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만들다, 바람의나라 1996은 어떻게 복원됐나?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해서 저장하는 인터넷 시대가 된 후, 부각되는 부분 역시 사실 유효기간이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보관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 유실될 우려가 있는 정보를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작업이다.

온라인게임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인해 초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의 게임으로 서비스된다. 따라서 출시 당시 모습을 통상적인 환경에서는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디지털 아카이브가 온라인게임에서도 가능하다면? 엔엑스씨는 김정주 대표, 송재경 대표, 정상원 부사장 등 초기 개발자들과 힘을 합쳐 '바람의나라'의 1996년 버전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바람의나라'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어떠할까? NDC 14를 통해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NXCL의 최윤아 대표와 저스트나인 이효진 이사는 5월 27일에 열린 NDC 14를 통해 '바람의나라'의 복원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제작진에게 남은 것은 거의 없었다. 소스코드는 물론, 실행파일과 관련 문서도 없었다. 이에 '바람의나라 1996'은 1998년과 1999년의 소스를 바탕으로 전 버전을 역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초기 개발자들이 소장하고 있는 백업 CD나 게임잡지 부록 CD, 공략집에 있는 당시 DB 등이 자료로 활용됐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구동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년도가 맞지 않는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억지로 맞춰 돌리니 서로 버전이 어긋나 에러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에 오류를 다시 바로잡고, 게임에서 깨진 그래픽 리소스를 원형에 가깝게 다시 제작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당시 '바람의나라'는 맵 파일을 서버에서 불러왔다. 즉, 클라이언트에는 맵 파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맵 파일은 1998년이나 1999년의 파일을 기존 년도의 타일과 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조작 방식 역시 현재 익숙한 마우스, 키보드 방식이 아니라 '뭘 파니?', '얼마니?'와 같이 특정 텍스트를 자판으로 직접 입력해 NPC에게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텍스트 머드'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초기 네임드 유저라고 할 수 있는 '바람의 아이디', 그리고 99레벨 이상 유저 중 1996년 당시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캐릭터를 골라, 같이 복원하고, 마지막으로 아이템과 스킬은 1998년을 기준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제작된 '바람의나라 1996'은 넥슨컴퓨터박물관, 그리고 게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당시에 없었던 제도가 반영된 것이다. 저스트나인 이효진 이사는 "우선 1996년에는 게임 사전심의가 없었다. 따라서 2000년에 받은 것을 토대로 전체이용가 연령등급표시를 추가했다. 여기에 셧다운제 준수를 위해 안타깝지만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일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1996년 당시 시스템을 복원한 게임 특성상 연령을 구분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효진 이사는 온라인게임의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한 팁을 전했다. 우선 업데이트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남길 것, 마지막으로 대규모 업데이트 전 이전 클라이언트를 망가질 우려가 적은 저장매체에 백업할 것, 마지막으로 리소스를 확인할 개발툴도 같이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