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종군기자 잼아줌마의 아이온 전쟁 잔혹사 2편

/ 2

글: 게임메카 잼아줌마

시즌 내내 마족에게 당하기만 하던 천족의 통쾌한 복수로 마무리 된 ‘아이온’ 시즌2. 그렇게 시즌2는 2008년 4월 27일 종료되었다. 시즌 2 기간 내내 피로 피를 씻는 전투를 반복하던 천족과 마족의 전쟁은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아이온’의 전장에는 약 2개월 동안 비명소리와 고함소리 대신 을씨년스런 침묵만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아이온’ 시즌3이 2개월만인 7월 1일 그 막을 올린 것이다. 시즌2의 ‘굴욕’을 갚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마족, 그리고 머릿수만큼은 자신 있는 천족 들의 싸움은 바야흐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이온’ 시즌3에 부는 피바람

본격적으로 아이온 ‘시즌3’이 개막되기 전, ‘아이온’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시즌3에서 벌어질 제2차 전쟁의 서곡이었다. 바로 천족이 사는 ‘천계’와 마족이 사는 ‘마계’의 중간 세계 격인 ‘어비스’의 업데이트 예고.

▲ `아이온` 시즌3에 추가된 어비스 지역의 위용

‘와우’의 분쟁지역과 유사한 ‘어비스’지역은 일정 조건만 갖추면 종족에 관계 없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2와는 달리 전쟁 한 번 하려고 필드 어딘가에 있을 ‘시공의 균열’을 애타게 찾아 헤매고 다닐 필요 없이, 일정 레벨만 달성하면 간단한 퀘스트 후 ‘어비스’를 통해 원할 때마다 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어비스’ 지역에는 기존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력한 몬스터들과 거점인 ‘요새’ 그리고 ‘아티팩트’ 의 투입으로 ‘아이온’의 판도를 가를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7월 1일, 시즌 3의 개막과 함께 이제 ‘어비스’를 무대로 한 새로운 전쟁이 벌어진다.

  모르헤임을 기억하라!

마족은 시즌2 ‘모르헤임 대학살’을 결코 잊지 않았다. 하긴 어떻게 잊으랴? 시즌2 내내 마족의 밥이나 다름없었던 천족이 머릿수 하나만을 믿고 밀고 들어와 마족의 본진까지 쓸어버린 굴욕을. 당시 마족은 ‘모르헤임 대학살’의 보복으로 천족의 요새인 ‘엘테넨’에 대한 반격을 계획했지만 부족한 테스트 시간 때문에 마족의 반격은 싱겁게 끝나버렸다.

▲ 천족들이 이렇게 버티고 있는데 마족이라고 별 수 있나

시즌3이 시작과 함께 마족은 새로운 전장인 ‘어비스’에서의 승기는 절대 놓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미 ‘제국’ 레기온을 필두로 한 상당수의 마족은 지난 시즌2에서 ‘쟁’을 회피하고 최대한 레벨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시공의 균열’이 패치 되면서 시즌2와는 달리 시즌3에서 기존의 자판기 전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천족이 가지고 있던 유일한 강점인 머릿수의 장점이 사라져 버렸고, 이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불 보듯 뻔했다.

게다가 ‘어비스’ 지역이 시즌 3에 와서야 추가된 지역인 만큼, ‘어비스’의 낯선 환경에 누가 더 빨리 적응하느냐라는 문제는 ‘아이온’의 전반적인 구도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마족은 이 부분에서 천족을 압도했고, 이러한 판세는 시즌2와 마찬가지로 시즌3내내 천족이 마족에게 시달리는 원인이 된다.

 

  마족, 또 다시 천족을 압도하다

어쨌든 시즌3은 시작되었고 앞에서도 계속 언급했듯이 마족은 순식간에 어비스를 점령했다. 어비스에서 천족이 단순히 머릿수로 마족을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에서 노련한 마족은 어비스 대부분 지역을 장악해 나갔다. 여기에 시즌3과 동시에 마족에 주어진 경험치 어드밴티지때문에 마족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해나갔고, 덕분에 상대적으로 레벨업이 더딘 천족에 비해 어비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즌3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비스는 마족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대부분의 어비스 지역을 마족이 휩쓸고 있었고, 어떻게 레벨을 올려 시즌3 초기에 어비스에 도달할 수 있던 천족들도 필드에서 마족을 만나면 칼도 뽑아보지 못한 채 마족의 ‘다굴’에 죽어갔다. 적어도 어비스에서는 한동안 마족이 머릿수와 레벨 양쪽 모두 천족을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족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비스에서 천족을 신속하게 밀어붙였고, 시즌3 시작 첫 주 동안 상대를 압도한 마족은 이후 시즌3 전 기간 동안 천족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3 테스트가 진행되면서 레벨을 올린 천족들이 어비스에 진입하자 이러한 전황은 점점 변하게 된다. 비록 천족은 노련함과 결속력에 있어서는 마족에 상대적으로 뒤졌지만, 특유의 인해전술로 마족에 대항할 수 있었다. 천족의 수가 마족의 1.5~2배로 알려져 있는 마당에 포스(파티를 묶은 일종의 공격대 개념)를 잔뜩 구성해서 몰려오는 천족을 마족이 전부 감당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험의 힘은 놀라웠다. 어비스에서 다시 수적으로 밀리기 시작한 마족이었지만, 여전히 어비스의 주요 사냥터에서 천족을 ‘사냥’하며 농락하고 있었다. 많은 천족들이 어비스에서 사냥 혹은 퀘스트를 하다 마족들의 기습을 받아 죽어갔지만, 아무리 천족이라도 머릿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느긋한 천족과 불안한 평화

이렇게 어비스에서 천족이 마족에게 형편없이 발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천족은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고 있지 못했다. 시즌3에는 더 많은 수의 베타테스터가 보강되었고, 대부분 자연스럽게 천족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들은 레벨업하느라 ‘고레벨들의 놀이터’인 어비스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어비스에서야 천족이 마족에게 매일 시달리는 상황이었지만, 시즌2와는 달리 엘테넨 요새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또 다른 요새인 베르테론 요새야 원래 마족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니까 그렇다 쳐도, 시즌2때 마족의 침입이 잦았던 엘테넨 요새 부근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간간히 시공의 균열을 넘어 마족이 들어오거나, 천족이 마족 지역으로 쳐들어가거나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의 국지전이었지 시즌2 같은 본격적인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 어비스가 추가되었지만 시즌2와 마찬가지로 엘테넨은 북적거렸다. (스크린샷은 시즌2의 모습)

사실 마족의 ‘주공’이 어비스로 몰린 상황에서 엘테넨 요새가 위협받을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시즌2야 어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일종의 ‘심심풀이’ 차원에서 원정을 왔던 것이지, 신나게 천족을 바를 수 있는 어비스가 있는데 마족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엘테넨까지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천족 뿐만 아니라 마족도 마찬가지였다. 어비스야 매일매일이 박터지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홉스가 말한)’의 연속이었지만, 시즌2의 주 전장이었던 엘테넨이나 모르헤임은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천족들 역시 평화에 만족하며 느긋하게 사냥과 퀘스트에 열중 할 뿐이었다.

 

  레기온 춘추전국시대, 그리고 제국의 약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시즌3은 대규모로 선발된 신규 베타테스터들 덕분에 ‘아이온’에 거주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었다. 기존 레기온들이 아무리 거대하다고 레기온 인원에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거대 레기온 중심의 대립 판도는 시즌3에서 붕괴하고 바야흐로 ‘레기온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다.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다양한 레기온이 천족이건 마족이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이들 신흥세력(?)의 등장에 거대 레기온 세력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즌3의 전반적인 양상은 시즌2처럼 잘 단합된 몇몇 레기온들이 다른 캐릭터들을 규합해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시즌3이 시작되자 친목, 전투, PvP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레기온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전장에 앞다투어 뛰어 들었다. 그러나 레기온이 많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천족의 경우 시즌2의 3대 레기온(데스티니, 아발론, 마탑)을 제외하면,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대부분이 소규모의 레기온 이었다.

거대 레기온끼리도 서로 견제하고 불편한 관계인데 소규모 레기온들이 서로 단합할 리는 없었다. 이는 오히려 천족 세력의 분열을 촉진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마족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여러 레기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는 것은 천족과 동일하지만, ‘제국’은 여전히 탄탄하게 세력을 갖추고 있었다. 시즌1과 2를 모두 겪은 역전노장의 ‘제국’ 레기온은 단순히 머릿수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갖춘 레기온이었다.

게다가 ‘제국’은 시즌2에서 쟁을 최대한 자제하고 레벨업에 몰두했기 때문에 고렙이 많았다. 따라서 시즌3기간 동안 어비스 공방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실제로 어비스에서 최초로 ‘요새’를 점령한 레기온은 ‘제국’이었고, 가장 많은 규모의 공격을 수행한 것도 역시 ‘제국’ 레기온 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시즌3은 ‘제국’ 레기온의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새를 점령하라! 첫 요새 점령을 둘러싼 천족과 마족의 공방전

어비스 지역의 큰 특징은 일종의 ‘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새와, 특수 효과를 발동할 수 있는 거점인 아티팩트 점령전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요새와 아티팩트는 처음에는 제3의 종족인 ‘용족(일종의 NPC종족임)’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천족, 마족 모두 접근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요새를 지키고 있는 용족의 레벨은 무려 40. 시즌3 기간 캐릭터의 만렙인 40레벨과 동일한 수준의 강력한 몬스터다.

이런 난공불락의 요새에 처음으로 도전한 곳은 역시 ‘제국’이었다. ‘제국’레기온은 철저한 사전 정찰과 계획 하에 포스를 구성하고 요새 주변에 있는 아티팩트를 제압해 거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40레벨 몬스터인 용족이 버티고 있는 요새를 치기 위해서는 튼튼한 교두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시공의 균열` 앞에서 마족을 기다리는 천족들. 이런 전술은 나름대로의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요새는 침입을 결코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제국’에 의해 시도된 첫 요새 공격에서 ‘제국’은 강력한 요새 방어병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고 결국 물러나야 했다. 평균 레벨이 다른 유저들보다 높다고는 해도, 아직 시즌3 초기였기 때문에 40레벨 용족은 좀 버거웠던 것이다. 그리고 ‘쓸어버린’ 줄 알았던 천족이 마족의 요새 점령을 저지하기 위해 몰려왔다.

“놈들이 첫 요새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라!”

“그 동안 엎드려 숨죽이던 천족 놈들이 몰려왔다!”

천족의 거대 레기온인 ‘데스티니’와 ‘마탑’의 주도 하에 천족은 마족의 요새 점령을 저지하기 위해 몰려왔다. 오랜만에 잘 단합된 모습을 보인 천족이 ‘제국’의 포스를 요새 근처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실력으로는 자신 있었지만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한 ‘제국’은 눈물을 삼키며 후퇴했고, 천족은 오랜만의 승리를 맛보았다.

‘제국’의 요새 점령을 저지한 천족은 내친김에 그 동안 엄두도 못 내던 아티팩트 공략까지 시도했고, 의외로 약한 용족의 저항을 뚫고 아티팩트 하나를 점령하는데 성공한다. 아직 요새까지 공략할 레벨은 아니었지만, 그 동안 숨죽이며 지내던 천족의 자그마한 승리였다.

한편, 목표로 하던 요새에서 일단 후퇴한 ‘제국’은 세력을 규합해 다른 요새 공략에 나섰다. 아티팩트를 점령하면 천족도 마족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는 것에 착안한 `제국`은 아티팩트 점령 없이 바로 요새 공략에 나서기로 하고 요새를 향해 총 공격을 퍼부었다.

천족이 아티팩트 공략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제국`은 다른 요새로 몰래 접근해 성벽을 부수고 진입을 시도했다.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도 마족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요새 내부로 진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요새는 역시 요새. 내부를 경비하던 몬스터와 치열한 전투 끝에 마족은 전멸했고, 결국 눈물을 뿌리며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첫 요새 공략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 했다.

 

  어비스는 우리 것: 마족, 시즌3의 승리를 점치다!

그러나 마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요새 공략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인원 부족과 평균 레벨 부족의 문제라고 생각한 ‘제국’은 절치부심하며 렙업에 힘썼고, 일주일 뒤 다시 요새 공략에 나선다.

충분한 인원과 레벨을 확보한 ‘제국’ 레기온이 다시 요새 공략에 나섰자 이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요새 점령을 저지하려던 천족의 방해와, 용족의 강력한 저항을 뚫고 마침내 ‘제국’ 레기온은 아이온 사상 첫 요새 점령에 성공한다.

▲ 첫 요새 점령에 성공한 `제국`의 레이드 모습

그토록 힘들었던 첫 요새 점령을 달성했으니 다른 요새의 공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국’ 레기온은 여세를 몰아 어비스의 다른 요새들도 하나 하나 공략에 들어갔고, 순식간에 대부분의 요새가 ‘제국’의 손에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마족의 또 다른 레기온인 ‘귀족’ 역시 요새 공략에 나서자 어비스의 요새 대부분은 마족의 영향권 하에 자리잡게 된다.

이후 시즌3 기간 동안 점령 비율은 천족:마족이 1:4~1:8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로는 마족이 테스트기간 동안 대부분의 요새와 아티팩트를 장악해 거점을 형성하고 있었고, 천족은 가끔씩 머릿수로 밀어 붙여서 요새를 한 두 개 빼앗는 정도의 지루한 공방전이 반복되었다.

머릿수가 많음에도 요새를 둘러싼 공방전에서 천족이 계속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자 이제 싸움은 ‘아이온’ 자유게시판과 관련 커뮤니티까지 번졌다. ‘아이온’ 자유게시판은 마족의 경험치 테이블에 대한 천족과 마족 간의 논쟁으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관련 커뮤니티에도 ‘아이온’의 불공정한 경험치 테이블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잠깐! 시즌3 경험치 테이블, 무엇이 문제였나?

‘아이온’ 시즌3에서 게이머들의 불만을 가장 많이 샀던 부분은 역시 경험치 테이블이다. 시즌3에 접어들자 어떤 의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마족의 필요 경험치가 천족보다 훨씬 적게 필요하도록 패치 되었다.

1~40레벨까지의 필요 경험치를 비교해보자. 1레벨 천족이 40레벨이 되려면 동 레벨의 마족보다 약 2500만의 경험치를 더 모아야 한다. 40레벨 목표 경험치인 1억 4천만의 약 18%에 달하는 수치다. 이 패치 덕분에 마족은 어비스 투입 초기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아마도 NC의 의도는 상대적으로 유저 수가 적은 마족의 인구를 늘리고 싶었던 것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즌3 테스트의 밸런스를 완전히 망쳐버리고 만다.

어쨌든 대부분의 요새를 장악한 마족은 천족 게이머들이 ‘어비스는 마족들의 놀이터’라며 질시 어린 시선을 보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모르헤임을 강타한 천족의 역습

비록 어비스에서는 천족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지만 ‘시공의 균열’을 이용한 마족 지역에 대한 천족의 침입은 계속되고 있었다. 천족은 어비스의 패배를 복수라도 하는 듯, 마족의 본거지인 모르헤임 지역으로의 공세를 개시했다. 아래세계(?)의 불안한 평화가 깨진 것이다.

“망할 놈의 어비스는 포기하고, 쪼렙 마족들이나 털러 가자!”

때로 천족은 모르헤임 요새 근처까지 진출했고, 그때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냥 하던 마족을 순식간에 ‘사냥’해버렸다. 고렙 마족들이 대부분 어비스에 원정 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족은 어비스에서는 천족을 제압했지만 정작 본진에서는 천족에게 털리기 일쑤였다. 어떻게든 모르헤임 요새가 털리는 일은 저지할 수 있었지만 본진 근처까지 나타나 마족을 학살하는 천족 원정단을 보며 마족들은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다.

▲ 마족을 털러 떠난 천족 원정단. 저 멀리 마족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마족들이 손만 놓고 구경한 것은 아니다. 마족도 가끔씩 포스를 구성해 천족 지역까지 원정을 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엄청난 숫자의 천족에 밀려 후퇴해야만 했다. 천족은 비록 전체적인 레벨은 낮은 편이었지만, 시즌2와 마찬가지로 머릿수 하나 만은 끝내주게 많았다. 그리고 엄청난 머릿수를 앞세워 모르헤임 지역에 쇄도하는 천족에 마족은 말 그대로 전율했다.

▲ 물론 어비스에서 천족이 놀고 있었던 것 만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자 머릿수만 믿고 막무가내로 덤비던 천족들은 전술까지 짜 포스 단위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머릿수에 전술까지 합쳐지자 마족은 대적할 방법이 없었다. 변방 마족 마을은 몰려오는 천족에 털리는 것이 아예 일상이 되어버렸고, 모르헤임 주변도 절대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거기에 시즌2와 반대로 이제는 천족들이 포스를 구성해 마족 지역의 필드 보스를 잡으러 오는 판이었다. 비록 고렙 마족들은 어비스에서 천족들을 잡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본진에서 사냥을 하던 저렙 마족들은 시즌3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나 마찬가지였다.

 

  폭풍 전야

시즌3은 이제 3주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시즌3 내내 어비스의 천족은 마족들에게 시달렸고, 모르헤임의 마족들은 천족들에게 시달리는 교착상태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본진을 턴다고 해도 시즌3의 주 전장은 역시 어비스였다. 대부분의 요새를 장악하고 승승장구하는 마족의 기세를 꺾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제 어비스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3주차를 맞자 천족의 열세를 보다 못한 NC는 제대로 된 테스트를 위해 ‘경험치 이벤트’를 시작했다. NPC에게 말을 걸기만 하면 레벨에 관계 없이 10회까지 대량의 경험치와 엄청난 양의 게임머니를 주는 이벤트였다. 천족과 마족 양측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이벤트였지만, 천족의 머릿수가 훨씬 많은 이상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뻔했다.

▲ 어리버리 레벨21 호법성도 대화 몇 번만 하면...

20레벨 게이머도 NPC와 10번만 대화하면 순식간에 37레벨의 정예 전사로 변신하는 마당에 레벨 업과 퀘스트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천족은 순식간에 숫자와 실력을 갖춘 정예 집단으로 탈바꿈해 어비스를 공략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이제 남은 것은 대 격돌뿐이었다. 과연 천족은 마족을 압도하고 어비스까지 장악할 수 있을까? 시즌2처럼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레벨과 숫자가 겸비된 천족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 이렇게 레벨 37 호법성이 되어 어비스에서 `맞짱`을 뜰 수 있게 되었다

3주차 경험치 이벤트가 시작되자 어비스와 엘테넨-모르헤임 지역의 충돌이 늘어갔다. 모르헤임 지역에서 학살당하던 마족은 이제 천족에게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었고, 반대로 어비스 지역에서 마족에게 압도당하던 천족은 마족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천족과 마족은 피로 피를 씻는 일진일퇴를 반복했고, 한 치의 땅도 뺏기지 않으려는 치열한 공방전이 매일 벌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천족의 평균 레벨이 상승했다고 해도 경험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노련한 마족 앞에 절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천족이 쉽게 무너지는 시즌3의 상황은 3주차까지 반복되고 있었고, 천족은 뭔가 다른 수단을 찾아야 했다.

테스트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3주차에 마족의 노련함을 당장 따라잡긴 힘들었고, 천족은 어쩔 수 없이 시즌2와 마찬가지로 어비스 지역의 요새와 모르헤임에 대한 일제 총 공세를 계획한다. 시즌2의 공세는 마족의 학살에 대한 ‘보복’의 차원으로 계획된 공세였다면, 이번 공세는 철저한 계획 하에 세워진 공세였다. 그 동안 암묵적인 갈등(?)을 벌이던 천족 거대 레기온들이 정보 교환과 전술 연구에 바빠졌고, 천족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눈치 챈 마족 역시 긴장의 끈을 항상 놓지 않았다.

 

  천족 대반격: 마족 무너지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시즌3 테스트 종료 2일 전인 7월 19일 토요일. 최대한 많은 천족들을 전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주말을 이용한 천족의 역습 계획은 차분히 진행되고 있었다.

천족의 반격 계획은 간단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동원해 어비스 지역에서 마족을 치는 것이 작전의 전부였다. 어차피 평균 레벨은 비슷한 상황이고, 머릿수만 많으면 마족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작전이었다.

▲ 인생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사는거지

결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가 되자 ‘아이온’은 마지막 2일을 즐기려는 게이머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인구수가 많은 천족 지역은 렉이 걸릴 정도로 많은 게이머들이 몰려 천족의 위상을 과시했다. 그리고 드디어 작전이 발동되었다!

“이번 한 판에 천족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마족들은 대강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천족의 공세를 어비스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충돌 정도로 알고 있었다. 어차피 어비스에서는 매일같이 벌어지는 게 싸움질 아닌가? 마족은 느긋한 마음으로 요새에 틀어박혀 천족의 공세를 방어했다.

▲ 머릿수 하나만은 자신있는 천족

“어차피 오합지졸들 모여서 덤벼드는거니까 걱정할 것 없지. 우리가 시즌 내내 발랐잖아?”

마족의 오판이었다. 어비스로 속속 증원되는 천족들은 단순한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데스티니’와 ‘아발론’을 중심으로 한 정예부대는 마족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여기에 다른 천족들도 하나 둘 어비스로 모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거대 레기온인 ‘마탑’까지 가세한 천족에게는 이전에 볼 수 없는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마족 놈들 끝장을 내주지”

‘데스티니’와 ‘아발론’을 중심으로 한 정예포스들이 요새를 경비하던 마족을 밀어붙이는 동안, 다른 천족 포스들은 아티팩트와 요새 쪽으로 모여드는 마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비스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마족들은 그때서야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요새 주변의 아티팩트가 하나 둘 천족의 손에 떨어지면서 요새를 방어하는 마족들은 점점 열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요새 주위에서 사냥을 하다 황급히 요새로 지원을 가던 마족들은 어비스 전 지역에서 몰려든 천족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천족의 완벽한 기습이자 대규모 공세였다.

▲ 대충돌! 저 빨간 닉네임이 전부 마족이다.

마족 요새 주변의 아티팩트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마족의 증원을 방해하는 천족들은 절대적으로 수가 부족한 마족에게 결정적인 타격이었다. 마족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 천족의 정예 병력이 투입된 이상 숫자로 천족을 밀어붙일 수 없는 마족은 모든 전선에서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후퇴, 후퇴!”

마족은 처절히 싸웠지만 승부는 갈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천족들은 요새를 경비하던 마족을 모조리 전멸시키고 부활석 근처에서 부활하는 마족들과 요새를 구원하기 위해 워프하는 마족들까지 학살하기 시작했다. ‘제2의 모르헤임 대학살’이었다.

숫자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인 마족은 견디다 못해 하나 둘 요새에서 철수하기 시작했고 어비스 지도에 표시 된 요새 점령 상황이 하나 둘 ‘천족 점령’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족의 노련함이 천족의 숫자와 전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마족은 포기하지 않고 간간히 천족이 장악하고 있는 요새에 반격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시즌2, 시즌3 내내 당하던 천족이 또 다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기습에 성공한 천족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고, 시즌3 내내 어비스를 휘젓고 다니던 마족은 테스트 종료 전날 패배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하지만 아직 운명의 신은 그 지팡이를 놓지 않았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마족의 반격

천족이 요새를 장악하고 승승장구해 있는 사이, 마족은 진열을 가다듬고 무모한 반격을 자제하기로 했다. 토요일이기 때문에 천족의 접속자가 마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레벨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반격해봤자 요새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신 마족은 때를 기다렸다. 어차피 천족이 토요일 저녁에 사람을 모아서 반격했다면, 마족은 천족이 별로 없는 틈을 타 다시 기습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단결력이 중요한 작전은 마족의 특기가 아니겠는가?

▲ 시즌3 마지막날의 어비스 점령 상황. 할 말이 없다.

그리고 테스트 마지막 날, 7월 20일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승리에 만족한 천족이 하나 둘 접속을 종료할 즈음 마족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선두는 역시 ‘제국’이었다. 요새를 장악하고 있던 천족은 당황하며 방어를 시도 했지만 일요일 오전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병력이 부족한 천족의 요새가 하나 둘 노련한 마족의 손아귀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천족은 어제(토요일) 요새를 방어하던 마족 만큼 결사적으로 싸웠지만 물밀듯이 몰아치는 마족의 공격 앞에서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족은 어비스 지역의 요새 대부분에 침입했고, 거의 모든 요새가 마족의 손에 다시 한 번 떨어졌다. 단 하루 만에 요새의 주인이 2번이나 바뀐 것이다.

“천족 놈들은 이제 끝장이다. 시즌3은 우리의 승리다”

천족은 마지막 남은 요새를 방어하며 지연전을 벌였다. 오후에 접어들면서 천족 병력이 속속 지원됐지만 토요일만큼의 전력은 못됐다. 하는 수 없이 천족은 요새 주변 아티팩트 근처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며 마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시즌3 내내 계속되던 지리 한 공방전이 오후, 저녁, 그리고 밤까지 계속되었다. 천족의 반격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다.

▲ 모르헤임 지역에서 맞아죽은 기자. 기자를 죽이다니 제네바 협정 위반이야!

천족이 게릴라전을 벌이던 그 시각, 시계바늘은 서서히 시즌3의 종료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11시로 예정된 시즌3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천족 마족 양측 모두 무의미한 전투를 포기하고 잡담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시계의 긴 바늘이 12, 짧은 바늘이 11에 가까워지자 시즌3에 참여한 테스터들에게 감사한다는 공지가 게임 내에 떴다. 테스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채널 채팅창에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이온’의 시즌3은 그렇게 평화롭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에필로그: 아이온의 전장에 내리는 고요함

‘제국’을 필두로 한 마족은 시즌2와 시즌3을 통틀어 명실상부 ‘정예집단’의 명성을 또 한 번 드높였다. 상대적으로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노련함과 전략으로 천족에게 훌륭하게 맞서 싸운 것이다. 시즌3 내내 마족은 어비스 지역 대부분의 요새를 장악하는데 성공했고, 시즌3 종료까지 어비스 지역에 8개의 요새를 가지고 있었다.

‘데스티니’,’아발론’,’마법의 탑’ 그리고 수많은 이름 없는 용사들이 주축이 된 천족은 통쾌한 일격에 성공해 마족의 명성에 또 한 번 상처를 안겼다. 또한, 마족의 본진인 모르헤임 지역에 침투해 마족과 맞서 싸움으로써 시즌2의 무력함을 떨쳐버리고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시즌3 내내 천족은 마족 본진 모르헤임 지역에 침투해 전투를 벌였고, 시즌3 종료까지 어비스 지역에 1개의 요새를 확보하고 있었다.

▲ 우라야아아~ 요새 공략중인 `제국`레기온

물론 진영 별 거대 레기온들도 시즌2만큼은 못하지만 시즌3에서 큰 역할을 해냈다. 마족의 ‘제국’은 시즌3 최초로 요새 공략에 성공해 그 위용을 과시했고, 이후 벌어진 공방전에서 천족을 내내 제압했다. 마족의 ‘귀족’은 시즌3 동안 그 용맹을 떨치며 ‘제국’ 못지 않은 결속력을 과시했다.

▲ 레이드 중인 `데스티니` 레기온의 모습

천족의 ‘데스티니’는 천족 최초로 필드 보스 레이드에 성공하면서 그 명성을 높였다. 또한, 시즌2때 반격을 주도했던 ‘아발론’은 ‘데스티니’와 함께 테스트 종료 전날 마족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벌여 요새를 점령하는데 성공한다. ‘마법의 탑’ 역시 시즌3 기간 동안 마족에 맞서 싸우며 천족의 힘을 과시했다.

그렇게 ‘아이온’의 시즌3은 종료되었다. 수많은 천족과 마족들이 스러져간 전장에 또 다시 고요한 평화가 찾아왔다. 이제 당분간 이 전장에서 무기와 무기가 맞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일은 없으리라.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아이온'은 천족과 마족, 그리고 두 종족을 위협하는 용족간 극한 대릭을 그린 RVR 중심 MMORPG다. 동서양 신화 및 설화를 바탕으로 개발된 1,500여개 이상의 퀘스트와 5,000장 이상의 원화 작업 및 ... 자세히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