웠다. 기본적으론 무기를 휘두르는 방향과 거리, 타이밍을 조절해 가며 공방을 벌이는 게임이었다. 공격 한 방 한 방이 묵직하고 일단 동작이 발생하면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줄어드는, 그야말로 위에서 예로 든 게임들의 액션을 살짝 비틀어 발전시킨 느낌이었다.

워헤이븐은 다르다. 묵직한 공성전 게임의 전투 보다는, 마영전 PvP를 분대 단위로 몰려다니는 RvR로 바꾼 느낌이다. 이동은 경쾌해졌고, 캐릭터의 움직임 범위도 커졌고, 스킬도 화려해지고 많아졌다. 공격 방향 결정법도 마우스가 아닌 컨트롤 키를 누르는 것으로 바뀌었고, 사실 일반 상황에선 공격 방향을 바꿀 필요성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의 방어를 무시하고 대미지를 입히거나 점프하며 공격하는 등의 유틸성 스킬도 캐릭터 당 많게는 3개 정도씩 보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공중 콤보까지도 가능하다.

공격도 휙휙 나가는 것이, 묵직한 검을 애써 휘두르는 느낌은 더 이상 나지 않으며 전투 도중에도 이동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설정적으로는 판타지스러움이 배가된 느낌이고, 시스템적으로는 좀 더 대중성 있는 액션게임 요소를 차용했다. 비유하자면 액션이 가벼워졌다고 표현할 수 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액션 변화와 함께 속도감, 즉 템포도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히 빨라졌다. 앞에서 말한 마영전 급은 아니지만, 기본 공격이나 이동 속도, 반응성이 웬만한 액션 RPG 수준으로 높아졌다. HP의 일반 유닛이 무거운 갑옷과 투구를 쓰고 거대한 검을 휘두르느라 끙끙댔던 중세 기사 느낌이었다면, 워헤이븐의 일반 유닛은 그 자체로 준용사급이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채로 매우 빠르게 돌진을 하고, 높은 점프를 하고, 전투 중에도 살짝 달려가다시피 움직인다. 제자리에서 찔끔대며 싸웠던 HP 시절에 비하면, 워헤이븐의 전투는 닌자급이다.

이 템포 변화와 가벼워진 액션이 조합되니, 전투 양상도 매우 많이 변했다. HP 시절 전투가 적의 공격 방향이나 타이밍을 일일히 보고 자신의 스테미너와 체력 등을 관리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그런 거 없이 좋은 위치를 빨리 선점하고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며 흡사 가위 바위 보 형태의 스킬을 어떤 타이밍에 적절히 사용하고 쿨타임을 관리하는지가 핵심이다. 공격과 방어, 방향, 회피, 여기서 나오는 프레임 이득을 통한 공방은 거의 없다. 대신 액션RPG의 PvP처럼 기술이나 공격/반격 타이밍을 언제로 잡고 몰아치는지, 역할 별로 얼마나 충실하는지가 핵심이다. 분대 별 전술 특성 등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색채를 강화한다.

상당히 산발적이고 가볍고 빨라진 전투, 묵직한 중세 특유의 전투 느낌보다는 영웅들의 싸움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상당히 산발적이고 가볍고 빨라진 전투, 묵직한 중세 특유의 전투 느낌보다는 영웅들의 싸움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HP 시절보다 캐릭터 한 명의 생존시간이 극히 짧아졌다. 이전 테스트 당시 자세한 체력이나 대미지를 기억하지 못해 확신은 어렵지만, 이번엔 빠른 공격 두세 방이면 죽거나 빈사 상태가 되는데다 피격 속도도 빨라 굉장히 빨리 죽는다. 심지어 힐러 클래스는 공격 한 방에 즉사하기도 한다. 이처럼 체력 바를 관리할 틈도 없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힐러의 역할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며, 혼전 와중에 스킬까지 더해지면 초보자 입장에선 정신이 없어질 만한 부분도 많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HP 시절 핵심 포인트였던 킬스트릭 보상 변신도 더 자주 할 수 있게 됐다. 변신한 영웅 캐릭터들의 막강함은 여전하지만, 일반 캐릭터들의 공격성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예전처럼 양떼 속 늑대 같은 풍경은 쉽게 볼 수 없게 바꼈다. 물론 실력이나 상황에 따라 잘만 쓰면 단번에 5~10킬까지도 할 수 있긴 하지만, HP 시절 가장 큰 단점이었던 일반 캐릭터와 변신 캐릭터의 능력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이제 적어도 변신 캐릭터만 쳐다보고 플레이 하느라 재미없고 약한 일반 캐릭터들을 억지로 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해소한 과제, 새로운 과제

워헤이븐은 확실히 HP 시절 지적 받았던 과제들을 상당수 해소했다.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템포를 높이고, 변신 영웅에 비해 재미없다 평가되던 일반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대중적인 취향에 맞춰 액션성을 가볍게 다듬었다. 그런데, 이렇게 변한 워헤이븐이 과연 공성전의 대중성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가 없다. 게임성 변화에 따라 새로운 과제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떼거지로 몰려 싸우는 공성전보다는 소대 단위 작전의 결합처럼 느껴지게끔 하는 작전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떼거지로 몰려 싸우는 공성전보다는 소대 단위 작전의 결합처럼 느껴지게끔 하는 작전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첫 번째는 높아진 진입장벽이다. 일반 캐릭터들에게 스킬이 늘어나고 할 수 있는 행동이 많아진 것은 분명 반갑지만, 안 그래도 타 공성전 게임 대비 많은(영웅 캐릭터 포함 10종) 캐릭터의 플레이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꽤 부담스럽다. 예를 들어 시벌리 2의 경우 클래스는 워헤이븐보다 많은 12종이지만, 조작 시스템은 궁수를 제외하면 거의 동일하다. 기본 공격과 방어, 특수 공격과 페인트, 약간의 특수 공격과 스킬만 알고 가면 나머지는 무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뿐 기본은 바뀌지 않는다. 

조작법만 익힌다고 끝이 아니다. 공격과 스킬, 공방 팁과 사용 요령을 손에 익혀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대응 요령까지도 터득해야 한다. 과거 게임들에서는 이런 진입장벽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하루에만 수십 종의 신작이 쏟아지는 스팀에서 버티려면 상당한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손을 더 타게 바뀐 게임성이다. HP시절엔 적의 클래스와 특성을 보고,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가며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묵직한 액션이 이어졌는데, 적어도 희소성 측면에선 점수를 받기 충분했다. 반면, 워헤이븐의 전투는 전반적인 속도가 빨라지면서 액션이 다소 복잡해졌고, 그 와중에 컨트롤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대중성을 염두에 둔 변화이기는 하겠지만, HP 시절 '한국 게임도 이런 시도를 하는구나'라는 걱정 어린 감탄은 이제 더이상 나오지 않을 듯하다.

세 번째는 심리적 깊이 측면이다. 캐릭터가 10명쯤 되고 스킬도 많다 보니 전투가 다채롭긴 한데, 클래스 선택 후엔 무기 선택이나 변경의 자유가 없고 공격 속도나 리치, 대미지, 공격 방식 등도 거의 조절이 불가능하다. 공방에 있어 심리적 깊이가 줄어들고 빨리 공격하고 빨리 죽고 새 클래스로 시작하는 게임이 됐다. 이러한 방식이 깊이가 부족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추구하는 깊이의 방향성이 다를 뿐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워헤이븐도 특성 시스템을 통한 개별적인 강화를 지원한다. 특정 능력치를 강화하거나 딜레이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등이다. 다만 특성의 경우 상대편이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체감이 되지 않기에 묵직한 심리전보다는 AOS나 액션 장르 같은 컨트롤 위주 게임에 더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모든 변경점을 고려해 보면 워헤이븐이 추구하는 게임성이 확실히 기존 공성전과 궤를 둠을 확인할 수 있다.

고정된 클래스와 무기 사이에서 특성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강화하는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고정된 클래스와 무기 사이에서 특성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강화하는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무튼, 공방이 상당히 스피디하고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팀킬 요소도 없다 보니 일단 적을 만나면 막공격이나 현란하게 움직이며 공격을 퍼붓는 편이 더 큰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자주 있다. 킬이나 도움을 많이 올리고 빨리 죽는 것이 포인트 모으는 데 더 탁월하다 보니, 진중한 플레이보다는 돌격 플레이가 더 선호되는 느낌이다. 이것은 분명한 호불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선회한 기획, 대중성 잡을 수 있을까?

기존 공성전 게임들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HP 시절과, 액션 요소를 강화한 워헤이븐은 서로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방향을 바꾸면서 과거 지적됐던 '느린 템포로 인한 대중성 부족'이나 '변신 캐릭터만 바라보다 보니 일반 캐릭터가 재미없어짐' 같은 요소들은 확실히 해소가 됐다. 그러나 HP에서 느껴지던 매력적인 요소들까지 같이 해소된 것은 마냥 아쉽다.

거기에, 새로운 과제들이 함께 등장했다. 본격 공성전 게임이 아니라 공성 콘셉트의 가벼운 액션 RPG PvP 느낌으로 선회한 것은 과연 대중성 면에서 정답일 것인가? 높아진 진입장벽과 손을 더 타게 된 게임성이 과연 신규 유저들을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 이번 테스트의 1번 목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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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헤이븐 미정
플랫폼
온라인
장르
액션
제작사
넥슨
게임소개
HP는 이은석 디렉터가 총괄하는 PC 액션 신작으로, 현대적인 시각 요소가 가미된 중세 판타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백병전이 중심을 이룬다. 병사들은 전장에서 죽으면 돌이 되어 사라지지만 큰 공을 세운 자는 강력한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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