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엔트웰 천병갑 운영팀장 `게임운영자, 주연돋보이게 하는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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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서는 왜 운영인력을 정규직으로 공개 채용하지 않을까? 대기업들은 왜 대부분의 운영인력을 파견업체를 통해서 파견이나 계약직으로만 모집할까?

‘왜 온라인게임 운영은 나아지지 않는가’는 게임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온라인게임 서비스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온라인게임 운영은 십 년 째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 유저들의 평가.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 서비스 전반의 품질이 낮은 것은 운영 인력 대부분이 파견이나 계약직 같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불안한 고용 환경이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운영인력을 ‘일회용’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게임 개발부터, 그래픽, 마케팅까지 다양한 신입 인력을 공개 모집 중인 게임 업계에서도 운영은 ‘찬밥’ 신세다. 공개채용으로 다양한 인력을 모집 중인 엔씨소프트, 웹젠, 넥슨, NHN 등 대부분의 대기업 역시 파견업체를 통해 대규모의 운영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 현실이다.

◆ 파견 고용의 원인은 체계화된 운영시스템 없기 때문

하지만, 변화는 작은 데부터 시작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게임 ‘노스테일’을 서비스 중인 엔트웰에서 운영에 관한 꿈을 실천 중이라는 엔트웰 천병갑 운영팀장을 만났다.

▲ 엔트웰 천병갑 운영팀장

운영 인력을 100% 정규직으로 채용한 엔트웰은 대기업도 하지 못한 운영 업무의 시스템화 작업에 도전 중이다.

먼저, 웹마스터 교육 및 운영(2년)과 온라인게임 운영(5년)을 두루 경험한 엔트웰 천병갑 운영팀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게임업계에서는 왜 운영인력을 정규직으로 공개 채용하지 않는가? 대기업들은 왜 대부분의 운영인력을 파견업체를 통해서 파견이나 계약직으로만 모집하는가? 무엇보다 그는 “운영 파트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온라인게임 역사가 10년이 넘었지만, 체계화된 온라인게임 운영 시스템은 전무한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심지어 온라인게임 운영만 5년 이상 한 사람도 드뭅니다.

온라인게임 운영은 단순 GM(Game Master) 업무나 CS(Customer Satisfaction)같은 대인서비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분화된 영역으로 가면 게임 내 이벤트 기획부터 고객 관리까지 모두 운영 업무죠. QA(Quality Assurance)도 단순 버그 테스트가 아닙니다”

그는 분명 온라인게임 운영에도 전문화된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을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마련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업무에는 전문성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 따라서 업체에서도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단순 업무를 대행해 줄 대규모 인력을 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운영은 하찮은 일, 대기업의 파견 고용에 ‘소외감’ 느껴

“게임업계에서조차 암암리에 운영이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운영자는 유저들을 상대로 한 회사의 ‘방패막이’나 ‘바람막이’라고 생각하죠. 심지어 어떤 회사는 업무 시간에 운영자가 게임을 하면 회사에서조차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게시판 답변을 잘 달아주는 게 운영 업무의 전부가 아닙니다”

천병갑 팀장 역시 온라인게임 운영은 파견 업체 근무로 시작했다. 그는 운영 업무를 하거나 파견업체에서 나왔기 때문에 눈에 띄는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고용 형태가 계약직이나 파견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불안감’이 업무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보통 파견은 1년 계약에 잘하면 1년 계약 연장, 이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운영 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에게는 불리하고, 대규모로 인력을 충원하거나 정리할 수 있어 개발사에는 유리한 시스템이죠. 대개의 파견 근무 운영자들은 일을 하면서도 내가 언제 회사를 그만둘 지 모른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자기개발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보통 개발자들은 ‘정직원’으로 바로 채용하죠. 그런 걸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 좌로부터 엔트웰 천병갑 운영팀장, 양지혁, 윤호수씨. 그들은 웹마스터부터 대기업의 온라인게임 운영 파견 근무, 게임사관학교 운영자 과정 수료까지 두루 경험했다.

그는 대기업이 당장 운영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파견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는 전문 인력 양성을 가로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부터 운영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분업화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파견 고용, ‘절반의 책임’은 자질 부족한 운영자들

“운영에 지원한 사람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열의를 갖고 일을 시작합니다. 1~2년 운영 업무만 하다 보면 체계가 없고 시스템이 전무해 경력이나 실력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되죠. 막연히 운영자를 동경해 시작한 사람들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파견업체 근무를 통해 온라인게임 운영을 시작한 엔트웰 정호수씨의 말이다. 그는 SI 개발업체에서 근무하다, 온라인게임 운영으로 넘어온 경우. 현재 엔트웰에서 주로 QA 분야를 맡고 있다. 그는 온라인게임 운영자를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게임업계에 일하고 싶은데, ‘만만한 것이 운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운영자로 시작해서, 게임 기획이나 개발, 마케팅 같은 타 부서 일을 해보겠다고 들어오죠. 운영으로 ‘발만 담그러 오겠다’는 발상입니다”

천병갑 운영팀장은 온라인게임 운영 인력이 파견으로 채워진 것의 절반의 책임은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운영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각오나 준비 없이 운영을 하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회사는 ‘자질이나 실력 없는 운영자’들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판단하는 것.

따라서 회사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편한 파견 인력을 선호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 운영자를 준비하던 사람들은 좌절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시 운영 환경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 `준비된 열변` 팀장님, 할말 많으셨죠?

◆ 매트릭스에 네오의 조력자, 모피어스가 없었다면?

“상식적인 선의 운영업무는 유저와 개발사 간의 ‘가교’ 역할입니다. 운영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메인’이 아닙니다. 유저들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죠.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이 바로 온라인게임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를 도와주던 모피어스 같은 존재죠”

그는 온라인게임의 핵심은 잘 만든 게임과 이를 이용하는 유저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게임과 유저를 잘 연결해주는 ‘길’이 운영이라는 것. 그러나 보조적인 역할이라고 해서 ‘없어도 되는 일’이라거나 ‘전문성’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사고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운영 업무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높아져야 합니다. 대기업도 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을 뽑기 보다 전문적인 운영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이루어지면 분명 나아집니다. 이미 대기업들도 전문 QA 요원은 정직원으로 뽑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전문적인 운영 인력을 양성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전문 운영 인력 양성과정을 마련한 게임사관학교의 시도는 더욱 눈에 뛴다. 게임사관학교에서는 6개월의 교육기간 동안 온라인게임 서비스 전반에 관한 내용을 전임 교수진 및 실무 강사진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게임사관학교의 실습 과정을 거쳐 엔트웰에 정직원으로 채용된 신입사원 양지혁씨는 말했다.

“운영자를 막연하게 동경하기 보다, 투철한 서비스마인드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무에 투입되면 다른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많습니다. 기본적인 오피스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면 좋습니다”

▲ 엔트웰 운영팀의 일부, 밤낮을 가리지 않는 24시간 교대 근무때문에 온라인게임 운영팀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기는 쉽지 않다. "게이머, 운영자, 개발자 여러분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엔트웰 천병갑 팀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운영 매뉴얼과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지금도 그가 게임에 접속하면, 수초 만에 대화창 스크롤이 올라간단다. 일일이 살피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양의 ‘귓말’이 도착한다는 것. 가끔은 그 항의나 문의가 지나쳐 정상적인 운영 활동을 방해할 정도의 수준이 될 경우도 있다. 결국, 운영자들의 경우 신분을 숨기고 개인 아이디로 접속해 모니터링 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게임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운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탱하는 운영 업무. ‘스타개발자’만큼 ‘스타운영자’가 사랑 받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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