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공학도에서 CEO까지! NC 김택진 대표의 성공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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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문혜정 기자

지난 21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라는 주제로 3시간에 걸친 강연을 가졌다. 김 대표는 공학도로서 자신이 걸어온 길과 세계에서 인정받는 게임사가 되기까지의 역경과 에피소드, 게임산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들려주었다.

(이하는 지난 21일 김택진 대표가 강연한 내용과 서울대 학생 및 교수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재구성한 것이다)

 프로그래밍 책에 감동의 눈물 흘리던 공학도 김택진

 

학교에 있었을 때는 졸업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서 강연을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군요.

오늘 서울대학교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코 끝이 시큰했습니다. 대운동장에서 처음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던 20살의 기억과 온 대학가를 휩쓸던 최루탄 냄새가 제 기억 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반도체 전공자였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 빠져 살았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반드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죠.

대학생이었던 저는 다른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짤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습니다. 프로그래밍 책을 보다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린 적도 있을 정도니까 말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컴퓨터 동아리에서 ‘아래아한글’을 처음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아래아한글은 단순히 대학생들이 레포트를 낼 때 한글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우연찮게 우리가 주간조선의 표지모델로 선정되었고, 그때부터 저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 아래아 한글은 김택진 대표를 비롯해 이찬진(전 한글과 컴퓨터, 현 드림위즈 사장), 김형집(전 엔씨소프트 부사장), 우원식(현 엔씨소프트 상무) 등이 참여했다.

졸업 후 현대전자의 미국 보스턴 R&D 센터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인터넷과 벤처의 움직임은 저에게 또 한번의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그때는 벤처를 설립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한국의 인터넷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당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웹 게시판에 처음으로 덧글 시스템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었죠. 90년대 중반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습니다(당시 김택진 대표는 국내 최초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아미넷(신비로) 개발팀장으로 일했다).

 

 리니지 완성도 되기 전 돈은 바닥나고

시간이 흘러 1997년 드디어 엔씨소프트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설립목적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인터넷을 달리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인터넷을 정보망으로써 이용할 때, 우리는 여러 사람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해주고자 했습니다. 두번째로 전세계에 제대로 수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아래아한글도 성공한 소프트웨어이긴 하지만, 교포사회에서나 사용할 뿐 진정한 글로벌 상품은 아니었죠. 세번째로 저에게 있어서 가장 짜릿한 것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소프트웨어 중 가장 창의력이 요구되는 일, 게임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 초창기 리니지의 모습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리지니’는 게임과 커뮤니케이션을 동시에 이뤄내고 싶다는 저의 10년의 꿈을 결집된 작품이었습니다. 상업적인 성공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죠. 해보고 싶다는 신념만으로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리니지’를 개발할 당시 목표한 대로 완성도 되기 전에 돈이 바닥나버렸습니다.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한다는 생각에 집을 팔고 이사를 했습니다. 3~4달 살아갈 돈만 남은 상태였죠. 집에 들어가서 깜깜한 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잘못해서 철창 신세를 지더라도 부모님이 잘 키워주시겠지,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97년만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게임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죠. 그 속에서 ‘리니지’는 ‘스타크래프트’의 대중적인 인기와 PC방의 확산을 바탕으로 공개 첫 달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기당한 유저, 날 붙잡고 호소했지만

비가 내리면 빗물이 새서 서버가 내려갈까 한방 중에 회사로 달려갔던 어느 날, 회사 앞에 사기를 당했다며 한 유저가 절 붙잡고 호소를 하더군요. 그때는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개발할 당시만 해도 게임 내에서 아이템 거래와 같은 경제 시스템이 발생할지는 전혀 생각지도, 연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죠.

지금은 ‘리니지’에서 발생되는 아이템 거래가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가치’에 대해 회사가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문화와 경제가 형성되듯,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닌 현금거래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온 힘을 다해 막고 있습니다. 그들로 인해 게임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게임의 중독성, 선정성, 폭력성을 문제 삼습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게 뭔 줄 아십니까? 바로 ‘도박성’입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스톱 게임을 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도박에 대한 경각심이 없습니다. 사회가 도박판이 되고 있는데도 말이죠.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게임도 잘 살펴보십시오. 귀여운 캐릭터 뒤에 돈 넣고 독 먹는 도박성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리니지 보다 더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게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우리의 자만심에서 비롯된 실패

‘리니지’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2000년 처음 대만에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만에서의 열기가 너무 폭발적이어서 ‘리니지’ 때문에 대만 국가 전상망이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2~3번 마비된 일이 있을 정도였죠. 그렇게 우리는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 ‘리니지’를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맛봤지만, 중국시장만은 참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 실패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인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중국에서는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들이 시장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리니지’가 정말 우수한 게임이라는 생각했고, 당연히 잘될 줄 알았던 거죠.

중국의 실패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단순히 제품의 질이 조금 잘나서는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그 나라의 ‘문화’로 정착해 들어가야지만 빛을 볼 수 있습니다.

 

 무섭도록 진지한 중국의 개발자들

 

엔씨소프트는 게임소프트의 해외수출 이외에도 능력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미국 개발사를 계속해서 인수해나갔습니다. 지금 전세계 엔씨소프트 직원 중 외국인의 비율은 50%입니다.

재밌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각 나라별로 자식들을 교육시킬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은 “남에게 피해주지 말아라”, 중국은 “돈을 벌어라”, 한국은 “이겨라”입니다. 미국은 뭘까요? 바로 “새로운 것을 하라”입니다.

엔씨소프트가 미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름아닌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였기 때문입니다.

각국의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차이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아주 원형에 충실한 나라입니다.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 출발합니다.

그래서 미국 개발자들은 한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그것을 위한 시스템부터 먼저 구성하려고 합니다. 반면 한국 개발자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재빠르게 실행에 옮깁니다. 아주 스피드하죠. 물론 둘 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 엔씨소프트는 유럽에서 대성공을 거둔 길드워로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로 인정받았다

중국은 참 무서운 나라입니다. 남들은 표절국이라 욕하지만 그들은 아주 진지합니다. 지금 중국을 이끄는 힘도 그 진지함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중국 게임사업을 한번 키워보자고 생각하자, 정부 관리들까지 아주 진지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 게임사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것이 중국 게임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 개발자들 또한 배우려는 열정이 대단합니다. 그들을 보자 80년대 서울에 올라온 한국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들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무섭게 기술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창조는 과거의 위대한 아이디어에 대한 재해석

대작 게임을 하나 개발하기 위해서는 3~4년의 개발기간과 몇 백억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입니다.

여러분은 ‘창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탄생할 수 없습니다. 창조는 과거의 위대한 아이디어에 관한 자신의 재해석입니다. 해석 없이 그대로 갖다 붙이면 ‘모방’이지만 자신만의 해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창조’입니다. “너는 어떻게 해석하느냐” 질문하는 팀만이 감성과 기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성공은 허상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초창기 이름을 날리며 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왔다 갔다 합니다. 인생에서는 확실한 성공도 실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도 성공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기 보다 배우고 싶은 열망을 가진 학생으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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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아이온'은 천족과 마족, 그리고 두 종족을 위협하는 용족간 극한 대릭을 그린 RVR 중심 MMORPG다. 동서양 신화 및 설화를 바탕으로 개발된 1,500여개 이상의 퀘스트와 5,000장 이상의 원화 작업 및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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