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미소녀 게임] 렌게: 4화 과거편 1부

/ 1

코스케: 이것 봐…리이. 역시 그만두자.

리이: 코스케는 겁도 많아.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아유카와) 코스케의 집에 불현듯 놀러와 동네 수영장에 가자고 말하는 리이. 그녀의 행동은 항상 예측불허라서 코스케가 '싫어'라는 말을 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그냥 집에 돌아갈까 하던 차에 리이의 행동은 역시 예측불허. 밤에 몰래 미즈자와 학원으로 가자고 한 것이다. 몰래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자기들은 그 학교 학생들도 아닌데 그런 대담한(?) 생각을 하는 건 역시 리이답다.

리이: 밤이라 아무도 안와. 나 혼자서 수영할 테니까 무서우면 코스케는 혼자 돌아가지?

그렇게 말해도 코스케는 절대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리이. 코스케는 그저 수영장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 혹시 누가 오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었다. 리이가 멋진 자세로 수영장을 왕복하는 것을 보고 있던 코스케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여름방학 때가 아니면 수영연습을 하지 못할 거라는 리이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물 속에 들어가는 코스케. 하지만 이 학교 수영장은 깊어서 발이 닿지 않는다. 금새 꼬르륵~ 하며 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뒤에서 리이가 붙잡아주며 충고를 해주지만, 말을 해서 알아들을 것 같으면 누구나 수영을 잘 하겠지…

리이: 코스케는 물에 저항하려고 하니까 수영을 못하는 거야.

코스케: 아 그러니까 너무 캄캄해서…

코스케는 리이와 헤어진 뒤 그녀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동네 수영장에서일 것이다.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을 구해줬던 것이 계기일 거이다. 그때부터 계속 리이가 코스케의 집에 놀러오곤 했다. 집에 돌아오니 아직 부모님 모두 돌아오지 않으셨다.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사먹고 더운 방바닥에 누워 있으려니 아무리 더워도 수영으로 인한 피로는 어쩔 수 없는 것. 바로 잠이 들어버리는 코스케.

처음으로 미즈사와 학원 수영장에 잠입한 지 이것으로 나흘 째. 코스케도 점점 대담해져 오늘도 리이와 함께 열심히 풀에 뛰어들고 있었다. 코스케의 수영강사 노릇을 하고 있는 리이의 열성으로 뭔가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리이: 잘 한다, 잘 해! 좋아, 코스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궁금해진 코스케가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몸이 20미터 선을 넘었던 것이다. 조금씩 팔을 휘두르는 코스케. 드디어 벽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 25미터를 완주한 것이다.

리이: 겨우 4일 동안 이렇게 잘 하다니. 역시 남자애들은 대단하구나~.

물 속에서 기어나온 코스케에게 리이가 오른손을 뻗어 가슴에 대었다.

리이: 아직 근육도 없는데.

리이는 가슴에 손을 댄채 그대로 몸을 가까이 했고, 둘 사이의 거리는 10cm도 되지 않았다. 코스케의 눈에는 리이의 긴 머리칼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리이는 수영 코치로써 코스케가 25미터를 완주한데 대한 상을 내려주겠다고 말한 뒤, 코스케의 오른손을 잡고 그대로 잡아당겨 자기 가슴에 코스케의 손을 살짝 얹어놓았다.

물에 젖은 수영복의 감촉과 리이의 가슴의 부드러움이 뒤섞여 코스케의 손에 전해졌다. 리이는 손을 움직여도 된다고 말한다. 조금만 더 진행하면 다음 날로 공략을 스킵해야 하는 순간, 찬 바람이 슁~.

리이: 어때… 코스케?

코스케:

리이: 어때?

코스케: 에… 어째서… 이런 일을…

리이: 기쁘지… 않아?

코스케: 저기… 잘 모르겠어…

리이: (쾅!!) … 뭐야? 그게… 아아 됐어~ 코스케는 잘 모르나보구나. 오늘은 이걸로 끝~~

리이가 왜 화를 낸 건지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코스케(바보냐…). 아직 리이의 감촉이 남아있는 손을 만지작 거리며 아까 있었던 일을 계속 떠올린다.

친구들이 강가에 가서 놀자며 계속 꼬시지만, 별로 갈 생각이 없는 코스케. 어제도 간다고 해놓고 나가지 않았던 탓에 친구들도 필사적이다. 오늘도 안나오면 친구 사이는 끝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코스케는 오늘도 가고 싶지 않았다. 집을 비웠을 때 리이가 오게 되면 큰일이니까. 그래도 친구들과 절교당하는 것은 싫었던지 어쩔 수 없이 대문에 종이로 '강에 나가있다 올게요'라고 써놓고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저녁 때가 되어 집에 돌아오니, 대문의 종이는 그대로 남겨져 있다.

마루에서 숙제를 펼쳐놓고 리이가 오는 것이 잘 보이도록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코스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밖에 인기척은 없다. 그날로부터 3일. 서서히 불안감이 드는 코스케.

오늘도 코스케는 마당에서 리이를 기다리면서 앉아있다. 오늘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재는 무엇으로 할까 망설이다가, 마당에 피어있는 나팔꽃에 눈이 간다. 좋아, 나팔꽃을 그리는 거야. 처음에는 잘 되나 싶더니 금새 그림이 이상해진다.

리이: 그거, 나팔꽃이야?

코스케: 엇?

리이는 멍하니 자기 얼굴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코스케에게 핀잔을 준다. 리이가 코스케의 옆에 앉자 긴 머리에서 나는 향기가 코를 찌른다.

리이: 숙제하고 있었구나?

코스케: 으, 응. 여기라면… 금방 알 수 있으니까…

리이: 뭘?

코스케: 리이가… 오는 거 말야.

리이: 날 기다려줬어? 그랬구나?

리이: 숙제, 계속 해.

코스케: 응? 오늘은 수영 안하고?

리이: 오는 도중에 수영장을 봤더니 사람이 엄청 많더라. 그런 데서 수영하는 건 싫어.

코스케: 학교는?

리이: 왠일인지 공사중.

코스케: 그렇구나…

리이: 그래서 오늘은 여기에 있을래.

리이의 마지막 말이 코스케는 뛸듯이 기쁘다. 기뻐하면서 열심히 붓으로 색칠을 하고 있자니, 리이가 장난기가 동하는지 갑자기 붓을 뺏어 파란 물감을 묻히더니 스케치북 여백에 푹 찍는다. 코스케는 잠시 당황하더니 역시 리이의 장난에 호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번갈아가며 다양한 칼라로 종이 위에 수놓게 되었다.

그러다가 실수로 빨간 물감이 리이의 손톱에 묻자 얼른 미안해 하는 코스케지만, 리이는 괜찮다며 아에 매니큐어를 칠하듯이 손가락에 칠해보라고 한다.

코스케: 진짜 칠해도 괜찮겠어?

리이: 응! 빨리.

리이의 재촉에 10개 손가락에 모두 물감을 발랐다. 너무 예쁘다며 좋아하는 리이. 손가락에 칠하는 도중에 왜 그 동안 오지 않았냐며 물어보는 코스케.

역앞까지 리이를 바래다준 코스케는 이대로 리이의 집에도 놀러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리이가 허락할 것 같지 않았다.

코스케: 내일도… 와줄래?

리이: 코스케는 그러기를 바래?

코스케: 응.

리이: 우후후~ 자, 그럼 잘자!

바람처럼 사라진 리이. 그날 밤, 코스케는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온몸이 아주 뜨겁고, 눈만 감으면 리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잠을 못자도 괜찮았다. 리이와 보낸 시간만 기억해낼 수 있다면.

다음 페이지에서 계속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플랫폼
PC
장르
비주얼노벨
제작사
게임소개
렌게는 제목에서 보듯 한여름에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게임이다. 게임 진행방식은 전형적인 일본 어드벤처 게임으로, 렌게만의 독특한 점이라고 한다면 전부 4편의 스토리가 옴니버스식으로 이루어졌다는점. 각 편의... 자세히
게임잡지
2005년 3월호
2005년 2월호
2004년 12월호
2004년 11월호
2004년 10월호
게임일정
2025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