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액토즈소프트 이세민 개발실장 “어니스와 프리키는 맛있는 웰빙 게임”

액토즈소프트 이세민 개발실장은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이 가진 우위는 게임업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가는 열성적인 온라인게임 유저라고 강조했다.

불량식품은 맛있다. 하지만, 불량식품만 먹으면 입맛은 자극적인 것에만 길들여지고, 탈이 나기 마련이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은 자극적인 양념으로 범벅이 된 불량식품을 내놓는 데 급급, 유저들의 입맛을 버려놓았다. 불량식품과 같은 온라인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은 그것과 비슷한 맛을 내는 게임만 찾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 불량식품 먹고 큰 유저들, 업체발목 잡는다

“일본이나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몇 년씩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실, 기술은 개발자를 영입하거나 돈으로 살 수 있어요. 지금도 일본 업체에서 큰 돈을 주며 오라고 하면 가고 싶어할 개발자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유저들은 그렇게 살 수 없는 존재들이죠”

액토즈소프트 이세민 개발실장은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이 가진 우위는 게임업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가는 열성적인 온라인게임 유저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장을 이끌어가던 유저들이 업체나 시장의 발전을 막는 ‘딜레마’가 되었다고 말했다.

유저들이 새로운 게임에 도전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을 찾는 데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른바 ‘노가다’나 ‘현질’이 활발하지 않은 게임은 유저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결국, 그런 유저들을 위해 개발자와 업체들은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

“물론, 게임의 지나친 폭력성이나 ‘아이템현금거래’ 같은 게임의 부작용은 개발자나 개발사부터 책임을 져야 합니다”

▲ 2006년, 게임이 아닌 게임을 하는 세상

이세민 개발실장과 김상윤 기획팀장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서기 2030 어니스와 프리키’(이하 ‘어프’)는 ‘낯설고 어렵더라도, 새로운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어드벤처 게임의 장점과 MMORPG의 성장요소를 가져와 만든 ‘어프’는 그가 생각하는 게임 본연의 재미가 담겨있다. 그것은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오는 순수한 즐거움이다.

“PC방에서 담배 하나 물고 한 손으로 대충 마우스 클릭하는 게임들이 있어요. 심지어 졸면서도 하는데, 이런 건 누가 봐도 게임이 아니죠. 게임이란 긴장감이 굉장히 높고, 그 과정에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게임의 보상은 결과에만 존재하죠”

‘SF 코믹 어드벤처 게임’으로 명명된 어프에 대해 그는 “기존 게임들보다 조작이 어렵지만, 그만큼 긴장감이 큰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MMORPG에는 결과의 보상만이 존재했다면, 어프는 조작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게임이라는 것.

게임의 부작용에 대한 개발자의 책임을 이야기한 이세민 개발실장. 하지만 그는 게임이 부정적인 효과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수십, 수백만의 사람들이 게임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꾸로 생각해보세요. 게임의 조작법부터 커뮤니티를 이루는 방법, 조직을 이끌어가는 노하우까지, 간접 경험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가 게임에 분명히 있어요.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030년 어니스와 프리키, ‘웰빙게임족’ 노린다

올 상반기에는 어프 뿐만 아니라 ‘노다가게임’을 지양하는 참신한 게임들이 다수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게임의 인기도 빠르게 식어갔다. 각각의 게임들은 일방적인 게임진행으로 인한 컨텐츠 부족과 커뮤니티성 부족이라는 공통된 약점에 시달려야 했다.

이세민 개발실장은 이 같은 약점을 고려해, 어프의 개발 초기단계부터 ‘중용’의 노하우를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어니스와 프리키도 스테이지 연결방식으로 되었다면, 아케이드 게임성을 좀 더 강조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유저들의 컨텐츠 소모속도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래서 ‘인스턴스 큐브’를 도입했죠. 인던 방식의 인스턴스 큐브에서 아케이드게임 본연의 재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는 게임의 커뮤니티 활성화 방안으로는 새로운 PvP방식이 등장하는 ‘달리기 이벤트’나 ‘O/X 퀴즈이벤트’ 등 이벤트 존을 제시했다. 또한, 클럽대항전뿐만 아니라 향후 공성전 개념의 클럽하우스가 겨울방학 즈음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요소 자체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걸 포기하면 어니스와 프리키를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요. 모든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직은 노가다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많으니까요. 새로운 것을 찾고 있고,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유저들이 게임을 많이 찾아주길 바랍니다”

▲ 개발자도, 회사도, 유저도 `초심`으로 돌아가자

오는 20일 어프의 오픈베타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이세민 개발실장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무슨 생각을 하려고 하면, 아예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공식적인 첫 시험대를 앞두고,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이미 위기상황입니다. WOW 이후로 제대로 성공한 국산MMORPG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자본이 있고, 사람만 있으면 기술이 몇 년씩 앞서 있다는 것도 쉽게 극복할 수 있어요. 일본과 해외 게임업체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는데, 유저들에게 한국 게임을 사랑해주세요 라고 호소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 실제 고등학교 물리선생님이었던 이세민 실장은 기자의 무리한 사진촬영 요구에도 밝게 응해주었다.

이세민 개발실장은 “열정이 사라진 개발자와 개발사는 비전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더 이상 누구도 라면만 먹고 개발하던 시절의 고생이나 열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이룬 만큼의 보상은 철저히 얻어내라고 개발자들에게 조언했다. 그러나 열정이 사라진 게임으로 유저들을 잡을 수 없다고 그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불량식품에 익숙해진 입맛이 싱싱한 야채와 잡곡으로 이루어진 거친 건강식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불량식품으로 얼룩진 위기의 온라인게임 시장에 보다 많은 ‘웰빙게임’, ‘웰빙게임족’의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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