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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조 빅딜에 적색경보,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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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발표 당시 공개한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Xbox 공식 블로그)

작년 게임계 최대 이슈로 손꼽힌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주요 국가인 영국에서 두 회사의 인수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미국 역시 소송에 돌입하며 거래가 불발될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두 회사는 올해 7월 18일까지 인수 절차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으나, 영국 경쟁당국 결정에 대한 항소 등을 고려하면 지연될 수 있다. 아울러 영국 당국의 결정은 아직 승인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MS와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인수 현황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거래가 시작된 순간부터 각국 주요 경쟁당국의 심사 상황, 만약 인수가 불발될 경우 이후 절차 및 전망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게임패스 경쟁력 강화해 게임업계 3위 노린다

우선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밝힌 시점은 작년 1월 18일이다. 인수 규모는 687억 달러, 현재 기준으로 한화 92조 1,404억 원이다. 이는 동서고금 게임업계 사상 가장 규모가 큰 인수이며, 테크 분야로 범위를 넓혀봐도 2017년에 670억 달러 규모로 성사된 델의 EMC 인수보다 크다.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소니, 텐센트에 이어 게임업계 3위로 올라서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 기준) 발표된 MS 분기실적(2023년 1월~3월)에 따르면 Xbox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는데, Xbox 하드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0% 하락한 반면 게임패스를 포함한 콘텐츠 및 서비스 매출은 3% 증가했다. 즉, 액티비전블리자드 주요 타이틀을 게임패스에 입점시킨다면 실적이 더욱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콜 오브 듀티의 액티비전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을 보유한 블리자드와 함께 MS가 주목하는 부분은 캔디 크러시 사가로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을 꽉 잡은 킹이다. 실제로 26일(현지 기준)발표된 액티비전블리자드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23억 8,000만 달러 중 킹의 매출이 7억 3,900만 달러로, 액티비전(5억 8,000만 달러), 블리자드(4억 3,500만 달러)보다 높다.

▲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는 게임패스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사진출처: Xbox 공식 블로그)

각국 경쟁당국이 인수를 면밀히 검토하는 이유는?

당초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완료 시점을 2023년 6월 30일로 잡았고, 인수 승인을 위해 각국 경쟁당국에 M&A에 대한 심사를 신청했다. 주요 국가는 앞서 이야기한 영국, 미국을 포함해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16개국이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심사 중이다.

경쟁당국이 주요 기업결합을 신중히 들여다보는 이유는 인수로 인해 독점이 발생하고, 이 부분이 소비자에 피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건으로 좁혀 보면 MS가 콜 오브 듀티와 같은 주요 타이틀을 게임패스에 독점적으로 입점하고, 게임패스 가격을 과하게 높일 경우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액티비전블리자드 주요 타이틀을 자사 하드웨어에만 출시하며 게임 기기 선택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우려도 고려해볼 수 있다.

▲ 기업결합심사는 각국 경쟁당국의 주요 업무이기도 하다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제도 가이드북)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 강화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미국에 중심을 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에 MS에 과하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M&A에 대해 각국 경쟁당국에서 자국 시장경쟁 균형을 무너뜨릴만한 요소가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한국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12월에 국제기업결합과를 신설하며, 디지털경제 가속화 등에 따라 고도의 경제분석 및 법률검토가 요구되는 플랫폼∙빅태크 M&A가 증가하며 심사 난이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힌 바 있다.

인수하는 기업과 피인수기업에 초점을 맞추면 인력운용 부분도 면밀히 짚어봐야 한다. 인수 후 구조조정으로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국 경쟁당국은 다른 국가 기관과 정보를 교환하고, 사업에 관련된 업체 등 제삼자의 의견도 수렴한다. 실제로 MS 인수를 승인한 일본 경쟁당국은 한국, 미국, 영국, 유럽연합, 호주 기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심사했고, MS 인수에 대해 소니에서 콜 오브 듀티 독점 우려를 강하게 어필하며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인수가 승인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은?

현재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가 승인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칠레, 세르비아, 일본, 남아프리카다. 이중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지난 3월 두 기업의 인수를 승인하며 “이 거래가 특정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고 검토를 완료할 것이라 당사자에게 통지했다”라고 밝혔다. 일본 경쟁당국은 두 회사의 게임 사업과 회사 간 관계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한 결과 특이사항이 없고,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한다고 볼 수 없기에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 결과 (자료출처: JFTC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또 다른 주요 국가인 미국과 영국에서 제동이 걸리며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먼저 결정적인 행보를 보인 쪽은 미국이다.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작년 12월 8일(현지 기준)에 자체 행정법원에 MS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FTC 측은 베데스다 인수 후 스타필드를 Xbox와 PC 독점작으로 가져간 것을 예로 들며, 이번 인수가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 미국 FTC의 MS·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저지 입장 발표 자료 (자료출처: FTC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이번에는 영국 경쟁당국인, 경쟁시장청(CMA)에서 26일(현지 기준) 인수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콜 오브 듀티 독점으로 대표되는 콘솔시장 경쟁 악화가 아니다. 초점을 맞춘 부분은 MS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CMA는 MS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6~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액티비전블리자드 주요 게임에 대한 통제권을 지니면 2026년까지 글로벌적으로 110억 파운드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을 악화시킬 것이라 판단했다.

▲ 영국 CMA의 MS·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불허 결정 발표 (자료출처: CMA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작년 11월에 콜 오브 듀티 등 주요 타이틀을 특정 플랫폼에 제공하지 않을 우려, 게임 구독 및 클라우드 시장 경쟁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으며, 당초 밝힌 기한을 넘겨 오는 5월 22일(현지 기준)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 밝혔다.

아직 명확한 입장 표명은 없으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주요 국가 중 하나는 중국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초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경쟁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미국 기업에 관련된 M&A 다수에 대한 심사를 늦추고 있으며, 신청을 넣은 미국 기업에 중국 내 기업에 이득이 될만한 조건을 제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부분이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정 국가 경쟁당국에서 인수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역에서 인수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만약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금지조치'를 결정할 경우 기업결합 전체를 중지하고, 이미 진행된 기업결합을 원상복구해야 한다.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의 경우 미국 FTC, 영국 CMA, 유럽위원회 세 곳이 거래를 차단하거나 별도 조건을 부과할 권한을 가지고 있어 중요 기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한다면 그 결정이 타 국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인수 자체가 불발될 수도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시도에 대해 미국 FTC, 영국 CMA가 반대표를 던지자 해당 거래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MS의 대응 현황과 이후 전망은?

현재 MS는 미국과 영국 경쟁당국 결정에 대응하고 있다. 우선 미국 FTC에 대해서는 작년 22일에 콘솔 업체 3위 기업이 경쟁적인 시장을 흔들 수는 없다며 반박성명을 냈다. 아울러 소송을 준비 중이며, 첫 청문회는 오는 8월 2일(현지 기준)에 열리며, 기간 내에 양측 합의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첫 청문회가 8월인 만큼 MS가 당초 마감기한으로 잡았던 7월 18일에는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 아울러 당사자들이 판결에 불복할 경우 항소 및 상고로 넘어가며 소송이 길어질 수 있다.

영국 CMA의 인수 불허에 대해서도 발표 당일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MS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은 26일 공식 성명을 통해 “CMA의 결정은 경쟁악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거부했고, 영국에 대한 기술혁신과 투자를 저해한다. 액티비전블리자드 인기 타이틀을 1억 5,000만 대가 넘는 기기에 제공하는 계약을 이미 체결했으며, 이러한 계약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번 결정이 시장과 클라우드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 MS는 올해 2월에 닌텐도에 콜 오브 듀티를 포함한 Xbox 게임에 대한 10년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자료출처: MS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 트위터)

아울러 MS는 그간 닌텐도,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와 콜 오브 듀티를 포함한 Xbox 게임에 대한 10년 제공 계약을 체결했고, 소니와도 언제나 계약할 의사가 있음을 표하며 수 이후에도 타이틀을 독점할 의향이 없음을 강하게 어필해온 바 있다.  아울러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부스터로이드, 유비터스 등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 다수와도 인수가 성사된다면 액티비전블리자드 게임을 포함한 Xbox 타이틀을 10년 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만약 당초 예정한 7월 18일까지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MS와 액티비전블리자드는 M&A 계약 연장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아울러 상황이 악화되며 인수 자체가 불발될 경우,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 측에 계약 해지 수수료로 3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액티비전 입장에서 인수 불발은 큰 악재이며, 실제로 영국 측의 인수 불허가 발표된 26일(현지 기준) 액티비전블리자드 주가는 11.45% 급락했다. 여기에 인수를 전제로 타 업체와 맺었던 계약 및 두 회사가 세워둔 향후 사업 계획 역시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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