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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서민-송재경, 스페셜 멤버 '바람의나라'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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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나라'의 초기 시절을 추억하기 위해, 원년 멤버 및 주역들이 모였다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가 초기 버전으로 복원된다. 이 프로젝트는 엔엑스씨가 넥슨컴퓨터박물관 개관에 맞춰 진행하는 것으로 김정주 대표가 직접 신경을 쓰며 초기 버전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도 서비스 17주년을 맞은 '바람의나라'는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새로운 시스템과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돼 초기 버전과 비교해 여러 변화가 있다. 때문에 이번 복원이 성공하면 '세계 최초 온라인게임'의 본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복원은 온라인게임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도전이라는 데 의미를 지닌다. 패키지 게임은 복원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업데이트가 잦은 온라인게임은 그 특수성 때문에 복원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산업 내에서는 온라인게임 복원에 대한 부분에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복원이 성공을 거두면 국내 산업과 역사 흐름에도 긍정적 영향이 끼칠 전망이다. 

오늘 진행된 넥슨컴퓨터박물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엔엑스씨 김정주 대표는 '바람의나라' 복원에 기대가 크다는 걸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넥슨 '바람의나라' 원년멤버을 '소집'해 과거를 회상하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번 토크 콘서트에는 넥슨 서민 대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 애니파크 김경률 실장, 넥스토릭 김영구 대표, 김진 작가가 참여했다. 

이렇게 모인 '스페셜 멤버'는 솔직담백하게 과거 넥슨의 이야기와 '바람의나라' 개발 스토리 등을 공개했다. 특히 김정주 대표는 토크 콘서트 60분이 너무 짧은듯, 아쉬운 여운을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수줍어하면서도 열심히 진행을 했던 김정주 대표

* 아래는 토크 콘서트 원본으로 현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수정을 최소화 했습니다.

김정주: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바람의나라 이거 정말 열심히 했다' 한 분 계신가요? 퀴즈퀴즈,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시대신 거 같아서 바람의 나라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잘 모르는 건데 좀 구닥다리, 이렇게 하실 것 같은데 박물관에서 가서 보시면 '바람의나라' 섹션이 따로 있고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너무 옛날 얘긴데, 바람의나라는 넥슨의 정말 시작이자 마지막이기도 하고요. 정말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 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를 지금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만든, 저한테 있어서도 하나밖에 없는 그런 게임입니다. 그래서 박물관 주제도 응답하라 이런..(응답하라 1997같은) 그 당시에 정말 재미없는 80년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당시에 모여서 바람의나라를 만들던 분들이 많이 오셨구요. 그 중에서도 정말 핵심, 대표선수를 몇 분 모셨습니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김진 작가(바람의나라 원작자),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 애니파크 김경률 실장, 넥슨코리아 서민 대표, 넥스토릭 김영구 대표가 토크쇼에 참석했다)

김정주: 저는 아시다시피 재경씨와  학교 친구였습니다. 세상을 컴퓨터로 바꾸자 했던 그런 훌륭한 학생이였습니다. 어쩌다 게임을 하게 됐을까요? 공부는 열심히 안 했구요. 


 ▲ 말끔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좌)와 친밀하게 토크를 진행하던 NXC 김정주 대표(우)

송재경: 게임에 대해 이야기했던 건, 그 때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뭐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이런걸 친구랑 학교 다니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패키지 게임은 많이 늦은 상태였기 때문에 벌어먹기 힘들거라 생각해서 온라인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김정주: 공장을 다니면서 프로그래밍을 했구요. 재경씨도 그랬던 것 같다. 과학원엔 그런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게임의 프로토 타입은 93년-94년 사이에 나왔고, 94년에 첫 '바람의나라'가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나왔던 걸로 생각되고요. 그때까지는 이름이 '바람의나라'가 아니었고, 95년에 정해진 겁니다. 저희가 땡깡을 부려가지고 썼으면 좋겠다고 작가님을 찾아갔던 기억이 나구요. 당시 이야기를 조금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떻게 저희 '바람의나라'를 허락하셨는지.


▲ '바람의나라' 원작자 김진 작가도 참여했다

김진: 그 당시 저는 패키지 게임 일러스트 일을 조금 했었어요. 그래서 게임쪽에 관심이 있었구요. 두 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알던 거는 머드게임이었어요. 당시 최초로 그래픽을 넣어서 게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 정말 '최초의 시도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야기 설명도 잘 해주셨구요. 봤더니 재밌을 것 같았고요. 그리고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제가 '좋습니다' 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정상원: 제가 처음에 넥슨에 같은 건물에 들어오긴 했지만 다른 회사였구요. 그 회사의 직원이 '바람의나라'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신기한거에요. 그래서 그 조그만 캐릭터가 다니면서 말풍선이 나오고 그런걸 보면서 야 이런게 정말 게임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거 하나 만들어 주세요 하면 뭐 만들어서 던져놓고 가시면 저희가 붙잡고 이거 한번 해보죠 하고 그랬다. 굉장히 게임과 밀접하게 생활했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김정주: 중간에 서대표가 한마디 해야되는데 그냥 건너뛰고요. 제가 친합니다. 중간에 지나가는 유저 불러 세워서 테스트 시켰던 경률씨. 경규씨가 최초의 프로게이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새 프로게이머보다 더 심각하게 게임을 했죠. 고등학교때 너무 게임만 해서 우리가 '안되겠다' 생각해서 아이디를 막기까지 했어요. 


▲ 좌측부터 애니파크 김경률 실장,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 넥슨코리아 서민 대표

김경률: 제가 '바람의나라'를 처음 한게요, 천리안이라고 PC통신이 있었던 시절입니다. 당시에 제가 게임을 좋아했던 건 '바람의나라' 페이지를 우연찮게 알게 됐는데, 메인에 보니까 세계최고 그래픽 머드게임 '바람의나라'라고 되어 있어서 호기심에 시작하게 됐어요. 첫 느낌은, 패키지게임과 별다르지 않아서 별로 느낌이 없었어요. 그런데 옆에서 저랑 비슷하게 생긴 애가 저한테 인사를 하는데 PC인줄 알고 무시했었죠. 그런데 그 캐릭터가 저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사람같이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응을 했는데, 대답을 하는 걸 보고 '아 이게 사람이구나' 깨달았어요. 

그래서 '세상에 이런게 다 되다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람의나라'에 푹 빠지게 됐죠. 저한테는 정주 '아저씨'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어쨌든 정주 사장님께서 저한테 "너는 '바람의나라'에 심하게 빠져 있다" 라고 하셨을 때 제가 굉장히 화를 냈어요. "저는 할일을 다 하면서 게임을 했는데 왜 나를 중독자로 몰아가냐" 그렇게 답했죠. 그렇게 느낄 정도로 '바람의나라'를 열심히 했다는 거에요. 당시에는 접속자가 5명 10명, 정도 별로 많지 않다 보니 개발자들과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고 같이 즐기다 보니까 '바람의나라'에 제 의견이 많이 반영이 됐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쯤에 제 아이디가 막혔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에잇 나도 짜증난다, 하면서 공부하다가 대학 진학하고, 여름방학 때 놀러갔다가 오늘부터 같이 일하지 않겠냐 하는 꼬임(?)에 넘어가서 게임업계에 지금까지 있게 됐네요.

김정주: 이런 이야기가 너무 생경하시죠? 그런데 당시에는 정말 그랬어요. 심지어 그 때 저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동접자 20명'이라고 조작된 자료를 올리기도 했으니까요. 실제로 20명 되지 못했으니까요(웃음) 이 외에도 다른 재밌는 경험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또 경률씨 이야기네요. 경률씨가 최초의 프로게이머이기도 하고요, 게임 내에서 결혼도 하고 싶어하고 그랬는데. 이분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바람의나라' 내에서 최초로 결혼을 한 분이죠.


▲ 연신 웃음을 내비치며 토크를 진행한 정상원 대표와 서민 대표

서민: 게임 캐릭터들이 예쁜 여자들 예쁜 남자들 이런게 많다 보니까 '결혼을 할 수 있는게 어떻겠냐' 이야기 했었다. 당시 경률씨가 여자 캐릭터를 쫓아다니면서 결혼하고 싶다고 했었죠. 근데 그 캐릭터가 개발진의 여자친구였다. 그때 첫 번째 결혼식을 하니까, 유저들이 너무너무 좋아했다. 경유씨가 결혼식을 한 뒤에 게임 내 콘텐츠에 '결혼식을 넣자' 해서 그런식으로 재밌는 콘텐츠로 만들어가 게 됐다. 

김경률: 당시 그 결혼식 모습이 생각이 나는데요. 그게 벌써 17년 전이네요. 남자 친구셨던 개발자분이 여기에 계신데요, 당시 방해를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실제로 결혼식 하는 자리로 와가지고 저를 (게임 내에서)되게 많이 죽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그때 유저 개발자가 다 친하니까, 제가 결혼식을 한다고 했을 때 정말 현실에서 결혼식 열리듯이 다들 접속을 해 주셨고요. 아마 동시접속자를 갱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상원: 저는 실제로 와이프가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있으면 회사로 오곤 했어요. 그리고 또 생각이 나는 게, 저는 보통 '바람의나라' 캐릭터를 안 쓰고 선녀 캐릭터로 게임을 하다가, 첫 번째 유저와의 만남을 했는데 도대체 '선녀 캐릭터가 누구냐' 했는데 남자가 나타나서 내가 선녀 캐릭터였다고 하니 굉장히 실망하셨던 기억이 난다. 

김정주: 당시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좀 했었고요, 모이면 20명정도 모였네요. 그런 때가 95년대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옛날 이야기만 너무 하는거 같네요. 이제 송재경씨 이야기를 좀 들어 볼까요. 혼자만들었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리니지'를 필두에서 이끌어 왔고요. 엑스엘게임즈를 만들고 올해 초 아키에이지를 런칭했습니다. 게임 시스템이 정말 어마어마한 거 잖아요. 온라인게임, 그래픽, 소셜에 역사를 지금까지 써 오고 계신데요. 그 15년 간 이야기를 풀고 그런 게임이 이렇게까지 발전한 것을 보면서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 같은데 말씀 좀 부탁드릴게요.

송재경: 아까 차타고 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바람의나라'를 막 시작할 때 이야기가 나왔다. 기억해 보면 제가 95년도에 코딩을 시작했을 땐 매출이 그저 그렇다가, 95년 말에 후배들이 와서 매출이 좀 올랐었다. 그 때 서민 대표가 있었다.

서민: 제가 회사 왔을때는 이미 송재경씨가 행방불명 된 상태였다. 멋모르고 그냥 리드 프로그래머 자리를 그냥 넘겨 받았다. 한 2년 바친 것 같다.

김정주: 사실 게임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은 송재경씨잖아요. 멋진 멘트 한번 부탁드려요.

송재경: 이런 분위기가 아닐 것 같은데 좀.. 어색하네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 아마 정주랑 그런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아요. 텍스트 머드든, 쥬라기공원이든 뭐든 되게 잘 되고 있어서 한달에 5천만원 벌고 있다. 우리도 하면 당연히 그거보다는 더 많이 벌지 않을까? 우리는 그림도 나오는데. 이런 소박한 꿈에서 '바람의나라' 개발을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정주가 친구 좀 잘못 만나서 여태까지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진짜 산업이 이렇게 커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온라인게임에, 전세계적으로도 한국에서 만든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죠. 그런 면에서 저랑 정주가 그 시발점을 끊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뿌듯한 것 같기도 해요. 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고요. 이분이(김정주)가 오히려 더 잘 알 것 같은데?

김정주: 송재경씨는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실 것 같은데 대답이 왠지 썩 개운치 않네요(웃음). 실제 '바람의나라'는 팀의 리더가 한 10번 정도는 바뀌었을 겁니다. 현재는 넥슨코리아 서민 대표의 절친이기도 한 넥스토릭 김영구 대표가 운영을 맡고 계시니, 실질적인 대표가 본 '바람의나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들어보죠.


▲ 좌측부터 넥스토릭 김영구 대표, 애니파크 김경률 대표,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 넥슨코리아 서민 대표

김영구: 저는 바람 프로젝트에 처음 들어온게 2005년이고요, 햇수로는 고작 8년밖에 안 됩니다. 꼬꼬마죠. '바람의나라' 지금 17년 간 서비스 운영 중인데 누적 가입자 수만 1800만명이고요. 지금도 20명넘는 개발팀이 '바람의나라'에 붙어 있고, 최고 동접자가 만오천명 정도다. 해외 서비스에 있어서는 미국의 '바람의나라'가 10년 이상 서비스 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이란게 요즘 많이 화려한데, 그런 게임들에 비해서 경쟁력이 약하지 않나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이란 건 개발자의 능력으로 만든다기 보다 유저들의 추억이 거기에 투영되어서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바람의나라'를 개발하는 개발자들은 게임을 대하는 하루하루가 서비스 기록을 갱신하는 느낌이라 뿌듯하게 임하고 있다. 현재까지 잘 해주신 '바람의나라', 우리가 받아서 앞으로도 잘 서비스하도록 하겠다.

김정주: 15년만의 이야기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네요. 모든 사람들이 '바람의나라'는 최초의 온라인 그래픽 머드였다고 이야길 합니다. 사실 첫 번째 버전은 도스로 돌아갔습니다. 도스를 모르시는 분들은 박물관에 가시면 됩니다. 박물관에 가시면 도스 직접 해보실 수 있고요. 

'바람의나라'에 대한 제 생각은, 요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셜게임의 모든 것을 '바람의나라'가 갖추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Ctrl+W키를 통해 나의 친구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접속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의 친구가 됐죠. 그 친구들을 모두 소환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고, 싸울수 있는 최초의 소셜 게임이라고도 우겨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게임은 혼자만 하는 것에서 여럿이 같이 할 수있게 만든 것이 '바람의나라'라 참 뿌듯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넥슨 컴퓨터 박물관은, 저희가 갖고 싶었던 것을 모아서 만든 박물관입니다. 기분 좋게 봐 주시고요, 같이 할 수 있는 박물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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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넥슨
게임소개
'바람의나라'는 1996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상용화된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극한 게임이다. 만화 '바람의나라'를 기반으로 개발된 '바람의나라'는 수만 가지의 커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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