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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코스터] 아이온 탐구생활! Episode 2 - 커플의 게임법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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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 영원의 탑>메카리포트]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함께 아이온을 시작했어요. 세상에는 중국인 머리카락 수보다 많은 커플이 있지만 자신과 남자친구만큼 알콩달콩하게 게임을 하는 커플은 또 없을 거라고 믿어요. 오늘은 남자친구와 함께 아이온을 하러 가기로 했어요. 당당히 PC방으로 들어가요.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는 `영화관`, `동물원` 따위가 아니에요. 알콩달콩 어비스 데이트의 스릴을 모르는 커플은 개미핥기보다 멍청한 것 같아요. PC방에서는 꼭 커플석에 앉아야 해요. 우리는 커플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해 부러움을 받고 싶기 때문이에요. 카운터에 아르바이트 생이 부러운 듯 남자친구를 바라봐요. 역시 나 정도 되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는 모든 남자들의 우상이에요.

▲ 남자가 급격히 부러워지며, 불공평한 세상을 저주해요.

여자는 아이온에 로그인하는 자신의 캐릭터를 자랑스럽게 바라봐요. 만드는데 투자한 3시간 27분이라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아요. 그러면서 남자친구를 보고 생긋 미소를 지어요. 남자는 캐릭터 생성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으면, 패밀리 레스토랑 밥값을 벌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여자는 그런 깜찍한 말을 하는 남자의 입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애정을 담아 꼬집어요. 한 차례 비명이 PC방을 습격하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아요.

여자 "뭐라고 했어?"
남자 "아닙니다. 캐릭터가 예뻐서 좋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와요. 역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아이온에 접속을 하니 레기온원들의 열렬한 환영 인사가 쏟아져 나와요.

레기온원1 : 아 젠장. 커플 들어왔어.
레기온원2 : 죽어! 커플 따위!
레기온원3 : 지옥이 있다면.. 아마 커플로 꽉 차 있을 거야.
군단장 : 오 두 사람! 어서오.. 아니다. 커플은 그냥 짜를까..?

순간 진심이 느껴졌지만 밝게 대답하기로 해요. 애교를 잔뜩 실어서 인사를 날려줘요. `^ㅡ^*`와 같은 이모티콘은 센스로 덧붙여줘요. 이걸로 여자의 귀여움 능력치는 +10까지 강화된 느낌이에요. 한창 채팅창에서 수다의 꽃을 만개시키고 있을 때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마족 녀석이 여자의 미스 아이온급 캐릭터의 뒤통수에 화살을 꽂아요. 죽어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마음 속 심연 저편에서부터 울화통이 치밀어요.

여자 "자기는 나 죽는데 뭐하고 있어!"

마음이 안드로메다 은하처럼 넓은 여자의 남자친구가 웃으면서 말해요.

남자 "내가 그 자식 죽여줄게!"

아 이래서 커플이 좋은 거에요. 남자 친구가 출동해요. 이럴 때 남자 친구를 응원해야 해요. 다시 그 까마귀 같은 녀석이 나타나요. 남자 친구가 죽어요. 세상에는 믿을 남자가 하나도 없나 봐요. 믿은 자신이 멍청했다고 땅을 치고 후회해요. 여자는 그렇다고 해도, 남자 친구 마저 발컨이라니, 하늘도 커플을 저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어비스 데이트는 이만 마치기로 해요. 이대로 가다간 PC방 마우스를 집어 던지고 말 것이 분명해요. 남자 친구와 눈이 마주쳐요. 웃어요. 그래요, 커플이라 행복한 거에요.

 

공휴일이 왔어요. 쉬는 날에는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 좀 만나라고 잔소리하는 어머니의 사자후 따위는 이미 면역이 생긴지 오래에요. 쉬는 날은 집에서 잠이나 자야 한다고 `솔로`몬 왕의 경전에 써있어요. TV를 보다가 문득 게임이 하고 싶어져요.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발을 놀려요. 신들린 발가락 팝핀을 사용해 컴퓨터 전원을 키는데 성공했어요. 남자는 역시 발컨도 급이 다르다며 우쭐해 해요. 그 때 또 다시 어머니의 잔소리가 들려요. 컴퓨터를 하려면 TV를 끄라고 해요. 어머니는 아직 TV를 꺼놓는 것은 냉장고 전원을 뽑아두는 것과 동급의 행동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 TV를 껐다가 이 장면을 놓친다면 60만 국군 장병을 볼 낯이 없어요.

아이온에 접속해요. 궁성의 파라다이스인 어비스 풍경이 보여요. 어머니 뱃속에서 느꼈던 고동소리가 귓가에 울려요. 마음이 평온해져요. 그래요, 이곳이라면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 레기온에 커플이 접속했다는 알림이 떠요. 딱히 인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열과 성의를 다해 안부를 물어요. 소개팅이라도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 때문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 봐요. 갑자기 모든 일에 회의가 들어요. 신은 왜 이 세상을 창조했을까, 남자와 여자로 나눈 이유가 뭘까. 달팽이처럼 `자웅동체`로 만들어 줬으면 이런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 달팽이는 절대로 솔로가 될 수 없어요. 달팽이가 부러워요.

마음을 식힐 겸 아이온 홈페이지 탐방이나 해야겠다고 마음 먹어요.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글이 올라와서 시간 때우기에 도움을 줄까, 기대해 봐요. 그런데 눈길을 사로잡는 글이 보여요.

▲ 부럽다면 지는 거에요.

 

▲ 하지만 지고 말았어요.

`악플`을 부르는 글이에요. 하지만 페르시아의 `관대한` 황제보다 더욱 `관대한` 남자이기에 악플은 참기로 해요. 절대로 부러워서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지기 싫은 거에요. 부러우면 지는 거에요. 남자가 이런 일에 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어쩐지 쓸개가 저리는 것이 느껴져요. 이 감정을 서둘러 풀지 않으면 큰 병이 날 것 같아요. `솔로병`도 병이에요.

남자는 다시 아이온의 세계로 돌아와요. 어비스의 탁한 공기가 두뇌를 맑게 해주는 기분이에요. 마침 천족 캐릭터가 눈에 띄어요. `자기야나힐해종`, 아이디부터 재수가 없어요. 어비스의 왕자인 궁성의 위력을 저 비둘기 녀석의 뒤통수에 심어줘야겠어요. 혼신의 힘을 실어 죽여버려요. 만족스러워요. 그런데 비슷한 아이디인 녀석이 하나 더 보여요. `자기야나지켜종`이라니, 자신이라면 저런 `쪽` 팔아서 재벌 될 아이디는 절대로 하지 않을 거에요. 이런 브라질, 커플인 것이 분명해요. 인류의 적과 맞닥뜨린 것이에요.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이 사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불타는 정의감으로 악의 축을 응징해요. 이래서 슈퍼맨이 이상한 팬티까지 입어가며 정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요. 속이 다 후련해요. 그 후에도 어비스에서 그 커플을 못 볼 때까지 스토킹을 해줘요. 남자는 절대로 가슴 깊이 박힌 부러움과 설움 때문이 아니라고 되새겨요. 남자는 휴일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 슈퍼맨의 `S`는 솔로의 `S`가 분명해요.

 

1월 1일 새해가 밝았어요. 제야의 종소리를 듣다가 정신을 차리니 일출 장면이 나오고 있어요. 새해를 애국가로 시작하는 남자는 자신은 역시 애국자라며 자부심을 가져요. 시간이 알차게 가는 느낌이에요. 아! 한동안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이 대뇌 후두부 중엽을 강타해요. 그래요. 오늘은 아이온 레기온 첫 정모가 있는 날이에요. 시계를 봐요. 저녁 7시 약속인데 지금은 아침 7시에요. 이런 귤 껍데기 같은 경우는 또 있을 수 없어요. 너무 일찍 일어난 것이에요. 쉬는 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은 로마에서 교황 면전에 대고 불경을 외우는 것 보다 경솔한 짓이 분명해요. 다시 누워요. 곧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대로 접어들어요. 잠시 후 눈을 떠요. 3초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시계를 바라보니 오후 2시를 알리고 있어요. 시간은 살성이 파티에 귓속말 하는 속도보다 빨리 가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어요. TV를 보고, 아이온도 하고, 뒹굴다가 보면 어느새 오후 6시가 되요. 마법이라도 부린 것 같아요. 절대로 자신이 솔로라서 쉬는 날을 이렇게 보내는 것은 아니에요. 이렇게 쉬어야 평일에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깨끗이 사라져요.

오후 6시 58분 약속 장소에 도착해요. 기대감이 커져요. 분명히 레기온 사람들 중에 아리따운 여자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생각이 아니라 간절히 빌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성모 마리아`가 했을 기도보다 더 간절할 거에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여요. 먼 곳에서 정찰을 해요. 정찰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살성의 필수 스킬 중 하나에요. 남자가 보여요.  옆을 봐요. 남자가 보여요. 옆을 봐요. 남자가 보여요. 옆을 봐요. 남자가 보여요. 오 지저스 크라이스트 할렐루야 제우스 석가모니 알라신이시여. 인도의 신이라는 `파괴의 신, 시바`가 자꾸만 떠올라요.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가 옳았어요. 역시 옛말은 틀린 것 하나 없어요. 시커먼 기운이 뭉글뭉글 올라와요. 이런 젠장, 남자의 오라가 보이고 있어요. 저것은 27년 이상 솔로심공을 수련해 대성한 극성고수들만이 내뿜는 기운이 분명해요. 고수만이 고수를 알아볼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다들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요. 하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세계는 지금 멸망해야 해요.

"늦어서 죄송해요!"

그 때 갑자기 영혼을 울리는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요. 아이돌 가수 뺨치는 깜찍하고 고운 목소리에 모든 남성의 고개가 돌아가요. 치마가 보여요. 눈물이 터지려 해요. `2002년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보다 지금 이 순간의 감동이 27억 배 정도 벅차요. 잘록한 허리가 보여요. 지금까지 키워준 부모님의 은혜가 스쳐가요. 얼굴이 보여요.

▲ 그녀의 모습이 보여요.

"수호성님 땡겨요! 궁성님 매즈해요, 매즈!"

그래요, 세계는 멸망해야 해요.

▲ 다들 그렇게 멸망론자가 되는 거에요.

 

모처럼의 휴일이에요. 하지만 마음 편히 뻗어서 잘 수는 없어요. 오래 자면 피부가 쪼글쪼글 늘어질 것이 뻔해요. 오늘 저녁에는 레기온 첫 정모가 있어요. 레기온 사람들은 이미 여자가 슈퍼모델 출신인 줄 알고 있어요. 오전에는 오만 종류의 팩을 해요. 벌꿀, 황토, 숯 등 피부에 좋다는 건 무엇이든지 가져다가 얼굴에 발라요. 벌써 피부가 20년은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한창 피부를 가꾸다 보면 해가 중천에 떠올라요. 그러면 여자에게는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 찾아와요. 무엇을 입어야 할까라는 큰 시련이 닥쳐와요. 그리고 여자는 나홀로 패션쇼를 시작해요. 여동생이라도 있으면 집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려요. 여기도 옷, 저기도 옷, 뒤 돌면 옷. 온통 옷가지가 널려있어요. 입고 갈 옷을 고르고 나니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어요. 하지만 점심은 챙겨먹지 않아요. 날씬하게 보여야 해요. 오늘 하루 만든 이미지가 앞으로의 레기온 생활을 좌우할 것이 분명해요.

약속 장소로 향하는 여자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워요. 오늘 정모에 어떤 꽃미남이 나올까 기대하고 있어요.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짐승돌 스타일이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아니. 역시 샤이니 같은 미소년도 좋다고 생각하는 여자에요.

정모 장소에 도착했어요. 레기온 남성 멤버들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요. 혹여 여자가 웃음이라도 지어주면 천국에 온 듯한 표정을 짓는 남자들이 보여요. 자신은 저 남자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사명을 갖고 지상에 강림한 천사가 아닐까 생각해요.

"안녕하세요!"

학교 시험 정답율 73%에 육박하는 예리한 여자의 육감이 경보를 울려요. 방금 들린 목소리의 톤과 담겨있는 애교율, 그리고 `가식 방정식`을 분석하기 시작해요. 이건 분명히 자신보다 어리고 깜찍한 레기온 동생이 분명해요. 뒤를 돌아봐요. 이런 차이코프스키.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깔 일이 벌어졌어요. 나보다 어리고, 나보다 예쁘고, 나보다 깜찍해요. 망했어요.

▲ 어린 여자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에요.

 

정모 날이 바로 여자와 남자가 사귀기 시작하고, 2주년이 되는 날이에요. 정모는 사뿐히 넘기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나 하기로 해요. 끝이에요.

글: 게임메카 홍새암 기자(aion@gamem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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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아이온'은 천족과 마족, 그리고 두 종족을 위협하는 용족간 극한 대릭을 그린 RVR 중심 MMORPG다. 동서양 신화 및 설화를 바탕으로 개발된 1,500여개 이상의 퀘스트와 5,000장 이상의 원화 작업 및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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