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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 교수 “게임업계, 왜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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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게임중독은 소금중독이다. 소금 과다섭취가 문제된다고, 소금을 사회에서 없애자고 하지 않는다"


이인화 교수가 오늘(11일) 게임중독법을 반대하고 게임은 문화라는 의식을 전파하고자 하는 민간 문화 행사 ‘게임은 문화다! 컨퍼런스 및 게임 마약법 반대 대토론회’에 참가해 스스로를 '게임중독자'라고 선언했다. 시쳇말로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밝힌 셈이다. 


관련해 이인화 교수는 "나는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이틀이 지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왼손잡이 마우스를 사서 게임을 한 사람"이라면서 "세상에 나보다 더 게임중독이 심한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인화 교수는 소설 '영원한 제국'을 집필한 인기 작가이자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다. 10년째 하루도 게임을 하지 않고 수면에 빠진 적이 이인화 교수지만, 여전히 소설도 쓰고 교수직도 유지하고 있다. 게임을 하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게임 반대론자들의 이론에 입각하자면, 자신의 이런 생활은 불가능해야 맞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가 이런 말을 한 배경은 간단하다. 스스로를 '게임중독자'라고 밝혔지만, 그게 비정상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같이 게임에 중독됐던' 두 딸 역시 '요구르팅' 열혈 유저로 게임을 즐겼지만, 지금은 모두 명문대에 입학했을 정도다. 


때문에 이인화 교수는 게임 반대론자들의 주장 자체가 전혀 신뢰가 없음을 어필했다. 오히려 그는 정부가 법으로 청소년 게임 이용을 규제하고 제어하게 되면, 그들 스스로가 조절하는 법을 모르게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를 가리켜 이 교수는 " 인간이 스스로 감정과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을 빼앗으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과거 프로이트가 '죄의 무의식'이라는 책에서 개인이 자기 감정과 욕구를 처리하지 못한 사회적 억압이 있었기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고 설명했던 것처럼, 자녀들에게 스스로를 조절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위험한 나치(Nazi)적 발상"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물론 지금 학부모와 자녀가 겪는 갈등은 세대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 학부모들도 그들의 부모가 시키는대로 혹은 사회가 요구하는 길을 따라왔던 세대이고, 그 시절의 기억을 똑같이 자녀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갈등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게임중독을 '소금중독'에 비유했다. 소금 과다섭취는 문제가 되지만 아무도 소금을 없애라고 하지 않듯, 게임이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소금 고유의 '짠맛'은 유지하되, 이를 과다섭취했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의 선에서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 역시 '과다이용'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실질적인 입법논의가 필요하지, 정부가 강제로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이인화 교수는 게임업계에 일침을 놓았다. 특히 업계 스스로 게임의 가치를 떨어뜨린 부분도 크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를 소홀히 한 부분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게임은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디어로 평가된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 소설과 비교될 정도인 만큼, 단순 오락이나 여가생활 정도로 치부되기에는 '문화적 가치'가 너무 큰 셈이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게임이 문화라는 의식을 공고히 하기에는 너무 소홀히 대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이론이다. 때문에 이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 게임 반대론자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만약 게임업체가 게임을 '고전 명작'처럼 분류해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동시에 문화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지 않을 수 있었다. 영화나 소설 등에 잔인한 장면이나 반사회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어도, 아무도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청소년이 해야 하는 필독서 10선'이나 '청소년이 보면 좋은 영화 10선'과 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부분이 명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인화 교수는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은 선제 입법이고, 이를 꾸역꾸역 막는다고 해도 내년에 5개 이상이 더 나올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 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이고 사회적 책임감을 갖출 것인지 역할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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