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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그린 그림 저작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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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1위를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이 그림은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꿔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올해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깜짝 놀랄 수상결과가 발표됐다. AI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작품이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제목은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며, 테이블 게임 기획자로 근무 중인 제이슨 알렌(Jason Allen)이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미드저니는 지시어를 입력하면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제이슨 알렌은 ‘80시간을 들여 창의적인 방법으로 지시어를 입력해서 만들었기에 카메라나 디자인 소프트웨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내가 창작한 그림이다’라고 주장했다.

외국 예시를 들지 않아도 AI 프로그램으로 완성한 그림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한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흐름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서 주관해 11월 1일에 열린 콘텐츠분쟁조정 포럼 기조연설도 앞서 이야기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과 같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콘텐츠에 관련된 법적 쟁점을 살펴보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콘텐츠산업에서 AI 콘텐츠 제작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는 부분을 포럼에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조연설을 맡은 서울대학교 정상조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향후 AI가 독자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단계도 오리라 내다봤다. 일단 데이터적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1만 5,000건에 달하는 초상화를 학습해 경매에서 5억 원에 낙찰된 추상화를 그린 AI 화가, 3,000만 건에 달하는 기보를 학습한 알파고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아울러 인공지능은 불가능하리라 생각됐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단계에도 접어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획득한 로봇 시민 소피아는 60종에 달하는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정상조 교수는 소피아를 예로 들며 “저작권 전문가, 예술계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사상과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수 천 가지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정, 말,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억 원에 낙찰된 에드몽 디 벨라미, 이 그림 역시 AI가 그렸고 화가 서명에 인공지능 대표 알고리즘이 써 있다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 3,000만 건에 달하는 기보를 학습하고 이세돌과 대국해서 승리한 알파고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 60종에 달하는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첫 로봇 시민 '소피아'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 언젠가는 AI 혹은 로봇 화가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사진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스크린샷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AI가 만든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관련된 이들을 짚어봐야 한다. 우선 AI와 알고리즘을 설계한 프로그래머가 있고, 완성된 AI에 데이터를 넣어서 훈련시키는 트레이너가 존재한다. 이렇게 학습을 마친 AI로 그림을 제작하는 이용자도 창작자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작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즉,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여럿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셈이다. 정상조 교수는 이러한 부분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결론적으로 프로그래머, 트레이너, 이용자까지 순차적인 노력에 의해서 창작되는 것이기에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배우, 카메라 감독 등이 공동으로 창작하는 영화와 비슷하다. 따라서 영화 저작물처럼 저작권법 개정 과정에서 인공지능 콘텐츠에 대한 특칙(특수한 사정에 적용되는 규칙)을 두고, 종속기간을 단축하는 규정도 들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 인공지능 제작 콘텐츠는 영화처럼 여러 주체가 공동으로 작업한다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와 함께 중요한 부분이 인공지능이 콘텐츠를 만들며 활용하는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이다. 앞서 예시로 든 5억 원짜리 초상화를 그린 AI 화가는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만 학습해서 그림을 완성했다. 현재 기준으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접근방식이라 볼 수 있다. 정상조 교수는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을 예로 들면 인공지능은 사람과 달리 책 전체를 스캔해서 저장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등 데이터에 대한 권리침해 여부가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데이터 크롤링에 관련된 법적분쟁이 다수 발생했다. 잡코리아가 사람인을 상대로 낸 데이터 무단복제 및 이용 문제, 야놀자가 여기어때를 상대로 난 데이터베이스 권리침해금지 소송 등이 있다. 이 중 야놀자와 여기어때 분쟁에 대해 정상조 교수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대법원에서는 숙박정보 데이터는 저작물이 아니고, 데이터베이스 권리침해에 대해서도 이 사건에서는 무단복제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 야놀자와 여기어때 간 데이터베이스 권리침해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례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처럼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이 늘어나자 관련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아두는 ‘데이터 댐’이 생겼다. 작년에 예산 1,160억 원이 투입된 공공데이터 개방 사업, 3,474억 원이 투입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 등이 있다. 그런데 그 이후에 각기 다른 법률에 ‘데이터자산 보호’에 관련된 내용이 연이어 등장했다. 데이터 기본법부터 시작해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 개정안,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이 시행됐거나 발의됐다. 법률은 모두 다르지만 골자는 데이터와 기업의 권익보호,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압축된다.

이에 대해 정상조 교수는 너무 과도한 입법은 법으로 보호하는 범위를 되려 판단하기 어렵게 하고, 데이터 활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데이터 활용 권리보호에 관련해 5개 부처에서 5개 법률을 내는 것은 어떠한 나라에도 있을 수 없는 중복보호, 중복규제다”라며 “인공지능 콘텐츠 생산과 활용에 있어서 권리보호와 이용 활성화 간의 바람직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과제다”라고 밝혔다.

▲ 과도하게 많은 법률은 보호할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게 하고, 데이터 활용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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