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인터뷰] 게임메카 어린이독자 "어른들은 초딩시절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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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우리 어린이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게임 라이프’ 즐기고 있을까? 어린이 날을 맞아 실제 초등학생들이 말하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5일은 어린이 날이다. 미래 한국의 동량, 자라나는 새싹 같은 간지러운 수식어를 같다 붙이지 않더라도 ‘어린이’들은 무척 소중한 존재임을 부정할 순 없다.

특히 게임 업계의 경우, 저 연령층을 주요고객으로 정하고 마케팅을 펼치는 일은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최근 게임의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금기 시 될 정도로 분위기는 냉각됐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지만 온라인 게임이 계기가 돼 초등학생끼리 칼부림을 했다는 최근 보도는 한국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2006년 우리 어린이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게임 라이프’ 즐기고 있을까? 어린이 날을 맞아 실제 초등학생들이 말하는 `게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체 정량제, 시간 넘기면 다음날 게임 금지

취재를 위해 만난 어린이들은 이제 초등학생으로서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6학년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집에서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집에서 하루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해요. 게임을 할 땐 엄마에게 먼저 보고를 하죠. 한 시간 이상 게임을 하게 되면 다음날 초과한 시간만큼 게임을 못해요”

   

이들은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님의 통제하에서 시간관리를 해가며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더러 PC방을 찾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PC방 출입을 금하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없다는 것.  

6학년 박 모군(13세)은 “2주일에 한번 정도 PC방을 간다. 그나마도 엄마가 알면 큰일나기 때문에 몰래 가는 것”며 “엄마가 PC방에서 담배연기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가지 말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최근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30명 가량 되는 한 반 친구들 거의 모두 온라인게임을 주기적으로 한다고 한다.

취재에 응한 홍 모군(13세)은 “남자애들은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같은 것 한다. 여자애들은 카트라이더 같이 귀여운 풍의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성인 컨텐츠 노출 심각, 부모님 명의로 온라인 게임 즐겨   

서든어택의 경우, 15세 이상 이용가를 받은 FPS 게임. 타격시 피나 혈흔 효과는 없지만, 총으로 사람을 겨누고 죽이는 FPS 게임은 어린이들이 즐기기에 적당치 않은 컨텐츠다.

그렇다면 대부분 13세 이하인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일까?

이들은 하나같이 “엄마나 아빠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가입하고 게임을 즐긴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말하자면 가정 내에서 일종의 명의도용이 일어나는 셈.

이들은 주변 친구들 중 많은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자신의 주민등록 번호는 물론, 가족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다닌다고 말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 가족들 주민번호를 몽땅 외우고 다녔어요. 거의 대부분 아이들이 부모님의 명의로 게임을 해요”

더군다나 인증절차가 필요 없는 PC, 비디오 패키지 게임의 경우, 아이들이 성인 컨텐츠를 접하기는 매우 쉽다. 집에 PS2, XBOX를 가지고 있다는 김모 군(12세)은 “GTA:산 아드레아스, HALO도 플레이 해봤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게임시간’에는 강한 구속력을 발휘하지만, 정작 게임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부모가 모두 직장에 나가는 경우 아이의 하교시간과  부모의 귀가시간 사이에 공백이 발생해 아이들이 성인용 게임 컨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높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지 않는 부모세대와 게임이 놀이의 전부인 아이들. ‘방치 아닌 방치’ 속에서 아이들은 ‘성인용 게임 컨텐츠’의 사각지대에 몰리고 있었다.    

‘초딩’ 이란 말 듣기 싫어, 장래희망은 프로게이머  

초딩은 이제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실제 나이 값을 못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실제 초등학생들은 ‘초딩’란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초딩이란 말, 듣기 싫어요, 게임을 하다 보면 꼭 ‘너 초딩이지?’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우린 초등학생이니까 아니라고 대답 못하죠.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초딩’ 시절이 있지 않았나요? ”

이들은 ‘초딩’스럽지 않은 초등학생도 많다고 이야기 했다.

함 모군(13세)는 “우린 정말 게임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난 열심히 플레이 하는데 못한다고 해서 ‘초딩’이란 소릴 들으면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 `초딩`의 사회적 의미는 이미 초등학생의 범주를 벗어났다

실제로 게임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진지했다. 취재에 응한 4명의 학생들 중 2명이 장래희망으로 게임관련 직종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

장래희망이 ‘프로게이머’인 박 모군(13세)는 “이윤열 같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며 “게임을 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 부모님도 특별히 반대하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모군은 “장래희망은 바뀔 수도 있다”고 웃어보였다. `장래희망은 바뀌는 것`이라며 제법 현실적인 생각도 할 줄 알지만, ‘아직까지는 프로게이머가 제일하고 싶다’는 아이의 모습에서 게임에 대한 열정이 보였다.                                                                       

아빠와 함께 게임하고 싶어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을 하면서 내심 “비싼 아이템, 새로운 게임기, 오랜 시간 게임하기 같은 것을 원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들은 놀랍게도 부모와 함께 게임하고 싶다는 소망을 첫 번째로 꼽았다.

“아빠는 매일 늦게 들어오시고, 엄마는 게임이래 봤자 맨날 고스톱만 쳐요. 아빠랑은 낚시게임 한번 해봤어요. 낚시를 좋아하시거든요. 특히 아빠랑 게임을 좀 하고 싶어요. 아빤 주말에도 매번 낚시하러 가시고, 아님 친구들이랑 노시느라고 저랑은 거의 안 놀아주세요”

취재에 응한 이들이 남학생들 이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TV에서 아빠랑 사이 좋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의 많은 아버지들이 일에 쫓겨 자녀들과 노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각 언론의 보도가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놀고 싶다는 아이들의 단순한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앞서 이야기한 게임의 부작용들은 사전에 예방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요즘 아이들 영악하고 버릇없다`는 이야기는 거짓말 같이 느껴졌다. 시대가 변했고 노는 방식이 달라졌지만, 아이들의 심성 자체가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 심성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문제는 어른들의 몫이다.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뒷 모습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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