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최전방 공격수가 움직이는 축구의 투톱 시스템, ‘부부’라고 불리는 야구의 투수와 포수, 마라톤의 ‘러닝 메이트’, ‘페이스 메이커’ 모두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 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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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업계에도 이 같은 ‘따로, 똑같이’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개발과 경영,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공동대표 체제가 늘어나면서, 이들 사이에도 독특한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그 동안 전문 경영인 출신이나 개발자 출신 대표의 경영 참여로 각각 양분되어있던 게임업계 전반에 두 사람이 이상의 복수 대표제도가 각광받으며 업계의 ‘새판 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에는 ‘대박’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들 위주로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지거나, 해당 개발자가 전문 인력으로 각광받으며 스카우트 전쟁이 일어났다. 그러나 최근에 눈에 띄는 부분은 전문 경영인들을 향한 전문 게임개발사들의 ‘러브콜’이다. |
◆ NHN, 네오위즈, 넥슨, 게임업계 투톱의 ‘원조’
기업의 공동대표 제도는 축구의 ‘투톱’ 체제처럼, 두 명의 최전방 공격수가 번갈아 가며 공격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투톱은 색깔이 다른 두 명의 공격수의 조합으로 한 명이 골대 전방에서 공격하면, 다른 한 명은 뒤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NHN, 네오위즈, 넥슨은 일찍이 공동대표라는 ‘투톱’을 도입한 ‘원조’에 해당하는 기업들이다.
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사업 분야가 다양해지고 경영에 대한 전문성 요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전반적으로 해외사업/국내사업과 전략(개발)/경영 담당으로 나뉘어지며 이 같은 복수 경영체제를 굳히고 있다.
NHN은 2000년 네이버컴과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이해진 대표 체제로 시작했던 경영 시스템은 이후 이해진, 김범수 공동대표 체제가 되었다. 이후 김범수 대표 단독 체제로, 최근 김범수, 최휘영 각자 대표체제로 자리잡으며 끊임없이 복수의 대표 체제로 모양을 바꾸며 시장변화에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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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N의 창업주인 이해진 CSO(최고전략책임자)와 김범수 NHN USA 대표 |
▲ 넥슨의 권준모, 강신철 공동대표. 권 대표는 주로 사업을, 강 대표는 개발을 총괄한다. |
현재 NHN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는 새로운 전략 세우기에 집중하고 해외 사업은 김범수 NHN USA 대표가, 국내 사업은 최휘영 대표가 책임지고 있다. 공동대표에서 나아가 각자 대표제도를 통해 이들은 각각의 독립된 의사결정권의 행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리고 있다.
네오위즈 역시 공동 대표제도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나성균, 박진환의 ‘투톱’ 체제로 세이클럽에 이어 피망을 통해 게임 퍼블리셔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 한 바 있다. 내부적으로 최관호 부사장과 정상원 본부장이 각각 국내 사업과 게임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최관호 부사장은 예정된 기업분할 이후, 네오위즈게임즈의 대표를 맡는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각각 자신들이 자신 있는 분야의 대표로 나서, 최전방 공격과 수비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넥슨 역시 다양한 형태로 경영 시스템을 변화하며 최근 권준모, 강신철 공동대표 체제로 자리잡은 상태다.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는 사실상 모기업인 넥슨홀딩스의 대표로 한발 물러나 있다.
투톱 체제라고 두 명의 공격수 모두가 골을 넣을 수는 없다. 성공한 투톱 체제는 무엇보다 골을 만들기 위해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읽을 줄 알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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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나성균, 박진환 네오위즈 공동대표, 최관호 부사장, 정상원 제작 본부장. 이들은 기업분할 이후 네오위즈인터넷, 네오위즈인베스트, 네오위즈게임즈 등의 대표로서 각개격파에 나설 계획이다. |
◆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최강의 공격, 수비 조합 만든다
축구의 최전방 공격수와 수비수 조합처럼, 야구에도 투수와 포수의 조합이 있다. 마찬가지로 게임업계에도 개발과 경영은 뗄 수 없는 관계다. 투수의 ‘진짜 공’을 골라내는 포수처럼, 경영 역시 좋은 게임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전문 경영인과 개발자가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
실제로 중견개발사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전(前) 액토즈소프트 서수길 대표이사를 공동대표로 영입하며 경영 부문을 대폭 보강했다. 앞으로 서수길 대표는 박관호 공동대표와 함께 위메이드의 경영 및 사업 전반을 책임질 예정이다.
서수길 대표이사는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출신으로, 사업 추진력이 뛰어나고 넥슨의 김정주 대표 등과 친분을 과시하며 ‘숨겨진 게임통’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액토즈소프트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미르의 전설 2’의 지적재산권 소송 문제로 불거진 양 사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도 ‘화해무드’를 조성하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을 추구하는 서 대표는 대주주인 ‘샨다와의 갈등설’을 낳으며 약 8개월 만에 액토즈소프트 대표를 사임했다. 이후 개발에 전념하길 원하는 박관호 대표의 의지와 주요 임원들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위메이드의 공동대표로 선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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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투수-포수 조합을 꿈꾸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박관호(좌) 서수길(우) 공동대표
위메이드는 2007년 상반기, ‘미르의 전설 3’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창천 온라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각자 대표 체제로 박관호 대표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창천 온라인’의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비롯한 차기작 개발에 전념하고, 서수길 대표는 위메이드의 경영 및 국내외 사업을 이끈다는 포부다. 실력 있는 투수와 좋은 공을 골라내는 포수의 이상적인 파트너쉽이 위메이드의 공동대표 체제의 나아갈 방향이다.
◆ 다 함께 뛰는 러닝메이트, 구름의 ‘1인 3각’ 경기
최근 ‘개구리 중사 케로로 온라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 ‘브리스톨 탐험대’ 등 굵직한 신작 온라인게임을 공개하며 대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구름 인터렉티브는 신생 퍼블리셔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신생 업체가 아니다.
‘나이트 온라인’을 만든 노아시스템, ‘열혈강호 온라인’을 만든 꾸러기소프트, 패키지의 명가 손노리, 등 중견 개발사가 힘을 모아 만든 것이 구름 인터렉티브. 중견 개발사들이 모인 이들은 게임 공개에 앞서, 구름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관계인 동시에, 사업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 서로를 인식하고 있다. 법인 간 지분 교환 등도 없었다는 이들은 계약관계로 손을 잡은 것 이상의 끈끈한 동지애로 뭉쳤다.
현재, 구름 인터렉티브는 박영수, 박재덕의 공동대표 체제다. 박영수 대표는 엠게임 당시 대주주인 손승철 회장의 적극적인 영입으로 게임계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엠게임 포털’과 ‘열혈강호 온라인’을 반석 위에 올려놓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구름 인터렉티브와 노아시스템의 대표를 모두 역임하고 있는 박재덕 공동대표는 오는 4월로 예정된 ‘브리스톨 탐험대’의 클로즈베타테스트 및 개발을 총 지휘하고 있다. 또한 박지훈, 이원술 대표 역시 각각 차기작 준비로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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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함께 뛴다! 좌로부터 꾸러기소프트 박지훈 대표, 구름인터렉티브 박영수 대표, 노아시스템 박재덕 대표, 손노리 이원술 대표
구름 인터렉티브라는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대표로 만난 이들은 현재 오전 비즈니스 미팅이 이루어지는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는 물론이고 사업에서도 ‘한 호흡’으로 뛴다는 계획이다. 1인 3각 경기는 한 사람이 특별히 출중하다고 해서 꼭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가는 한 사람 때문에 팀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찬가지로 게임 개발은 단거리 경주보다는 길게 호흡을 조절하며 뛰는 마라톤과 같다. 구름의 공동대표 체제도 각 팀들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 비대해진 조직, ‘경영 파트너’ 필요성 급증
이 같은 공동 대표 체제가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능력과 조직의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인해 경영과 인력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십 수 명의 개발인력이 모여 주먹구구식으로 창업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수백 명의 개발인력이 수십 개의 개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개발 스튜디오 및 서비스에도 경영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발력 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실제로 많은 게임들이 개발 도중에 인력 관리 및 중복된 게임 개발로 도중 하차하거나 개발이 지연되면서 많은 손해를 입고 있다. 여기에 업계는 자본을 가진 개발인력이 전문경영인 영입을 통한 체계적인 사업체의 구성으로 제 3의 초대형 게임업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개발과 경영으로, 또는 목적에 따른 다양한 이합집산으로 승부수를 던진 게임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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